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막 설레임의 그곳
글 순서 |
제3막 1장 저 멀리 구름 속에
(2일차 : 2005년 10월 23일 07:00AM~09:00AM)
제3막 2장 꿈속에 있던 그 곳이 눈앞에
(2일차 : 2005년 10월 23일 09:00AM~12:00AM)
제3막 3장 설레임의 그곳
(2일차 : 2005년 10월 23일 12:00AM~15:4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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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1장 저 멀리 구름 속에
(2일차 : 2005년 10월 23일 07:00AM~08:30AM)
** 천왕봉 - 장터목 **
지리산 10경중 제1경 天王日出의 감격을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겨 장터목 산장으로 향한다. 천왕봉으로 오르면서 제대로 보지 못하였던 제석봉, 고사목 지대 등등을 아침의 상쾌한 바람과 함께 즐기며 하산하자고 이야기한다.
연신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 우리 일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감탄사..
“세상에 이렇게 좋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 봐요~~”
“나도~~” “미투요”, “아니 미쓰리~~”
덕분에 통통이 칭찬을 많이 받았다. 왜냐하면 이번 산행의 기획을 초동단계에서부터 하였던 장본인이기에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한다.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싫진 않다. 더욱 그러한 것이 천왕봉 일출을 보았기 때문에 기획의 결실을 충분하게 보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듯 하다.
처음 지리산에 발을 디딘 것은 아마 1970년도 후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 생활을 광주에서 하였기에 가끔 지리산 산악도로(당시는 군사도로)공사에 나왔던 것이 처음 지리산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남원-정령치-성삼재 구간으로서 당시(1970년 후반 당시, 아마 1979년으로 기억된다) 고생되었던 기억만 머릿속에 가득한 곳이 지리산에 대한 추억의 전부였다.
그 후,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친구/동료들과 함께 성삼재까지 차로 오른 후,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걸어 올라가는 코스로 지리산과 만나기 시작하였고 지리산을 알게 되었다. 결정적인 것은 1984년 큰아이를 얻으면서 결심한 것이다. 이 아이가 커서 대학에 들어가면 ‘이 아이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리라..’하고 마음 먹은 것을 2003년에 실현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2005년 여름 작은 아이와 평생동지인 탱고와 함께 종주를..그리고 이번 2005년 10월 22일, 23일, 태극능선(태극종주와는 다른 것으로 남쪽의 중산리에서 시작하여 천왕봉 일출을 보고 연하선경을 따라 북쪽 백무동으로 나오는 코스로 S자형 코스로 태극문양에 빗대어 태극능선이라 한다, 제1막의 코스 참조)을 아내와 함께 하게 되었다.
말 나온 김에 태극종주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자. 백두대간 종주의 시작 또는 마지막 코스로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되는데 지리산 종주란 보통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의 25Km를 말한다. 지리산을 즐겨 찾는 산꾼들은 진정한 지리산 종주란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40Km가 넘는 코스를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은 성삼재까지 차량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성삼재에서 시작 또는 마감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지리산 태극종주란 말이 생겼다. 즉 정령치-세걸산-바래봉-덕두산까지의 지리산 서북능선, 정령치-만복대-성삼재-천왕봉 백두대간 코스, 그리고 천왕봉-하봉-쑥밭재-왕등재-웅석봉까지의 지리산 동부능선을 합쳐서 지도상 능선모양을 이어보면 마치 태극무늬처럼 생겼다고 하여 태극종주라고 부른다. 덕두산에서 웅석봉까지의 태극종주 거리는 약 80Km이며 태극종주꾼들은 보통 3-4개 구간으로 나누어 구간종주를 하나 체력이 좋은 어떤 미친 사람(?)이 무박 2일로 약 35시간에 종주완료 하였다고 산행기를 올린 것이 있다.
또 하나는 얼마전 까지만 하여도 지리산 종주를 하면 어깨와 목에 힘을 줄 수가 있었는데 산행인구가 늘어나고 등산로가 깨끗하게 정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종주를 하게 되었고 이에 자존심 상한 골수 산꾼들이 무박 지리산 종주, 무박 왕복 종주와 같은 자존심 지키기에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태극종주와 같은 장거리 등반코스가 생겨난 듯 하다.
어찌 되었든 국토를 밟고 정기를 느끼며 산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크게 나쁠 것이 없다고 본다. 다만 자연을 너무 인공적(人工的)으로 만들고 훼손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산행예의를 지킴으로서 우리 산하를 보다 오랫동안 지켜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할 고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천왕봉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매우 가볍다. 새벽에 올라설 때 아팠던 왼쪽 발목의 통증도 사라지고.. 아마 천왕봉의 기운인가 보다. 장터목 하산 길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새벽의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산하가 새벽의 붉은 기운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천왕봉 아래 하산 길~~
멋지게(?) 서있는 고사목을 배경으로(탱고내외)
천왕봉 아래 하산 길~~
멋지게(?) 서있는 고사목을 배경으로(통통내외)
소나무가 너무 우람하다
소나무와 산, 하늘이 어우러진다.
