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플룻과 피콜로 형제가 쇠로 만들어지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목관악기군은 나무로 만들어져있다.
대나무 쪽으로 만든 리드를 통해 진동시켜 악기통을 울리거나
원형의 구멍에 숨을 직접 불어넣는 경우거나 모두
속이 비어있는 악기통 속으로 들어간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음높이가 결정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악기통이 짧을 수록 높은 소리를 내고
악기통이 길 수록 낮은 소리를 낸다.
현악기군의 소리는 무엇보다도 조화와 동질성이 우선되는데
목관악기군은 독특하고 개성적인 음색으로 솔로를 담당하는 수가 잦다.
현악기군은 같은 족의 악기가 같은 음악을 연주하지만
목관악기군은 각기 자기 악보를 따로 가지고 솔로를 맡는다.
그리하여 조화를 이루는 현악기의 둥그런 배치에 반해
목관악기군은 지휘자를 정면으로 보고 중앙에 약간 높에 앉게 된다.
목관악기는 몸통 길이를 따라 구멍이 뚫려있다.
그 구멍을 막아 악기통을 흐르던 공기의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여러가지 종류의 음을 낼 수 있게 된다.
모든 구멍이 다 닫혀지면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최저의 음을 내게 되고
해당되는 구멍을 열면 공기의 흐름이 짧아져 (그 구멍으로 공기가 나가므로)
높은 음을 내게 되는 것이다.
리코더 정도는 그 구멍을 연주자가 직접 자기의 손가락으로 막지만
보통 목관악기는 그 구멍을 키, 스프링 그리고 레버 장치에 의해 막는다.
어떤 구멍은 그런 장치없이 연주자 손가락 만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플룻이나 오보, 바순은 세게 불어서 (over blowing)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낸다.
클라리넷은 세게 불면 12도 위(한 옥타브 위 + 5도 위)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 피콜로(Piccolo)에 관해 ▣
피콜로는 이태리어로 flauto piccolo, 프랑스어로 petite flute,
독일어로는 Kleine Flo"te라고 부른다.
30Cm가 조금 넘는 작은 크기의 악기로
위의 '쁘띠'나 '클라이네' 모두 '작다'는 의미를 지닌다.
피콜로 연주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세컨드 플룻주자가 맡는다.
주머니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애기플룻 피콜로는 매우 선명한 음색을 가지며
기보음과 실음이 다른 악기에 속한다.
기보음을 불면 한 옥타브 위의 상당히 높고 화려한 소리를 낸다.
피콜로의 저음역은 약하고 공허한데 중음역은 밝고 힘있게 화려하며
고음역은 매우 날카로와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한다.
▣ 플룻(Flute)에 관해 ▣
플룻은 가장 오래된 목관악기다.
물론 현재의 플룻은 금속으로 만든 현대적인 악기지만
속이 빈 뼈나 대롱만 있으면 미개인이라도 플룻스럽게(!) 연주할 수 있다.
리드 필요없이 연주자의 숨이 직접 악기통으로 들어가는 악기이며
목관악기군에서 피콜로와 함께 악기를 옆으로 들고 연주한다.
원래 플룻은 수직으로 부는 플룻과 옆으로 부는 플룻이 있었는데
18세기 중엽에 와서 옆으로 부는 플룻이
강한 표현력을 가지고 다양한 음을 낼 수 있는 장점으로
수직적인 플룻을 밀어내버렸다고 한다.
플룻은 이태리어로 Flauto, 프랑스어로 flute, 독일어로는 Flo"te라 부른다.
피콜로보다 두 배는 넘게 큰 크기를 지닌다.
(그러나 키가 크신 김 X원 선생님이 들면 플룻이 50Cm 자처럼 짧아보인다)
바람을 직접 불어넣기 때문에 플룻의 낮은 음역은 조금 공허하고 엄숙하다.
그러나 조금만 높은 음역으로 넘어오면 플룻은 매우 밝고 활달한 소리를 낸다.
