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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발달장애(자폐) 정보나눔터 원문보기 글쓴이: 이경아
자폐장애의 특성과 원인
방 명 애(우 석 대 학 교 교 수)
1. 서 론
Leo Kanner(1943)의 연구 발표 이후, 아동발달에 관련된 인지적, 사회적, 행동주의적, 정서적, 신경 생물학적 이론들이 '자폐증'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 적용되어 왔다. Schopler(1994)에 따르면 지난 수 십 년간 자폐아동의 치료 및 교육에 관해 28개의 접근방법(예: Feingold 식이요법, Megavitamin, 감각 통합 등)이 발표되었는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신문이나 TV에 특보로 소개되어 인기를 끌다가 객관적인 효과를 평가받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하였다. 이에 자폐아 교육의 전문가들과 부모들은 우후죽순 식으로 난무하는 치료 및 교육방법의 효율성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고, 자폐아동의 치료와 교육방법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 의해서 효과적이라고 증명된 것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특별히 지난 십 년 동안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교육과정의 접근 방법에 있어서의 통합이다(Olley & Reeve, 1997). 학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특정 접근방법(예: 발달주의적, 행동주의적, 생태학적)에 근거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프로그램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정상아의 발달 순서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자폐아동의 고유한 학습 특성을 고려한 구조화된 교수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성 기술, 의사소통 기술, 문제해결 기술, 및 의사결정 기술 등 아동의 일생을 통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적 기술들에 대한 개별화교육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의 평가도 단기적인 기술습득이나 문제행동의 감소보다는 장기적으로 자폐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였는지에 근거하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자폐장애의 사회적, 의사소통적, 및 행동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 자폐장애의 원인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2. 자폐장애의 특성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1994년에 출간한 진단자료집(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ed.)의 자폐장애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결함, 의사소통의 질적 결함, 및 반복적이고 상동행동적인 유형의 제한된 행동 등에서 6개 이상의 행동특성을 보일 때 자폐장애로 진단하게 된다. 또한, 자폐장애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상호작용,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되는 언어, 및 상징놀이나 상상놀이 영역 중에서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발달지체나 비정상적인 기능이 3세 이전에 나타나야 하고, 렛증후군이나 소아분열장애에 의해서 더 잘 설명되지 않는 장애여야 한다.
1) 사회적 특성
DSM-IV(1994)의 자폐장애의 진단기준에 의하면,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결함이 다음 중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영역에서 나타나야 한다:(a)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비구어적 행동(예: 눈맞춤, 얼굴표정)의 사용, (b) 발달수준에 적절한 또래관계의 형성, (c) 물건을 가리키고 보여주는 등 자신의 즐거움과 관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행동, (d) 사회적 및 정서적 상호성.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인지적 장애, 의사소통 장애, 및 행동장애와 더불어 자폐증을 정의하는 중요한 특성이며, 아동의 발달수준으로도 설명되어질 수 없는 자폐증 특유의 특성으로 간주되고 있으며(Loveland & Kelly, 1991), 자폐증의 특성 중 현재까지 가장 이해가 안된 부분이기도 하다(Lord, 1993). 기능수준이 높은 자폐성인의 경우에도 아무런 배경정보의 제공없이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공유된 관심을 유도하는데 실패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채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뚱보라고 부른다거나, 비언어적인 단서를 대화에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몇 개의 상투적인 표현(예: 광고 문구 - 엄마 젖 뗀 후 아기 사랑)등을 의미없이 반복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은 각 아동의 발달적, 인지적, 및 언어적 수준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방명애, 1999a). 자폐아동에게 시선 맞추기, 미소, 인사하기 등의 사회적 행동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익숙해졌다 할지라도, 그 행동들을 사용할 적절한 상황과 시간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각 아동의 사회적 또는 정서적 단서를 처리하는 인지능력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각 상황의 인지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를 잘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자폐아동은 인지적 요구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훈련을 통해 구조화된 특정 과제에 친숙해 진 경우에 사회적 요구를 보다 잘 처리하게 된다. 자폐아동이 또래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어른들과 비교적 관계를 잘 형성하는 이유는 또래에 비해 어른들이 사회적 상황을 적절하게 구조화하여 아동 자신이 처리해야하는 인지적 또는 사회적 요구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의사소통 행동을 방해하며, 역으로 의사소통 장애는 자폐아동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왜냐하면, 성공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진행될 때 상대방에게서 사회적 단서를 감지하고, 그 단서가 의미하는 것을 해석한 후 적절한 방법으로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아동의 인지적 특성과 의사소통적 특성을 고려하여 구성하여야 한다(방명애, 1999b).
사회적 능력(social competence)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으로 지각하고 판단하여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능력으로서 세 가지 하위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Sargent, 1989). 첫째, 사회적 인지는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둘째, 사회적 기술은 한 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심을 이루는 행동들을 의미한다. 셋째, 사회적 정서는 한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때 정서적인 측면을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사회적 능력이란 한 개인이 사회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구조화하여 사회문화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일련의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자폐아동의 부모들은 아동의 생후 1년간의 발달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진단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아동들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자폐증으로 진단을 받게된다. Osterling과 Dawson(1994)이 11 명의 자폐아동과 11 명의 정상아동의 첫 번째 생일파티를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자폐아동들은 정상아동들에 비해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공유된 관심은 적게 나타냈고 자폐증의 증후들은 많이 나타냈다. Baranek(1999)도 11명의 자폐아동, 10명의 발달장애아동, 및 11명의 정상아동의 9-12개월 때의 비디오 테이프를 분석하여 감각운동과 사회적 행동을 비교한 결과, 자폐아동들은 다른 아동들에 비해 시각적 방향정위가 부족하고, 자기를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이름을 불러도 늦게 반응하고, 지나치게 물건을 빠는 경향이 있었다. 즉, 대부분의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이미 생후 1 년 이전에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사용되는 미소를 습득하지 못하며, 사소한 환경적인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람의 얼굴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에는 무관심하고, 언어발달에 지체를 보임으로써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자폐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질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양적으로 결핍되며 사회적 무관심(social aloofness)으로 특징 지워진다.
