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onan 입니다.
아침에 시간이 있어서 이렇게 짜투리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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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아.. 어쩌면 특별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는데 어머니께서 담배피지 말라고 하셔서 피우지 않습니다.
아버지께서 너무 담배를 많이 태우셨기에, 단편적인 어린 기억에도 두 분이 다투시면 열에 아홉은 담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싸움의 강도가, 어린 남매가 느끼기에는 너무 강하고 무서워서 동생이랑 방에 들어가서 껴안고 큰 소리가 사라지길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어머니가 가방을 싸들고 택시타고 어디론가 가버려서 동생과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구요. 아버지가 처가에 가서 사정하고 어머니를 모셔왔다는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시던 아버지가, 현관을 나가서 피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티비를 보다 옷을 주섬주섬 입으면 어머니께 핀잔을 들으면서도 바람쐬러 갔다오시던 날도 생각납니다.
누구나 대부분 그렇듯이 스무살쯤 되자, 부모님 곁을 떠나서 나오게 될 때 어머니께서 무덤덤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디 가서 집안 망신만 안시키면 뭐든 해도 되는데, 대신 담배는 피지 마라. "
그것이 제가 담배를 입에 대지 않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군 복무 중일 때에도, 대학 때 줄담배 하는 자욱한 동아리 방에서도 누군가가 담배를 권하면, 엄마가 피지말라 했다 라고 답했고 그러면 대부분은 실없는 농으로 생각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나이가 드셔서도 가끔 담배 때문에 싸우셨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방에서 아버지 양복에서 담배냄새가 난다며 저에게 찾아보라고 하셨고 이제 나이가 든 아버지는 짜증 정도 겨우 내시면서 담배 안피운다며 자리를 피하셨습니다.
20년이 지나,
병원 로비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그 때 어머니 말씀을 하나 잘 들어서 지금 이나마 건강하게 앉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말씀도 좀 잘 들었다면 나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텐데 하는 후회도 좀 듭니다.
그리고, 내가 번번이 찾아낸 아버지의 담뱃갑들.. 책장 위, 서랍 구석, 양복 안주머니, 골프가방 속 몇 개비들을 내가 움켜쥐고 나왔더라면, 아버지는 수술실로 들어가지 않으셔도 되었을텐데 하는 후회도 많이 듭니다.
...
그걸 숨겨두고 모른척 나와서는
"없습니다. 없어요. 아버지 담배 안피셔요. "
하던 아들의 속마음이라는 것이, 내가 가정의 평화를 잘 지켰다.. 좀 어른스럽게 처세해야지 하는 거드름이었는지 잘난척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혼자 부끄럽고 눈물나도록 후회될 허세 라는 것을, 그 때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첫댓글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하아...또르륵 (ㅜ_ㅠ")
에잇 담배 한 대 피고 오께요.
ㅠㅠ
저도 반성합니다. 아버지에게 스트레스 덜 드렸으면, 술을 말렸더라면,
아직까지 같이 여행도 다니고 하실수 있을텐데... 이젠 제 얼굴을 보실 수도, 기억하시지도 못하네요. ㅠ
ㅠㅠ
저도 어머니 편 들어, 아버지 담배에 반대했었습니다. (저 역시 피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병마에 스러져 가는 아버지의 소망이 그것만 하면 행복한대 어쩌시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재떨이를 놓아 드렸습니다. 병원에 계실 때는 몰래 피우시라고 동생이 휠체어로 모시고 나가서 피게도 해드렸고요. 성묘 가게 되면, 좋은 술 뿐만 아니라 담배도 꼭 챙겨갑니다. 그 때로 다시 돌아가서 더 잘하고 싶어서 늘 큰 절 드릴때면, 눈물이 떨어집니다. 이제 어머니 한 분 남으셨네요.
ㅠㅠ
엄숙한 분위기에 산통을 깨는 것 같은데...
아버지가 어디 말려지는 분이시던가요?
저희 아버지... 증말 말 안들으십니다~^^
어렸을 때는 치기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고치겠다고 달려들었는데 어느순간 어리석은 행동인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결국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아버지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더라구요.
안되리라 지레 마음먹고 물러나지 않았는지 하는 마음도 들구요. 감사합니다. ^^
저도 담대 안태워요
저희 아버지도 안태우십니다
다른분들도 참 잘한일이라고 하시네요^^
정말 잘하셨어요.
