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날 동이 터 온다. 저기 보이는게 어제 피니쉬 지점이다. 5시 밥 먹고 6시에 브리핑 하고, 7시에 RS 출발이다.
----------------------------------------------------------------------------------------- ----------------------------------------------------------------------------------------- - ETAP은 하루의 일정입니다. ETAP-2는 2번째날 일정을 말합니다. - 용어가 생소하신 분은 프롤로그 용어 편을 보시기 바랍니다.
위에 있는 내용이 오늘 일정이다. SS 구간만 476.57Km나 된다. 더군다나 오늘 사막에 들어 간다고 한다. 원래 소문에는 3일째 짧은 코스에서 사막에 넣는다고 알고 있었다. "사구로 향한다" 가 뭔말인지 주의 했어야 했다.
일본 친구들이 사막에서 주의할 것들을 알려 준다. 뭐.. 근데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전날 성적이 좋았다. 나는 전체 19등 MOTO 7등이다. 전날은 코스가 좋아서 AUTO들이 성적이 좋다. 길이 쭉 뻗어 있으면 AUTO들이 유리하고 좀 험하면 MOTO가 유리한 듯 했다.
처음으로 받는 식판 밥이다. 식판은 각자 준비해 가야 한다. 코펠로 대충 받아 먹어도 되는데 한국팀은 식판을 일괄 구매해서 가져왔다. 김과 고추장만 추가로 가져와서 일본식 짬밥 먹을만 했다.
저 선수가 어제 최사장 형님을 새벽 1시까지 개고생 시킨 3번 히가시 선수다. 오밤중 까지 같이 고생 하느라고 최사장형님과 정들었나 보다.ㅋㅋ 나중에 보니 왕년에 모토크로스 선수 답게 엄청 빠르다. 그런데 길을 못 찾는다. ㅎㅎㅎ
여기가 우리가 묵었던 숙영지, 항상 숙영지는 이런 모습이다.
출발 바로 직전 필자이다. 미스터 조~ 가 찍어 준 사진.. 오늘의 개고생을 전혀 예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선수는 12번 마츠시다 선수인데... 몸매가 무슨 중학생처럼 왜소하시다. 나하고 동갑이신데.... 어쩌다 랠리에 꽃히셔서 고생이 많으셨다. 고생고생 하면서 6일차 까지 열심히 타는거 같드만.. 7일차에 스스로 SS 구간 포기하고 실격 되셨다.
출발해서 10분 정도 지났는데 1분후에 출발하신 정사장 형님이 손을 흔들면서 전력 추월해 가신다.. 정사장형님과 최사장형님은 정말 경기내내 엄청 빨리 달리셨다.
그런데 형님 빨리가시믄 뭐해? 길도 모르시쟈너요``ㅋㅋ
부지런히 경기에 임하는데 헬기에서 나를 찍어 주셨다. ㅎㅎ 찍어 달라고 열심히 손 흔들었다.
사진 찍어준 헬기가 내 헬멧캠에 잡혔다.
아.. 여기 길 잃고 헤메다가 깨굴락지 되었다. 다행히 속도를 줄인 상태라 ICO 떨어진거 외에는 피해가 전혀 없는데 랠리이후 첫 전도라서 좀 놀랐다.
ICO는 어떡해? 뭐,,, 어차피 이날까지 ICO는 보지도 않았으니까 신경도 안쓰인다. 오늘은 GPS를 루트 활성화 시킨후 나침판 모드로 해 놓고 참고했다. 나침판으로 해 놓으니 좀 보인다. 이후 계속 GPS 나침판만 보구 하루 종일 길을 찾았다.
여기서 깨굴락지 되자마자 아까 추월해 가신 정사장 형님이 바로 오신다.
"왜 여기 계셔요 형님?" 하니까. 앞에 머신들 먼지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시드란다. ㅋㅋㅋ 그래서 헤메고 계시는데 내가 오는게 보여 열심히 쫓아 오셨단다.
"형님 저두 길 잃어서 뚫고 가야해요~~" 그래도 나는 GPS가 있어서 뚫을수라도 있지만 정사장형님은 막막하셨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정사장형님과 하루종일 같이 다녔다.