자폐아동의 사회성은 만 5세가 지나면서 다소 향상된다고 보고되기도 하지만(Rutter & Garmezy, 1983), 초등학교 연령의 자폐아동들의 경우에도 의사소통 장애와 상동행동 등의 문제행동이 나타나고 또래와 협동놀이를 하지 못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므로 사회성 결핍이 두드러지게 된다. 자폐아동은 청소년기에 이르러도 사회적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나타낸다. 기능수준이 높은 자폐성인의 경우에도 친구를 사귀거나 타인과 사회적 접촉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나타내므로, 사회적 상황에서 부적절한 느낌을 갖게 되며 쉽게 고립되게 된다(Volkmar 등, 1997). 김은경(1999)의 연구에서도 자폐아동들은 연령에 상관없이 또래와 친구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나타난다. 첫째, 사회적 방향정위(social orientation)의 결핍이다. Dawson 등(1998)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폐아동은 발달수준을 통제한 다운증후군 집단과 정상아 집단에 비해 사회적 자극(예: 이름 부르기, 오라고 손뼉치기), 비사회적 자극(예: 딸랑이, 노래상자), 및 상대방의 시선따라 움직이기 등에 모두 낮은 성취를 보였다. 자폐아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얼굴이나 사회적 자극에 대해 관심이 없고, 공유된 관심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 성공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 공유된 관심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의 한 형태로서 상호작용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아동이 상호작용의 대상과 제 3의 물건, 사람, 또는 사건에 대해 경험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Willemsen-Swinkels 등, 1998). 예를 들어, 아동이 "이것 좀 봐."라고 하며 다른 아동에게 새로 산 장난감을 보여주는 행동은 공유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전반적인 발달수준과 언어 수준이 높을수록 공유된 관심의 발달수준도 높다고 간주되고 있다. 공유된 관심에 관련된 의사소통의 기능은 명령적 기능(protoimperatives)과 서술적 기능(protpdeclaratives)으로 나뉘어지는데, 자폐아동은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명령적 기능을 지닌 얼굴표정, 비언어적 발성, 자세, 동작, 및 몸짓은 사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특정 사물이나 경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하는 서술적 기능을 지닌 의사소통적 표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Gomez, Sarria, & Tamarit, 1993).
둘째, 자폐아동은 모방과 놀이기술에 결핍을 나타낸다. 모방능력은 후에 발달하게 되는 상징적 놀이(예: 소꿉놀이, 병원놀이)의 선수조건이므로 매우 중요하며, 상징적 놀이도 상징적 사고와 언어의 발달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중요하다. 자폐아동은 단순한 몸 동작을 모방하거나, 모방능력을 이용한 사회적 놀이(예: 까꿍놀이)를 하는데도 어려움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자폐아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에도 기능보다는 냄새, 맛, 촉감, 및 시각적 자극 등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Stone 등, 1990). 예를 들어, 장난감 트럭을 상징적 놀이기구로 사용하기보다는 트럭의 바퀴를 계속 반복하여 돌리는데서 오는 시각적 자극에 관심을 갖는다.
셋째, 자폐아동들은 그들의 삶에 있어서의 중요한 사람들(예: 부모, 친구)과도 사회적 또는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에 애착행동이 발달되지 않거나 발달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Lord, 1993). 또한, 신체적 접촉을 원하지 않으므로 안아주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에서 읽어야 하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뿐만 아니라, 또래들과 협동놀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등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자폐아동은 진행 중인 상호작용에 적절한 감정 표현을 통합시키지 못하며,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예: 나누기, 돕기, 애정 표시)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얼굴표정을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얼굴 표정을 특이하게 짓곤 한다. 뿐만 아니라, Bacon 등(1998)의 연구에 따르면, 자폐아동은 상대방의 감정표현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데, 자폐아동의 전반적인 기능수준이 낮을수록 상대방의 감정표현에 대한 반응률도 낮았다. Loveland와 Tunali(1991)의 연구에서도 자폐아동들은 발달수준을 통제한 다운증후군 아동집단에 비해 상대방의 불행한 경험(예: 지갑을 잃어버렸다든지 가족이 죽었다든지)을 듣고도 상황에 적절한 표현(예: 저런! 안됐네요.)을 자발적으로 하지 못했다. 반면에, 특정 사물에 대해서는 특유의 애착(idiosyncratic attachments)이 발달하기도 한다(Volkmar, 1997).
넷째, 자폐아동의 약 50%는 표현언어를 발달시키지 못하며(Paul, 1987), 언어습득이 지체되고 특별히 언어의 사회적 측면에 결함을 보인다(Volkmar 등, 1997). 표현언어가 발달한 경우에도 반향어를 보이며, 말의 강세, 높낮이, 및 리듬 등으로 구성된 운율학적 면에서 문제를 보인다. 또한 사회적 상황에서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화용론적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서, 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는 의미 없는 말을 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등이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이론적 모델들이 제시되었다(Volkmar 등, 1997). 심인성 모델(psychogenic model)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들을 피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연구가 거듭되면서 이 모델은 비적절하게 여겨지게 되었다. 신경생리학적 모델(neurophysiological model)은 자폐아동의 중추신경계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었다고 가정하는데, 이 모델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리적 모델(psychological model)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인지적 기능, 언어, 및 지각 등의 심리적 과정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지적 스크립트를 이용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조화시킨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식당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관련된 인지적 스크립트가 형성되어 있어서 식당에 들어가 테이블에 앉고, 메뉴를 보고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려 먹고, 돈을 지불하고 나오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한 기본구조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식당에 가더라도 인지적 스크립트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 기대에 따르며 그 식당의 특이한 특성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그러나, 아동이 식당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관련된 인지적 스크립트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에, 아동은 식당에 갈 때마다 상호작용의 모든 요소가 새롭고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Volden과 Johnston(1999)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구어가 발달하고 기능수준이 높은 자폐아동들의 경우에 기본적인 인지적 스크립트가 형성되어 있으나 그 인지적 스크립트를 사회적 행동이나 의사소통 행동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나타냈다.
Baron-Cohen(1995)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핍에서 비롯되며, 자폐아동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 표상을 발달시키지 못하므로 생각의 원리를 습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신 Kanner 학파에서는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능력의 결함 때문에 생각의 원리를 습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Mayes, Cohen, & Klin, 1993). 자폐아동의 일차적인 결함이 인지적 결핍이냐 아니면 사회적 결핍이냐에 대해서는 학자간에 논쟁이 되고 있지만,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중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2) 의사소통적 특성
DSM-IV(1994)의 자폐장애의 진단기준에 의하면, 의사소통의 질적 결함이 다음 중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a) 지체되거나 결여된 말의 발달, (b)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능력, (c) 언어를 상동행동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로 사용, (d) 발달수준에 적절한 자발적 가상놀이나 사회적 모방놀이의 결여.
김영태(1995)는 자폐아동들이 나타내는 언어 및 의사소통의 결함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제시하였다. 첫째, 일부 자폐아동들은 평생 함묵증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나, 반향어 단계를 거쳐서 창조적인 언어를 습득할 수도 있다. 함묵증으로부터 언어로 발달되는 예후는 함묵증이 유지된 기간, 지능수준, 반응도, 음소산출능력, 그리고 구어 모방능력들과 관련이 있다. 함묵증을 나타내던 자폐아동이 갑자기 매우 명료하고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함묵 시기를 거쳐 늦게 나타나는 자폐아의 언어는 대개 반향어의 형태를 띄게 되며, 함묵 기간이 구어 표현능력의 결함보다는 인지 능력이나 언어 이해력의 결함과 관련된 것으로 간주된다.
