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제 시조집, 『영롱한 이슬』, 알토란북스, 2022
약력
1928년 평북 정주 출생
1953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중등교원양성소 <사범대학 전신> 졸업
1954년 서울신문 수습기자 2기생
1962경향신문 지방부장 부간부장 정치부장
2016년 《나래시조》 신인상 수상
제5시조집 『영롱한 이슬』(2022)
얼룩 무늬
연못가
나무 잎사귀
틈새를
새는 햇살
앉은 소년
물속 잉어
모두
얼룩무늬
그늘과
빛이 어우러져
큐비즘cubism을
이룬다
시인의 손재주
허공에서
붙잡은
정서를
거리를
빈 하늘에
풀어 놓는
시인의
손재주
여름 철
불꽃놀이처럼
잔영殘影이
오래 남아
묘비 이름
앞면엔
어머니 이름
응, 저성에
게시지
뒷면에
내 이름
이승에서
대기 중
묘비의
앞뒤가 저성와 이승
조심해서
다뤄야
나는 없다
나는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없다는
확언確言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 말은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발견에서
□ 프로이트 :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신경외과 의사
[해설]
사계四季의 심리적 서정과 율격의 결속
-김귀제 시인의 제5시조집 『영롱한 이슬』
권갑하(시인,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얼룩 무늬」 전문
큐비즘이 20세기 초반의 미술운동이라면 시에서는 1910년 파은드(Ezra pound 1885~1972)의 주창으로 반안만주의 신시운동이 일어났다. 이미지를 시의 중요한 표현기법으로 인식한 운동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대 김기림, 정지용 등이 주도했다. 김귀제 시인은 이러한 이미지 시의 특징와 효과를 「시인의 손재주」란 시로 보여준다. 시인은 “허공에서/ 붙잡은/ 정서”를 “빈 하늘에/ 풀어 는 ” 재주를 가졌다며 그런 시는 “여름 철/ 불꽃놀이처럼/ 잔영殘影이 오래 남”는다고 말한다. 잔영이 오래 남는 시가 바로 이미지 중심의 시인데, 좋은 시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참고> N국어사전
큐비즘 : 20세기 초기에 프랑스에서 활동한 유파. 대상을 원뿔, 원통, 따위의 기하학적 형태로 분해하고 주관에 따라 재구성하여 입체적으로 여러 방향에서 본 상태를 평면적으로 한 화면에 구성하여 표현하였다. 추상미숙의 모태가 되어 후대의 미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피카소, 브라크 등이 대표적 작가이다.
참고 : 피카소의 최초의 큐비즘 작품은 <아비뇽의 처녀들>은 현대회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한 화면에서 둘 이상의 시점이 동시에 들어감.
피카소의 말 : “비뚫어진 코, 나는 일부로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코를 보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피카소의 미학: “나에게 예술에는 과거나 현재가 없습니다. 그것이 과거의 작품이든 현재의 작품이든 예술은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존재입니다. 그리스인, 이집트인, 다른 시대에 살았던 과거의 위대한 화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 더 생생할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감정과 본성을 솔직하게 담아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