@Conan - 카페운영진- 제 아내가 주위에 탁구쟁이들(?)인정하는게
비흡연자들이 많아서 입니다^^
금연한지 15여년이상 됐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듭니다..제 지인중 3명이 폐암으로 ㅠㅠ ..
존경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금연한지 2년째라서 담배가 가끔 땡기네요 이런 글 너무 좋네요~ 또 써주세요~
절대로 다시 피지 마셔요. ㅠㅠ
와이프 만나면서 금연 21년차 입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와이프님 덕분이시네요. ^^
저도 금연 20년차
중3 부터 근 30년 피다 40 중반 금연
제 동생 둘도 따라서 금연
멋지십니다. 존경합니다.
저도 군대에서 피기 시작하다가 30세 때 끊고 다신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저희아버지도 IMF 이후로 여러 악재로 담배 시작하셨다기 2년 전에 수술하시고 끊으셨네요 아무튼 담배는 안피워야 합니다...
아버님 건강 더욱 좋아지시길 기원합니다. 아슬란님도 대단하세요. ^^
@Conan - 카페운영진- 감사합니다, 아버지 마음 고생이 심하셨기 때문에 말리지도 못했는데 건강이 아무튼 최고인 거 같아요 지금은 다행히 건강히 잘 계십니다^^ 손주들 보는 재미로 즐겁게 사시는 거 같아 한결 마음이 편하네요^^
@아슬란 다행이고 행복입니다. ^^
같은집에 사시는분이
위궤양을 달고사는데
담배를 못끊네요
술은 입에 대지도
못하는데
큰 수술을 많이 하고
젊은 날을 허비했는데
영~~
금연은 안되나봐요
아들 사위 담배피는사람
아무도 없는데요ㅜㅜ
그러다 어느날 뚝딱 하고 끊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ㅠㅠ
@Conan - 카페운영진-
그럼 얼마나
좋을까요?ㅜㅜ
@탱크오산 그런 분들 좀 많더라구요. ^^
저도 금연8년차 아자아자!!
태어나서 제일 잘한일 같습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
저 같은 경우 금연 5년차에 꿈에서 피더군요;; 운동 같이하던 형님 7년까지 끊으셨는데 직장 스트레스 운운하시더니 다시 흡연...
그렇게 많이 다시 피웠다 끊었다 하시더라구요..
후회스러운 기억의 단편들이 아름다운 추억과 소망으로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친가,외가 통틀어서 저 혼자 담배 피웠는데 막내가 태어나고 여러번 금연시도 끝에 지금은 금연 8년쯤 되어가네요.지금은 회사에서 금연전도사가 되었습니다 ㅎㅎ 탁구도 흡연욕구를 이기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구요.처음부터 안피우셨으니 코난님은 애기허파를 가지셨겠네요
간접흡연은 좀 했습니다. 금연하셨다니 존경합니다. ^^
저희 아버지가 생각나네요..ㅠ
오늘 아버지 생각하시는 날이 되었네요..
큰일이 있었구려...
부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코난님께 용기를~
쾌차하실거에요. 감사합니다. ^^
아아...ㅠㅜ 글 읽고 저희 아버지께 전화드리러 갑니다. 코난님 아버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좋은 아들 되는 날이십니다. 감사합니다. ^^
아버님의 쾌유를 빌께요 ㅠㅜ
정말 감사합니다. ^^
비슷한 이유로 술/담배를 하지 않습니다만
알면서도 컨트롤 안되는게 있더라구요.
아버님 얼른 쾌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코난님 글 떴길래 반갑게 즐겁게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가슴이 뭉클...
같은 이유로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아요.
정확히 말하면, 가끔 마시긴 하는데 절대 취하지 않아요.^^
늘 취해있던 아버지, 술로 쓰러진 형에 대한 쓰라린 기억 덕분이지요.
어쩔 수 없이 많이 마시게 되는 날에도 취한 모습이 싫어서 절대 취하지 않죠.
남들은 제가 술을 무지 잘 먹는다고 하지만 저는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취기와의 사투를 몸과 마음 깊은 곳에서 벌이는 거랍니다.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에게 롤모델일 수도, 반면교사일 수도 있죠.
반면교사 아버지를 가진 저는 아들에게는 롤모델이 되려 정말 노력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아픈데는 좀 어떠신지. 각자 삶은 다 달라도 어느 부분에 공감하고 또 이해하면서 살아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공룡님의 기억에 또 제가 공감하고 다시 한번 아버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외의 것들은 너무나 아버지를 닮아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