둘째, 자폐아동들은 대뇌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듣고 바로 반복하는 즉각 반향어 또는 일단 저장되었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후에 상기되어 표현하는 지연 반향어를 많이 나타낸다. 일부 자폐아동들은 초기의 반향어 시기를 거쳐서 좀더 창조적이고 융통성있는 언어를 습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반향어가 의사소통적인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견해가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반향어를 문제행동으로 취급하여 소멸시키려는 의도보다는 의미있는 언어로 대치시키는 중재가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셋째, 많은 자폐아동들의 음성은 대체로 음도(pitch)가 높고, 음도의 범위가 좁은 편이다. 음성의 강도(loudness) 측면에서 자폐아동들은 속삭임에서 큰 소리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강도를 사용한다. 음질(quality)의 측면에서 자폐아동들은 목쉰 소리나 과대 비음화의 경향을 보인다고 보고되기도 하지만, 음도의 결함만큼 자주 나타나는 성향은 아니다.
넷째, 자폐아동들은 전반적인 운율 결함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억양, 장단, 및 강세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패턴을 나타내는데, 결함의 정도에 있어서는 개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즉, 문장의 끝을 올리거나 내림으로써 의문문과 서술문을 구별한다든지, 종속절은 빠르게 읽고 주절은 천천히 읽음으로써 문장전체의 뜻의 이해를 돕는 다든지, 핵심 단어나 구에 강세를 둠으로써 화자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한다든지에 결함을 나타낸다.
다섯째, 일반적으로 자폐아동들은 조음능력은 다른 언어 능력에 비해 우수하다. 자폐아동의 조음 능력은 반향어는 자발어에 비해 명료도가 높으며, 때로는 자폐아동들의 지나치게 정확한 조음 때문에 운율적인 구어의 흐름이 방해받기도 한다.
여섯째, 자폐아동들의 문법적인 구조는 심하게 지체되거나 결함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상투적이고 다양하지 못하다. 형태소의 사용 능력은 다소 지체되어 있을 뿐, 비정상적인 패턴이나 특징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일곱째, 자폐아동들의 의미론적 발달 특성은 특이한 이상형태를 나타낸다. 의미론적 측면에서 자폐아동들이 특히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은 범주적인 어휘와 관계어의 습득이다. 정산아동들은 사물의 물리적 유사성이나 공통된 기능을 토대로 사물을 분류해 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과대일반화 단계가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지만, 자폐아동들은 일반화 과정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특정 사물만을 특정 단어로 명명하는 특정화 단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폐아동들은 대명사(예: 나-너), 동사(예: 온다-간다), 지시어(예: 여기-저기), 위치어(예: 안-밖), 및 수식어(예: 빨리-늦게) 등의 관계어 습득에 어려움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화용론적 측면은 자폐아동들이 가장 심한 결함을 나타내는 영역이다. 의사소통적 의도 및 규칙에서는 교대활동, 시선 맞추기, 주의 끌기, 및 의사소통 의욕 등에서 결함을 나타낸다. 의사소통하는 동안에 상대방이 표현하는 비언어적 단서를 잘 읽지 못하고, 공손한 표현, 간접적인 표현, 및 은유적인 표현들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나타낸다.
3) 행동적 특성
DSM-IV(1994)의 자폐장애의 진단기준에 의하면, 반복적이고 상동행동적인 유형의 제한된 행동이 다음 중 최소한 한 개 이상에서 나타난다: (a) 강도나 내용에 있어서 비정상적인 상동행동적이며 제한된 관심영역, (b) 비기능적인 특정 일과나 의례적 행동에 대한 집착, (c) 상동적이며 반복적인 행동, (d) 특정 사물에 대한 지속적 집착.
자폐아동의 문제행동은 진단기준에 포함된 상동행동 뿐만 아니라, 자해행동과 공격행동 등을 포함한다. 자해행동은 개인이 자신의 몸에 물리적 손상을 가져오는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으로서 머리를 바닥이나 벽에 부딪히는 행동, 자신의 눈을 찌르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뜯는 행동, 자신의 얼굴이나 몸을 때리고, 할퀴고, 꼬집는 행동 등이 있다(Meyer & Evans, 1989). 공격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그들의 소유물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 행동으로서, 발로차기, 물기, 할퀴기 등의 "타인에 대한 신체적 공격"과 사물을 던지기, 부수기 등의 "사물에 대한 파괴적 행동"과 모욕적인 표현하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하기 등의 "언어적 공격"으로 분류될 수 있다(Bay-Hintiz, Peterson, & Quilitch, 1994). 상동행동은 현저하게 눈에 띄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몸을 흔들기, 손이나 손가락을 복잡하게 움직이기, 그리고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언어적 상동행동 등이 있다(LaGrow & Repp, 1984).
자폐아의 문제행동은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교육적 및 경제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므로 자폐아 교육의 우선적 중재 목표가 되어왔다. 문제행동은 본인이나 타인에게 신체적 및 정서적으로 심한 손상(예: 고통, 조직 파손, 불안)을 입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문제행동을 계속 보이게 될 경우 주변사람들은 아동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어 아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게 된다. 따라서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게 되며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인격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다. 1963년부터 1982년 동안 실시된 추후 연구에 따르면 자폐아가 성인이 되었을 때 40%~78%가 지역 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기관에 수용되어 있었다(Schopler, Mesibov, & Baker, 1982). 또한, 문제행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학습이 방해를 받게되어 아동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의 기회를 놓치게 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경우, 고용의 기회도 잃게되기 쉽다. 미국의 경우, 심한 자해행동을 보이는 사람 한 명을 돌보는데 드는 비용이 일년에 평균 $100,000이라고 하니(National Institute of Health, 1990), 문제행동이 경제적으로 끼치는 피해 또한 심각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제행동을 중재하기 위해 교사와 전문가들은 의료적, 행동주의적 및 기능주의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기능주의적 접근은 다른 접근 방법들에 비해 비교적 새롭고 문헌연구들이 부족한 편이지만, 문제행동을 중재하는데 있어서 기능분석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다. Scotti, Ujcich, Weigle, Holland, 그리고 Kirk(1996)는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발달장애아의 문제행동의 중재를 주제로 다룬 연구 179개를 분석한 결과 48%의 연구가 자료에 근거해(data-based) 문제행동의 기능을 분석하는 절차를 포함시켰다. .
