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환경에서 소개한 세계는 거시 세계에 관한 것이다. 이 거시 세계의 크기는 너무도 엄청나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 세계 안에서 태양계는 한 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존재이고 그것의 한 행성인 지구는 더욱 작은 존재이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60억의 사람 중 하나인 나는 참으로 작은 존재이다. 그래서 이 거시 세계에 대해 생각하면 나의 존재에 대한 가치와 자부심을 의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미시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들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고 나 자신이 그렇게 작기만 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시 세계와 비교해서는 한 알의 모래에도 미치지 못할 내 몸이지만 약 60조 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세포 안에는 핵 세포질 미토콘드리아 리소좀 리보솜 중심립 원형질막 골지복합체 퍼옥시솜 미세필라멘트 미세소관 조면소포체 활면소포체와 같은 각종 기관들이 들어 있다. 핵 안에 들어 있는 DNA에만도 30억 개가 넘는 염기가 있고 염기들은 다시 무수한 수의 원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질의 최소단위인 원소들은 다시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가벼운 수소는 구조가 단순하지만 우라늄과 같이 중금속은 상당히 복잡하고 전자의 수도 매우 많다. 물리학자들은 이들 미립자의 성질과 정체에 대해 밝혀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미시 세계의 영역을 다루는 나노과학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 알의 모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게 볼 수도 있고 엄청나게 큰 또 하나의 우주로 볼 수도 있다. 미시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들에 대해 우리 자신이 또 하나의 거대한 우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존재가 아닌 것이다
60조 개나 되는 세포 안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산소를 이용해서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DNA 복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낡은 세포를 처분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세포들로 구성된 각 기관들이 수행하고 있는 일들 또한 엄청나다. 폐 심장 위 소장 대장 등에서 호흡 혈액순환 소화 등이 진행되고 있고 뇌 눈 귀 손발 등은 보고 듣고 움직이고 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말로 다할 수 없는 일들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어서 내가 이렇게 삶을 구가하고 있다
우리 안의 미시 세계에서 매 순간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수행해 내야 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우리는 벌써 지쳐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느님께서 이 모든 일을 당신이 알아서 하신다. 당신의 생각과 계획대로 우리를 만드시어 이 모든 일을 책임지신다. 그러면서 우리더러는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라고 하신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하여 불만과 걱정으로 오늘을 보낼 것인가? 이미 받고 있는 수많은 은총이 안중에도 없다면 무엇을 더 받아야 만족하며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겠는가? 좀 더 정확한 척도를 가지고 자기 삶을 가늠하고 생각한다면 삶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가까이에서 보일 것이다
전헌호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출처 : http://news.catholic.or.kr/WZ_NP/section/view.asp?tbcode=SEC05&cseq=2&seq=182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