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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바뀌어야 이 땅이 산다 김해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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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사업과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등 국책사업의 공사지연으로 발생한 경제 손실이 4조1천7백93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국책사업이 생태지상주의적 주장에 의해 더이상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일보〉2005년 4월 7일자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경인운하, 계룡산 국립공원 관통도로 등 5개 대형 국책사업의 공사지연으로 4조1천7백93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위 내용은 우리나라 대표적 일간지인〈조선〉·〈동아일보〉의 2005년 4월 7일자 기사의 일부이다.〈조선〉은 “5개 국책사업 지연 경제손실 4조 넘어”라는 제목이 달려있고,〈동아〉는 “5대 국책사업 지연 4조 손실…상공회의소 보고서”가 제목이다. 이밖에 다른 일간지의 기사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기사가 대한상의의 보도자료와 거의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베껴 쓰기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 첫 페이지를 살펴보자.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환경단체 등 NGO의 반대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4조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만약 이 중 새만금 간척사업과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등 2개의 국책사업이 현 시점에서 완전 중단된다면 동 사업으로 창출될 수 있는 35조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물거품이 될 것으로 추산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가 7일 발간한〈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경인운하,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등 5개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최근 몇년 사이에만 4조1천7백93억원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게다가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터널공사가 환경NGO 등의 반대로 완전 철회된다면, 동 사업으로 향후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가가치 35조5천94억원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부가가치 미창출액 35조5천94억원은 국내총생산(GDP, 2003년 7백21조원)의 4.93%에 이르고, 2005년 정부예산규모 약 1백95조원(일반·특별회계 합계)의 18.21%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조선〉이나〈동아〉의 기사 자체가 대한상의 보도자료 첫 페이지 내용의 요약판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보도자료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출입처의 입장을 홍보하는 데 그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한상의의 보도자료 자체에 있으나, 이를 지적한 언론은 없다. 언론사에 내놓은 보도자료나 보고서 원본에도 보고서 작성자의 이름조차 없어 대한상의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아니면 문의를 하라고 해놓은 팀장(산업환경팀 전무 팀장)이나 과장(정관용 과장)이 짜깁기를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 흔한 ‘박사’들 이름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이상한 보고서이다. 언론보도의 기본인 육하원칙에 ‘누가’ 작성한 것인지도 나와있지 않은 보고서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대표 언론이라고 자처하는 신문들의 지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할 수 있는가. 솔직히 어떤 전문가가 용역을 받아서 한 것인지, 대한상의 자체팀이 자료를 수집한 것인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기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닌가. 대한상의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 정도라면 몰라도. 이러한 것이 이들 신문을 비롯한 상당수의 일간지에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것은 이들 신문이 대한상의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났거나 아니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대한상의 측에 기사거리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천성산대책위의 지율 스님의 전화를 받았다. 스님의 전화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스님은 이들 기사를 보고나서 즉각 대한상의에 전화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공문까지 보내 문제의 보고서를 쓴 조사기관과 연구원, 구체적인 산출근거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상의 측은 내부방침에 의해 ‘보안’이라 가르쳐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만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보도자료에 문의처로 명시된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보고서 작성자가 누군지를 물었더니 “작성자가 그렇게 중요해요? 