문제행동에 대한 전통적인 중재방법인 행동주의 접근의 장점은 접근방법의 근거를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자폐증의 원인에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폐증을 하나의 병으로 보기보다는 과다행동이나 결핍행동으로 구성된 "증후군"으로 본다는 것이다(Schreibman, 1994). 과다행동으로 나타나는 문제행동의 혐오적 중재방법은 문제행동이 일어났을 때 전기충격, 물뿌리기, 때리기, 묶기, 꼬집기 등의 혐오적인 결과를 사용함으로써 문제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행동의 기능을 분석하지 않고, 문제행동 자체만을 제거하려는 행동수정 접근방법은 몇 가지 문제점들을 제기하게 되었다(Meyer & Evans, 1989). 첫째, 문제행동이 혐오적인 결과가 부여되는 상황하에서는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다시 증가될 뿐만 아니라, 훈련자 외의 다른 사람에 대해서나 훈련장소외의 다른 장소에 있어서는 훈련의 효과가 일반화되지 않는다. 둘째, 문제행동은 개인이 환경을 조절하는 기능적 수단이므로 특정 문제행동을 제거한다해도, 환경을 조절하고자하는 의도는 다른 문제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교사와 아동간에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중재방법이 점차 혐오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많다.
반면에, 비혐오적인 중재는 행동자체의 감소에 초점을 두지 않고, 문제행동을 일으키고 유지시키는 원인과 기능에 대해 이해하고, 긍정적인 절차를 사용하여 바람직한 대체 행동을 교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문제행동이 감소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폐아의 문제행동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행동을 발생, 유지시키며 그 행동에 시간적으로 인접하는 선행사건(antecedent events)과 후속사건(consequent events)을 찾아내는 기능평가(functional assessment)가 이루어져야 한다(Dunlap, Robbins, & Kern, 1994) 즉, 기능평가의 목적은 중재에 앞서, 문제행동과 환경간의 기능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문제행동의 기능분석 결과, 문제행동이 조작적으로 정의되고 기능이나 목적이 파악되며, 특정 시간이나 상황하에서 문제행동이 일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Browder과 West(1991)는 문제행동의 기능을 평가하는데 4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단계는 문제행동을 중재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문제행동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학습을 방해하거나 가정 및 학교, 지역사회로의 적응을 저해할 만큼 심하거나 위험한 지를 결정한다. 중재의 필요성이 있다고 간주되면, 둘째 단계인 선행사건-행동-후속사건(A-B-C) 분석을 한다. A-B-C 분석은 자연적 환경에서 행동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문제행동이 발생한 직전과 직후의 환경적 사건을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셋째 단계는 문제행동의 빈도가 너무 많아 A-B-C로 기록하기 어렵거나 A-B-C 분석으로 행동과 환경과의 기능적 관계가 파악되지 않을 때 문제행동에 대한 구조화된 분석방법인 Scatterplot을 이용해, 각 상황하에서 문제행동의 발생율을 기록하고, 문제행동이 어떤 환경요소와 연관이 있는 지 파악한다. 마지막 단계는 교사, 부모, 심리학자, 의사 등 아동의 교육을 담당한 팀이 자료에 근거해, 아동의 문제행동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중재를 위한 전략을 세운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문제행동의 기능으로는 부적 강화, 사회적 강화, 물질적 강화, 그리고 감각적 강화등의 가설들이 제안되고 있다(Donnellan, Mirenda, Mesaros, & Fassbender, 1984; Iwata, Dorsey, Slifer, Bauman, & Richman, 1982). 부적 강화는 문제행동의 후속 결과로 싫어하는 사람, 상황, 그리고 요구들이 감소되거나 제거되므로 아동들은 회피기능을 가지게 된 문제행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회적 강화는 문제행동의 후속 결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물질적 강화는 문제행동의 후속 결과로 음식물이나 장난감등 원하는 물질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강화되어 문제행동은 재발생 하게 되는 것이다. 감각적 강화는 문제행동의 특별한 외부적인 후속결과가 관찰되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동이 문제행동의 후속 결과로 감각적(예: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자극을 얻기 위해 자기 자극적 기능을 가지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유지한다. Evans와 Meyer(1985)는 부적강화, 사회적 강화, 물질적 강화는 "사회적, 의사소통적 기능"으로 간주하고 감각적 강화는 "오락, 놀이기능(self-entertainment or play)"으로 간주하였다.
한 문제행동이 여러 기능을 나타낼 수도 있으며, 여러 형태의 문제행동이 하나의 기능을 나타낼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많은 문제행동들이 학습된 행동이며 개인의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획득된다는 것이다(Iwata et al., 1994). Iwata와 그의 동료들(1982)은 자해행동의 기능을 분석하였는데 자해행동은 각각 다른 아동들에게 있어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한 아동은 과제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자해행동을 보인 반면 다른 아동은 관심을 끌기 위해 유사한 자해행동을 보였다. 따라서, 특정자해행동이 특정기능과 관련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똑같은 문제행동이라도 그 행동의 기능과 아동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중재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아동의 문제행동의 목적과 기능을 분석한 후, 분석결과에 근거해 아동이 문제행동을 감소시키고 바람직한 대체행동을 학습할 수 있도록 중재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폐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한 비혐오적 중재로서 생태학적 전략은 문제행동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문제행동이 발생하는 환경의 선행사건을 수정하고 과제와 관련된 교수적 요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의미 있고 지속적인 행동변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술을 개발시키고 대체행동을 증가시키는 교육과정적 전략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3. 자폐장애의 원인
병인학은 크게 (a) 환경적 원인, (b) 유전적 원인, 및 (c)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의 상호작용의 세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자폐장애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많은 이론들이 제시되어 왔다. 1960년대까지는 부모의 애정이 결핍된 부적절한 육아가 자폐장애의 주원인이라고 여겨졌었다 (Bettelheim, 1967). 그러나, 이러한 환경적 원인에 근거한 이론은 자폐아동의 부모들의 육아기술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들에 의해 타당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최근연구들(Bailey et al., 1995; Lotspeich & Cianarello, 1993)은 유전적 요소를 자폐장애의 주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폐아동은 측두엽 근처의 hippocampus, amygdala, diencephalon 등이 손상되어 정서적, 사회적, 및 학습에 있어서의 결함을 나타내게 된다고 주장되기도 하고, MRI 결과나 병리적 연구결과들은 소뇌, 뇌간, 및 대뇌의 병리현상이 자폐아동들로 하여금 조건학습, 단어생성, 및 다양한 인지적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아가 여아에 비해 자폐장애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자폐장애의 유전적 원인론을 지지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에 반드시 둘 다 자폐장애를 갖게 되지 않고, 둘 다 자폐장애를 갖고 있다 할지라도 자애정도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단순한 멘델의 유전법칙으로는 자폐장애를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자폐아동의 정보처리 능력에 있어서의 결함이 자폐장애의 주요 특성들의 원인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자폐아동은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에 있어서 기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으므로 계획을 하는데 있어서 대안을 고려하고, 다양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각 대안을 선택했을 경우의 결과를 예측해 보고, 현실적으로 이용가능한 자원을 고려하고, 우선순위의 균형을 맞추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폐아동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인 생각의 원리에 있어서도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자폐장애의 사회적, 의사소통적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폐아동들에게 있어서 실행기능의 결함과 생각의 원리의 결함이 현저하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자폐아동의 정보처리 능력의 결함을 자폐장애의 모든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원인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4. 맺음말
