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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ㄱ초 인터넷 누리집 화면 갈무리 |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 교사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적 모욕감을 주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학교 교사들이 집단민원을 넣고 해당 학교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또 해당 지역 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이를 막기 위해 수차례 학교로 전화를 걸어 교사들의 민원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들은 집단으로 이 같은 사실을 기록한 민원 진정서를 지난 15일 국민권익위원회와 여성가족부에 보냈다.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내용을 이첩 받은 의정부교육청에서는 20일부터 감사에 나선 상태다.
기자가 입수한 이 학교 거의 모든 교사들이 작성한 진정서에는 의정부 ㄱ초 ㄴ교장이 지난 한 학기 동안 교사들을 상대로 자행한 성희롱과 인격 모독성 발언이 그대로 정리돼 있었다. 교사들은 “ㄴ교장이 매우 심한 폭언과 성희롱 발언 등으로 폭력적이고 위협적으로 교사들을 통제해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도 학운위를 통해 이 같은 학교장의 횡포를 두고 설전을 벌인바 있다고도 했다.
교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올해 3월 부임한 ㄴ교장이 수시로 교사들에게 폭언을 하고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시로 공적 ․ 사적인 자리에서 여교사들을 상대로 “예쁘다, 못 생겼다, 주름이 많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쓸개 빠진 년, 넌 내 옆에 앉아라, 내 무릎 위에는 아무나 못 앉는다, ○○이가 입술을 많이 빨아주었냐?, 결혼을 안 한 노처녀라서 그렇다, (미혼 여교사에게) 처녀 맞아? 임신한 거 아니야?” 등의 직설적이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ㄴ교장은 또 행정실 여직원들에게도 성적 모욕감을 주거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0년 상반기 성희롱 예방 연수 설문지 작성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나 녹색어머니회, 어머니폴리스 등의 활동을 하는 학부모들을 상대로도 교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미친년들 돌아다닌다” “녹색년들이 교장 길들이려고 하나” “개념 없는 년” 등의 욕설을 하며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주장이다. “지난해에 있던 학교에서는 학부모회를 아예 없애버렸다”는 이야기도 종종 했던 것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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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초 교사가 직접 쓴 진정서 일부 |
이 같은 교사들의 주장에 대해 ㄴ교장은 “(진정서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 그런 성희롱이나 욕설을 한 적이 없다. 앞뒤 상황을 보면 성희롱이 아니다”라면서도 “나도 상처 받았다. 마음으로 반성하고 있다. 처벌을 받을 것이다”라면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 ㄴ교장은 “국민권익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민원을 취소하면 사표를 내겠다”라고 교사들에게 제안을 했다가 19일부터 태도를 바꾸어 “사표 낼 생각이 없고, 징계와 감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교사들은 진정서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며 “ㄴ교장이 다른 학교로 가거나 교육계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교사의 양심을 걸고 더 이상은 참고 받아들일 수 없다. 지은 죄에 합당한 중징계를 받기를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ㄴ교장의 퇴출을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ㄴ교장은 평소에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김학진 의정부교육청 교육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처럼 말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지난 9일에는 교직원 전체 회식자리에서 “(의정부교육청)학무과장이 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었대. ○장학사를 내려 보낼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던데 ○장학사 지가 나와 봤자지”라며 교육청에서도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또 “의정부교육장과 평소 술자리도 자주 함께 하며 교육장이 힘들 때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는 말도 공공연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학진 의정부 교육장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작년 12월 이후에는 (ㄴ교장과) 개인적으로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없다. 내가 힘들 때 위로해 준 적도 없다. 기관장이 말조심하라고 하면 자숙해야 하는데 친하다고 그러면 되나?”라고 반문하며 ㄴ교장의 말을 부인했다. ㄴ교장도 “내가 겸손하지 못한 탓이다. 관내 학교장 가운데 누군들 의정부교육장을 모르겠나”라면서 자신이 과장해 말했음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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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카지노로 교직원 연수를 추진하면서 교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교장의 메신저 내용. |
ㄴ교장은 또 교직원 친목회 주관의 연수 일정을 잡는 데도 관여해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로 장소를 정하고 참여를 거부하는 교사들에게는 사유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이 부족하고 교직원들이 카지노로 가는 것을 힘들어해 일정을 변경하려고 하자 교감 과 관련 교사들을 버스 뒤로 불러다가 ‘가족 나들이 왔냐? 똑바로 하라’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협박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증언이다. ㄴ교장은 기자와 통화한 후 교감을 불러 “언론에 나가는 걸 막아 달라”고 요구한 것도 확인됐다.