대한상의에서 낸 보도자료인 것만은 사실”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결국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없었다. 국책사업과 관련해 수십조원의 손익을 논의하며 보도를 요청했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단체가 보고서 작성자를 보안에 부치는 것은 어쩌면 우리사회에 팽배한 ‘밀실야합’의 반증이 아닐까. 지율 스님은 지난 4월 26일 영남대에서 행한 강연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언급했다. “지난 4년 동안 개인적으로는 214일의 단식을 하고 삼복의 폭염에서 43일간 3천배 기도, 국토순례와 일인시위, 삼보일배, 자전거순례를 했다. 또한 많은 종교인들과 41만 도롱뇽의 친구들이 함께했다. 그렇게 애써온 천성산 문제에 대하여, 이제야 처음으로 정부가 3개월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한 마당에, 30조 손실 운운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편향된 보도자료와 그 자료를 일부 보수 언론에서 다루는 태도 그리고 그 보도의 영향에 물들어가는 시민들을 보면서,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았다. 더구나 그들이 이 땅의 역사와 문화의 ‘주체’로 행세하고 있다는 현실에 놀라고 있다”라고. 대한상의가 보도자료를 낸 시점은 천성산 터널 문제로 지율 스님이 목숨을 건 장기 단식 끝에 정부로부터 3개월간 천성산 구간에 대한 엄격하고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 실시 약속을 받아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천성산대책위 측이 ‘환경영향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조사와 관련해 합의해나가는 시점이었다. 대한상의 보고서의 문제점에 대해 지난 4월 11일자〈서울신문〉‘녹색공간’ 칼럼에 안병욱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이 “대한상의의 억측과 편견”이란 제목으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일부를 발췌해본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보고서〈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및 시사점〉은 여러 모로 흥미롭다. 새로운 시각이나 창의적인 내용이 담겨서가 아니다. 환경에 관한 우리 기업인들의 낮은 인식과 편향된 생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중략)하지만 이미 알려진 편향된 주장과 자료를 짜깁기하여 객관적인 분석인 양 호도하거나 보고서 형식을 빌려 환경단체들을 비난하는 것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이건 입장 차이를 떠나 어디까지나 도덕성과 예의에 관한 문제다. 이번에 대한상의가 제시한 손실 추정액은 사실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 예컨대 천성산 관통구간 공사지연 비용이 연간 2조5천억원에 달한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주장은 어떤 검증도 없이 언론에 유포되었음에도 진실인 양 전재했다. 새만금 간척사업 손실비용 계산은 더 문제다. 농지개발 효과의 이중계산이나 담수호 수질오염의 사회적 비용 누락 등 정부 측 경제성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자신들의 손실비용 계산에는 같은 자료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하략) 대한상의 보도자료와 보고서에 대해 ‘습지와 새들의 친구’ 자문위원인 신라대 조용언 교수(세무회계학과)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대한상의 보고서 및 보도자료의 개요는 이러하다. 천성산의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2조5천1백61억원으로 잡았는데, 그 이유가 공식적으로 9개월 17일 지연됐으나 실질적으로 1년 지연 비용이며, 2005년 2월 말 현재가치 기준으로 사업철회시 부가가치 미창출액은 30조8백76억원이며, 그 중 사업비 매몰비용이 5천6백억원, 미창출 부가가치가 29조5천9백91억원, 미실현 사업비 공제 3천5백77억원, 미실현 사업비 부가가치 유발효과 추가 2천8백62억원으로 돼 있다. ‘참조’란에는 터널 설계수명을 40년으로 가정했고, 미창출 부가가치는 대부분 비시장가치, 노선변경으로 7년 지연시 22조1천64억원 손실 등으로 나와있다. 이에 대한 조 교수의 견해는 이러했다. 매몰비용은 지금까지 투입된 사업비(투자액)를 말하는데, 정형화된 의사결정기법에서는 고려하지 않는 변수이다. 즉, 현 시점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에서 과거에 투입된 사업비는 의미가 없고, 앞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발생할 사업비 및 부가가치 상실의 기회원가를 합한 금액과 환경파괴의 사회적 비용과 환경보전의 부가가치를 합한 금액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의 완성으로 인한 부가가치는 고려한 반면 환경을 그대로 보전했을 때의 부가가치는 고려하지도 않았고 측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환경가치가 불확실하고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식의 논리는 선진국에서 이미 개발한 다양한 환경가치 추정기법의 합리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보고서에서는 사업철회시의 손실규모를 논하고 있으나 천성산 터널의 경우 다른 대체안이나 대체노선을 채택함으로써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아예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특히 개발이익과 환경가치를 비교하는 경우 ‘유무검증’이 되어야 하나 대한상의 보고서의 주장은 환경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전후검증’이라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후검증이란 개발 전과 개발 후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하는 것인 데 비해, 유무검증은 ‘현재의 자연환경이 유지되는 경우의 잠재적 환경가치’와 ‘유지되지 않을 경우의 환경가치 상실’을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필자는 조 교수의 견해에 동의한다. 