본 글에서는 자폐장애의 사회적, 의사소통적, 및 행동적 특성에 대해 살펴보고, 자폐장애의 원인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자폐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원인론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일관성이 결여된다. 예를 들어, 자폐아동의 소뇌의 병리적 현상과 자폐장애의 행동특성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아직 추리단계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자폐장애의 주원인으로 간주되는 뇌의 해부학적 이상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자폐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몇몇 연구결과들을 지나치게 일반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들에 근거해 자폐장애의 연속체(spectrum)를 분류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자폐장애의 원인을 밝혀내고자 하는 많은 이론들을 양립할 수 없는 이론들로 취급하기 보다는 각각 다른 차원에서 자폐장애를 이해하려는 상호보완적 시도로 간주해야 한다. 또한, 자폐장애의 원인을 아는 것이 자폐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자폐장애의 진단이 관찰가능한 행동특성에 근거하고 있다. 자폐아동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목적은 그 아동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의사소통적, 및 행동적 측면의 특성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데도 있지만, 진단과 평가자료에 기초해 최상의 교육적 중재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제 2 장 자폐아동의 생각의 원리
방 명 애(우 석 대 학 교 교 수)
1. 머리말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 1994년에 출간한 진단자료집(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ed.)의 자폐장애의 진단기준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결함, 의사소통의 질적 결함, 및 반복적이고 상동행동적인 유형의 제한된 행동을 자폐장애의 핵심적인 행동특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지적 장애가 자폐장애의 핵심적인 특성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75%의 자폐아동들이 대부분 IQ 35-50에 해당하는 정신지체를 수반하고 있고 지적 수준에 상관없이 자폐아동의 인지적 능력에 대한 프로파일을 그려보면 각 하위영역간에 불균형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APA, 1994), 인지 수준과 의사소통 기술 수준이 자폐장애의 전반적인 예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자폐아동의 인지특성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자폐아동의 인지적 결함은 의사소통 장애와 사회성 결핍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자폐아동이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예후는 그의 인지수준과 관련이 깊으며, 인지수준이 낮은 자폐아동은 끝내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게 된다(김영태, 1995).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자폐아동들도 그 발달과정이나 특성이 정상아동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감정이나 사회적 의미를 지닌 정보들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결함을 나타내거나 의사소통의 규칙을 습득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없다면, 인지적 결함으로 말미암아 언어 및 의사소통 기술의 습득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도 각 아동의 인지적, 발달적, 및 언어적 수준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자폐아동에게 시선 맞추기, 미소, 인사하기 등의 사회적 행동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익숙해졌다 할지라도, 그 행동들을 사용할 적절한 상황과 시간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각 아동의 사회적 또는 정서적 단서를 처리하는 인지능력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즉,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각 상황의 인지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를 잘 처리한다는 의미이다. 자폐아동은 인지적 요구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훈련을 통해 구조화된 특정 과제에 친숙해 진 경우에 사회적 요구를 보다 잘 처리하게 된다. 자폐아동이 또래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어른들과 비교적 관계를 잘 형성하는 이유는 또래에 비해 어른들이 사회적 상황을 적절하게 구조화하여 아동 자신이 처리해야하는 인지적 또는 사회적 요구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자폐아동의 과다선택성과 생각의 원리에 대해 살펴보았고, 효과적인 교수전략에 대해 제시하였다.
2. 과다선택성
새로운 정보가 투입되고 저장되며 기억으로부터 인출되는 방식, 즉 학습자의 내부에서 학습이 발생하는 기제를 설명하는 이론이 정보처리 이론인데, 정보가 저장되는 곳을 정보저장소라 부르며 정보의 이동은 인지처리과정이라 부른다(임규혁, 1998). 정보저장소에는 감각등록기, 작동기억, 및 장기기억이 포함된다. 인지처리 과정이란 어떠한 정보를 하나의 저장소에서 다른 저장소로 옮기는 내부적이고 지적인 활동을 의미하며 주의집중, 지각, 시연, 부호화, 인출과 망각 등의 처리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자폐아동은 청각적인 정보보다 시각적인 정보를 더 잘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감각등록기에 주어지는 정보 가운데 지나치게 선택적으로 주의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과다선택성(overselectivity)이란 식별학습에 있어서 관련단서의 특정 부분에 대해서만 과다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각적, 청각적, 및 촉각적 단서(예: 빛, 소리, 압력)를 동시에 부여하였을 경우, 비장애 아동은 동시에 세 가지 단서를 감지할 수 있는 반면에 자폐아동은 그 중 한 가지 단서에만 주의를 기울여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다선택성이 자폐아동 뿐만 아니라, 어린 비장애 아동이나 정신지체 및 학습장애 아동에게서도 관찰되어지는 것으로 미루어 과다선택성은 정신연령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Koegel & Koegel, 1995). 이러한 특성은 중재에 의해 감소되지 않으면 평생 지속되기도 하며, 사회적 행동, 언어습득, 새로운 행동 습득, 일반화 및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첫째, 과다선택성은 자폐아동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 결함에 영향을 미친다. 아동의 사회성은 관찰학습에 의해 주로 습득되는데 자폐아동은 사회적 행동의 특정 부분에만 선택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모방할 뿐만 아니라, 다단계 지시에 있어서도 부분적으로 선택해 반응하게 되므로 수종적이 아니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자폐아동은 사람을 인식하는데 있어서도 특정 단서(예: 안경, 옷)에 의존하므로 그 단서가 제거되거나 바뀌게 되면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은 자폐아동이 가족하고도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한다고 하겠다. Schreibman 과 Lovaas(1973)은 자폐아동에게 남아인형과 여아 인형을 가지고 남녀의 차이를 식별학습하게 한 후, 남아인형의 신발을 여아인형에게 신겼더니, 자폐아동은 여아인형을 남아인형으로 인식했다. 즉, 아동은 남녀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단서에 주의를 기울인 것이 아니라, 남아인형의 신발만을 단서로 삼았던 것이다.
