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공권유술 오픈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열정적으로 공권유술 세미나에 참가한 한 러시아인이 세미나를 마치고 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마스터 강! 당신도 합기도를 했다고 하는데. 당신은 정말로 합기도가 일본 것이 아니라 한국 것이라 생각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질문 속에는 이미 자신은 답을 알고 있으니 좀 솔직해져봐라! 라는 느낌이 역력했기 때문입니다.
합기도 세미나가 아닌 공권유술 세미나에서 내가 왜? 이러한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나는 대답하기에 앞서 그에게 당신은 합기도와 아이키도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이 일본의 아이키도 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합기도는 일본 것이고 한국인이 무단으로 기술과 이름을 훔쳐갔다고 세계적으로 선전한다는 것입니다.
방법은 세계적으로 분포되어있는 각 국가의 무술포럼 싸이트나 합기도단체를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게시판 등에 아이키도 수련생이나 단체가 지속적으로 합기도는 일본의 아이키도라는 주장을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고 그것을 본 합기도수련생이나 타 무술의 마스터들이 그 말을 당연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셀 수없이 많은 한국의 합기도단체들 중 단 한군데의 협회에서도 그 어떤 해명도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졸지에 한국인이 나쁜 국민성을 가지고 있으며 속임수를 썼으며 외국에서 합기도를 수련하는 학생들을 기만한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 합기도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국가 이미지와 국민성도 아울러 손상 됩니다. 신라 화랑도에서 부터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내려왔다는 합기도의 거짓역사가 이젠 칼날이 되어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나는 그에게 아이키도가 일본 것이라 해서 한국의 합기도가 일본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되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태권도가 가라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서 태권도는 가라데가 아니다! 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합기도 단체가 80여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외국에서 볼 때 너무나 놀라운 일입니다.
한국의 합기도장의 수는 몇 개 안되는데 협회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각 협회장들이 이 도장 저 도장 떠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저명한 합기도 단체의 1단증 발행비가 3만5천원입니다. 이것이 비싸다고 싼 협회를 옮기는 도장의 관장님이 허다합니다. 외국에서 일본의 아이키도, 가라데 등의 1단증의 발행비는 30만원이 넘습니다.
모두 그 나라의 협회로 돈을 지불하고 검증을 통하여 단증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 합기도 종주국의 1단증 발행비 3만5천원이 비싼 게 되었을까요? 어느 무술단체에서는 단 1시간의 교육도 없이 도장등록증, 사범자격증, 5단증, 심판자격증 등 자격증만 15개이고 할인해서 십 만원에 모신다는 홍보 글도 있습니다.
여러 명의 관장들이 단체로 등록하면 모든 것이 무료이며 협회차원에서 격려금도 지원합니다. 한국의 합기도를 망하게 하는 것은 일선도장의 관장님들이 아닌 협회의 난잡한 단증발행과 지관 부풀리기의 과대경쟁 때문입니다.
그런 몇 만 원짜리 단증을 관장님 사무실에 걸어놓는 관장님도 생각해 볼 문제일 것입니다.
이제는 이것이 외국으로 퍼져서 외국인들도 몇 만원에 합기도 단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단증을 받은 외국인은 한국의 무술단체를 보고 배웁니다.
그는 자신의 나라에 아무런 제제 없이 그냥 협회를 만들고 자신의 이름으로 단증을 만들어 팝니다. 저작권도 없고 일본처럼 단증 갱신비를 한국에 내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 검증받지도 않고 그냥 마음대로 한국 합기도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합니다.
외국 세미나에서 자기 스스로 합기도 15단의 초고수라고 일컫는 배 뿔뚝이 아저씨를 보았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마도 합기도장은 세계적으로 수 만개이상 존재할 것입니다만 그들을 법적으로나 도리적으로나 컨트롤할 길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가슴이 아픕니다.
한국 합기도의 도덕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일선도장에서는 여러 합기도 협회의 단체에 문어발식으로 중복가입을 하고 각 협회를 돌아다니며 합기도 시합에 참여합니다. 시합에 참여하면 격려금으로 약간의 커미션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당신의 협회의 시합에 출전하겠다는 조건을 가지고 노골적으로 커미션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합기도를 수련하여 시합에 참가하는 유치부, 초등학생의 수련생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자신이 시합에 출전하면 두당 만원씩 관장님에게 떨어지는 사실 말입니다.
시합에 참가하기만 하면 100% 모든 선수들이 상을 받는 그런 대회를 훌륭한 대회라고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있는 이상 한국 합기도의 발전은 어둡기만 할 것입니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의 많은 합기도장들이 몇 년 후 도산되면 어떡하나? 라는 우려와 한국무술단체들로 인한 합기도의 쇠퇴와 패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