저음역에서 중음역은 운지법이 같고
단지 over blowing으로 옥타브 위의 소리를 내며
고음역으로 가면 운지법이 달라지게 된다.
플룻은 목관악기 중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주법까지 소화해낸다.
혀를 굴려서 특이한 음색을 내는 플러터텅잉도
오보나 클라리넷에 비해 플룻이 좀더 효과적으로 연주해낼 수 있다.
물론 운지법 상 불가능한 트릴은 몇가지 있고
하모닉스도 현악기에 비하면 원활하지 못하지만
리드를 거치지않고 연주자의 입술이 직접 닿는 악기로써
오케스트라를 자극하는 경쾌함이나 활동성이 연주자에게 직접 달려있다고 본다.
▣ 오보(Oboe)에 관해 ▣
오보는 이태리어로 oboe, 프랑스어로 hautbois(오보아),
독일어로 Hoboe(오보에)로 부른다. 플룻보다 약간 짧은 악기길이다.
오보는 목관악기 중 플룻과는 다르게 대나무 쪽으로 만든 리드를 사용한다.
얇은 대나무 두 쪽으로 겹리드를 만들어 소리를 내는데
굵은 스트로우를 빼쪽하게 잘라 겹쳐 불면 나는 '삐이익' 소리 비슷하다.
악기 자체로는 소리가 안 나고 리드를 사용해야 한다.
오보주자는 입술 사이에 겹리드의 끝을 집어넣어 불면서 겹리드를 진동시킨다.
오보의 음색은 '처량맞음'과 '발랄함'의 양극단을 넘나든다.
그리그의 뻬르귄트 중 아침정경을 들으면 첫부분 8분의 6박의 멜로디를
매우 감미롭고 정겹게 전원의 분위기를 내는 오보의 음색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차이콥스키 심포니 4번의 느린 칸쪼네 악장이나
글룩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오보 솔로를 들어보면
겹리드 특유의 매우 구슬프고 처량맞은 소리를 낸다.
심 수봉 언니의 트롯트 반주를 맡아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
또한 오보는 개구장이 아이가 재잘거리듯 아주 발랄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스타카토로 음을 탁탁 끊어주면 상당히 경쾌하고 개구진 소리를 낸다.
구슬프게 흐느끼다가도 즐겁고 발랄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특이한 악기다.
오보의 낮은 음들은 진하고 (rich) 풍부한 소리를 내며
중간 이상 음역의 음들은 상당히 가늘고 째지는 얼얼한 음색을 지닌다.
그렇게 파고드는 듯한 째지는 음색 덕분에 오케스트라의 a음 튜닝을 맡는다.
오보는 클라리넷의 악기통이 원통형인 것에 비해 그 악기통이 원추형이다.
그러므로 클라리넷보다 좀더 명료하고 객관적인 소리를 내는 것이다.
▣ 잉글리시 혼(Cor anglais)에 관해 ▣
이 악기의 이름에 관해서는 논란이 많다.
오보의 형님격인 이 악기는 영국이 고향도 아닐 뿐더러 혼하고도 관련이 없다.
그래서 '코르 앙글레'라는 프랑스어 명칭이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데
(혹은 oboe in F, alto oboe라는 명칭이 맞다)
앙글레란 각이 졌다는 뜻으로 겹리드를 고정시키는 부분이 각이 지게 휘어있다.
(혹자는 '앙글레'를 '잉글랜드'로 해석하기도 한다. -_-a)
이태리어로는 corno inglese, 독일어로는 englisches Horn으로 부른다.
그 길이는 오보보다 확실히 더 길다.
이조(移調)악기에 관하여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겠는데
쉽게 말해 악보상의 기보음과 실제 소리나는 음이 다른 악기를 말한다.
왜 이조악기라는 것이 생기느냐에 대해 예를 잠깐 들면,
피콜로는 기보음보다 실음이 1옥타브 높으며
콘트라베이스는 실음이 1옥타브 낮다.
