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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를 흐리는 존재의 힘 >
〔인터뷰〕 아.루다 사회적협동조합 김미선 대표 & 박진선 상담사
#경계선지능인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혹시 '경계선지능인'이란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2023년 11월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라하 웹툰 원작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는 '경계선지능인' 병희가 나옵니다.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고3 병희는 친구들과 말도 안 통하고, 담임교사와 성적이 안 되는 항공대 지원으로 갈등을 빚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자해를 시도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처음 실시한 지능검사의 병희 점수는 71점인데, 병희 어머니는 의사에게 재검사를 요청합니다.
병희: 시험 한 번만 보면 된다며? 엄마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애. 다들 내가 뭐만 하면 잘못됐대!
병희 어머니: 그때도 엄마가 얘기했잖아. 그래야 점수 낮게 나온다고.
병희: 다른 때는 시험 볼 때 몰라도 다 풀라 그러더니 지금은 왜 그러는 건데?
병희에게 병희 어머니는 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말라 했을까요? 병희가 일반학교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좇기보다 70점 이하로 나와 지적장애진단이 나오길 원했습니다. 특수학교에 가서 천원이라도 더 벌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경계선지능이란 #지원 근거 및 배경
#경계선 지능인의 일반적 특징 #경계선 지능 체크리스트
경계선 지적 기능(Brderline intellectual fuctioning)
정신질환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서적인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출판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4,1994)에 따르면, ‘표준화 지능검사 상 IQ 70~85 사이에 속하며 적응 능력 일부에 손상이 있지만, 그 정도가 IQ 70이하의 지적장애에서 보이는 것처럼 심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7월 최신판 DSM-5에서는 경계선 지능을 장애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하여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은 장애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학습능력, 어휘력, 인지능력, 대인관계 등 사회적응에 어려움이 있어서 경계선 지능인의 특성에 따른 정서적·인지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원 근거 및 배경
학교 - 학업 성취 어려움/숫자 개념 부족 /추상적 사고의 어려움 |
경계선 지능 학생은 일반 학생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숫자 개념이 부족하고 추상적 사고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은 일반 학생의 학업 성취 속도에 맞춰 교육되므로 경계선 지능 학생은 전 과목에서 학업 성취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래집단 - 사회적 분위기 파악 어려움 /갈등 해결 능력 부족 /소외감, 부정적 감정 |
경계선 지능 학생은 일반 학생과 비교해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또한 또래집단 내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로 인해 또래집단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은 또래집단의 반복적인 소외로 인해 자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부정적 감정을 자주 호소합니다.
국가 - 병역 갈등과 취업 어려움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 |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로 분류되지 않지만 병역 갈등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직장 - 노력 부족으로 오해 /‘느리다, 게으르다’ 평가 |
경계선 지능인은 일반인과 비교해 업무능력에서 부족합니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인식 부족은 종종 노력 부족으로 평가됩니다. 더욱이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의무고용대상에서 제외되기에 취업과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의 일반적 특징
1. 집중력이 낮고 실수가 많다.
2. 의심이 적고 남의 말을 잘 듣는다.
3. 지나치게 겁이 많거나 지나치게 겁이 없는 경우도 있다.
4. 불문율*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불문율(不文律): 문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상식선에서 지켜야할 질서나 행동 규율
5. 말의 숨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6. 눈치가 부족한 편이다.
7. 복잡한 과제가 주어지는 경우 지루해하거나 회피한다.
8. 사람들과 평범하게 맞춰서 지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9.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추론능력이 떨어진다.
