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송됐던 KBS 2TV `공개수배 사건25시' 만큼 존폐 논란이 많은 프로그램도 드물었다. 일단 방송되면 50% 이상의 검거율을 올린다는 긍정적 측면과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역기능에 대한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98년 2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시청자들과 함께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공개수배 사건25시’가 160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그 동안 498명의 용의자를 수배해 그중 250명의 용의자를 검거했고 방송 후 자수한 용의자만도 55명이나 되는 등
평균 53%의 검거율을 기록했다. 공개수배되는 사건이 대부분 미제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방송 효과가 대단한 셈이다. 가출 청소년은 7명중 5명이 귀가했고,8건의 변사사건 사망자 중에서는 3명의 신원이 파악됐다.
일단 방송이 시작되면 수십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오고 용의자의 절반 정도가 방송후 1주일 안에 붙잡힌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형사기동대 형사 2명이 방송시간에 스튜디오내에 대기한다. 제작진의 가장 큰 딜레마는 재연이 재미있을수록 제보전화와 검거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제작진은“재미있을수록 모방범죄의 우려도 커지는 만큼 될수록 재연의 비중을 낮추려고 하지만 재연이 흥미를 끌어야 검거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재연으로 방송된 `한밤의 불청객' 편은 `18세 미만은 보지말라'는 뜻이 담긴 붉은 색 로고를 방송 중 화면 상단에 계속 내보냈다.비디오나 영화 등에서처럼 18세미만 관람불가 로고를 끼워넣은 것이다.김철수 PD는“방송내용자체가 여관 투숙객들을 상대로한 강·절도범에 대한 수배였기 때문에 여관이 여러차례 등장해 그대로 방송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위해 해외입양아의 부모 찾기, 장준하 의문사 등 사회성 높은 사건들에 대한 공개수배를 진행하여 모방이라는 역기능을 줄여나가는 노력도 펼쳤다. 특히“미제사건과 억울한 사건이 수없이 접수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공개수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반증 아니냐”는 제작진의 항변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긍정적인 결과로 제작진은 경찰의 날을 맞아 경찰청에서「공개수배 사건 25시」의 제작팀을 명예경찰로 위촉되기도 하였으며, 美 FBI와 공조하여 필라델피아에서 한 노인을 살해하고 국내로 잠입한 20대 한국계 이민 2세 남모씨를 공개수배하는 등 `공개수배 사건 25시'는 98
년 2월 28일 첫회 방송이래 지난 4월28일까지 160회가 방송될 때까지 모두 498명의 용의자를 수배해 250명을 검거하여 경찰업무에 큰 도움을 줬다고 수많은 표창을 받은 프로였다.
반면에 범죄자 수배를 위한 공익적 목적이라도 상대가 공범이라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방송이나가 피해자와의 송사에서 패소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2001년 10월14일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범죄 용의자 공개수배 프로그램을 통해 사진과 실명 등이 공개된 조모씨와 그 가족들이 "허위의 피의사실을 공표,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와 방송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3천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송사에 대해 "수사기관의 발표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피의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수사기관에 먼저 협조를 요청,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상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 공개방송할 만큼 객관적이고 타당한 확증이 있는지 확인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특히 모방범죄의 증가는 앞서 M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다 폐지된 '경찰청 사람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제작진이 시청률과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재연드라마'를 흥미성 위주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처럼 기존 사건의 검거율이 신규 모방범죄의 증가를 따라오진 못
했다. 엽기적 살인을 불러온 '막가파', '지존파', '온보현 사건' 의 검거후 범인들의 공통적인 참고서는 바로 '경찰청 사람들'이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범인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대범해지는데 그들이 범죄수법을 쉽게 답습하고 연구하기에 TV속 범죄 재연드라마는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양면성을 지녔지만 양쪽의 효과가 너무 좋아 부작용이 우려돼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공개수배프로는 해답이 전혀 없는 것만도 아니다.
애초 시청률에 의존해 오락프로처럼 지향했던 제작진의 의도가 폐지를 부추겼던 원인이었다. 공개수배 프로그램의 성격상 범죄자의 심리상태와 도주경로 등 수사기초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방송시간대와 불필요한 재연 따윈 안해도 고정적인 시청율과 검거율은 지켜졌을 것
이다. 재연과 검거율은 아무 상관도 없다. 시청률과 상관이 있을진 몰라도 범인검거의 결정적인 제보는 여관이나 고시원 등 숙박업소 관계자나 상점, 일용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 범인의 생활 반경에서 쉽게 접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범인의 자수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면 범인은 자신의 얼굴이 TV에 나온다는게 중요하지 사건이 재밌게 꾸며지는게 중요한 건 아니다. 즉, 방송 시간대를 심야시간대로 조정하고 10건 정도의 사건을 정해 45분간 사건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공개수배범의 사진만 반복해서 방영해도 프로에 대한 고정팬 및 검거율은 예전과 변함이 없을 것이다. 물론 모방범죄가 있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재연이 없기 때문에 크게 증가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시청률 경쟁이라지만 공영방송인 KBS에서 그것도 공익성 있는 시사, 교양 프로를 만드는 제작진이 재밌게 만드는게 딜레마였다면, 애초부터 오락프로로 전향을 했어야지 살인범을 수배하고 제보하는 곳에서까지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재밌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재연프로의 검거율과 관련 문제점 중 하나였던 경찰의 수사의지 약화도 짚고 넘어간다면 경찰이 초동수사만 제대로 했더라도 공개수배프로에 나오는 수배범은 상당수 줄었을 것이다.
영구미제사건이 산적해 있는데 여론의 화살과 관련 담당 제작자와 상의해 강간, 엽기적 살인, 폭력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범죄들만 선정 보도하는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사에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국민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역시 치안부재라는 오명을 과중한 업무탓과 목격자의 제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범이 발생되지 않도록 육감이 아닌 스스로가 과학수사관이 되도록 노력하여 공개수배범이 나오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