만약 조 교수가 학자의 양심에 따라 보고서를 만든다면 대한상의 보고서와는 정반대의 내용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노선변경의 빌미를 최초로 제공한 것은 환경NGO가 아니라 지역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책사업 관련 손익계산을 해본다면 우선 최초 설계노선대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사회적 낭비와 공사지연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초 계획을 임의로 변경하면서 비롯된 정책 실패로 인해 실제 국민들의 혈세낭비만 20조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그동안 간과돼 왔던 것 아닌가. 지난 2001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도종이 국회의원이 펴낸 경부고속철도 정책보고서〈부산에서 출발하는 철의 실크로드〉105-106쪽에는 사업 지연과 예산 증액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92년 6월 말, 전체 노선 가운데 4개 공구에 대한 역사적 기공식이 천안에서 거행된 이래 고속철도의 건설은 거듭 곤경에 봉착했다. 가장 주된 원인은 국책사업에 대한 여야의 정쟁, 지역 이기주의로 인한 계획의 변경과 조정 등이었다. 건설 계획의 지연에 따른 재정적 손실 규모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당초 5조8천억원으로 책정됐던 건설 공비가 93년 6월 제1차 계획 수정 때 10조원으로 늘어났고, 그후 5년 뒤인 97년 9월 제2차 계획 수정 때에는 17조5천억원 그리고 98년 7월 제3차 계획 수정 때 19조2천억원으로 또다시 증가했다.(중략) 당초 계획에 없었던 남서울역 설치를 94년 10월에야 결정했고, 대전과 대구를 통과하는 노선을 지하로 하느냐 지상으로 하느냐를 놓고 5년 동안 논의를 하다 결국 원안대로 지하로 하기로 결정했다. 차량을 선정하기도 전에 노반 설계를 시행했다가 차량 형식을 결정한 뒤 다시 설계를 전면 보완했다. 이 과정에서도 92년 당초 계획을 93년 바꿨다가 다시 94년 본래의 안대로 노반 설계를 되돌렸다. 이같은 사업계획의 변경은 사업추진의 지연으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함께 공기가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하략) 당시 도 의원의 논리대로 한다면 5조8천억원이면 1998년에 “서울-부산을 1시간 50분대에 돌파하는 경부고속철도를 개통한다”는 초기 계획 자체가 ‘사기’였든지, 어쨌든 이후 계획 수정의 잘못으로 필요없는 공사비만 13조4천억원이 더 들게 됐던 것이다. 이는 확실한 손실이자 혈세 낭비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책임진 사람이 있는가. 이런 문제를 제대로 제기한 언론이 있는가.
대한상의 보고서 11쪽에는 2010년 개통을 전제로 할 경우 실질적인 공사중단 기간을 약 1년으로 보아 공사지연 비용을 연간 2조5천1백6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단식중일 때 주요 일간지가 대서특필한 “2조원 국민혈세 낭비” 주장을 그대로 담아놓은 것이다. 그런데 공사지연 비용의 대부분인 1조9천7백19억원이 “혼잡개선 및 여행시간 단축 기회 상실로 인한 것”이며 나머지는 고속철도 운영수입 감소 5천1백99억원과 공사중지 보전금 2백43억원이라고 한다. “공사지연으로 연간 2조원의 손실을 본다”는 말이 사실은 “혼잡개선 및 여행시간 단축 기회 상실”이라는 가공의 성격인 ‘비경제적 가치’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환경연구소’ 조승헌 소장(환경경제학 박사)은〈경부고속철도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에 대한 사후평가와 2단계 사업 공사지연에 따른 경제성 분석〉이란 논문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천성산·금정산 구간의 공사지연이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대부분 주요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2조원 국민혈세 낭비”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공사비를 고정하고 2004년 실적에 근거한 장래수요예측과 임금개념을 시간가치산출에 적용한 경우에는 1년 공사지연의 경우 사회적 손실이 아니라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는 수요증대를 전제로 한 낙관적 전망을 할 경우에도 공사지연을 해봤자 30년 동안 손실액이 64억원에서 2천5백46억원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는 언론에서 익히 들었던 연간 2조원 손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규모이다. 실제 천성산 터널공사 1년 지연으로 인한 손실 추정액은 연간 2억에서 85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우리나라 인구를 4천5백만으로 가정할 때 국민 일인당 연간 부담액은 약 5원에서 189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논문에서 심각한 문제의 하나로 국책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와 언론구조가 존재하는가 묻고 있다. “공사지연 하루당 70억원의 사회적 손실, 연간 2조원 혈세낭비”라는 주장의 출처는 사업주체인 건교부와 그 산하기관이라는 것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편향된 시각과 내용을 가진 정보에 대하여,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대부분의 언론이 일방의 이해를 전면적으로 대변했다는 점이다. 조 소장은 만약 언론기관이 사실관계 확인에 대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2조원이라는 규모에 대한 적정성은 차치하더라도 ‘혈세낭비’ 주장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지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혈세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2단계 공사가 늦어져서 44분을 빨리 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려 발생된 ‘운행비용 절감편익’과 ‘시간비용 절감편익’일 뿐이다. 