10. 30분 이상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
경계선 지능 체크리스트
(*출처: 교육부 공식 블로그)
영유아기
- 던지기, 잡기 등 몸을 크게 움직이는 동작이 어색함
- 단추채우기 등 세심한 동작이 또래에 비하여 서투름
- 지시사항에 대해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함
- 시각, 기억, 처리에 서투른 편
- 의사소통이 힘들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함
- 주의력과 집중력에 기복이 있음
아동기/학령기
- 다소 쉽게 지치고 산만해짐
- 긴 이야기와 수업시간에 집중이 어려움
- 일반적인 규칙을 이해하기 어려워 지키기 힘들어함
-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잘 기억하지 못함
- 또래친구들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함
- 발음이 부정확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함
- 단어와 문장을 왜곡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함
※ 자료제공: 아.루다 사회적협동조합 ‘Talk닥 Talk닥'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매뉴얼
청소년기
- 반복된 학업 실패로 인지적 무능감과 부정적 자기효능감 등 자아개념이 가장 문제가 됨
-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성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좌절하는 아동이 많고, 집중력이나 충동성의 문제가 동반될 시 인터넷이나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함
- 이 시기에는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가슴이나 어깨가 아프고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눈이 잘 안 보이는 등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함. 이런 상황으로 병원을 수시로 다니게 되나 병원 진료 시에는 크게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꾀병 부리는 아이로 낙인찍히기도 함
- 가끔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갈망을 보이는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면 망상, 환청 등이 나타나기도 함
※ 출처: 임한결 경기장애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 “참여연대 〔기획3〕 장애와 비장애 사이, 사각지대에 빠진 경계선 지능 아동”, 〈표 3-1〉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징 중 청소년기
#아.루다 사회적협동조합 소개 #고양시 평생교육과와의 인연 #경계선지능인 만남
*2024년 5월 10일, 고양시 경계선지능인 사업에 선정된 아.루다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김미선 대표와 박진선 상담사를 송은비 주무관과 함께 인터뷰했습니다.
(오전 10시~12시)
송은비 주무관(이하 송주무관): 먼저 아.루다의 뜻과 사회적협동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미선 대표(이하 김대표): 예술치료사 협동조합이다 보니 특성을 반영하는 여러 이름을 찾다가 아루다, 아름다움을 이룬다는 말을 썼어요. 한 분이 무채색 느낌이 든다며 점을 찍어보자는 거예요. 아! 하면서 쉬거나 호흡을 하는 의미가 좋아 통과됐죠. 사회적 협동조합이 결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2015년에 동아리 모집을 해서 2017년까지 디딤돌동아리로 고양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컨설팅 등 지원을 받으며 준비했어요. 서로 잘 모르는 영역도 공부하고, 연극치료나 동작치료 등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이 많았죠. 저는 예술치료사지만 동작치료는 모르던 때라 프로그램개발 필요성으로 관련 교수님들께 교육과 컨설팅을 받았죠. 대상자를 돕는 법과 대상자의 요구수준을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여내고 구체화할지를 공부한 2년이었어요.
김대표: 2015년에 예술심리상담사들의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제가 제안했어요. 다른 협동조합과 다르게 학과밴드와 고양시상담사밴드 양쪽으로 모집해서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 12명이 모인 셈이죠.
김서연기자(이하 김기자): 학과밴드라고 하면 어디 학과 밴드일까요?
김대표: 명지대학교 예술심리치료학과를 시작으로 동국대학교와 한양대학교로 이어졌어요.
김기자: 좋은 취지로 시작했어도 낯선 타인이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지속해온 이유나 비결이 있을까요?
김대표: 하나는 예술치료사들이 고용되어 일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직접 운영해보자고 시작했어요. 50분 단위로 계속 사람이 들어온다든지 기관과 상담사, 부모 간의 알력 등 어려움을 접하면서 당사자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당사자의 이익과 요구를 대변하고, 지속적인 재교육과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상담의 필요였어요. 다른 하나는 예술치료사들의 사회적 기여 부분이에요. 초창기 회의에는 16명으로 시작, 안 맞아 떠나신 분을 빼고12명이 2년간 교육을 받았어요. 그러다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을 세울 준비가 되었나 하는 부분에서 6명이 남았죠. 또 한 번은 협동조합 결성 후에 사회적 기여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나간 분은 빼고, 사회적 기여라는 목적에 동의해서 합류한 분까지 현재 10명입니다.
송주무관: 아.루다 사회적 협동조합(이후 아.루다)이 경계선지능인과 연결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대표: 경계선지능이란 개념을 특별히 인식한 계기는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이하 흰돌복지관)과 이루다학교와의 만남이었어요. 흰돌복지관에서는 요청이 왔고, 이루다학교에는 저희가 자원해서 연결됐어요. 이루다학교 청소년재단에서 청소년위기지원사업을 받았어요.
방학 때 특강 형식으로 경계선지능 청소년들을 만났어요. 경계선지능 중·고등학생들 18명과 2년을 만나면서 경계선지능인의 특징을 이해했죠. 흰돌복지관에서는 학령기아동인 초등학생 중심이었고, 경계선지능인의 개념과 필요를 감지하는 프로그램을 하며 배웠어요. 경계선지능인이 친숙해질 무렵, 작년 경기도에서 경계선지능인 시범사업 공모가 올라왔어요. 우리가 한번 해보자 해서 선생님들과 준비했고, 화성시, 오산시와 고양시 3개 기관이 선정됐어요. 작년 7월에 시작해서 10월까지 4개월 간 숨이 가빴지만 즐겁게 했어요.
