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 때는 제철음식이라는 게 뭔지 잘 몰랐다.
주말농장을 하고, 귀농을 결심하고 '여섯시 내고향' TV 프로를 열심히 보면서
시장에 가서 제일 싸고 많이 나오는 거, 그게 제철 음식이라는 걸 알았다.
여기 오니 다 때가 있고 철이 있다는 걸 눈으로 보고 입으로 먹게 된다.
그 외이 것들은 구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먹기도 힘들다.
요즘 여름은 정말 먹을 게 많다.
그런데도 그게 다 순서가 있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이사온 6월 말에는
여름 배추를 마무리해서, 배추가 있었고, 상추가 한창이었다.
상추는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장마 끝무렵이 되자 상추가 자취를 감추고
오이가 열리기 시작했다. 오이는 아직도 한창인데, 한 달 정도면 끝난다 한다.
우리 뒷마당에 오이를 3개 심었는데, 여기저기서 얻은 오이까지 너무 많아서
매일 오이를 먹는데도 오이지를 담글 정도다.(한 10개 정도지만^^)
우리는 가지를 심지 않았는데도, 가끔 가지를 얻어 먹는데, 바로 해먹으면 참 맛있다.
친정 엄마는 가지를 반으로 잘라 찜기에 올려 살짝 쪄서 쭉쭉 찢어 갖은양념을 해서 드시고,
시어머니는 가지를 칼로 다 도막 내 잘라서 찜기에 올려 흐물흐물하게 푹 찐 다음 갖은양념으로 해드신다.
난 그 중간을 선택해서, 칼로 도막을 내 찜기에 살짝 쪄서 무쳐먹는다.^^
이상하게 우리 마당에 호박은 열리지 않고 비만 오면 쏙 빠진다(맺힌 호박이 떨어진다는 할머니들의 표현).
그래서 호박잎 찜만 몇 번 해먹었다(짭짤한 된장을 빡빡하게 끓여서 먹으면 일품이다).
옆집 할머니가 호박이 두 개 열렸다며 하나 볶아 먹으라고 주셨다.
여기 할머니들은 우리한테 뭘 주더라도, 꼭 어떻게 해먹으라고 방법까지 알려주신다.
우리가 꽤나 걱정이신가보다. ㅎㅎ
들깨밭 옆을 지나면 고소한 들깨 냄새가 참 좋다.
7월 말부터 들깨 순을 자르느라 들깻잎을 참 많이 얻었다.
8월 중순까지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반찬 해먹으라고 들깨순만 한 댓집에서 얻었다.
간장에 절여 장아찌도 담고, 데쳐서 나물로 해먹고, 생깻잎에 양념장도 얹어 먹고,
전도 부쳐서 옆집 뒷집 나눠 먹었다.
오늘은 지호 할머니가 주신 깻잎 그대로 쌈장에 밥을 싸 먹었는데, 향이 정말 좋다.
시골에 살아보니 먹는 게 즐겁고, 맛있고 그래서 참 좋다.
이웃에 놀러갔다 얻은 가지
옆집 할머니가 2개 열렸다며 하나 준 호박. 참 여리고 맛있다.
오이가 너무 많아, 오이지를 담가보았다.
엄청난 양의 깻잎을 데쳐서 냉동실에 넣었다. 손님이 오면 하나씩 꺼내서 나물반찬을 해볼까 한다.
첫댓글 천국의 밥상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