만약 실음 그대로 악보를 기보하다보면 너무 많은 덧줄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기보음은 각각 1옥타브 낮고 높게 조절하여 적는 것이다.
그러나 잉글리시 혼은 그런 간단한 이조악기가 아니다.
잉글리시 혼은 실음이 완전5도 낮게 소리난다.
오보의 형님답게 오보와 운지법이 똑같으나
기보음이 실음보다 완전5도 높게 적혀져 있는 것이 다르다.
잉글리시 혼은 오보와 마찬가지로 겹리드 악기다.
악기의 밑둥이 마치 서양과일 배처럼 볼록하게 모양져있는데
이 부분 덕분에 잉글리시 혼의 음색은 동생인 오보보다 좀더 부드럽고 풍부하며
보다 애조띤 어둡고 아픈 소리를 낸다.
드보르작의 유명한 곡 신세계 심포니 라르고 악장을 떠올려보자.
노스탤지어, 아련한 기분을 느끼기에 최적의 악기가 아닌가!
▣ 클라리넷(Clarinet)에 관해 ▣
이태리어로 clarinetto, 프랑스어로 clarinette,
독일어로 Klarinette로 불리우는 클라리넷은
대표적인 예로 들어지는 이조악기다.
클라리넷은 비올라와 더불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색의 악기로 꼽는다.
그 이유는 역시 샬루모 음역이라 불리우는 저음역에 있는데
텅빈 병에 숨을 불어넣을때 나는 소리처럼 속이 빈 부드러운 융단같은 음색이다.
그 매력적인 소리에 매혹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라 생각된다.
특기할 사항은 오보가 연주시에 비브라토를 많이 넣는 것에 비하여
클라리넷은 목청좋은 수탉소리처럼 쭈욱 뽑는 것이 특징이라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째즈에서의 클라리넷은 비브라토를 허용한다고 한다)
또한 오보의 감기걸린 듯 째지고 맹맹한 음색에 비해
클라리넷은 좀더 풍부하며 오보보다 멍청하나 확 트인 소리를 낸다.
모차르트가 이 클라리넷을 매우 좋아했다고 알려져있다.
<인간과 피아노>라는 책에 의하면 여러가지 악기들 중
피아노의 연주자세가 가장 여성스럽고 얌전하다고 하는데
특히 클라리넷은 그 악기를 무는 입모양이 곱지않다고 언급한다.
오보가 입술 사이로 겹리드를 살짝 밀어넣는 것에 비해 클라리넷은
마우스피스에 홑리드를 부착시키고, 쿠션감을 주기 위해 아랫입술을 꺾어
치아와 마우스피스가 직접 닿지 않게 만든다.
그것때문에 클라리넷의 연주 입모양이 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클라리넷은 대표적인 이조악기인데 C클라(이조악기가 아니겠죠?)를 비롯하여
A클라, Bb클라가 있다.
오늘날 C클라리넷은 다른 두 클라리넷의 훌륭한 음색에 밀려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A클라리넷은 감정이 억제된 잔잔하고 은은한 음색이 자랑이며
Bb클라리넷은 밝고 경쾌하며 보다 투명하며 진한 소리를 낸다.
그에 비해 C클라리넷은 본질적으로 차갑고 날카롭다.
Bb클라는 악보상의 C음을 불면 Bb음(장2도 아래)을 내고
A클라는 기보된 C음을 불었을때 A음(단3도 아래)을 낸다.
즉, Bb클라를 이용하여 C음을 내려면 장2도 위의 D음을 기보해놓아야하며
A클라로 C음을 내려면 단 3도 위의 Eb음을 기보해야한다.
Bb과 A 중 어느 클라리넷을 쓰느냐는 작곡자의 재량에 달린 일인데
되도록 적은 수의 조표를 적는 것에 우선을 둘 수 있다.