김기자: 주민제안을 통해 이번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어요. 어디 주민들이셨나요?
김대표: 화성시 경계선지능인 부모모임에서 주민제안예산사업을 신청해서 발의가 되었대요. 고양시 경계선지능인 부모님들은 정보교류 중심의 커뮤니티방을 운영하세요. ‘뜰엔 비가 내리는 팜’이란 뜻의 고양커피농장, 뜨렌비팜도 부모모임이 있고, 이루다학교 역시 부모모임을 하는 걸로 압니다.
송주무관: 이전에는 어떤 사업을 하셨는지 간단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김대표: 장애인대상으로는 청년자립을 위한 요리교실을 했어요. 당시 농산물을 운용할 수 있어 장항1동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활동가로서 공동체나 농장 인맥을 활용해 농작물을 이용한 요리교실을 생각했고, 요리교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장애인 청년이 생각났어요.
당시 상담하던 장애인 청년 3명과 복지관에서 소개받은 청년을 포함해 총 12명 청년이 모였죠. 한식요리전문 중년봉사자 한 분과 몇몇 봉사자를 만나 장애청년들이 스스로 요리하는 사업을 했어요. 너무 크지 않고 뾰족하지 않은 칼을 신경 쓰고, 청년들이 채소를 다듬고, 씻고, 썰었어요.
뭔가를 만들어 나눠 먹는 요리교실에서 행복감을 느낀 제 경험이 요리교실을 만들었어요. ‘내가 먹을 음식을 내가 만들어먹을 수 있다’는 자립의 출발점에서 청년자립을 위한 요리교실을 개장했고, 지금도 가끔 요리교실을 진행합니다. 오랫동안 사진 강사 일을 하면서 청소년 전담이었어요. 청소년의 정서와 기성세대 간의 긴장을 지켜보면서 세대 간 소통의 필요를 느꼈죠.
김기자: 사진 강사를 하다 예술심리치료 쪽 공부를 시작하신 건가요?
김대표: 청소년을 오래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문제에 관심이 갔고, 자살 및 가족, 정신질환 등 긴박한 상황들도 우연히 겪었어요. 공부를 안 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으로 예술심리치료 공부가 시작됐죠. 처음부터 사회적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라 그 쪽을 선택한 것 같아요.
다른 단체들은 개인상담 위주인데, 저희는 집단 위주예요. 집단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만 개인상담을 병행하시라고 권해요. 저는 타인과의 소통, 자기표현, 감정표현의 교류들이 개인의 자부심과 긍지, 효능감 형성에 중요 요인이라고 믿어요. 아.루다에서는 개인상담이나 가족치료 타깃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송주무관: 작년 연말에 경기도 사업에 대한 성과 공유회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김대표: 농부학교나 임산부학교처럼 개방적 학교인 청년학교를 제안했어요. 강사, 마을 인사, 부모들이 모여 운영위원회 제안을 드렸고, 올해 3월에 모임을 가졌어요. 행사는 안 했지만 4월 5일을 개교기념일로 정했어요.
내년 4월 5일에 1주년 청년학교를 재미있게 해보자고 말씀드렸죠. 지금은 청년학교 프로그램으로 손끝 프로그램, 연극, AI로 창작 활동하는 챗GPT교실을 운영해요. 지적장애인들은 온갖 미술을 많이 해서 손끝조작이 능한데 비해 경계선지능 아이들은 빵 끈도 못 푸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청년들도 힘들어해요.
박진선상담사(이후 박상담사): 경계선지능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유치하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 외에 가위질 같은 손 조작을 거의 안한 것 같아요. 저희 목표는 그것을 유치하지 않게 하는 거예요.
송주무관: 교육을 할 때, 핵심적인 부분이 뭔가요?
김대표: 경계선청년들은 여러 사례가 섞여 있어요. 아예 모르다가 갑자기 발견한 경우에는 교육이 전혀 없다가 이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엄청 교육을 많이 해서 경계선수준이 된 아이들이 있어요.
안 해본 친구들은 교육을 굉장히 낯설어 해요. “내가 왜 해야 돼? 난 장애인 아냐.”하며 저항하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요. 많이 해본 친구들은 많이 해본 형식에 최적화된 장점이 있지만, 누적된 스트레스가 있어요.