출발후 두시간 이상 되었을 것이다. 앞에 이케다 선수가 보인다. 이번 랠리에서 3등 했고 예전에도 자주 참가한 입상 경력이 풍부한 선수다.
그 선수가 우리 한테 잡힌거다... 하긴 이케다 선수는 오늘 나보다 2분 먼저 출발 했으니 항상 근거리에 있었을 수도 있다.
이캐다 선수 추월하고 한참 지나니 몽골 선수와 함께 나란히 우리를 추월하신다. 이때 길이 상당해 애매 했는데... 운좋게도 이케다 선수를 계속 따라가 사막 구간까지 찾아 갈 수 있었다.
이날 출발하고 정사장형님을 제외하고 이케다를 만나는 이 시간까지 두시간 동안 AUTO든 MOTO든 아무도 보지 못했다.
GPS 나침판만 보고 갔는데도 길을 별로 잃지 않았고, 전날 성적 순서대로 출발하니 내 앞에 가는 선수는 내가 못 따라 잡고, 내 뒤에 오는 선수는 나를 못따라 잡는듯 하다.
그랬는데 사막에 들어서니 여러명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잠깐 멈칫하면 바로 따라 붙어 오신다.
사막 구간에 들어서서 이케다 선수가 저 사막으로 들어 간다. 그 쪽에 이미 HINO 머신이랑 다른 AUTO 머신 두어대가 모래에 빠져 있다.
이미 조금 평이한 사막을 지나느라 힘이 들었는데, 정사장 형님은 저기 아닐거 같다고 가지 말자고 하신다. 그런데 다른 차들이 자꾸 그 쪽으로 들어간다..
"아 형님 다들 저리로 가면 우리도 가야 할 거 같은데요..." 하면서 망설이는데...
자칼을 포함한 몽골 선수 몇 명이 뒤에 따라 붙어 우리를 지나간다.. 오~~ 자칼을 따라 가면 되겠네.... 하고 따라 갔다.
자칼을 포함한 3명의 선수들이다. 원래 저 선수들을 따라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사장 형님이 안 따라 오신다..
돌아와보니 정사장형님 모래에 빠져서 고생하고 계시는 중,.. 정사장형님 원래 좀 짧으신데다... 랠리용 하이시트까지 해서 적응이 잘 안되셨다. 밀고끌고 빼내서 다시 자칼이 갔던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한참 잘 따라오시던 형님 또 안오신다.. 머신을 세워 두고 언덕을 두어개 돌아와 보니 저 멀리서 형님이 그냥 먼저 가라고 하신다....
아.. 형님 GPS도 없으심서 어쩌실라고... 하면서도 뭐 다른 선수들 지나갈때 따라 오시겠지.. 하고 혼자 진행 했다.
그저 앞에 자칼 일행이 지난간 길을 보고 따라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퀴 자국이 없다.. 바람이 불어서 모래가 날리는 반대 편에는 바퀴자국이 하나도 없다. GPS 나침반을 보고 그냥 진행 했다. 좀 암담했다.
아.. 여기 사구에서 까바졌다. 몸이 먼저 날랐고 바이크가 나를 덥쳤다. 이삼분간 아윽아윽 거리며 웅크려 있었는데.... 운 좋게 금방 좋아진다. 요 바로 앞에서 비디오 밧데리가 떨어져 그 장면이 남아 있지 않다. 아깝다~~
다카르랠리 비디오나 일본 선수들이 위험하다고 알려 줬기에 모래 언덕 꼭대기를 조심스럽게 올라다녔고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사구가 아니라 그냥 모래 언덕이었고, 여기 처음으로 만난 사구에서 사고친 것이다.
사구는 바람이 모래를 이동시켜 만든 언덕이다. 바람이 부는 쪽은 경사가 완만하고 반대쪽은 모래가 흘러 내려가 급경사 낭떠러지 수준이다.
아무리 급경사라도 그냥 흙이라면 자연스럽게 내려오면 되는데.. 흘러내리는 모래라 앞바퀴가 확 박힌다. 대충 방법이 전혀 없다.
