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 (2013. 12. 21 아리)
아랫녘에서 경기도 쪽으로 산행을 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소요산행 예부터 교통이 편리하여 서울 사람들이 북한산과 도봉산 다음으로 잘 찾는 곳이다. 교통은 물론 열차이다. 지금같이 자동차가 필수였던 시절이 아닐 때부터 이름난 곳이란 뜻이다. 어렸을 적 이곳 동두천까지 가려면 의정부까지는 기차로 그리고 자동차(버스)를 이용하면 요소 곳곳에는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어 양코뱅이 미군과 우리나라 군인이 버스에 올라와 검문을 하고 내려간다. 손님의 절반가량이 군인들이었으니까? 동두천 미군기지의 상징이 된 곳이기도 하여 양 색시들의 천국이었다. 집사람과 같이 신청하였으나 집사람은 년 전에 앓았던 대상포진의 후유증이 도져 머리가 아프다며 가질 못하겠다고 한다. 겨울 산행이라 옷을 바꾸어 입는다. 기능성 내의도 입는다. 이것저것을 챙겨 넣었건만 무엇인가를 빠치고 출발하는 기분이다. 스키마스크를 몇 번 만지작거리다. 놓고 나온다. 차는 예약했던 사람들이 취소하여 넉넉한 자리다. 집사람부터 펑크를 냈으니 산악회 측에 미안한 마음이다.
오늘은 간밤에 내린 진눈깨비로 도로가 얼어 정수 까지 걸어 나가 버스에 오른다. 운동장에서 6시30분에 출발한 차는 정안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7시50분이다. 간밤에 잠을 설치어 판교에 이르도록 잠을 자고 왔다. 버스는 지체를 반복하며 의정부를 지나고 있다. 동두천에 이르니 10시가 넘었다. 기사의 서비스로 소요산 매표소 앞에 버스를 멈춘다. 주차장은 한참 아래쪽에 있다. 10시30분 매표소 지붕은 보수중인가 파란 천막 덮개가 펄럭거리고 공사 파이프가 얽어져 있다. 일인당 1000원이다. 동두천시민은 무료인가 보다. 그러나 경로자들에 대한 안내가 없다. 경로는 어디가나 무료인데. 오른쪽 계곡에 남아 있는 하얀 눈이 나무들과 바위들을 감싸고 있다. 소요산 자재암(逍遙山 自在庵) 일주문에 들어선다. 좌측의 음료대 에는 나지막이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 지붕도 있고 뚜껑도 해 놓아 위생을 강조한다.
원효 폭포에 이른 시간이 10시45분 소요산 등산종합 안내도에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 있다. 이산은 매월당 김시습이 거닐었다 하여 소요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수양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여섯 개의 봉우리가 말발굽처럼 빙 둘러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경치가 좋다고 설명이다. 지금 겨울은 별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 인가? 우측으로 가면 공주봉 좌측으로 가면 자재암으로 향한다. 입구부터 계단이다. 일명 백팔계단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곳이다. 끝에는 조그만 종이 매달린 아취형 해탈문이 기다린다. 계단을 내려서니 비탈진 곳에는 추담선사의 부도와 비가 외롭다. 좌측에는 높다란 석축을 쌓은 안에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계단 입구는 마치 근접을 경고 하듯 몬로레일이 지나고 있다. 백운암 성문 같은 붉은색 문은 굳게 닿고 묵언정진중이란 글씨로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한다. 계단을 다시 오르니 자재암이 반긴다. 비좁은 계곡을 이용하여 일자형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대웅전 토방은 비닐하우스를 하여 참배객들의 추위를 막아 준다. 커다란 바위 밑에 석축을 하여 나한전 이 자리하고 있다. 굴속에는 나한들을 향해 스님이 열심히 기도중이다.
자재암 뒤로 난 하백운봉 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돌계단부터 시작하여 계단의 연속이다.
동절기 산행 대비를 철저히 하여 내의를 입으니 매우 덥다. 계단 중간에 이르러 한쪽으로 들어가 내의를 벗어 가벼운 차림으로 나선다. 하백운대 도착 11시30분 이제부터 아이젠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젠을 준비치 안아 고생을 할 것 같다.
하백운대는 여섯 봉우리 중 가장 아래봉우리로 작은 금강산이라고 할만치 아름답다고 했다 한다. 그래서 양사헌 이율곡, 성혼, 허목등의 학자와 문인 시인들이 찾아 노래한 곳이란다.
“길따라 계곡에 드니 봉우리마다
노을 지며 험준한 산봉우리들이 섰는데
한줄기 계곡물이 맑고 시리다”
하고 김시습이 노래했다고 한다.
중백운대에 이른 길은 눈이 있어 조심스럽다. 중백운대 에는 해동불교의 태고 보우선사가 노래한 글이 있다.
“소요산위의 흰 구름은 떠오른 달과 함께 노린다.
맑은 바람 불어오니 상쾌하여라.
기묘한 경치 더욱 좋구나.”
아마 달밤에 수행 차 나와 본 전경을 노래함이어라. 능선의 길목에는 노송이 자리하고 있어 단애의 위험을 반감한다. 상백운봉에 이르니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시가 있다.
“넝쿨을 휘어잡으며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흰 구름 가운데 암자 하나 놓였네
내 나라 산천이 눈 아래 펼쳐지고
중국 땅 강남조차 보일 듯 하이“
이조 이성계가 아들들의 권력 다툼으로 피를 부르자 함흥으로 갔다가 돌아와 이곳에 머물면서 짓는 시인가 보다. 상백운봉을 지나니 이정표는 다음은 칼 바위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늦어지는 걸음으로 뒤에서 좇아온 회원들을 앞세운다.
