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4
귀촌 첫날
모두가 서먹서먹하다. 입소식은 구례 군수님의 환영사와 군의회 부의장님의 축사로 짧게 끝맺었다. 농업창업지원센터 현관 앞 계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해산했다. 이로써 10개월간의 교육생 생활이 시작된다. 기대와 두려움이 반반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제 싣다 말은 짐들을 하나씩 날랐다. 어묵탕을 데워 먹고는 대구에서 2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서 구례에 도착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선 방은 냉골이다. 보일러를 켜고 트렁크에 실린 이불, 옷가지들, 주방용품 등을 옮기고 정리했다. 돌아서니 점심시간이고, 잠시 앉았다 일어서니 입교식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입교식을 마치고 곧장 읍내 마트와 다이소를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몇 개 구입했다. 3일, 8일이 장날이라 한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꼭 둘러보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사람 사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 시장은 여행의 필수 코스다. 어제가 장날이라 한다. 아쉽지만 나흘 뒤 장날에는 아내 손을 잡고 두어 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계란, 고구마, 요거트, 바케트 빵까지 담아 숙소로 돌아왔다.
현관 도어 완충기에서 구리스가 뚝뚝 떨어진다. 담당자에게 고장 신고를 하고, 화장실 변기의 변좌 고정이 미비해서 교체를 요구했다. 변좌는 금방 교체 물품을 가져다주었지만, 도어 완충기를 손볼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급한 게 아니라서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방바닥은 나름대로 온기가 있는데, 공기가 차다. 2개월을 비워둔 방이라 온기가 덜할 수도 있지만,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온다. 단열이 미비한 모양이다. 걱정스럽다.
은퇴와 함께 집을 떠나기로 한 계획은 실천했다. 이런 게 시작이다. 원하는 땅에 왔고, 원하는 여유로움을 농토에서 누리려 한다. 기대했던 바와는 일부가 다르리라 생각하고 있다. 아니, 많이 달라도 상관없다. 적응 여부는 나에게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은 나에게서 시작되고 선택되며 결정된다. 그래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첫댓글 몸빼바지 밀짚모자 내꺼도 사놔줘요
3, 8. 장날 다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