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Szabo샘과 함께 하는 수채화 기법 배우기, 4번째 스터디 모임을 가졌습니다.
꽃샘 추위로 스산한 날이었지만 소금빵과 달콤하고 향긋한 사과와 구수한 커피와 KBS콩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여는 아침이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장ㅇㅇ 샘, 이ㅇㅇ 샘, 백ㅇㅇ 샘, 고ㅇㅇ 샘, 저, 5명이 함께 했습니다.
그나저나 '김미숙의 가정 음악'에서 웬 남성의 목소리... 김미숙 님이 하차하는 건가 아닌 건가, 그렇다면 참 서운할 텐데... 우리의 이런 대화를 들으면 김미숙 님이 행복하겠다... 뭐 이런 이야기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66~67쪽 바위 그리기 기법을 연습한 후, 24쪽 역시 물가의 가을 숲 풍경을 따라 그렸습니다.
바위 그리기의 주 도구는 나이프였습니다.
지금까지 애란 샘과는 납작 붓, 또는 카드를 잘라서 그려보았지만, 나이프는 생소한 도구라 나이프와 친해지는 게 관건이자 과제였습니다.
Szabo샘께서
"나이프의 가장자리를 세게 누르면서 아래 방향으로 밀면, 밝고 편평한 형태가 생기면서...",
"둥근 바위도 뾰족한 바위와 그리는 방식은 같지만 나이프를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다. 나이프의 아래쪽을 잡고 끝이 아래를 향하도록 둔다. 손잡이 쪽을 세게 누른 다음, 나이프의 끝 방향으로 천천히 들어 올리면서 물감을 들어낸다. 이렇게 기울이면 가장 밝은 부분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되는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
"둥근 바위는... 나이프의 손잡이 쪽을 이용해서 질감을 표현한다."
이런 팁을 주셨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해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북한산의 바위 타던 여인, 명희 샘께서 기가 막힌 힘과 색감과 더불어 어떻게 나이프의 면을 이용하는지 몸소 보여주셔서 점차 적응해 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프보다는 물과 휴지로 닦아내기가 편한 저는 아무래도 나이프를 크기 별로 사서 연습해야겠다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던져버린 소조용 나이프를 들고도 명희 샘은 멋지게 그려내시더군요. 역시 명필은 붓을 탓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위 사진에서 명희 샘의 힘차고 멋진 바위... 알아보시겠죠?
시간이 흐르면서 바위 색을 저마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과감하게 놀다 보니 점차 신이 나서 바위 그리기가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관건은 물감의 농도입니다. 명희 샘의 팁에 따르면 바탕을 땅색 계열로 엷게 칠해주고 그 위에 진득하고 두텁게 여러 색을 칠한 후 마르기 전에 힘차게 밀어 내면서 면을 이용하면 저렇게 멋진 바위가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면을 적절히 활용하기까지는 아무래도 나이프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나무 껍질도 나이프로 벗겨내 표현하기, 그리고 나무 가지도 나이프로 그려보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도 주고 받았구요. 리거붓으로 그리는 가지는 아무래도 힘찬 표현이 어려워... 바위 그리기로 잔뜩 기운이 고무된 우리는 힘차게, 힘차게...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인옥샘의 Indigo색 둥근 바위의 색감도 너무나 멋졌습니다.
Szabo샘은 마른 붓을 아주 멋지게 쓰십니다. 심지어 풀숲도 쓱 --- 마른 붓 한 터치로, 나뭇잎도 쓱--- 마른 붓 한 터치로... 그 마른 붓의 스치는 터치가 심장을 간지럽히면서 미묘한 파문을 던집니다.
역시 대가는 붓질을 자유자재로...
이제 한 시간 정도를 남겨 두고...깊은 한숨을 내쉰 뒤, 물가 가을 숲 풍경 그리기에 도전했습니다.
Szabo샘은 물가 풍경을 잘 그리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2장에 '반사 법칙'에 대한 긴 설명이 있는데 이걸 읽어보면 얼마나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물 반사를 관찰하셨는지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요, 물 반사 그림이 이 샘의 특기가 아닌가 추측했습니다.
숲을 둥글둥글 쉽게 그린 것 같습니다. 역시 노랑과 보라를 주로 하고 붉은색과 그린 색으로 변조한 색상을 쓰고 계시구요. 나무 표현도 단순화 되어 있으면서 구성적 요소를 가미하고 계십니다. 마른 잎을 마른 붓으로 쓱 그려내는 실력이 놀랍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면 마른 붓 바로 옆에 물기 가득한 잎이 촉촉합니다 어떻게 이런 신기를 부리는지..
반사되는 물의 색상이 오묘합니다. 땅색, 보라색, 회색, 등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고 붓칠도 가로 방향과 세로 방향이 뒤 섞여 경계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마른 후 겹쳐 그리는 글레이징 기법을 천천히 이용하지 않았을까 싶구요.
그려진 그림을 모아 놓고 보니 같은 그림인데도 누구답다, 누구답다.... 그리고 너무나 투명하게, 스타일리쉬하게 그려낸 성예샘 그림. 일취월장하시네, 역시 열심 앞에 장사 없다.... 감탄했습니다.
3시간 동안 많은 그림을 그렸고 그래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고고~~~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어려운 미션 82~83쪽, '목재에 비친 햇살'과 '거미줄'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특별 준비물은 주머니 칼입니다.
오늘은 진지충이 상태가 안 좋아 먹는데 집중하는 바람에 토론은 생략~~~
환절기에 모두 건강 잘 돌보셔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