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
·
·
《논어》를 펴내며
‘고전’이라는 말에 가장 적합한 책이 《논어》가 아닐까 한다. 논어보다 더 오래된 책은 역사상으로도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책이자 긴 시간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책이 바로 《논어》이다.
‘《논어》라는 고전이 가진 힘’은 <논어>를 세월에 따라 읽어가면서 느끼게 된다. 거의 매해 <논어>를 읽는데 그때마다 감흥이 다르다. 분명 예전에 읽었을 때와 다른 해석을 하게 되고, 다른 의미를 찾게 된다. 또 나의 주변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논어》의 구절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읽을 때, 부모가 되어서 읽을 때 그 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구절들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체험을 했다. 《논어》가 꼭 효도를 강조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자식일 때는 효도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면 부모가 되어서는 자식과 부모의 입장을 둘 다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진다.
내밀한 독서 영역에서의 감흥을 넘어서 《논어》라는 책은 나의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처음 철학과에 입학했을 때에는 서양철학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 3학년이 되어 듣게 된 《논어> 수업에서 큰 지적인 충격을 받았다. 《논어》를 원문으로 직접 읽어보니 그동안 내가 귀동냥으로 알고 있던 유가사상, 공자와 그 실상은 크게 달랐다. 공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였고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나는 유학, 유생, 공자를 ‘고루함’의 상징으로 이해했었던 것 같다. 《논어》의 매 구절을 읽으면서 크게 감동했다. 특히 당시에는 인간관계의 갈등에 대해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터라서 공자의 가르침은 매우 적합한 처방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논어》의 매력에 빠진 나는 곧 동양철학을 전공으로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동양철학을 전공으로 공부한 탓에 주변 사람들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그때마다 주저 없이 《논어》를 추천한다. 그 많은 《논어》 중에 특정 책을 꼬집어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하게 된다.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또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이 친절한 책을 단 한 권만 고르기는 쉽지 않다. 책이 상세해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에 읽기 쉬움과 상세함 사이의 줄타기에서 오묘한 중용을 택해야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논어》를 번역할 기회가 오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균형의 《논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논어》 번역은 내 스스로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 내 인생을 크게 바꾼 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 영광은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번《논어》 번역을 마치기까지 내 자신의 한계를 크게 느꼈다. 지적인 깊이와 넓이의 한계에서 오는 좌절감도 맛보았지만, 또 내가 가진 학문적인 장점이나 개성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소 부족한 자질에도 불구하고 《논어》를 번역하는 일을 한결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간 선배 학자들의 학술 성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지만, 권 후에 실린 참고문헌 목록 외에도 수많은 번역서, 논문, 연구서들이 알게 모르게 이번 《논어》번역과 해설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선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논어》를 번역하기까지 많은 선생님들, 선배들, 동학들에게 큰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기획,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여러 방면에서 애쓰신 출판사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0년 12월
옮긴이 오세진 적다
《성묘사전도고(聖廟祀典圖攷)》 ‘지성선사공자상(至聖先師孔子像)’
<지성선사공자상>은 판화로 공자의 모습을 묘사했는데 판화 속의 공자는 진한 눈썹과 풍부한 턱수염에 관복을 입고 단정한 차림새에 홀(笏)을 손에 쥐고 정좌하고 있다. 《논어》 <향당>편의 “其在宗廟朝廷 便便言 唯謹爾”(228p 참조)의 공자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임금 앞에서 정치에 대해 논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대만국립고궁박물관(臺灣國立故宮博物館)
2024.7.3.
맹태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