실제 요구되는 소리가 Eb장조의 조성을 가지고 있다면
Bb클라리넷으로는 장2도 높은 F장조 조성, 즉 b이 하나만 붙으면 되는데
A클라는 단3도를 높이다보니 b이 여섯개나 붙게 된다.
이럴 경우는 Bb클라리넷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실제 소리가 E장조, #이 네 개 붙은 조성이라면
Bb클라로 장 2도 높여 F#장조(#이 여섯개!)라는 환상적인 조성을 쓰느니
단3도 높여 G장조로 #을 하나만 붙인 조성이 좋다.
클라리넷의 저음역과 중음역은 아름답고 편안하나
고음역은 가끔 사람의 귀에 거슬리는 닭소리를 낸다.
현대음악에서는 일부러 그러한 클라리넷의 거슬리는 고음역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클라리넷은 길게 뽑는 연주기법이 그 음색에 맞으면서도
의외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분산화음의 패시지에도 딱 어울린다.
클라리넷이 매우 민첩성이 있는 악기라는 사실을
오보보다 둔하게 생긴 겉모습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긴 걸로 판단하지 맙시다)
▣ 베이스 클라리넷(Bass Clarinet)에 대해 ▣
이태리어로 clarinetto basso, 프랑스어로 clarinette basse,
독일어로 Bassklarinette로 불리우는 베이스 클라리넷은
클라리넷보다 훨씬 크며 마치 알토색소폰 비슷하게 생겼다.
음역도 낮아 장9도(한 옥타브 장2도) 높은 기보음을 쓴다.
이 악기가 필요하면 제3 클라리넷 주자가 연주하며
공명이 잘 되는 풍부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호도까기 인형 모음곡에는 유명한 베이스 클라리넷 솔로가 있는데
마치 요귀(妖鬼)같은 느낌을 준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중 마지막 악장에서는
마녀가 요술빗자루를 타고 날면서 킬킬거리는 소리를 묘사한다고 한다.
▣ 색소폰(Saxophone)에 대해 ▣
Adolphe Sax라는 사람이 발명한 색소폰(SAXophone)은
얼핏 금관악기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색소폰은 리드를 필요로 한다는 점과 키 작동장치를 보아
목관악기군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태리어로 sassofono, 프랑스어로 saxophone, 독일어로 Saxophon이라고 불린다.
알토색소폰과 테너색소폰은 그 모양새가 베이스 클라리넷 비슷하고
특히 운지법이 클라리넷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 악기는 클라리넷과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된다.
클라리넷만 연주해온 사람이 색소폰을 처음 잡았다고 해도 곧 연주할 수 있지만
그 역(逆)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있다.
음역은 클라리넷보다 훨씬 좁지만 이 매력적이고 부드러운 악기는
사람의 마음을 때로는 달콤하게 감싸주고 때로는 차갑게 물러나는 면도 있어
관현악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지만
째즈음악에서는 독특한 음색으로 듣는 이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특히 담배를 많이 피운 노인처럼 걸쭉하고 쉰 목소리를 낼때가 압권이다.
▣ 바순(Bassoon)에 대해 ▣
그렇다면 바순이라는 악기는 오보와 매우 가까운 형제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겹리드라는 점과 뽁뽁거리는 음색도 오보와 닮았다.
바순은 악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한번 접어져있는데
바순을 다른 말로 파곳이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이태리어와 독일어로 그러하고 프랑스어로는 바송/bassoon이라 불린다)
파곳이란 말에 '작대기 묶음'이란 의미가 있어서라고 한다.
바순은 이조악기가 아니다.
그리고 바순의 음질은 다소 무뚝뚝한 갈대성 소리가 그 특징인데
어떻게 들으면 쥐어짜는 것 같이 애조띄고 답답한 음색을 낸다.
바순의 특징으로 다른 목관악기들에 비해 옥타브 패시지 연주가
매우 원활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른 목관악기로는 조금 거추장스러운 옥타브 사이를 왕복하는 패시지가
(특히 8도가 아닌 12도 over blowing 악기인 클라는 옥타브 패시지가 난해하다)
바순에게는 편안하게 잘 어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트릴은 바순에게 매우 잘 어울리며 힘있고 그 울림이 뛰어나다.
