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4
귀촌 첫날
모두가 서먹서먹하다. 오늘이 공식적인 첫 만남이니 그럴 수밖에. 입소 조건을 갖춘 29팀이 선정되었다고 들은 바 있다. 입소식은 구례 군수님의 환영사와 군의회 부의장님의 축사로 짧게 끝맺었다. 사무동 현관 앞 계단에서 기념 촬영을 한 후 해산했다. 이로써 10개월간의 교육생 생활이 시작된다. 기대와 두려움이 반반이다.
장 보러 가야겠다. 입교식을 마치고 곧장 읍내 마트와 다이소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몇 개 샀다. 계란, 고구마, 요거트, 바게트까지 담아 숙소로 돌아왔다. 읍내까지는 약 4km이며 고작 10분 내외이다. 가까워서 다행스럽다.
어제가 장날이었다고 한다. 장터를 싸돌아 다니며 눈을 맞추고 가격을 물어보는 쓸데없는 방황이 늘 즐겁다. 장터는 사람이 북적대는 곳이라 사람이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구태여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주인이 되는 착각 속에서 기분이 좋아진다. 구례 전통시장의 장날을 미리 생각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나흘 뒤 장날에는 아내 손을 잡고 두어 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해외여행에서도 꼭 둘러보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시장은 여행의 필수 코스다.
센터의 담당자에게 고장 신고를 했다. 화장실 변기의 변좌 고정이 미비해서 교체를 요구했더니 금방 교체할 물품을 가져다준다. 친절하다. 현관문 완충기에서 윤활유가 뚝뚝 떨어진다. 완충기를 손볼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급한 게 아니라서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방바닥은 나름대로 온기가 있는데, 공기가 차다.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온다. 단열이 미비한 모양이다. 걱정스럽다.
구례는 예로부터 삼대삼미(三大三美)의 고장이라 했다. 지리산이 높고 섬진강이 흐르는 넓은 들판을 가진 청정지역이 구례라고 했다. 산이 깊어 경치가 좋고, 들판이 기름져 소출이 넘치니 인심도 넉넉한 좋은 땅이라 한다. 여기는 공장이 하나도 없다. 불빛과 자동차 소음이 없어 밤은 모질게 컴컴하다. 현재로서는 텔레비전조차 없어 숙소는 심심하다 못해 낯설다. 나와 소통을 원하는 누군가가 불러준다면 당장 그에게 달려가서 꽃이 될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몸빼바지 밀짚모자 내꺼도 사놔줘요
3, 8. 장날 다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