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도 필자의 경험담으로 시작한다. 필자는 2000년 2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해는 의약분업 문제로 의료계가 뒤숭숭할 때라 열심히 뛰지 못했다. 11월이 되어서야 한 달에 보름 이상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평소 한 번에 4∼5km를 달렸는데, 12월에 송년회가 많아지며 달리는 횟수가 줄어들자 어느 주말 낮에 10km를 달렸다. 달릴 때는 문제가 없었고, 처음으로 장거리를 달렸다고 좋아했으나 그날 저녁부터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오면서 무릎을 구부리고 펴기가 힘들었다.
- 러너들만 아는 ‘장경인대’-
처음 경험하는 달리기 부상이라 이게 뭔가 싶어 공부를 해보니 바로 장경인대 증후군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달리기하면서 무슨 스트레칭이냐 싶어 스트레칭을 전혀 하지 않고 달린 데다 처음 달려본 장거리가 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며칠 달리기를 쉬고 나니 증상이 좋아져서 그 후부터는 아무리 급해도 장경인대 스트레칭은 꼭 하고 달린다. 거리도 갑자기 늘리지 않는다.
장경인대란 말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이름이다. 실제 스포츠의학 교과서에도 장 경인대 증후군으로 고생할 수 있는 경우는 장거리 달리기, 장거리 자전거, 사춘기에 키가 갑자기 많이 커버린 소녀 정도가 나와 있을 뿐이다. 장경인대는 중둔근과 대퇴근막장근의 힘줄이 합쳐진 것이다. 이 힘줄은 대퇴골의 외상과(대퇴골 바깥쪽의 제일 튀어나온 부분) 부근을 지나 경골의 외측 결절에 가서 붙는다. 이 힘줄이 무릎이 30° 정도 구부러진 상태에서 대퇴골 외상과와 가장 많이 닿게 되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릎을 구부리는데 따라 장경인대가 대퇴골 외상과를 스치게 되며,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가 30˚일 때 가장 많이 접촉한다.
장경인대 증후군은 장경인대와 그 밑에 있는 대퇴골 외상과 간의 마찰로 생기는 염증을 말하며, 이 사이의 점액낭염이 흔히 동반된다. 대개의 원인은 장경인대의 유연성 부족과 장경인대를 구성하는 두 근육인 중둔근과 대퇴근막장근의 근력이 약화된 경우다. 하나를 더 든다면 모든 달리기 부상의 공통점인 과훈련이다.
유연성이 부족하면 장경인대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서 장경인대와 대퇴골 외상과 간의 마찰이 증가한다. 장경인대를 구성하는 중둔근과 대퇴근막장근의 지구력이 부족하면 장거리를 달릴 때 골반을 수평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과훈련은 유연성이나 근력이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훈련 거리를 늘리는 경우에 잘 생긴다. 장경인대에만 무리를 가하는 특별한 경우가 몇 가지 있다. 내리막길을 많이 달리면 주로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달려서 장경인대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게 된다. 원형 트랙을 도는 경우 한 방향으로만 돌면 바깥쪽 다리의 장경인대에 무리가 오기 쉽다. 도로 가장자리에서 달리면 제일 바깥쪽은 빗물이 잘 빠지라고 경사지게 해놓은 곳이 많은데, 경사의 낮은 곳을 딛고 달리는 다리는 장경인대에 무리가 가기 쉽다.
그 외에 닳은 신발 특히 바깥쪽 뒤축이 닳은 신을 신고 달리는 경우 장경인대에 무리가 온다. 드물지만 선천적으로 다리 길이가 차이가 나든지, 아치가 높은 오목발이든지, 무릎에 내반이 있는 경우 남들보다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진단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무릎 바깥쪽이 아프고 특히 30˚ 각도로 구부릴 때 심하게 아프다. 달리기에 의해 악화되는 무릎 외측 면에 통증이 있고, 장거리 달리기나 경사면 혹은 불규칙한 코스의 달리기, 내리막 달리기, 계단 내려가기, 자전거 타기 등에서 통증이 더 악화되며, 대퇴골 외상과 부위를 누르면 아프고, 장경인대가 뻣뻣하며 대개 붓지 않는다.
치료는 모든 스포츠 손상의 기본 치료법인 PRICE (Protection, 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에 준한다. 통증을 야기하는 동작을 피해야 하고, 달리기를 당분간 쉬어야 한다. 초기에는 얼음찜질을 자주 해주어야 한다.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가 치료의 기본이다. 장경인대 스트레칭은 익숙하지 않은 스트레칭이지만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눕거나 선 채로 다양한 스트레칭이 가능하다. 모든 스트레칭은 천천히 더 이상 하기 힘들 정도로 뻐근할 때까지 한 후 그 자세를 5∼10초간 유지해야 한다. 수시로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 가장 좋은 대체 훈련은 ‘수영’-
근력은 중둔근이 주로 담당하는 고관절의 외전근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옆으로 누워서 위쪽 다리를 위로 들면 된다. 5∼10초간 들어주며 20∼30회 정도 반복해야 한다. 근력이 붙으면 가벼운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 하는 것이 더 좋다. 통증이 심할 경우 먹는 소염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병행해서 해주면 좋다.
대체 훈련으로는 수영이 가장 좋다. 자전거는 무릎을 구부릴 때 장경인대에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무릎을 많이 구부리지 않고 걷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된다. 경보 선수들의 걸음걸이를 생각하면 된다.
훈련 스케줄을 조절하여 장경인대에 무리가 갈 만한 내리막 달리기나, 경사진 길에서의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신발을 잘 살펴서 너무 닳은 것이 아닌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보통 1∼2주 정도면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 6∼8주 정도 걸려야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오래 가는 경우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장경인대 바로 아래에 있는 점액낭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심한 경우는 장경인대 바로 아래 있는 작은 점액낭이 마찰에 의해 커져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수술로 장경인대가 대퇴골에 많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필자의 경우 주사나 수술이 필요한 케이스를 아직 본 일이 없다.
장경인대 증후군은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된다. 약간의 통증으로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칭과 근력 강화 운동을 충분히 하고 연습 스케줄과 주로를 적절히 조절하면 쉽게 넘어설 수 있는 달리기의 첫 관문이 될 것이다.
글·장성구 :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성애병원 재활의학과장을 맡고 있다. 2001년 첫 마라톤 완주 이후 풀코스를 8회 완주했으며, 최고기록은 3시간46분이다.
장경인대 스트레칭 : 1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를 교차시켜 선 상태에서 옆구리에 손을 얹고 머리와 함께 기울여 준다. 이때 뒤쪽에 위치한 다리의 장경인대가 늘어나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10여 초 동안 스트레칭한 뒤 자세를 바꿔 다시 실시한다.
장경인대 스트레칭 : 2 다리를 교차시켜 선 상태에서 두 손을 모아 땅에 닿도록 허리를 숙인다. 오른발이 앞쪽에 위치하면 오른쪽으로, 왼발이 앞쪽에 위치하면 왼쪽으로 팔을 뻗어주면 된다.
장경인대 스트레칭 : 3 다리를 교차시킨 후 한쪽 손을 벽에 대고 체중을 실어 반대쪽으로 힘을 주어 밀어낸다. 이때 머리는 벽과 반대쪽을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