교사들에 따르면 ㄴ교장은 지난 3월부터 부장회의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김상곤이는 안 돼! 김상곤이가 되면 애새끼들 밥처먹이는 데 돈 다 쓰니깐”이라고 했고, 5월에는 시내의 ㅇ음식점에서 가진 식사자리에서 “두 번 실수하지마! 김상곤이 또 되지 않도록 선거 잘 해!”라며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ㄴ교장은 그러나 “무상급식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지 그런 말은 맹세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0일부터 진행 중인 의정부교육청의 감사와 관련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담당 장학사와 감사관들이 성희롱 피해와 관련해 진술서를 재작성하게 하는 등 2차 가해를 하고 두려움을 느낄 만큼 교사들을 협박해 사실과 다르게 진정서를 재작성하도록 요구하는 등 파행적인 감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민원을 낸 것을 의정부교육청에 보고하자 담당장학사가 전화를 걸어 “민원을 삭제하라”고 요구했고 교사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다시 전화를 걸어 “그럼 민원을 올린 사람이 직접 취하하게 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교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아무개 장학사는 “전혀 그런 적 없다. 공정하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감사하는 것이다”라며 교사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술서를 재작성하게 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아무개 감사관은 “개인적으로 선생님들을 도와주려고 한 말을 오해한 것 같다”면서 교사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교사들과 교육청 장학사와 감사관 가운데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장학사와 감사관들이 교사들의 진술서를 다시 받는 과정에서 문장의 끝에 “만약 차후라도 허위가 발견될 시에는 어떠한 행정상 신분상 조치를 감수하겠습니다”라고 쓸 것을 강요하자 위협감을 느낀 교사들이 국가인권위의 자문을 받아 이를 거부하자 “위 내용은 거짓이 없음을 확인합니다”로 수정해 진술서를 받은 것도 확인했다. 정 아무개 감사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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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검사지 구입과 복지실 정비에 압력 행사해 교장이 원하는 업자가 선정되도록 협의록 작성 및 재 결재를 지시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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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초 문제와 관련해 해당 학교를 담당하는 장학사가 사실상 관리 ․ 감독을 소홀히 해서 벌어진 일인데 해당 장학사가 감사를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이처럼 커지도록 담당 장학사가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을 감사 담당으로 적극 영입해 객관적인 감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지역 교육계의 요구이다.
한편 ㄴ교장과 관련해 교사들이 제기한 민원에는 이 밖에도 ▲학부모 민원에 대해 발신자 추적 지시 ▲특기적성 교사에게 사표를 강요하며 스스로 그만 두는 것처럼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 ▲친목회 예산에서 교장 개인 연수 경비 요구 ▲심리검사지 구입과 복지실 정비에 압력 행사해 본인이 원하는 업자 선정되도록 협의록 작성 및 재 결재 지시 ▲ 학생 비하 발언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내용들이 총망라 돼 있다.
의정부교육청은 22일 현재에도 해당학교에 나가 감사를 진행 중인데 “교사들을 상대로 한 확인은 끝났으나 내용을 파악한 후 교장까지 조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원을 접수한 국가인권위도 조만간 조사를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 ㄱ초는 30명의 교사(교장 ․ 교감 제외)가 근무하는 학교로 대부분의 초등학교처럼 이 가운데 27명이 여교사이고 남교사는 3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가 교장의 폭력적 ․ 권위적 지배를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