작년에 딱 하나 중심적인 목표를 세웠어요. 뭐든 하게 하되 실패시키지 않는 것. 모두가 성공경험을 갖게 하는 거예요. 재료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새로운 것을 엄청 찾았어요. 누구도 실패하지 않게 하려고 조작은 쉽지만 의미 있는 경험을 선물하는 거죠. 어쨌든 조작이 쉬우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게 했어요. 두 번째는 구성원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모둠활동을 멈추고 그 문제만 다룬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김기자: 무조건 실패하지 않게 한다는 것과 구성원의 문제를 전체 문제로 학습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요?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요?
김대표: 첫 번째는 정서적인 부분이에요. 아이들이 실패감이 많고 효능감이 굉장히 낮아요. 부정적 정서가 많아요. 상황을 공격적으로 해석해요. 인정받아본 경험이 적다 보니 불편한 감정접촉이 일어나면 바로 부정적 정서가 올라와요.
경계선지능인은 실패를 하면 부정적 정서가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요. 저희가 쉬운 작업이지만 새롭고 흥미로워할 만한 것을 활용하는 이유기도 해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능 편차별 그룹 작업에서 발견한 것이 있어요. 지능이 낮은 친구들은 자기 작업 중심인데 비해 지능이 75이상 되는 친구들은 사회적 시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두 번째는 사회성 그룹이다 보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빨리 안 해도 되니까 기다려주는 거예요. 누군가 힘들 때 기다려주자 그리고 그 감정이 뭔지 들어주자. 왜 그랬어가 아니라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한 날은 아무 말도 않고 기다린 적도 있어요.
박상담사: 경계선지능 친구들은 자기감정을 수용 받은 경험이 적어요. 집단을 하면 한정된 시간에 빨리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이끌어가려고 하세요. 그 친구에게는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중요한 감정인데, 그 감정을 오롯이 수용 받지 못하니까 갑자기 분노를 표출하거나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요.
그래서 더욱 사회성 그룹 안에서 모두 함께 기다리고, 지켜보면서 갈등을 풀어가는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게 구성원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표: 엄청난 대집단이라면 곤란하겠지만, 15명이 가장 큰 집단이에요. 어떤 애가 다친 것 같아요. “너,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라고 물으면 “으앙”하며 우는 경우가 있어요. 모두가 주목하죠.
그 분위기에 대개 “아프겠다”고 공감해주면, 자신이 아프다는 걸, 속상하다는 걸 자각해요. 자각하게 하고, 공감해주고, 충분히 괜찮을 때까지 기다려요. “이 친구가 여기 긁혀서 엄청 속상해서 우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주자.” 하고 다함께 기다려요.
박상담사: 저희는 살아가야 하잖아요. 다 같이 살기 때문에 모두 배워야 해요.
김대표: 그룹이 있는데, 2주 전에 엄청 시끄럽게 하면서 계속 뛰고 타인의 몸을 만지는 아이가 있었어요. 작년 프로그램 끝난 후에 들어온 아이로, 그룹원보다 두 살 어린 친구라 우리가 기다려주자고 해서 한 명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 아이를 두 달 정도 참다가 그룹원들의 감정이 폭발한 거예요. 연극 프로그램을 하던 중이었는데, 중단을 하고 요리 프로그램 1회기를 먼저 했어요. 다음에 작업을 시키면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뤘어요.
한 명씩 아이들의 말을 들어봤더니, “저 애가 저러는 게 나도 불편해.”라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다들 쟤를 빼고 하면 좋겠대요. 아이들에게 생각을 좀 해보자고 했어요. 따로 세계를 만들려고 우리가 그룹 하는 게 아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저 아이를 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친밀하고, 맘에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지만, 언제든 맘에 안 드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하는) 네가 싫어”라든지 “이거, 하지 마”라든지 조정이 일어나기를 바랐어요. 아이들이 규칙을 정했고, 두 가지를 썼어요. 큰 소리로 말하지 않기와 뛰지 않기. 그렇게 했고. 조금 나아지긴 했어요. 그렇지만 갈등이 조금씩은 있어요.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박상담사: 그래서 저희는 적절한 이해, 적절한 기다림, 적절한 표현을 경험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룹 안에서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을 반복합니다. 이 아이들이 여기서 안전하게 감정을 다루지 않으면 분명히 밖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요. 여기서 안전하게 다루는 게 중요해요.
선생님들의 언어 표현도 “이렇게 해야 돼.”가 아니에요. “이러면 어떨까? 이렇게 해볼까? 아 근데 이건 어때? 이건 선생님 생각에는 아닌 것 같아.”예요. 수평적 관계로 어른이 자기 얘기를 이해해준다는 데서 아이들은 “어,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기다림이 꼭 필요해요, 이 아이들에게는.
