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 같은 아이는 없다. 한 명 한 명 저마다 개성을 갖고 있는,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과도한 입시경쟁과 학업 스트레스로 아이들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특히 4월에는 과목마다 줄지어 있는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준비로 공부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마음의 불안이 몸으로 나타나 조퇴나 지각, 결석하는 아이들도 늘어난다. 교사인 내가 이 아이들 부모님께 전화를 하면 “아이도 나도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부모님도 아이들도 모두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불안을 해소하고 자기를 지키는 멘탈, 과연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한성여중 전문상담교사이자 2011년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온라인 상담넷을 맡고 있는 윤다옥 선생님은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의 저자이다. 이번 강의에서 공부로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지, 아이들 곁에서 부모의 적절한 역할은 무엇인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친절하게 들려준다.
부모는 자녀의 스파링 파트너
1편에서 청소년기 특성에 따른 학업 스트레스의 유형과 요인, 그것이 아이들 삶에 미치는 영향이 자세히 나온다. 문득 우리 반 아이들이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희수, 자신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데 부모님이 너무 걱정해서 힘들다는 선호, 10분마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지향이, 한 달에 한 번씩 장래희망이 바뀌던 원준이까지! 이 모든 게 뇌가 폭풍 성장하는 청소년기라 그런 거였구나. 걱정만 하기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가 더 단단해질 거라 믿어야 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든든한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주라는 조언! ‘스파링 파트너’라니,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아이가 진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더 많이 알고 싶다면 강의에서 소개한 뇌 구조 그리기 활동을 함께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뇌 구조 그림’ 2장을 준비해서 한 장에는 아이가 생각하는 진로, 다른 한 장에는 자신의 부모가 생각하는 진로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써 본다. 서로의 생각을 알아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팁이다.
진로에 대한 내 생각, 부모님 생각
내게 있었으면 하는 아이가 아니라, 실제 '내 아이'
2편은 불안하고 지친 아이들의 구체적 사례 6가지를 통해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성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아이, 부모의 심한 통제를 받는 아이,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안 나와 괴로워하는 아이, 학업만 중시하는 구조에 소외되고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 시험 때마다 불안해서 자기를 비난하는 아이, 기초학력 부진으로 괴로워 하는 아이. 사례별로 세심하게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내 아이는 어디에 해당할까? 이 강의에서 제시한 해결책을 아이 상황에 맞게 실천한다면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3편에서는 부모의 불안까지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조언들이 이어진다. “부모는 ‘내게 있었으면 하는 아이’가 아니라 ‘실제 내 아이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와 평소 관계가 탄탄해야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니, 평상시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잔소리나 지적이 아닌 대화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부모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아이의 이야기에 반응을 보여야 하고, 흔들려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는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바라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4편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제목부터 눈에 띈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부모 스스로 의심과 불신이 많아진다. “나는 부모로서 결코 충분할 수 없다.”,“자녀의 성공이나 실패가 나를 규정한다”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지 않나.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 지침 아닌 지침에 따르지 못하면 부모로서 완벽하지 못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윤다옥 선생님은 ‘내가 내 아이의 부모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안아주라 권한다. 그리고 여전히 자책하는 부모들에게 이 말을 건넨다. ‘어머님,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안 듣는 것 같아도 부모를 보고 자라는 아이들
무엇보다,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속지 말라 당부한다. “쓸데 없는 거 하지마. 시간 낭비야.” “변할 거니까 하지 마.” 우리는 이런 말들을 아이들에게 자주 한다. 한 아이는 해 보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한 달만 하고 포기할까 봐 부모님께 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청소년기는 충분히 도전해 보고 실패해 봐야 하는 시기인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길로만 가고,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아이는 도전하고 집중하고 탐색해 봐야 알 수 있으니, 시도하고 망쳐 볼 수 있는 자유를 주라고 강조한다.
아이는 여전히 부모를 바라보고 있다. 안 듣는 것 같아도, 툴툴거려도 부모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보고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공부로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데 구체적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이 강의를 듣고 한 가지라도 실천해 보라 권하고 싶다. 아이와 부모의 마음이 모두 회복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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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노워리기자단 권신영
좋은교사운동이 하는 일이라면 어디든 따라간다는 마음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까지 후원하게 되었고, 공적 글쓰기를 잘 해보고 싶어 노워리기자단에 지원했다. 아이들과 '시험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노력하는 고등학교 사회교사이다.
■ 이 글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자기주도력] 중등편 3강, '질풍노도의 시기, 자기 주도성을 위한 멘탈체력 기르기' 녹화 영상을 미리 보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