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 건국대와 고려대, 결승에서 만났다
배지헌의 러버게임 2012/07/13 19:02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른 고려대 4번 김경도. 1학년 때 보여줬던 타격 감각을 조금씩 회복해 나가면서 4학년이 되는 내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사진=배지헌)
대통령기를 차지할 주인공이 건국대와 고려대로 압축됐다. 13일 목동에서 열린 제46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준결승에서 건국대는 연장 11회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경남대에 재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부진에 시달리던 고려대도 계명대 돌풍을 잠재우며 시즌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1학년생 투수 김주한은 9이닝을 2실점으로 완투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두 팀의 결승전은 14일 오후 1시에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경남대학교 2-3 건국대학교
승: 김승현 (3.2이닝 1안타 2삼진 1자책 무실점) 패: 박제윤 (3.1이닝 3안타 1볼넷 2실점 무자책)
건국대가 연장 11회말 경남대의 끝내기 실책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건국대는 김학성을, 경남대는 에이스 신세진을 선발로 냈다. 먼저 앞서간 쪽은 건국대였다. 건국대는 5회말 바뀐 투수 이석재를 상대로 홍창기의 볼넷과 실책, 이준평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남대도 만만치 않았다. 5회까지 김학성에 끌려가던 경남대는 6회초 선두 4번 권희동이 중견수 키를 넘는 3루타로 포문을 열고, 이동희의 내야땅볼로 홈을 밟아 1-1 균형을 맞췄다. 권희동은 앞서 열린 영남대와의 서스펜디드 게임 13회말에도 이성민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친 주인공. 이후 양 팀 모두 추가득점에 실패하며 경기는 연장전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강릉고 에이스에서 건국대 에이스로. 1학년 김승현이 또 한번 위력적인 배짱투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연장전 승부치기 2이닝 동안 1점만을 내주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배지헌)
10회초 경남대는 1사 2, 3루에서 권희동이 또 한번 좌전안타를 때려내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건국대 좌익수 홍창기가 완벽한 송구로 2루에서 내달린 류현철을 잡아내며 1점을 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건국대도 10회말 1점을 내며 경기는 다시 연장 11회로 이어졌다. 11회초 1사 2, 3루 찬스에서 홍지운의 타구는 우익수 노수광에게 잡히는 플라이 아웃. 3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김준완도 2루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 실패. 이렇게 되자 쫓기는 쪽은 경남대가 됐다. 한 점도 줘선 안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11회말 무사 1, 2루에서 홍창기의 번트 타구를 잡은 투수 박제윤이 1루로 던졌지만 뒤로 한참 빠져나가는 악송구가 되었고,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3-2 건국대의 끝내기 재역전승. 마지막 3.2이닝을 1안타 무자책으로 막아낸 1학년 김승현이 승리투수. 유격수 조정원은 2안타(2루타 1)로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건국대 차동철 감독은 "기왕이면 고려대와 자존심을 건 승부를 하고 싶다"며 결승 상대로 고려대를 지목했다. 차 감독은 "1학년인 김승현이 마지막을 착실하게 막아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칭찬한 뒤, "기용할 수 있는 투수가 많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고 내일 바로 결승전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건국대는 앞선 KBO 총재기 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동국대에 패하며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번이 올해 들어 두번째 우승 도전이다.