김기자: 경계선지능인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이런 공감, 기다려줌과 이해받음이 필요해요.
송주무관: 일반인들도 들어야할 것 같아요. 저도 필요해요.
김대표: 경계선지능인과의 만남에서 중요한 교육방향은 부정적 정서를 충분히 배출하도록 돕습니다. 그 다음에 비로소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줍니다. 첫 번째가 정서, 두 번째는 효능감과 사회적 기술, 마지막이 일 경험 즉 사회적 경험이예요.
지적 장애인으로 등록한 숫자가 통계적으로 우리 사회의 3.7~8%인데, 경계선지능인은 14%거든요. 이 친구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너무 없으니까 장애인들에게 공급하는 일 경험을 경계선지능인에게도 주면 좋겠어요. 부모님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괜찮은 병원을 찾아 지능을 낮게 평가받고 장애인복지카드를 발급받아 취업하게 하는 거예요. 안타까워요.
장애인근로사업은 단순한 근로라 점점 지능이 떨어져요. 효능감이 떨어지고 지원사업이 끊어지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이 친구들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모든 직업이 고차원적 지능을 필요로 하지는 않으니까 이 친구들에게 적절한 업무영역과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가능한 근로 내용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김기자: 작년 인터뷰 기사에서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전담기관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어요. 아.루다도 전담기관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전담기관은 어떤 역할인가요?
김대표: 저희가 하든 타 기관이 하든, 같이 하든 전담기관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계선지능인의 특성과 발굴, 적절한 도움에 관한 정보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홍보가 절실해요. 조기발견이 가능하니까요.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교사들이 경계선지능인을 발견했을 때 “이렇게 해 주세요!”라는 지침을 홍보하려고 해요.
전담기관은 교사와 학부모의 중간 기관이 되어 장애를 알려주고, 개개인의 취약성과 개발 가능성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사회성 그룹도 학교에서 하는 게 제일 좋아요. 학교에서 경계선지능인 아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정말 좋지요.
위(Wee)센터 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성장을 위해서 전문상담교사, 임상심리사 등의 전문가들이 ‘진단-상담-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학생을 위한 마음힐링센터 처럼 운영하면 좋겠어요. 기관에 오기도 하고, 학교에 파견할 수도 있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거점센터 같은 전담기관이 고양시에 조만간 신설되면 좋겠어요.
경계선지능청년 개별적 특징을 고려한 컨설팅 및 맞춤식 직업적성교육 및 진로개발도 전담기관에서 이루어져야겠죠.
송주무관: 전담기관 외에 경계선지능인을 위해 필요한 것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대표: 저희는 예술심리상담사 협동조합이다 보니까 석·박사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저희는 경험적으로 누적하지만, 경계선지능인 연구단체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실제 경험 사례를 제공할 수 있고, 그분들은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을 거예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전체적 플랜이 세워지면 좋겠어요. 평생교육이라는 플랜에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전 생애적인 방향과 방법이 구축되면 좋겠어요.
박상담사: 정말 다양한 특성의 아이가 많아 맞춤식 플랜이 꼭 필요해요. 이 아이들이야말로 맞춤식 교육을 제대로 받는다면 지금 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구성원이에요. 올해 서울시에서 경계선지능인 한부모 대상의 지원센터가 생긴다고 들었는데, 고양시는 청년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기자: “정상인은 없다. 우리는 모두 경계인이다.”라는 말을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굉장히 공감했어요. 용어를 잘 변주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느린 학습자 대신 ‘경계선지능인’, 치매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 바보나 멍청한 정신상태라는 뜻 를 ‘인지증’, 노인 대신 ‘노년’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형 스펙트럼 장애, 읽기 장애 등을 ‘신경다양인’이라고 부르는 경우지요. 시민들은 정상, 평균, 장애라는 용어 사용에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김대표: 적절한 용어 사용이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느린 학습자와 경계선지능인은 다른 용어에요. 느린 학습자는 학습하기에 느린 사람으로, 장애인이나 일반인을 포함하는 개념이에요. 느린 학습자가 학습속도에 관한 용어라면, 경계선지능인은 지적장애인과 일반인의 경계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박상담사: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가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을 모두 담을 수 없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완화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다양성을 내포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요.