이 두가지 편익은 세금이 아니라, 44분 빨리 가는 고속전철이 운행되었다면 이용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었을 ‘가상적인 소비자 비용’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잘못된 기사가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뇌리에 박혀, 국책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냉정한 인식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잘못된 보도야말로 국민들로 하여금 ‘환경’과 ‘경제’를 대립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갈등을 더욱 유발하는 원인 제공자는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이러한 국책사업과 거의 버금가는 지역 공공사업의 잘못된 대표적 사례로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부산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 건설사업을 들 수 있다. 2000년 8월 12일자〈국제신문〉을 보면 “도심지와 녹산공단 등을 연결하는 낙동강하구둑(하루 교통량 4만5천대)과 낙동대교(6만5천대)의 교통량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명지대교가 건설될 경우 오는 2011년 이 다리의 하루 교통량이 19만대에 달하는 서부산권의 교통동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가 있다. 2001년 8월 20일〈부산일보〉에는 “명지대교 어떻게 되나”라는 시리즈 가운데 “더 미룰 수 없는 이유”로 “착공을 늦추면 대형 손실이 불가피하고 공사기간도 최소 5년이 걸리며, 지체 땐 2006년 신항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하루 교통량은 14만대를 예상하고 있는데 현재 하루 교통량 4만5천대론 턱없다”는 요지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신문의 보도는 당시 “명지대교는 반드시 건설되어야 합니다”라고 부산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보자료를 바탕으로 씌어진 것이다. 부산시는 부산신항과 경부고속도로를 잇는 해안순환도로망의 한 축이 되는 명지대교의 건설이 늦어질 경우 다른 도시계획사업의 효율성마저 저하될 것을 우려했고, 부산신항 1단계 공사가 완공되는 2006년에는 낙동강 하구 일대의 하루 교통량이 13만8천6백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반면 당시 하구둑 도로의 경우 하루 수용량이 4만5천대에 그쳐 공사 착수가 절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05년 4월 ‘낙동강하구살리기 시민연대’가 펴낸〈을숙도 관통다리(명지대교)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보고서에선 이러한 부산시의 논리가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도 부산신항에서 명지대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접속하지 않으며 부산신항을 고속도로와 연결시키는 별도의 신항배후도로와 배후 철도가 건설중이지 않느냐며 반문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명지대교가 10여년 전에 입안된 잘못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교통량을 속이거나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 ‘낙동강하구살리기 시민연대’ 측의 주장이다. 부산시가 2006년 부산신항 1단계 완료시 하루 13만8천6백대의 교통량이 발생한다고 예측한 것은 가장 복잡한 부산시내 교차로의 교통량을 휠씬 초과하는 수치이며, 인구예측에 있어서도 향후 20년간 부산시 총인구가 3백81만명에서 3백86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통계청 부산사무소의 예측은 2030년에 이르면 3백18만명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경부고속철 개통으로 인한 김해공항 이용객의 감소가 계산되지 않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기본 교통량 산정이 잘못됐다는 것은 부산시의 예상 교통량이 몇년 사이에 계속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요컨대 명지대교 건설의 필요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되었던 교통량 추정치가 불과 4년 만에 일일 9만3천6백대에서 3만6천3백79대로 거의 3분의 1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3배 이상 교통량을 과다 추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건설주체인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개발논리에 대해 좀더 엄격한 검증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더이상 언론은 개발논리를 홍보하는 나팔수가 아니라 이러한 논리를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자 자신도 출입처 동화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잘못된 국책사업을 찬찬히 살펴 바로잡기보다는 부화뇌동하는 데 우리 언론이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자들도, 모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신중하게 기사를 쓰는 습관을 기르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개발지상주의에 편승한 일부 언론과 언론인들의 자기성찰이 절실히 요망되는 시점이다. 언론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이 땅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김해창 ―〈국제신문〉노조위원장.《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그곳에 가면 새가 있다》,《어메니티 눈으로 본 일본》저자. 제5회 교보생명환경문화상 언론부문 우수상 수상. 국책사업의 문제에 관한 필자의 다른 글로서,〈국책사업을 구조조정하라〉가 본지 제72호에,〈무엇을 위한 고속철인가〉가 제76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