저 사구 넘을때도 정상에서 멈춰서려고 했었다. 그런데 정상이 없다. 사구 꼭대기는 그냥 칼날처럼 날까롭다. 서 있을 정상이 없는 것이다. 앞바퀴가 넘어가는 순간 방법이 읍다 ㅠㅠ.. 이 다음에도 이런 사구를 대여섯개 넘었는데 조심조심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다.
이 날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구에서 두명 정도가 다쳐서 리타이어 되었고, 그 경험 많은 자칼도 이날 사구에서 쳐박혀서 시합내내 왼쪽 팔을 구부리고 다녔다.
사구에서 쳐박히면서 백밀러가 나가 떨어졌다. 전날 믹스앤픽스로 붙여 놓은 백밀러다. 만약 튼튼한 백밀러 였다면 클러치레버 고정이 부러지면서 애먹었을 것인데.. 운이 좋다.
아.. 암담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퀴 자국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어디로 가라구.
실제로 별거 아닌거 같지만 여기서 보면 고만고만한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거 처럼 보인다. 나중에 구글어스로 보니 이런 사막이 그리 넓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루트북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근처에 있을 CP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가늠이 안가 암담하기만 했다.
업힐에서 한번 걸렸는데.. 아침 브리핑에서 사막에서 밑으로는 절대 내려가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던게 생각나서 일부러 걸어 내려가 접지력을 확인하고 끌어 내렸다.. 아.. 모국에 있을때는 내 그리 소심한 놈 아닌데... 사막에서 혼자 이러구 있으니 좀 소심해 지네..
내가 공부해서 배워온 사막에서 명심할 점... 1.능선으로 진행해라. 2.모래언덕 넘을때 조심해라. 3.낙타 발자국을 따라가면 안전하다... 이다.
저기 낙타가 보이네.. 반갑지만.. 낙타 발자국은 안 보이네.ㅠㅠ
이게 사구 꼭대기이다. 모래가 흘러 내려가는 경사면은 상당히 급경사다. 또 칼날처럼 정상이란게 없다. 저기 넘어서면 급경사에 앞바퀴가 푹 들어가서 꼬구라 진다.
몇번 하니 넘어서는 요령이 생기드라. 직각으로 사구에 다 올라와서 비스듬히 앞바퀴를 사구 꼭대기에 걸친다. 그게 요령이다.
아~놔~ 암담하지만 열심히 한참을 갔더니 운 좋게 CP를 만났다. 자칫 GPS만 믿고 방향 잘못 잡았으면 CP 못찾고 사막에서 미아될 뻔 했다.
CP에서 잠시 쉬고 있었더니 정사장 형님이 오신다.. 정사장형님은 사막 넘는거 포기하고 한시간 동안 천막치고 쉬고 있다가 다른 사람 따라서 옆으로 오니 쉽게 올수 있더란다. ㅠㅠ 이럴수가..
위 루트북이 사막 구간이다. 죄측 페이지 맨마지막 02-08 포인트에서 실선이 아니고 점선이다. 길이 없으니 뚫고 가라는 이야기다.
180도 방향으로 8.86Km 가서 250도 방향으로 830미터 간다. 그후에 사막을 넘어넘어 가면 CP가 보일 것이다. 이 고약한 놈들이 CP 전에 5.29Km 구간 방위각을 명시 안했다.
넘 쉽게는 못해 주겠다는 말이 되겠다. 원래 CP와 FINISH 등은 GPS 포인트를 명시해 주지 않는다. 자력으로 길 찾아 오라는 얘기이다.
이거 경험 많은 선수들과 길 잘 찾는 AUTO들도 제대로 못 찾아 갔다. 그래서 여기서 많은 선수들이 이날 헤멧다.
구글어스상에서 보면 저기가 사막처럼 보이지 않지만 이날 지나온 사막이다. 사막에 큰 언덕이 있는게 아니고 고만고만한 언덕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좌에서 우로 실선이 내가 지나온 트랙이다. 위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으로 가지 않고 직선으로 가는게 맞았다.