통천문(通天門)을 알리는 표식 앞에서
멀리 노고단 방향으로 구름과 하늘, 산이 조화롭다
지리산을 뒤에 두고~~
저 멀리 구름 속에 산들이 아득하다
어제 장터목에 올랐을 때 눈꽃이 피었었다.
천왕봉쪽에 눈 꽃으로 너무 아름답다고 하산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을 이야기 하였는데
새벽에 오르니 조금 남아 있었다
통천문 아래쪽에 능선을 배경으로 찍었는데
노출이 잘못 되었나보다.
왼쪽 하늘색이 하얗게(좌측 상단) 보이는 것을 보니..
통천문에서 조금 내려와 남쪽 방향(사진 위)과 북쪽방향(사진 아래)...
밝아오는 햇살에 구름과 산의 색깔이 신비롭다
저 멀리 구름 속에 있을 신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장터목 산정 1.0km, 천왕봉 0.7km,
결국 700m 내려왔다는 이야기...
산 정상에서는 그리 추운 줄 몰랐는데
위치에 따라 추위를 느끼는 온도가 달라진다.
꽤나 추운 모양이다. 얼굴색이 파랗다
제석봉은 높이가 1,806m로 지리산에서 천왕봉과 중봉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다. 제석봉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석봉 일대를 뒤덮고 있는 고사목군락이다. 10만 여평의 완만한 비탈에 고사목들이 서 있고 바닥은 풀밭일 뿐이다. 고사목 그 자체는 재난으로 생명을 중도에 마감한 나무들의 시체여서 살벌한 느낌을 갖게도 한다. 그러나 고사목 들이 한 두 그루도 아니고 10만여평에 걸쳐 듬성듬성 서있는 모습은 그 자체가 특이한 경관이 되고 있다
흔히들 지리산의 표상을 이야기 하라면 제석봉 고사목을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제석봉 고사목의 처연함, 그리고 노을이 질 때의 낭만은 지리산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제석봉 고사목의 사연을 알고 나면 역사의식의 변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돌베개: 김명수 저 '지리산'>에 나오는 글에서 제석봉 고사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제석봉 고사목은 늙어죽은 고사목이 아니라 비명횡사한 횡사목의 잔해이다.
6.25후까지만 하더라도 아름드리 전나무, 잣나무, 구상나무들이
울창하였던 제석봉은 자유당 말기 당시 농림부 장관의 삼촌되는 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서
제석단에 제재소를 차려놓고 거목들을 베어내면서부터 수난을 당한다.
그러다가 이 도벌사건이 여론화되고 말썽이 나자 증거를 없애려고
제석봉에 불을 질러 나머지 나무들마저 지금과 같이 횡사시켜 버렸다.
불법적 도발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인위적인 방화로 지금의 제석봉이 되었다는 얘기인데 멀리서 제석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천왕봉 턱밑에 흉칙한 마른 버짐자국이 생긴 것처럼 볼상 사납기 그지없다. 자연 스스로의 노쇠과정 속에서 운치나 있을 고사목이 아니라 횡사목이라는 데서 그 어떤 미적 세계도 발견할 수 없는 지리산 임상 수난사의 처절한 기념물인 셈이다.
그나마 몇 그루씩 남아 있던 횡사목들 마저 점차 쓰러져가고 있어
결국 얼마 안 가 제석봉 일대는 황무지로 변할 듯하다.
또 비만 오면 물을 머금지 못하고 그대로 흙탕물을 토해내는데 이점 때문인지
장터목샘과 제석단 샘도 갈수기에는 종종 물이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지리산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었던
일부 고위층 때문에 오늘날 지리산을 찾는 수많은 후손들이 더욱 목말라하고 있어
그 화를 톡톡히 입고 있는 셈이다.
<돌베개: 김명수 저 '지리산'에서>
천왕봉에서 제석봉으로
제석봉 한 곁에서 저 멀리 서쪽방향을 배경으로(1)
제법 폼이 근사하다
제석봉 한 곁에서 저 멀리 서쪽방향을 배경으로(2)
제석봉에서 노고단 방향~~
구름이 한켭, 두켭, 산들이 한켭, 두켭, 세켭 또, 또, ~~~
고사목 있는 곳에서~~
인간탐욕의 자리에서 해 먹은 웃음으로
사진 찍는 아이러니~~
이 땅의 후손이기에 감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싶다
제3막 1장 저 멀리 구름 속에
~~~ 끝 ~~~
이어서
제3막 2장 꿈속에 있던 그 곳이 눈앞에
제3막 3장 설레임의 그곳
산행후기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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