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말들
2012 생명평화 대행진에 시작한지도 벌써 오일이나 지났다. 제주 강정마을을 출발해 목포, 광주, 순천, 벌교, 보성을 거쳐 오일째인 9일 공주로 가고 있다.
60여명의 사람들이 버스와 방송차, 밥차, 짐차에 나눠 타고 함께 하는 이 길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과 강정마을주민들,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쫓겨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인 양심 있는 많은 시민들도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70대 노인부터 20대 청년까지 함께 하는 참 별난 버스한대가 지금 전국을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다.
전라남도 지역에선 전라도의 인심 만큼이나 후한 밥상과 환대가 행진의 전반부를 힘차게 열어 줬다. 목포에선 젓갈 삼인방이 떡하니 자리 차지한 북엇국 백반이 광주에선 김밥조차도 다른 지역보다 맛났었다. 순천은 지역의 생협과 그 회원들이 함께 준비해 주신 따뜻한 밥상이 있었고 보성에선 안개낀 시골마을에서 먹는 소머리국밥맛이 일품이었다. 이쯤 되면 생명평화대행진이 아니라 먹거리유람단 같기도 하지만 맛난 밥을 먹으며 만나는 사람들의 한맺힌 이야기는 많은 고민을 남긴다.
목포에서 만난 보워터의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되었다. 그후 법원에서 복직 판결이 났음에도 1년이 넘게 복직 투쟁을 하고 있었다. 버젓이 사회시간에 노동3권을(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가르치면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탄압받는 이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순천만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순천은 순천만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습지를 개발하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언덕을 만들고 어울리지도 않는 으리으리한 건물들을 새운다. 농민들이 소박하게 농사짓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의 둥지가 되어야 할 곳이 발전을 명목으로 개발을 명목으로 파해쳐지고 있다. 또 다른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한없이 펼쳐진 황금 들녘을 지나 만난 벌교 보성에선 농민들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태풍피해에 대한 현실적 보상과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를 요구하고 있었다. 쌀과 같은 생활의 기초가 되는 농산물들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싼 가격에 들어오는 미국산 비소검출 쌀이 유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결국 주머니사정이 가벼운 서민들이 먹는 밥에 들어가는 쌀일 것이다.
조금만 돌아봐도 낙엽지는 가을의 낭만 속에 눈물들이 뿌려져 있다. 쌀 익는 황금 들녘을 휘감은 목소리들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자세히 듣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가던길을 멈추고 뒤돌아보고 자세히 그리고 천천히 살펴 봐야 한다. 생명평화대행진은 우리들 각자에게 그런 시간이 될 것같다. 안개속을 해쳐 나아가는 길에 또 어떤 사람들과 어떤 목소리를 만나게 될지 두렵고 설레인다.
첫댓글 보성 안개낀 시골마을에서 먹는 소머리국밥...음냥음냥~
맛있게 많이 드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