송주무관: 무엇보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등록 장애인 20만 명보다 경계인지능인이 699만 명이라는 사실, 심지어 35배나 경계선지능인 숫자가 많다는 걸 모르죠. 경계선지능인 자신이나 양육자도 경계선지능인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경우도 많고요.
박상담사: 그래서 발굴이 중요해요.
김기자: 제가 알기로 서울시는 140만, 고양시는 15만이 있어요. 우리나라 인구의 14%인 경계선지능인이 100명 당 14명, 7명 당 1명이라면 굉장히 많은데,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지원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안 믿겨요.
21대 국회에 발의된 4건의 경계선지능인 지원법이 이번 국회의 회기 마감일인 5월 29일 내에 꼭 통과되기를 바라고, 정 안 되면 허 영 국회의원이 약속한 것처럼 22대 국회에서 개원하자마자 재발의되어서 반드시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과 지자체마다 의무적 지원센터가 설치되면 좋겠어요.
김대표: 저는 경계선지능인 사업에서 일반적인 인생사 플랜보다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애인사업과 경계선지능인 사업 방향은 달라야 해요. 장애인의 경우는 “안 돼.”라고 하거나 “이걸 해야 해.”로 교육한다면, 경계선지능인은 “괜찮아.”라고 교육해야 하죠.
경계선지능인들은 도덕이나 사회적 규칙에 대한 이해가 약해서 이 부분에 대한 재교육이 반복적으로 필요해요. 장애청년들이 관계문제, 이성문제, 성문제, 돈 문제 등 사회화교육을 필요로 한다면,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회화 방법을 익히고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 표현을 다양하게 하면서 부정적 감정을 충분히 배출하거나 자기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김기자: 최근에 상호 돌봄과 돌봄의 사회화 의제가 활발한데요. 사회적인 공동부담이랄까, 복지는 상호 돌봄으로 갈 수 있을지, 우리나라의 입법이나 시민의식이 돌봄의 사회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요?
김대표: 2016년에 법인을 만들 때 서로 돌봄이라는 개념을 정관에 넣었어요. 작년부터 고양시가 통합 돌봄, 서로 돌봄을 얘기하시더라고요. 지금은 노년이 아동이나 도시환경 등에 업무보조로 활동하시잖아요.
그렇다면 경계선지능인들은 노년 돌봄도 가능해요. 예를 들어 1인 가구, 고립 은둔 청년, 경계선지능인, 독거노년이나 취약계층노년 및 아동 대상자에게 돌봄에 대한 요구와 필요가 있을 때, 자원이 있는 사람을 연결하고 돌봄을 주고받는 순환구조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김기자: 대표님 말씀이 와 닿는 게 모든 사람은 누군가나 무언가에 의존하고 있잖아요. 사람은 다른 타인과 자연에, 국가는 국민과 시스템에, 반려인은 반려동물에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경계선지능인의 경우도 돌봄 받는 당사자인 동시에 돌봄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초고령화 사회가 심화될수록 돌봄 민주주의와 돌봄 인권이 중요해질 거예요.
최근에 들은 우에노 치즈코의 네 가지 돌봄 인권(씨네페미니즘학교 1강, 우리 시대의 돌봄 강좌에서 김현미 교수가 소개)이 떠올랐어요. 돌봄을 할 권리, 돌봄을 받을 권리, 돌봄을 하라고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적절치 못한) 돌봄을 받으라고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네 가지 돌봄 인권을 기억하며 살고 싶어요.
특별히 경계선지능인에게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효능감 있는 돌봄 노동권을 행사하고 제도화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돌봄으로 새로 쓴 인권의 문법책인 『돌봄과 인권』(김영옥.류은숙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코난북스)에서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김기자: 아.루다에 강사 양성과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김대표: 일단 돌봄 관점에서 시니어를 위한 아동 미술놀이지도사가 8회기로 진행 중이고, 앞으로 시니어를 위한 아동 동작놀이지도사를 8회기 진행 예정이에요. 경계선지능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에 대해 강의해요. 교육은 무료이고, 자원봉사 경험 후에 일자리 창출도 고민하고 있어요.
김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소감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김대표: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제 생애 주기를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 조금씩 이해되었어요. “나한테 왜 이래?”라는 말이 “아. 사람은 이해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겠구나.” 로요.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된 거죠.
박상담사: 경계선지능인 발굴과 지원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송주무관/김기자: 소중한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부작사부작 웹진 정담 5월호 <경계를 흐리는 존재의 힘> https://goyanglearn.net/jeongdam/jeongdam.html?bmain=view&uid=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