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목욕
독서부 이지연
오래된 아파트의 숙명이랄까. 우리집 화장실에서 아랫집으로 누수가 생겼다. 그래서 아주 급하게 화장실 누수공사를 하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누수공사를 하면서 화장실 전체를 리모델링 하게 되었다. 새로운 화장실에 감탄하며 깨끗해진 화장실을 그 누구보다 반기던 아이들. 스스로 목욕을 하겠다며 깨끗해진 화장실 덕에 어서 씻으라는 잔소리가 줄어든 어느 날이었다.
둘째딸 : 아! 오늘도 목욕을 해야겠어! 언니 같이하자!
첫째딸 : 그래!
엄마 : 둘이 같이 하니까 엄마도 편하고 좋네~ 너희들도 좋아?
둘째딸 : 응! 엄마! 너무 낭만적이야~!
엄마 : (웃참1) 그으래, 그게 그렇게나 낭만적이야? 낭만이 무슨 뜻인지 알아?
둘째딸 : 응~! 너어무 좋은거지~! 낭만목욕이야!
엄마 : (웃참2) 으으응, 그래, 낭만 좋다 낭만. 어떻게 하는데 낭만이야?
둘째딸 : 으응~! 이렇게 하는게 낭만이지~
라고 보여주길래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아기 때 썼던 대야 두 개가 덩그러니 있다.
새 화장실이 되고 첫날 둘이 씻어보겠다길래 물 받아서 쓰라고 준 대야였는데,
엄마 : 여기서 어떻게 하면 낭만목욕이 되는거야?
둘째딸 : 으응~ 이렇게 앉아서, 어릴 때처럼 앉아서 하니까 너무 좋았어!
이젠 엉덩이만 들어가는 대야지만 몸 전체가 쏘옥 들어가던 시절의 목욕이 떠오른게 나만은 아니었나보다.
첫댓글 낭만을 아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