둘째, 과다선택성은 자폐아동의 언어습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Cook, Anderson, & Rincover, 1982). 예를 들어, 자폐아동에게 소리를 모방하게 훈련한 후 교사가 입을 가리고 소리를 모방하게 할 경우, 시각적 단서에 의존했던 자폐아동은 청각적 단서만 가지고는 소리를 모방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도 전체적인 상황이나 문장에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는 특정 단어나 표현을 단서로 반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침밥 먹었니?" 와 "아침에 무엇을 먹었니?"를 물을 경우에 아동은 '무엇을' 이라는 단어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먹었니'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두 경우에 모두 '예'라고 대답한다.
셋째, 과다선택성은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아동이 새로운 반응을 습득할 때 정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 시각적 또는 신체적으로 암시(prompting)를 주다가 아동이 새로운 행동을 습득해 감에 따라 암시를 점차 줄여나가다 결국 소거시키기 된다. 그런데, 자폐아동의 경우에 암시자체에 선택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의 습득에 어려움을 나타낸다(Schreibman 등, 1982). 예를 들어, '초록색'과 '파란색'을 식별학습시키는데 손가락으로 가르켜 암시를 주었을 경우, 자폐아동은 실제 색의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보다는 손가락 자체에 선택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암시를 소거시키면 식별학습에 실패하게 된다. 또한, 목표행동의 여러 가지 단서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도 새로운 행동의 습득을 저해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신발끈 묶는 것을 시범을 보이며 설명할 경우에, 자폐아동은 설명의 청각적 단서와 시범의 시각적 단서를 동시에 처리하여 행동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나타낸다.
넷째, 과다선택성은 자폐아동이 습득한 새로운 행동을 중재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 일반화시키는 것을 방해한다(Carr, 1980). 즉, 아동이 학습 자체나 교수자료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중재환경의 특정단서나 교사의 손짓이나 억양에 선택적으로 반응할 경우에, 똑같은 과제라 할지라도 다른 상황에서는 습득한 행동을 일반화시키지 못하게 된다.
다섯째, 과다선택성은 자폐아동의 안전에도 중요하나 시사점이 있다. 예를 들어, 버스의 번호나 노선표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버스색으로만 식별한다면 틀린 노선의 버스를 타고 길을 잃게 될 수도 있고, 길건너에 자신의 관심을 끄는 자극(예: 강아지, 소화전)이 있을 경우에 혼잡한 교통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목표자극에 달려가다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자폐아동은 융통성있게 주의집중의 대상을 바꾼다거나,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계획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실행적 기능(executive function)에 결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전두엽 손상, 정신분열증, 뚜렛장애, 및 주의집중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관찰되어진다. 또한, 자폐아동은 정보를 상황, 요점, 전체적 형상, 및 의미에 맞게 통합하는 중추적 통일성(central coherence)에 있어서도 결함을 보인다. 그러나, 자폐아동은 장기기억에 관련된 과제에 비교적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APA, 1994).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들었던 노래의 가사를 정확히 외우고 있다든지, 기차시간표를 자세히 외우고 있다든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던 날짜들을 정확히 외우고 있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들이 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에 기능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한다.
3. 생각의 원리
자폐장애의 심리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a) 자폐아동이 자신이나 상대방의 정신상태(예: 신념, 욕구, 의도, 지식, 가장, 지각 등)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가와 (b) 자폐아동이 정신상태와 행동간의 연계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주력해 왔다. Premack과 Woodruff(1978)는 정신상태와 행동간의 연계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생각의 원리'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생각의 원리는 자기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정신상태를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자폐아동의 사회적 결함, 의사소통적 결함, 및 가장놀이(pretend play)의 결함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고 간주된다. 예를 들어, 속임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생각의 원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속임수를 융통성있게 쓴다는 것은 상당한 적응능력일 뿐만 아니라, 속이기 위한 전략가운데 속고있는 사람의 잘못된 생각에 대한 개념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행동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원리'의 특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첫째, 정신상태는 관찰가능하지 않지만, 행동으로부터 그 사람의 정신상태를 유추해 낼 수 있다는 면에서 원리의 특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중력의 원리 자체는 관찰하거나 측정할 수 없지만, 물건을 떨어뜨려 봄으로써 중력의 원리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정신상태를 이해하면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원리의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중력의 원리를 알고 있으면 가벼운 솜이건 무거운 돌이건 던지면 바닥에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Wimmer과 Perner(1983)은 3-6세의 비장애아동들의 생각의 원리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조건을 설정하였다. 실험상황 1 (Standard Displacemen t)에서는 인형을 이용하여 Maxi가 파란색 통에 쵸코릿을 넣어 놓고 놀이터로 나간 후 엄마가 꺼내서 조금 사용하고 초록색 통에 넣어 놓았을 때, 놀이터에서 돌아온 Maxi는 어디에서 쵸코릿을 찾겠냐는 질문을 하고 즉시 답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험조건 2(Stop-and-Think Displacement)는 아동에게 대답을 하기전에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라고 시간을 준 후 답하도록 하는 것이고, 실험조건 3(Disappear)은 아동이 파란색 통과 초록색 통을 혼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엄마가 쵸코렛을 모두 케랺에 넣었다고 하여 장면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3-4세의 아동들은 실험조건간에 성취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4-5세 아동들은 실험조건 1과 2에 비해 실험조건 3에서 성취를 더 잘하였고, 5-6세 아동들은 실험조건 1에 비해 실험조건 2와 3에서 성취를 더 잘하였다. 연구자들은 4-6세 사이에 2명 이상의 정신상태를 표상화할 수 있는 추리능력이 발달한다고 결론지었다.
최근에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생각의 원리' 모델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을 인지적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하며,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지각하고 이해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Happe, 1994). 자폐 아동의 '생각의 원리'를 연구하기 위해서 Baron-Cohen, Leslie, 그리고 Frith(1985)는 'the Sally-Ann task'로 불리는 과제를 이용해 정신연령이 4세 이상이며 구어가 발달한 자폐아동 20 명과 비교집단인 다운증후군 아동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하였다. 실험의 내용은 그림을 통해 Sally가 공기 돌을 '가'라는 장소에 놓고 나간 후, Ann이 들어와 그 공기 돌을 '나'라는 장소로 옮기는 것을 보여 준 다음에 "Sally가 어디에서 자기의 공기 돌을 찾을까요?"라고 질문한다. 정답은 Sally는 Ann이 자기의 공기 돌을 옮기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가'라는 장소에서 찾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폐아동의 80%가 정답을 맞추지 못한 반면에, 다운증후군 아동의 86%가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이 실험결과에 근거해 연구자들은 자폐아동이 Sally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전반적인 발달지체 때문이 아니라, 자폐증 특유의 인지적 결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각의 원리는 공유된 관심이 발달하는 시기(8-12 개월)에 나타나므로(Baron-Cohen, 1989), 8개월이 안된 자폐유아에게서 관찰되어지는 사회성 결핍을 생각의 원리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Volkmar 등, 1997).
