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종교’라 일컬어지는 불교에 빨간불이 켜졌다.
불자들 10명 중 7명이 수행을 하고 있지 않으며 방법도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는 9월10일
서울 종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3년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불교사회연구소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월 한 달 간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전화(50~60대 이상)와 온라인(20~40대)조사로 이뤄졌다.
유효표본은 1000명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0%다.
| ▲실천 중인 수행법이나 기도법 유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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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수행 여부를 묻는 설문결과
불자들은 수행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가 불교라고 답한 응답자 253명 가운데
현재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이는 29.6%에 불과했다.
특히 수행하지 않는 불자는 70.4%에 달했다.
종교행사 참석 빈도로 볼 때
전혀 참석하지 않는 불자들 90.9%가
수행을 하지 않았고,
주 1회 이상 참석하는 경우 87.5%가 수행한다고 답해 반비례 현상을 보였다.
수행을 하지 않는 불자들의 이유는
‘방법을 몰라서(32.0%)’였다.
게다가 수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29.2%),
수행이 어렵게 느껴졌다는 대답도 18.5%로 적지 않았다.
주위에 적당한 장소가 없는 것(15.2%)도 수행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수행을 한다고 답한 불자들에게 간화선의 선호도가 매우 낮았고,
호흡명상과 염불이나 경전읽기가 3위 안에 들었다.
주로 어떤 수행을 하는지 묻는 질문에 21.3%가 호흡명상이나 염불수행을 했다.
이어 경전읽기(18.7%), 봉사와 기부(12.0%), 절(9.3%), 자애명상(5.3%),
알아차림(2.7%), 다라니(2.7%), 계율준수(1.3%) 순으로 집계됐다.
조계종이 대중화에 나섰던 간화선은 4.0%라는 낮은 선택을 받았다.
| ▲ 현재 수행법을 택한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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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론조사를 심층분석한 박수호 덕성여대 사회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조계종이 대표적 수행법인 간화선을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자들에게 간화선은 아직까지도 친숙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 평가했다.
호흡명상이나 염불, 경전읽기는 현재 실천 중인 수행을 택한 까닭은 일상생활과 병행하기 쉽고(58.7%),
이해와 실천도 쉬워서였다(20.0%).
큰 효과를 기대했거나(8.0%)
주변 사람들이 많이 한다든지(6.7%)
혹은 주위 추천을 받은 경우(5.3%)는 비교적 적었다.
반면 이웃종교도 불교와 마찬가지로 수행이나 기도를 하는 신자가 적었다.
수행이나 기도를 한다는 응답자가 39.1%, 없다는 답변이 60.9%로 나타났다.
다만 ‘있음’으로 답한 응답자 가운데
가톨릭(41.8%)이 개신교(36.5%)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관련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은
“충격이었다”며
“이웃종교에 비해 ‘수행의 종교’라 했던 불교에 수행이 없었다”
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티베트와 같이 한국불교도 입문에서 심화까지 수행체계를 정리해
자기수행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며
“포교원도 조직관리나 이벤트성 포교에 그치지 말고
수행이 포교에 어떤 효과를 미칠 지 연구하고 종책으로 엮어야 한다”
고 지적했다.
| ▲ 현재 실천 중인 수행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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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문 가운데 응답자들이 불교에 기대하는 부분은 ‘힐링’이었다.
사회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불교계의 역할에 대해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 개발’이
4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회적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20.7%)’,
‘스님들의 법문이나 상담을 통한 위로(14.6%)’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힐링의 고향’으로 주목받고 있는 템플스테이의 참여 비율은 매우 낮았다.
경험이 없는 국민이 89.4%에 달했으며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10.6% 뿐이었다.
다만 참가자의 경우 만족도는 67.9%(매우 만족 21.7%, 만족 46.2%)로
불만족(6.6%)보다 높았다.
차기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바라는 덕목을 묻는 질문에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45.6%로 가장 높았다.
한국불교가 더 존경 받고 발전하기 위한 항목에서도
‘불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 증대’가 31.6%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