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나와 승무원하다 사시 패스..공수처 넘버3는 '스펙왕'
김민중 입력 2021. 05. 28. 05:00 수정 2021. 05. 28. 06:09 댓글 35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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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헌 공수처 수사2팀장(경정)
송지헌 과천경찰서 수사과장. 중앙포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새로운 실력자가 떴다. 경기 과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일하다 공수처 수사관으로 파견 가 있는 송지헌(42·사법연수원 41기) 경정이 주인공이다. 그는 은행원, 항공사 승무원, 변호사 등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공수처 업무에 두루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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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3호 수사 선정 관여도…“처·차장 제외 최고 파워맨”
송 경정은 올해 1월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경찰과 공수처의 원활한 업무 협의를 위해 파견됐다. 경찰에서 파견된 수사관 15명(1명은 원대 복귀) 중 가장 먼저 공수처로 출근했다고 한다. 현재는 김진욱 공수처장 직속인 수사과의 2팀장을 맡고 있다.
인재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 입장에선 송 경정의 파견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수처가 수사할 사건을 고를 때 변호사 자격자인 송 경정이 법리 검토 등을 맡았다고 한다.
공수처는 1호 수사 대상으로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채용비리 의혹’, 2호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상대 성접대 공여자)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 3호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공개’를 선정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다.
송 경정은 문상호 공수처 대변인의 공보 업무까지 돕고 있다고 한다. 문 대변인이 공수처로 오기 전 언론 대응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송 경정이 공수처 업무에 두루 기여하기 때문에 김진욱 공수처장도 송 경정을 각별히 신임하고 있다고 한다.
공수처 직원들 사이에서 “지금 공수처에서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제외하고 가장 파워 있는 사람은 송지헌 경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5월 18일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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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생→은행원→승무원→변호사→경찰…‘경력 끝판왕’
송 경정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난해 10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경력 끝판왕’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유명인이다. 이화여대 미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홍콩상하이은행(HSBC) 한국 지사 은행원, 싱가포르항공 승무원, 변호사를 거쳐 경찰관(변호사 경감 특채 1기)으로 변신했다.
송 경정의 원래 꿈은 화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발목을 잡았다. 미술 대학원을 다니던 도중 덜컥 외국계 은행에 취업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유다. 그러나 6개월가량 다니다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송 경정은 “연봉이나 신용등급 등에 따라 사람의 가치를 매겨야 하는 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스튜어디스로 자리를 옮기니 만족도는 크게 높아졌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틈틈이 해외의 유명 미술관 등을 돌며 화가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 생활도 오래가지 않았다. 직접 화가 일을 하는 게 아니어서다.
송 경정은 퇴직하고 미술 대학원에 복학하려 했다. 그런데 우연히 본 신문 기사가 그를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사법고시가 곧 폐지된다는 게 기사였다.
송 경정은 “조만간 사라진다고 하니 왠지 쟁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홈쇼핑에서 곧 매진된다는 멘트를 들으면 더 사고 싶어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있는 법학도인 동생의 헌법 책을 읽었더니 매우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6년 11월부터 사시 공부를 시작해 3년가량 만인 2009년 최종 합격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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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사제지간’ 인연
사법연수원생 시절엔 연수원 교수였던 여운국 공수처 차장(사법연수원 23기)과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송 경정과 여 차장은 2017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활동을 함께하며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연수원 생활을 마친 송 경정은 2011년 변호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아쉬움이 생겼다고 한다. 사회 정의보다는 수임료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현실을 바꿔 보고 싶어 2014년 경찰 제복을 입게 된 것이다. 송 경정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에서 일하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정식 인터뷰 요청에 “공식적으로 멘트하기 어렵다”고 극구 사양했다.
김민중·정유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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