Baron-Cohen(1995)은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핍에서 비롯되며, 자폐아동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 표상을 발달시키지 못하므로 생각의 원리를 습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욕구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신 Kanner 학파에서는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능력의 결함 때문에 생각의 원리를 습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Mayes, Cohen, & Klin, 1993). 자폐아동의 일차적인 결함이 인지적 결핍이냐 아니면 사회적 결핍이냐에 대해서는 학자간에 논쟁이 되고 있지만, 자폐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중재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생각의 원리에 관련된 연구들이 제시하는 자폐아동의 인지적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Baron-Cohen & Swettenham, 1997). 첫째, 자폐아동은 물리적 사물(예: 공)자체와 그 사물에 대한 생각(예: 공은 둥글다)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나타낸다. 둘째, 자폐아동은 사고하고, 꿈꾸고, 소망하고, 속이는 등의 정신적 기능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셋째, 자폐아동은 외형과 실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과 모양의 빨간 초를 보여주고 무엇이냐고 물을 때, 사과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사물의 실재는 초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나타낸다. 넷째, 자폐아동은 봄으로써 알게 된다는 원리를 깨닫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상자 옆에 한 아이는 상자를 잡고만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상자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그림을 보여 준 후, '누가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면 3-4세의 비장애 아동은 거의 알아맞히는 반면에 자폐아동은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가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섯째, 자폐아동은 정신상태를 묘사하는 '생각한다,' '안다,' '상상한다' 등의 단어들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나타낸다. 여섯째, 자폐아동은 감정의 단순한 유발요인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복잡한 유발요인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워한다. 예를 들어, 자폐아동은 혜지가 넘어져 다리를 다쳐서 운다거나 혜준이가 장난감을 선물로 받아서 기쁘다 등의 감정의 단순한 유발요인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혜인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사게될 것만 생각해도 기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곱째, 자폐아동은 눈동자의 위치가 주는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생각에 잠겨 허공을 바라보는 눈이나, 여러 사물을 제시했을 때 자기가 원하는 사물을 주시하는 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덟째, 자폐아동은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행동을 했는지 또는 사건이 우연히 일어났는지 깨닫는데 어려움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화가 나서 꽃병을 깨뜨리는 상황과 지나가다 옷에 걸려 꽃병이 깨지는 상황을 식별하기 어려워한다. 아홉째, 자폐아동은 속임수, 은유적 표현, 및 풍자적 표현 등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마지막으로, 자폐아동은 언어의 화용론에 있어서 결함을 나타낸다. 즉,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알고자 하거나 관심있어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언어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결함을 나타낸다.
위와 같은 특성들이 모든 자폐아동에게 똑같이 관찰되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폐아동의 인지적 수준, 사회성 수준, 의사소통적 수준, 및 행동적 특성들에 따라 질적 양적 차이를 보인다. 자폐아동의 생각의 원리에 있어서의 결함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관찰되므로 유전적 또는 생물학적 기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어진다.
4. 효과적인 교수전략
1) 과다선택성의 중재
자폐아동의 과다선택성을 중재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방법이 사용된다. 한 가지 방법은 자극내 암시(within-stimulus prompt)를 사용하는 것이다(Schreibman, 1988). 즉, 식별을 요하는 자극의 특정 단서를 과장하여 제시하고 식별하게 한 후 점차 줄여나가 정상적인 자극을 제시하더라도 식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b 와 p를 식별학습시킬 경우에 b의 세로줄은 위로 길게 하고 p의 세로줄은 아래로 길게 하여 식별시킨 후, 점차 세로줄의 길이를 정상적인 길이까지 줄여나가면서 식별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은 교사의 손짓이나 억양 등의 자극외 암시가 아닌 자극내 암시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암시가 소거되었을 경우에도 식별학습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자폐아동에게 복합단서(multiple cues)에 반응하도록 교수함으로써 과다선택성을 제거시키는 것이다(Burke & Cerniglia, 1990). 즉, 자폐아동이 식별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관련단서의 수를 점차 증가시켜 나감으로써 환경내의 복잡한 복합단서에도 반응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색깔(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크기(큰 것, 작은 것), 모양(세모, 네모, 동그라미)의 세 가지 단서를 가지고 훈련시킬 경우에, 처음 훈련단계에서는 "세모 주세요."라고 하여 아동으로 하여금 색깔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한 가지 단서에만 반응하면 되도록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노란 동그라미 주세요."라고 하여 아동이 색깔과 모양의 두 가지 단서에 반응하도록 훈련하고 나서, "크고 파란 네모 주세요."라고 하여 아동으로 하여금 크기, 색깔, 모양 등의 복합단서에 반응하도록 훈련해 나가는 것이다.
2) 스크립트를 활용한 중재
스크립트란 반복된 경험을 통해 특정한 상황이나 맥락 속에서 순서적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지식구조 또는 정신적 표상이다. 즉, 스크립트는 친숙하고 일상화된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지식구조로서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사건이나 활동이 비슷한 순서, 내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 스크립트 문맥을 구성할 때는 스크립트 내에 주고받는 대화의 기회를 되도록 많이 제공하고, 그 상황에서 늘 쓰이는 상황적 언어를 활동 내에 많이 사용하고, 아동에게 익숙한 스크립트의 필수적인 순서를 의도적으로 바꾸거나 일상활동의 다양한 국면을 위반함으로써 아동의 자발적인 언어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능 수준이 낮은 자폐아동의 경우 인지적 스크립트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스크립트가 형성되어 있는 기능 수준이 높은 자폐아동의 경우라도 스크립트가 적절한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유현주, 김영태(1998)는 만 4-6세의 자폐아동 3명에게 생일파티 스크립트와 인형 목욕시키기 스크립트 문맥을 사용하여 언어중재를 한 결과, 의사소통 기능이 습득되었고 자발적인 의사소통이 증가하였다. 선정된 두 가지 활동은 아동들이 가정이나 유치원에서 자주 참여하는 친숙하고 일상적이며 흥미로운 활동으로, 사물조작을 통해 교사와 공동활동을 형성하기 쉽고, 아동의 계속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활동이었다. 중재단계에서 실시한 스크립트 활동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인과적이며 연속적인 순서로 스크립트화하여 제시하였다. 먼저 연구자는 그날의 스크립트 활동을 소개한 다음(예: 혜인아, 우리 오늘 인형 목욕시키자.), 스크립트 내의 하위활동들이 순서적으로 진행되도록 아동을 안내하였다. 또한, 인과적 및 시간적 순서에 따라 활동을 구조화하기 위하여 스크립트 내의 각 하위활동들을 연결시켜주는 언어적 단서들을 사용하였다(예: 케랺을 먹었더니 목이 말라. 이제는 코코아를 타먹자). 스크립트 활동 내에 아동들이 원하는 활동을 수행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을 한 가지 빠뜨리고 제시하거나, 교사의 도움없이 아동 스스로 수행할 수 없게 하여 자발적인 의사소통 기회를 제공하였다. 아동이 정반응을 보일 경우 언어적 칭찬을 제공하였으며, 오반응을 보인 경우 언어적 촉진(예: 뭐 줄까?)과 모델링을 사용하였다. 아동들은 스크립트 내의 활동들을 습득하여 다음 순서의 활동과 교사의 언어를 예견할 수 있었다. 또한, 스크립트 문맥을 이용한 중재는 아동 주도적인 상호작용에 효과적이었다. 예를 들어, 코코아 타먹기 활동에서 코코아를 탄 다음 마시기 전에 교사가 아동과 건배를 하도록 스크립트화 되었는데, 아동들은 활동이 진행됨에 따라 자발적으로 교사에게 건배하는 행동을 요구하거나, 컵과 컵받침을 교사와 자신에게 교대로 나누어주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보였다.
