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by Kang dong soo
바다
강 동수
바다를 산 아래에 감추어 둔적이 있다 수시로 월경(越境)하여 산의 경계를 허무는 파도
산을 뛰어넘던 시간들이 바람으로 달려와 내 허리띠를 잡아끌 때 지리멸렬한 기억들을 접어 파도 끝에 묻어두고 한줄 날실처럼 누워있는 수평선으로 바다에 구획을 긋는다. 파도의 국경선을 넘나드는 갈매기가 너울파도의 발신지를 찾아 배회하는 방파제 끝에서 나는 아직도 남아있는 생의 암호를 해독중이다 심해의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욕망의 몸부림으로 세차게 밀고 당기는 파도의 끝자락을 끌어다 시간의 동굴 속에 가둔 밤이면 잠 못 이룬 별들이 걸어와 바다에서 오랜 시간 밀회를 즐기다 떠나온 곳으로 돌아간다.
부표처럼 떠있는 바위 위에 피곤의 날개를 접는 갈매기들 길 잃은 새들이 돌아올 때까지 등대는 아직 불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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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렇게 보니, 지면과 화면의 차이가 실감나네요.^^ 그 예전, 삼척의 바닷가에서 마셨던 맥주맛이 비릿하게 되살아나는 듯 싶네요. 건필을 기원합니다.
길 잃은 새를 기다리는 등대가 불면증인 것은 사랑과 희생의 상징일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