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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는 내 친구 영주만큼 예쁘고 따뜻한 도시입니다. 인구가 10만 정도 되는 작은 도시인데 서천을 따라 형성된 도시는 문화와 규모가 있고 유서 깊어 보였어요.
서울 청량리역에서 KTX 타고 1시간 40분 가면 영주가 나옵니다. 교통의 발달로 이제 지방 어디나 가기 쉬운 도시가 되었네요.
영주는 여기저기 아름다운 고택들이 많고, 심지어 고택에서 민박집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고택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도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주역에서 내려, 먼저 삼판서 댁 뒤에 있는 '제민루'를 들렀어요. 제민루는 조선시대 최초 지방 의료기관인데, 언덕 위에 세워져 영주 풍광이 시원하게 보입니다.
그런 다음 구성공원 옆 강가로 가서
오늘의 목적지인 무섬마을까지 서천을 따라 10km 걸었습니다.
만약 좀 짧게 걷고싶다면, 영주역에서 바로 서천 뚝방길로 들어가서 무섬마을까지 가도 좋습니다.
지방자치제가 다 그렇듯이 영주시도 걷기 좋은 길을 서천따라 만들어 놓았습니다. 산책길 초입에는 황토를 얇게 깔아놓았습니다. 약간 마사토가 섞여있어 초보는 발바닦이 몹시 따끔거리네요. 맨발걷기 열풍으로 여기 영주분들도 황톳길을 따라 맨발로 걷는 분도 많이 보입니다. 아기자기하게 빨간 북박스와 노란 우체통도 설치해 놓았네요.
벚꽃나무가 줄지어 가로수로 있는 천변에는 산책하다가 쉬어갈 수 있도록 의자가 많이 있습니다. 의자를 보면 편안하게 앉고 싶어서 그런지 눈길이 갑니다.
영주 의자는 모양이 투박한듯 하지만
직접 나무를 깍아 만들어서 모양이 매우 독특하고 멋집니다
의자 모양도 각각 다릅니다
누구의 작품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런 표시는 없습니다
강가의 구절초가 가을을 알리고 나무 그림자가 길어집니다. 벚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가을하늘은 푸르게 높아집니다
친구 하나가 파란 양산모자를 쓰고 걷는 바람에 신호등처럼 잘 보여서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꾀꼬리 마을에 들어서자 부엉이 두 마리가 우리를 반기고, 보랏빛 좀작살나무도 가을 한 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치좋은 시골마을 정자에 앉아
가지고 온 간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고
아니온듯 깨끗하게 쓸고 닦고
잠시 쉬면서 한담을 나누어 봅니다
걷다가 데크길을 만나면
발이 편안해지고,
그늘까지 있는 숲속 데크길을 걸을 때면
행복이 배가됩니다
좀더 걷자니 서천변은 나무의 반영따라 쑥부쟁이가 한창입니다. 강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모래톱도 예쁘게 쌓이네요.
드디어 무섬마을 외나무다리가 보입니다.
마침 외나무다리 축제기간이라 관광객이 많습니다. 한 줄로 가야하는 외나무다리인데
양쪽에서 동시 출발하여 먼저 가겠다고 맞짱을 뜨는 바람에 교통체증도 일어납니다.
한 편의 이솝우화가 생각납니다
염소 두 마리가 외나무다리에서 싸우다 떨어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람들도 똑같습니다. 양보하지 않으면 둘 다 물로 빠져버리는거죠. 누군가 낮술을 했는지 비틀거리더니 풍덩 강물에 빠졌습니다. 이내 벌떡 일어나더니 비실비실 웃고 물속으로 걸어 갑니다. 강물 깊이가 무릎 정도여서 그다지 위험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해 보입니다.
여기 이 시간, 외나무다리 위에 있는 사람은 운명공동체입니다.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의 공멸을 조심하라는 얘기겠지요.
무섬마을의 무섬은 물로 둘러싸인 물섬이
변형된 말로 그 옛날에는 외나무다리로만 건너갈 수 있었다합니다.
지금은 물론 다리가 놓여있습니다.
외나무다리 자체가 특이하고 예쁩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리를 건너는데,
주변 풍경이 너무 고즈넉하고 평화로워서 마음이 편안집니다. 물소리도 졸졸졸 들리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도 듣고 있으면 진짜 신선이 된 기분이 듭니다.
다리 중간중간에 서서 사진 찍으면 인생샷 건지기 딱 좋습니다. 특히 해질녘에 가면 노을빛에 물든 마을과 다리가 어우러져서 진짜 장관입니다. 꼭 해질녘 시간을 맞춰서 가시길요.
좀더 깊어가는 가을, 추캉스를 떠나고 싶다면
무섬마을 고택에서 하룻밤 자보는것 좋을듯 합니다. 물론 눈으로 덮인 무섬마을도 연하장에 나오는 그림처럼 아름다울 것이에요.
국가유산청은 영주 무섬마을 만죽재 고택과 해우당 고택을 유물들과 함께 국가민속문화유산 ‘영주 만죽재 고택 및 유물 일괄’과 ‘영주 해우당 고택 및 유물 일괄’로 각각 지정했다고 합니다.
만죽재 고택은 조선시대 병자호란 이후 360년 동안 집터와 가옥을 온전히 지켜오며 큰 변형 없이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와서 맛집을 찾아보니 창신식육식당, 남부숯불생고기, 순흥전통묵집, 순득이네손두부식당, 팔도감꼬막집...
이 식당들이 영주 파이브맛집이라네요.
항상 느낀 점인데 식당과 메뉴를 정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기에서 유명하다는 창신식육식당의 고기를 먹으면서 하루 피로를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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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여행은 영주역에서 시작하여 무섬마을까지 걸어가는 트레킹 위주였다면,
둘쨋날은 관광모드로 영주의 유명한 곳을 중심으로 가보았습니다.
세계문화유산 부석사,
고즈넉하게 혼자 생각하기 좋은 소수서원,
천 년의 시간이 쌓인 바위 부용대를 거쳐
인삼의 도시 풍기 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길 위에서는 달달한 '정도너츠'를 사먹고, 마실치유숲길과 풍기 읍치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어우러진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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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도시입니다. 고택과 외나무다리가 품은 세월의 향기, 서천을 따라 걷다 만나는 계절의 속삭임, 그리고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발길 닿는 곳마다 삶의 쉼표를 선사하는 낯선 도시에서 하루을 보내며, 나는 다시 깨닫습니다. 여행은 단지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결을 따라 나를 채우고 비우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 위에서 바라본 노을처럼, 영주의 기억은 내 마음 한켠에 따뜻하게 물들어 오래 남을 것입니다.
첫댓글 영주는 부곡사외에는 가보지 못했는데 아름다운 곳이 많네요 따뜻한 봄날되면 꼭 가봐아겠어요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도 손짓하구 ᆢ
꼭 가보세요
트레킹 위주로^^
앗! 무섬마을이다~^^
2년 전에 제가 이 마을을 다큐촬영해서
추석특집으로 방송했더랬지요~^^
선생님께서 촬영하셨군요
무섬마을은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고 교실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