단지 트레몰로는 바순에게 부적당하다.
(트릴은 2도 관계의 반복, 트레몰로는 3도 이상의 반복연주를 말함)
오보와 클라에게 반음계나 순차적인 빠른 패시지가 어울린다면
바순에게는 넓은 음역을 왔다갔다하는 음진행이 좋다.
또한 바순은 매우 해학적인 광대악기다.
바순이 방정맞게 뽁뽁거리며 뛰어다니는 패시지를 떠올려보면
<봉이 김 선달>이라는 오페라에 주인공의 테마음악으로
바순의 스타카토가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바순은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매우 중요한 악기다.
자주 솔로를 담당하지만 대체적으로 저성부를 쭈욱 깔아 조화를 이루거나
첼로성부를 중복하여 음향을 좀더 보강하기도 한다.
비슷한 음역을 지닌 베이스 클라리넷과 바순을 비교해보자.
베이스 클라리넷은 다이나믹 표현이 매우 세밀하며 솔로로는 잘 안 쓰이는 반면
바순은 다이나믹 표현이 원활하지 못하지만
특유의 두드러진 소리로 솔로를 많이 담당한다.
바순!
익살스러운 효과를 지닌 오케스트라의 살림꾼!
악절길이를 명확하게 하는 세심한 작곡기법을 좋아하는 작곡자에게
엄격하고 훌륭한 악기로 잘 쓰이는 바순이라는 악기는
눈에 잘 안 띄게 휘릭 지나가는 다른 악기에 파묻히는 타입의 악기가 아니고
(골뱅이 파무침이냐 골뱅이 파묻힘이냐)
pp의 악상을 내도 꼭 두드러지는 특색있는 악기다.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두대의 바순은 규칙이며
세 대의 바순에 콘트라바순까지 나온다면 대단히 큰 편성이 된다.
바순은 모차르트의 돈죠반니 무렵부터 독자적인 멜로디를 구축하게 되었고
베토벤은 피델리오에서 바순 둘에 콘트라바순을 첨가시켰다.
▣ 콘트라바순(Contra Bassoon)에 대해 ▣
더블바순이라고도 부르는 이 악기는 이태리어로 contrafagotto,
프랑스어로 contrebasson, 독일어로 Kontrafagott이라 한다.
보통 바순보다 1 옥타브가 낮게 조율되므로 굉장히 낮은 음역의 악기다.
바순보다 두배는 족히 긴 악기길이를 감당하기 위해 네쪽으로 접혀있다.
(파곳 -> 막대기 묶음..)
이 악기는 흔한 편성이 아닌, 대편성일때만 오케스트라에 합류된다.
솔로는 그다지 많이 담당하지 않지만 저성부 기반 보강을 위해 대접받는다.
콘트라바순의 음색은 메마르고 윤기없으며 때로는 볼멘 최저음을 낸다.
라벨의 <어미오리 조곡> 중 미녀와 야수에서
이 콘트라바순이 '야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또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늪에서 으스스하게 나타나는 괴물 소리로 묘사되고 있다.
입을 빼물어 투덜거리고 툴툴 불평하는 재미있는 악기다.
솔로를 잘 맡지 않으므로 오케스트라에 묻혀 듣는 이가 인식하지 못할지 모르나
사실 저성부 쪽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뿍뿍거리고 있을 것이다. ^^
이 두 악기의 결합은 얼핏 오보의 째지는 소리가 플룻을 능가할 것 같은데
의외로 플룻소리가 빛을 발하며 튀어나오고
오보의 소리가 플룻의 화려함에 묻히게 된다.
좋은 예가 하나 있다, 93.1의 저녁의 클래식 시간 중간에
플룻과 오보의 2중주로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봄노래가 나오는데
들으면 금방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플룻이 오보의 음색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