하지만 많은 선수가 그렇지 못했고 사막을 건너지 못한 선수들이 많았다. 새벽1시에 체크된 기록을 보면 그때까지도 총38대가 들어왔고 20여대가 들어오지 못했다.
이 날 주최측에서 찍어준 사진이다. 찍사는 일본에서 꽤 유명한 사진작가라고 한다.
사막 오기전 코스도 한참 힘든 코스가 있었고, 사막에서 고생했는데, 아직 반도 안 끝났다. 사막이 끝나고는 비교적 쉬운 코스 였지만 정사장형님과 나는 길을 계속 못찾고 직선으로 뚫느라고 험난한 고생을 했다.
이 날 10시간 가까이 바이크를 탓다. 8시 20분 경에 출발했으니 6시 좀 넘어 도착했다. 잘 도착한 셈이지만 성적은 좋지 않다.
MOTO 에서 19등이다. 사막에서 시간을 많이 뺐겼고 이후에는 길을 못 찾아 직선으로 뚫는다고 산넘어 개고생 하는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날 까지만 해도 우리 한국팀은... 로드북을 어떻게 보고 오느냐고... 그 속도에 로드북을 보면서 오는게 이해가 안된다 다들 안보는거 같다.... 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날 길을 너무 헤메서 아무래도 이상해서 경기후 다른 머신들 로드북을 유심히 봤다.
한국팀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로드북은 전부 마지막 페이지에 멈춰있다. 한국팀은 로드북이 고장난 상태이기도 했지만 손으로라도 돌려볼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20대 정도를 일일히 체크해 봤는데 전부 마지막 페이지에 가 있고 하나 같이 형광펜으로 정성 스럽게 표시가 되어 있다.
한국팀만 로드북을 보지 않고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고 이런 세상에나~~
이 날은 우리팀 메카닉 머신도 밤 열시가 다 되어 들어 왔다. 한국팀은 메카닉도 GPS가 없어 하루종일 길 잃고 헤메고 다녔다고...ㅋㅋ 환장..
한국팀은 나를 포함 열시간 정도 걸렸고 이장 형님은 12시간, 코코는 아직 안 들어 왔다. 코코 소식이 궁금한데 메카닉 차에 있는 통역 미스터조가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물어볼 수도 없고...
암튼 자정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가 여자 선수들 4명 전원이 낙오되어 오늘은 위험하니 오피셜 화물차 옆에서 새우잠을 자고 내일 날이 밝으면 들어온다는 소식이다. 다음 날 아침에 여자 선수들은 11시 정도에 들어 왔고... 12시에 출발 했다. 헐~~ 안스러워라....
아무튼 랠리 선수들은 밤을 새서라도 정비를 하더라는...
특히 차는 고장 한번 나면 진짜로 밤새서 뜯어 고치는게 다반사로 보이고,, 차들은 날이면 날마다 용접을 여기저기서 하는게 보인다.
이 날은 피곤해서 코코선수가 들어오던 말던 암튼 잠은 다들 잘 잤다.
메카닉 멀더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다들 피곤한데 멀더에게 정비를 부탁했고 새벽까지 멀더가 다 정비해 줬다.
이 날 20명 가까운 선수가 실격 또는 조난 되었다. 밤새도록 선수들이 들어 왔고 여자 선수들은 다음날 아침에 들어 왔다.
일본 관계자가 오늘 같은날 처음 출전한 한국 선수들 낙오가 있어야 되는데 남자 선수들이 다 들어 왔다고 미스터조 한테 칭찬 하드란다.. ㅋㅋ 속도 모르고..
. 이 날 헬멧캠 동영상이다. 사막을 건너고는 정신이 없어 더 이상 찍지 못했다. 사막을 건너는 마지막 정도에는 사구를 쉽게 지나는 요령이 나온다.
내일은 코스가 SS 250Km로 짧다. 그런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실수가 기다리고 있다 ㅠㅠ. 오늘 끝.
아래 동영상은 길게 편집해서 지루하니 관심있는 분들만 보시라. |
출처: 엔듀로라이더 맥라기의 블로그 원문보기 글쓴이: 맥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