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불교연구소 소장 양증문 교수 / 불교 석학
中 선종사 정립…한-중-일 불교 연구
日 불교학자 교류…일본불교 연구 체계화
돈황-역사자료 고증 통해 연구결과 도출
양증문 선생, 우리에게는 대체적으로 『육조단경(六祖壇經)』
연구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 분의
『신회화상선화록(神會和尙禪和錄)』도 우리나라 선종 연구가들의
서가에 자리를 차지한 지가 이미 오래이다.
양증문 선생의 연구업적은 이미 중국, 일본, 한국뿐 아니라
서양의 선종 연구가에 이르기까지 보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특히 초기 선종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선생의 업적은
필독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고 있다.
북경 대서 중국 고대사 전공
양증문 선생은 1939년에 산동성(山東省) 즉묵현(卽墨縣)에서 태어나
북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북경대학(北京大學) 역사학과에
입학하여 중국고대사를 공부하였다.
본래 중국고대의 진한사(秦漢史)에 심취했던 양 선생은
본래의 전공을 살려 중국정치사상사(中國政治思想史)를
연구하려 하였으나 지도교수의 권고로
저명한 불교학자인 탕용동 선생의 연구생이 되어
불교 연구로 일생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양증문 선생은 탕용동 선생의 연구생으로서
중국사회과학원(中國社會科學院) 종교연구소(宗敎硏究所)로
분배(分配, 국가에서 직장을 결정해 줌)가 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으로 불교를 연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분배된 당시는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의 시기였는데
잠시 혁명의 열기가 저조한 틈을 타 황심천(黃心川) 선생이
양증문 선생에게 일본 무라카미 센쇼(村上專精) 선생의 『일본불교사강(日本佛敎史綱)』을
중국어로 번역할 것을 건의하였고
양 선생은 이 건의를 받아들어 번역에 착수하였다.
이 책은 약 2년의 시간을 들여 번역하였는데
이 책을 번역하면서 양 선생은 수많은 불경과 중국 일본의
기존 연구업적을 열람하였고 이 번역과정에서 얻은 수확은
양 선생 불교연구의 평생 양식이 되었다 한다.
뿐만 아니라 다시 혁명의 불길은 치솟고
학문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선생은 부득이 이 번역 원고를 침대 밑에 숨겨두고
퇴고와 검토 그리고 번역 과정에서 참고하였던
여러 자료들은 곱씹으며 상당히 긴 사유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문화대혁명이 끝나게 되자 선생은
1981년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출판을 하여
거의 10여년 만에 원고가 햇빛을 보게 되었다.
선생은 이 책을 번역하고 곱씹으며 일본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꾸준히 일본 불교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일을 인연으로 중국과 일본의 학계에 중국인 일본불교 전문가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 연구 업적과 일본불교 전문가라는 평가에 힘입어
일본의 학술을 몸소 체험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으나
이미 일본 불교에 대해 상당한 기초를 가지고 있었던
양 선생은 일본의 저명한 불교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일본의 불교연구성과를 흡수하고 일본의 불교연구방법을
나름대로 체득하게 되었다. 양 선생은 일본 방문이후
줄곧 일본의 불교학자들과 교류하며 불교방면의
중일교류에 대한 정리를 하였다.
이후 양 선생은 일본불교학계와 교류를 하는 한편으로
점차 관심을 일본불교에서 중국선종으로 돌리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주된 연구범위는 중국 선종사(中國禪宗史)에 관한 연구이다.
선생의 학풍은 바로 이와 같은 선생의 개인적 학문 역정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철학사 연구라는 방법,
역사학의 방법 그리고 일본의 연구 방법이 결합된 학풍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연구 방법론에 입각한 연구 결과이기에 중국뿐만이 아닌
이국의 학자들에게까지도 대체적인 호평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특징은 선생이 1998년에 발표한 ‘나의 불교연구’라는 글에
매우 잘 나타나 있다. 그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 선진제자백가(先秦諸子百家)의 책 읽기를
무척이나 좋아 했었죠. 이런 점은 후일 제가 불교 연구를 하는데
매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항상 불교사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데,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1차 자료 및
불교사와 관련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수집하여
자세히 고증을 하였습니다.
제가 『당오대선종사(唐五代禪宗史)』를 쓰면서,
전통적인 선종 자료를 이용하는 것 이외에도
정사(正史)를 적극 활용하고 아울러 돈황의 자료 비문,
지방지(地方誌) 등을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또 막상 연구를 진행할 적에는 각각의 주제를
당시의 특정한 역사 환경에 놓고 당시 역사의
상황 사건 및 당시 문화계 사상계의 흐름 등과 연결 지어
객관적인 고찰을 통해 가능한 한 역사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을 하죠.
저는 논문이나 책을 쓸 적에 객관적인 고찰을 통해
사상이란 측면에서 혹은 이론이란 측면에서
어떤 특정 인물에 대해 평가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곤 하죠.”
『불교사』통해 중국내 한국불교 소개
선생은 철학사의 연구 방법, 역사학의 연구방법, 문헌의 세밀한 고찰
이 세 가지를 결합하여 불교를 연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양증문 선생은 중국 내에서 혹은
중국과 일본에서 일본불교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 몇 명되지 않는 한국불교 연구가 중 한 분이다.
임계유(任繼愈) 선생의 책임 하에 편찬된 『불교사(佛敎史)』(중국사회과학출판사) 중
일본에 관련된 부분과 한국에 관련된 부분은
모두 양증문 선생이 집필하였다.
중국의 사전에 보이는 한국 불교에 관련된 서술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양 선생의 작업에 의한 것이다.
한국 불교를 중국에 알리는 데에도 적지 않은 공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불교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중국 불교를 전공하는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양증문 선생은
중국선종사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중국 불교사를 새롭게 정립하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대원/연세대 북학연구원 연구교수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