Volden과 Johnston(1999)는 기능 수준이 높은 24명의 자폐아동의 인지적 스크립트에 관해 연구하였다. 아동들에게는 스크립트에 관련된 세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첫째, 아동에게 식당, 영화관, 그리고 가게에 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겠느냐고 물어가면서 스크립트를 구성한다. 둘째, 위에서 구성한 스크립트를 반영한 전형적인 상황들에 대한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주되, 중요한 부분에서 잠깐 멈춘 후 아동에게 다음 상황에 대해 예측해 보도록 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있고 식당 종업원이 다가와 음식을 테이블 위에 놓고 가는 상황까지 보여준 후 비디오 테이프를 멈추고, 아동에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음으로써 아동이 자신의 인지적 스크립트를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점검한다. 셋째 과제는 아동이 스크립트의 중요한 요소들이 비전형적으로 제시되었을 경우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크립트를 구성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몇 개의 그림으로 제시한 후 순서적으로 제시하도록 한다. 또는 메뉴를 보는 그림보다 돈을 지불하는 그림을 앞에 배열하여 스크립트 적용 능력을 점검한다. 연구결과, 기능 수준이 높은 자폐아동의 경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활동들에 대해서는 스크립트가 형성되어 있었으나, 스크립트를 상황에 맞게 일반화시키는 능력에는 결함을 보였다.
Goldstein과 Cissar(1992)는 자폐아동에게 스크립트를 사용하여 연극놀이를 훈련시킨 결과 자폐아동의 상징놀이(예: 소꿉놀이, 학교놀이, 병원놀이 등)행동이 증가하였다. 예를 들어, 병원놀이에 대한 스크립트인 경우, 병원에 들어가서 간호사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고, 의사를 만나 아픈 곳을 이야기하고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타고 돈을 내는 일련의 활동들에 대해 훈련을 함으로써 자폐아동이 결함을 보이는 상징놀이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3) 생각의 원리를 고려한 중재
Swettenham(1996)은 정신연령을 4세로 통제한 자폐아동 8명, 다운증후군 아동 8명, 그리고 비장애 아동 8명에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the Sally-Anne false belief task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생각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훈련하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훈련한 후, 세 집단 모두 같은 줄거리를 사용하고 다른 자료(실제 인형)를 사용한 close transfer task에서는 성공적으로 성취하였다. 그러나, 이야기의 줄거리를 바꾼 distant transfer task에서는 다운증후군 아동들과 비장애 아동들은 성공적으로 주인공의 생각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으나, 자폐아동들은 주인공의 생각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는 자폐아동들이 비정신적(non-mentalistic)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거나 자폐아동은 일반화하는 능력에 결함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정신연령을 통제한 다른 집단에 비해 자폐아동들은 상대방의 생각의 원리를 터득하지 못하는 특유의 인지적 결함을 갖는다는 것이다.
Perner, Ruffman, 그리고 Leekam(1992)의 연구에 따르면, 만 3세의 비장애아동의 경우, 가족구성원의 수가 생각의 원리의 발달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형제와 자매등 가족구성원의 수가 많으면 아동이 생각의 원리를 경험하여 터득할 기회가 많게 되어 빨리 발달한다는 것이다.
자폐아동의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의 원리' 모델에 근거하여 Ozonoff와 Miller(1995)는 IQ 70 이상의 청소년기의 자폐아동에게 14회에 걸쳐 의사소통 기술(예: 듣기, 칭찬하기, 차례지켜 말하기)과 다른 사람의 입장 취해보기 등을 모델링, 역할놀이, 및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적용과 연습을 통해 훈련하였다. 훈련받은 자폐아동 집단은 훈련받지 않은 비교집단에 비해 생각의 원리가 향상되었으나, 생각의 원리에 관한 훈련효과가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가 사회성 결핍이 인지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연구자들이 자폐아동에게 사회성 발달을 촉진할 만큼 생각의 원리를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연구가 필요하겠다.
4. 맺음말
본 글에서는 자폐아동의 과다선택성과 생각의 원리에 대해 살펴보고, 효과적인 교수전략에 대해 제시하였다. 자폐아동의 생각의 원리에 있어서의 결함은 정신연령을 통제한 비교집단에 비해서도 떨어지므로, 자폐아동의 특유한 인지적 결함으로 간주된다. 자폐아동의 생각의 원리는 직접 훈련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에도 고려해야 하며, 생각의 원리가 발달하기 위해 먼저 발달해야 하는 공유된 관심, 가장능력, 모방능력에 대해서부터 중재를 시작해야 한다(Charman 외, 1994).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폐아동의 인지적 결함은 의사소통 장애와 사회성 결핍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자폐아동의 인지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자폐증을 정의하는 중요한 특성인 사회적 결함, 의사소통적 결함, 및 행동적 결함을 고려하여 전반적인 영역에 있어서 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자폐아 교육에 있어서 만병통치적인 접근방법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한 가지 모델이나 접근방법만을 고집하지 말고, 여러 접근방법(예: 인지적, 행동주의적, 생태학적, 발달적)들을 통합하여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자폐아동의 전반적인 발달수준을 고려하고, 아동의 환경에 풍부한 교육적 자극을 제공하며, 인지적 전략들을 교수하되 강화의 사용 등 행동주의적 전략들도 함께 통합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통된 특성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자폐아동의 인지수준과 특성은 각 아동마다 다르고, 인지능력의 하위영역간에 불균형을 나타낸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한 가지 교육방법이 모든 자폐아동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집을 지을 때 공구통에 다양한 공구가 들어 있어야만 필요에 따라 가장 적절한 공구를 꺼내어 쓸 수 있듯이, 자폐아동들의 교육에 있어서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교사들도 다양한 교수전략에 대해 익숙해야만 각 아동의 필요에 따라 최상의 교수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