어제 야간 훈련을 했는데, 처음으로 종로구 청와대 인근 ~ 성북동 ~ 보토현 고개길 쪽을 가봤다.
영화나 매체에서나 보던 집들이 늘어서있고, 그냥 음식점이나 술집도 다 고가로 보이는 곳을 지나니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이렇게 사는 세계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토현 고개길쪽에서 한참을 있으니, 그 위험한 고갯길에서 고속으로 레이싱을 즐기는 스포츠카를 3시간 동안 10대 정도 봤다. (시속 제한이 30키로다.)
월요일 한밤에 젊은 나이(추측이지만, 중년 이상층이 그런 취미를 즐길까?)에 그런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물론 그 행위를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할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돈이 많다고 목숨이 두개는 아닐텐데 말이다.)
대다수의 중산층 또는 그 이하층들은 월급을 모아 한번씩 사는 명품, 고가 음식점, 호텔, 카 푸어가 되면서 사는 차 등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재화와 서비스를 즐기더라도, 그것을 부담하는 능력이 다르면 전혀 다르게 느낄 것이다.
허영과 사치는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능력에따라 허영과 사치의 기준이 달라진다.
소득과 재산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비싼 것을 즐기는 것은 부럽지 않지만, 소득과 재산이 나보다 월등히 많은 사람들이 행하는 것은 안부럽다고 하면 거짓이다.
부럽기만 하면 다행이고, 그것에 대해 질투와 분노를 느끼지만 않아도 아주 건강한 정신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최근에 아주 감명 깊게 읽었는데, 나와 같은 대다수의 평균 이하 소득자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는것이 정당함을 주장한다. (이 책은 정말 감명 깊게 읽어서 나중에 관련하여 글을 쓰겠다.)
그러나 너무 심취하면, 무적의 자기 합리화를 통해 나의 자기비판 가능성을 끊어버리고, 나보다 뛰어난 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간접적인 경험으로 상류층의 삶을 보아왔을때는 크게 부럽거나 질투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미약하게나가 눈으로 그 일부를 보니 부러움과 질투가 훨씬 크게 생겼다.
내 생애 그정도 부자가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스로 만족하고 살 정도의 여유는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투심에 사로잡혀 나의 인생설계와 가치관을 망치지 않고, 합리화 없이 진정으로 자아존중할 수 있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