*경남대는 준결승전을 치르기 바로 직전, 오전 10시부터 전날 연장 12회까지 승부를 가르지 못한 영남대와의 8강전을 치러야 했다. 결과는 13회말 권희동의 끝내기 안타로 3-2 승리. 8강전을 치르고 바로 이어서 4강전을 치르는 일정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일부 대학 감독은 "8강-4강-결승전을 사흘 연속으로 치르는 대회 일정은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계명대학교 2-5 고려대학교
승: 김주한 (9이닝 5안타 7탈삼진 2실점) 패: 진효룡 (2.2이닝 4안타 1볼넷 4실점 3자책)
경희대와의 8강전에서 맹타를 휘두른 '4번타자' 김경도가 또 한번 펄펄 날았다. 김경도는 이날 계명대전 2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우익수 뒤로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쳐낸 것은 물론, 3회에도 2사 1, 3루에서도 2-0을 만드는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또 팀이 4-1로 쫓기던 5회에는 다시 1점을 도망가는 희생플라이까지 기록하며,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으로 원맨쇼를 펼쳤다. 타선에 김경도가 있었다면, 마운드에는 1학년 에이스 김주한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김주한은 이날 9이닝을 혼자 던지며 5안타 1볼넷(몸에 맞는 공 2개) 탈삼진 7개에 2실점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고려대 1학년 사이드암 김주한. 절묘한 컨트롤을 앞세워 계명대 돌풍을 잠재웠다. (사진=배지헌)
계명대도 찬스는 여러 차례 있었다. 4회에는 2사후 채우석의 2루타와 이지민의 안타로 1점을 만회한 뒤 이지민이 도루로 2루까지 진출했지만, 5번 구경덕이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득점에는 실패했다. 6회에도 2사후 채우석의 기습번트 안타와 도루, 이지민의 볼넷으로 2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3루 주자가 런다운에 걸리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1점이라도 냈다면 경기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주루사였다. 계명대는 9회초 이번에도 채우석이 안타와 연속도루로 3루로 간 뒤 이지민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했지만, 때늦은 감이 있었다. 계명대는 지난 동국대전에서 호투한 선발 진효룡이 2.2이닝만에 4실점(3자책)하고 물러난 것이 아쉬웠다. 3번 채우석은 3안타에 도루 4개를 성공시키며 고군분투했지만 팀을 승리로 견인하지는 못했다. 고려대 한영준 감독은 승리하기는 했지만 경기 후 선수들의 안이한 플레이를 강하게 질책하며 결승전을 앞두고 정신무장을 단단히 시키는 모습.
*맹타를 휘두른 김경도(3학년)는 지난해와 올해 초반 부진했지만, 하계리그부터 조금씩 타격감을 찾아가는 모습. 전날 8강전 경희대전에서도 2안타 3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에 대해 김경도는 "강릉영동대전 때부터 파울이 되긴 했지만 큰 타구가 나오면서 자신감을 찾았다"며 "경희대전에서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슬럼프 기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시즌 초반 3루수로 전향했을 때 스스로는 크게 부담되지 않았는데 방망이가 맞지 않으면서 주위에서 포지션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팀 성적도 부진하면서 결국은 포지션 변경을 자청했다. 외야를 다시 보기를 잘 한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영준 감독 부임 이후 "팀이 좀 더 체계적이고 프로 같은 시스템 하에서, 고대다운 야구를 하고 있다"며 "시즌 초에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다소 어수선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던 게 부진의 원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들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고 경기에 집중해서 수비 실수 없이 팀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대통령기에서 고대의 선전 이유를 진단했다. 대회 최우수선수도 가능할 것 같다는 질문에는 "상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우승하고 싶다. 우승할 때 전광판 라인업에 내 이름이 찍힌 채로 사진을 찍고 싶다"며 의젓하게 대답했다. "이 멤버로 우승 한번은 해야죠." 김경도의 마지막 말이다.
*한편 고려대 야구부는 올해 들어 상의부터 스타킹, 스파이크까지 전부 새하얀 '백의민족' 컨셉의 유니폼으로 대학야구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는 중. 이 유니폼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한 구단 관계자는 "학교측에서 좀 더 빨라 보이고 가볍고 날렵해 보인다는 이유로 그렇게 디자인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유니폼을 직접 입는 선수들의 입장에선 어떨까. 모 선수는 "내년에 4학년이 되면 주장을 통해서 유니폼 교체를 강력하게 건의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일단 야구를 잘하면, 어떤 유니폼도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내일(14일)의 대학야구 - 제46회 대통령기 결승
13:00 고려대 vs 건국대 (목동야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