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의 풀어 쓴 한자 이야기 - 04. 사치(奢侈)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는 장발장을 변화시킨 인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주교인 미리엘 씨의 집안은 혁명으로 파산했기에 재산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의 누이가 500프랑의 종신 연금을 받고 있었는데, 주교 댁에서는 개인 비용으로 쓰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미리엘 씨는 국가에서 1만 5,000프랑의 봉급을 받고 있었다. 그의 집 지출 규정 예산서를 보면, 어머니 자선회에 300프랑, 감옥 개선 사업에 400프랑, 교구의 빈궁한 교사들의 급료 보조에 2,000프랑, 오트알프 도(道)의 구황 곡식 저장소에 100프랑, 빈민을 위하여 6,000프랑 등등. 자선사업인 15개 항목에 1만 4,000프랑, 즉 수입의 거의 전부를 배정했다. 그리고 개인 비용으로 1,000프랑을 배정했다.
그의 유일한 사치는 서너 개의 화단으로 구성된 꽃밭에 식물을 가꾸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땅을 파서 씨앗을 뿌리고 계절마다 변하는 꽃과 나무들을 심으며 화단에서 한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치의 전부였다. 미리엘 주교와 함께 살고 있는 두 여성이 있었다. 그들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사치는 집안을 구석구석 말할 나위 없이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그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아무것도 뺏지 않는다.”였다. 물질문명이 풍부한 지금 현시대에 무엇이 진정한 값진 삶인가를 돌아보길 바라며, 사치(奢侈)를 이루는 한자를 풀이해 보고자 한다.
사치할 사(奢)는 큰 대(大)에 사람 자(者)를 짝지어 놓은 한자이다.
전자는 사람이 양팔을 크게 벌리고 서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大 자를 보면 양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크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크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정도가 과하다는 의미에서‘심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한자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다만 부수로 쓰일 때는‘크다’와는 관계없이 단순히 사람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大자가 본래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대성(大成: 크게 이룸), 대기만성(大器晩成: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 대개(大槪: 대강, 대부분)이 좋은 용례이다. 덧붙여 큰 대(大)는 一(한 일, 모으다), 人(사람 인)으로 파자 되는데 사람이 무엇인가를 작정하고 모으고 모으면 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티끌 모아 태산(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나중에 큰 덩어리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大자를 잘 표현한 속담이다.
후자, 사람 자(者)는 늙을 로(노)(耂=老)에 스스로 자(白=自의 획줄임)을 받친 한자이다. 로(노)(耂=老)는 머리카락이 길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자이다. 老자는 한자의 구성에서 머리로 쓰일 때의 자형은 耂로‘늙다’,‘익숙하다’,‘늙은이’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노인(老人: 늙은 분), 노련(老鍊:오랜 경험을 쌓아 익숙함)이 좋은 용례이다. 스스로 자(白=自의 획줄임)는 사람의 코 모양을 정면에서 본뜬 글자로 코를 가리키며‘자기’를 나타낸다 하여‘스스로’의 뜻이 된다. 자가(自家:자기의 집), 자각(自覺:스스로 반성하여 깨달음)이 좋은 용례이다.
사치할 사를 종합적으로 해설해 보면, 사람이 크게(심하게) 가지면 사치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치(奢侈: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 호사(豪奢: 대단한 사치)가 좋은 용례이다.
사치할 치(侈)는 사람 인(人)에 많을 다(多)가 결합 된 한자이다. 人은 사람이 팔을 뻗치고 서 있는 옆모습을 본뜬 글자로 사람, 인품, 남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인간(人間: 사람), 인품(人品: 사람의 됨됨이), 인아(人我: 남과 나)가 좋은 용례이다. 多는 저녁 석(夕)에 또 저녁 석(夕)을 겹쳐 놓은 글자로 저녁이 날마다 거듭되니 일수가 많음을 나타내어‘많다’의 뜻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과하다’,‘넓다’의 뜻이 더해 졌다. 다과(多寡: 많음과 적음), 다망(多忙: 매우 바쁨), 다정(多情: 정이 많음)이 좋은 용례이다. 사치할 치(侈)도 사치할 사(奢) 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많이 가지면 사치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오마하의 현인’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약 8조원 규모의 주식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그가 2006년부터 재산을 기부해 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액수의 연간 기부로 누적 기부액이 82조원에 달한다. 미리엘 주교의 기부 행위가 소설 속 인물이기에 가능하다고만 치부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내어놓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워러 버핏 회장의 큰 씀씀이에 감동과 감탄과 감사를 보내며 과연 그의 사치는 무엇일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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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자 해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