넓직한 모양의 바위들이 사십오도 각도로 꽂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등선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모양이 마치 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눈 덮인 바위 사이사이를 조심스레 이동이다. 이곳은 상백운대에서 선녀탕 입구까지 약 500여 미터에 이른다고 설명이다.
다음은 나한대 0.6km를 알리는 이정표다.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안내도 친절하다. 나한대에 이르는 길목을 우회하여 간다. 아이젠을 했으면 우회하겠는가? 나한대에서 내려오는 이원장과 조우한다. 의상봉으로 향하다. 나지막한 소나무 아래서 점심이다. 소나무는 하얀 구름대신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점심을 마치고 의상대에 오른 시간이 1시10분이다. 의상대(587m)를 알리는 표지석이 조그만 오석에 음각하여 잘 보일 질 않는다. 미스터 박이 눈을 집어 글씨에 입히니 하얀 글씨가 뚜렷하다. 주위 사람들이 칭송이다. 아이디어 좋다고, 원효는 이곳에 와서 친구 의상을 생각했단 말인가?
옛말에 “모르면 약” 이라고 하던가? 맛있게 먹은 물이 계곡수가 아니라 해골에 고인물이라 이것을 깨달은 사람은 남고, 모른 사람은 유학길에 오르고, 그래 대중에 파고든 사람은 이곳저곳에서 사랑의 흔적을 남긴다. 이곳도 과부와 사랑을 나눈 곳이다. 이렇게 우리네 삶이 음양의 조화에 의하여 꾸려 가는 것이 인생사이다. 저 멀리 경주에서 이곳 까지 사랑하는 님을 찾아 온 요석공주 왕인 아버지의 허락으로 왔는가?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님을 따라 왔는가? 이것이 인간의 삶이다. 아마 원효는 뭇 아낙네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나 보다. 요셋말로 배용준 이나 장동건 정도였는지도 모른다. 나의 자식을 낳으면 색동옷을 입히라는 말에 색동저고리를 유행시킨 사람이 원효이런가? 그러면 원효는 바람둥이 신라판 카사노바이런가? 의상봉에서 해찰을 하는 동안 이원장과 미스터 박은 눈에서 사라지고 없다. 공주봉을 향하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원효를 바람둥이로 까지 몰고 갔다. 평펴짐한 공주봉에 이른다. 의상봉과 마주하는 봉우리다. 소요산의 등산의 마지막 봉우리 요석공주의 흔적을 찾으려 여기저기를 보지만 공주봉에 대한 설명판 뿐이다. 이곳에서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곳인가 보다. 봉우리 주변에는 철쭉을 심어 놓아 봄에는 아름다운 꽃이 등산객을 맞이하겠다.
공주봉에 이른 시간이 1시 50분 이제부터 걱정이다. 북쪽의 하산 길 눈길에 발 갈쿠리가 없으니 몇 번을 넘어져야 하나 스틱을 챙긴다. 아직도 내 뒤에는 많은 회원들이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이다. 그러나 늦어지는 걸음인데도, 앞질러 가는 회원들이 없다. 아마 공주봉을 오지 않고 의상봉에서 샘터골로 바로 하산하였나 보다. 1km 남짓한 하산 길을 네발로 기어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한 여 등산객이 앞지를 뿐이다. 마음이 더욱 바쁘다. 샘터골과 만나는 곳에 이르니 2시30분 구절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잰 걸음이다. 매표소에 이르니 정총무한테 전화다. 모두 도착한 모양이다. 2시50분에 주차장에 도착 하니 바닥에 남을 어묵 국 한 그릇 펴주면서 수고했다고 한다. 나이를 먹은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제 까지는 그러나 오늘 에 알았다. 겨울산행에 필수인 아이젠을 생각지 못하는 상황인식의 부족이랄까? 기억의 상실증이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어찌하여야 하나 단어공부를 시작하여야 하나. 아님 수학공부를 해야 하나. 깨끗한 물에 머리를 행구어야 하나. 끝.
첫댓글 군산에서 동두천까지 먼 산행길 다녀가셨네요.
아이젠 없이 공주봉을 내렸다니 미끄러운 길 상상됩니다.
돌아서면 잊을 나이입니다.걱정하지마세요.겨울산 안산하시길...
언제부터 아이젠이가 하고 객기를 부려 보았는데, 사고 없이 내려온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기억력 감퇴 어떻게 해야 지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소요산의 겨울 산행은 못 가고 가을 산행으로 처와 함께 다녀 왓습니다. 그리 가까은 거리가 아닌데 다녀 오셨네요. 정신과 육체 건강을 위하여 늘 열정을 다 하시니 좋아 보이고 귀감을 갖습니다.
가을에는 단풍축제도 열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죠, 수도권 전철이 연결되어서 그러한지 내려오는길목에는 많은 노인들이 산책겸 다녀가는 곳이도 합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 감사 합니다.
11월 이면 아이젠을 아예 베낭속에 넣어두어야 합니다요 자빠지면 큰일나는 나이잖아요 와룡당님 항상 산/안산 바랍니다
그래요, 11월이면 필수품인데, 올해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고맙습니다.
능선의 길목에는 노송이 자리하고 있어 단애(?)의 위험을 반감한다? 덕분에 한문공부 잘 하였습니다.
너무나 문자를 많이 썼나요? 요세 고전을 조금 읽다보니 문장이 그렇게 되어 습니다. 한줄한줄 정성을 다해 정독해 주시는 마음 고마움을 전 합니다. 감사 합니다.
와룡당선생 1월 11일 날 소백산 어떻신가?
신년 모임이 있는데, 장회장이 같이 하자는데 아니갈 수 있겠는가. 어디에서 가는데 같이 가지뭐. 몇시에 출발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