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선사의 詩 한 수
가슴에 묻고왔다
청산은 나를 두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두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덧없다 하지말고
우주도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광교산 종주
등산코스 : 광교저수지앞 반딧불 화장실 - 백년수정상 -형제봉 - 양지재- 종 루봉
- 토끼재 - 시루봉 - 억새밭 - 통신대 - 통신대 헬기장 - 광교헬기장 - 한천 약수터 - 항아리화장실
광교산 산행후기 ~~~····나옹선사의 詩 한 수가 대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사의 詩에 비하면 蛇足같은, 붓가는 대로의 설익은 후기는
부끄러울 뿐이다.
산행은 가볍게 장을 비우고 하라는 주인님의 충고를 명심하여
가볍게 가방을 챙겼다. 일요산행.....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나긴 좀 미안한 일이다.
9시10분경 부지런한 지킴이는 왜 안나오냐고 성화다.
10시까지임을 몰랐다나?(진즉 가입하면 글을 볼수 있었잔여) 약속시간을 많이 넘기지 않고 다들
모여주었다. 새내기 산우님들과 다른 산방에서 산행하던 산우님들이 많이 와주었다.
눈인사를 나누며 힘든 산행을 시작한다.
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나누는 산자락으로 수원을 북에서 싸안고 바람을
막아주는 형세다. 능선 산행으로 소나무 수목이 빽빽하여 산림욕하기에 적합하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활엽수가 많아 여름산행에도 모자가 필요없다
.광교산은 원래 광악산이었으나 서기928년 왕건이 광채가 하늘로 솟아 부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하여 光敎山이라했다.
백년수 정상까지는 전 날의 무리한 운동 탓인지 숨이 찬다. 첨 산행보다 두 번째
산행이라 그런지 꽃돼지가 앞서간다. (경험...소중한 재산이지)벚찌술을 나누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쉬었다가는 고갯길에 어느 시인의 시한수가 눈에 들어온다 .형제봉까지의
산행은 수월했다. 겨울날씨답지않게 포근하다. 봄날의 기온이라 가볍게 입은 옷도
자꾸 벗어 놓는다.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면 내리막의 평탄한 길이 준비되어 있다.
늘 오르기만하면 힘든 산행길...인생길이지만...때론 기쁘고 평탄한 일이 있어
잊고 사나보다. 정상석이 있는 시루봉을 찍지 않고 노루목으로 향하는 일행을
보내고 몇몇 산우들과 수원시에서 신경을 쓴듯한 정상석을 끌어안는다.
흐려지는 기억을 붙잡으려구 사진이라도 남기리라. 팔각정에 올라가니
어느 서각가가 새겨놓은 시와 글귀가 가슴 가득 차오른다.
山中好友林間鳥
世外淸音石上泉
산중의 좋은 친구는 숲속의 새요
세상에서 가장 맑은 소리는
돌 위로 흐르는 물소리다.
수원 시가지를 내려보며 멀리보이는 광교저수지의 푸른 물을 본다
일찍 도착한 지킴이는 저 물을 보며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이쁜 누나
기다리다가 속상해서 체했다는 동상~, 즐겁게 산행해서 보기좋다.
산중 친구 새소리는 들리지 않고 왁자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억새밭에는 억새가 없다. 이름값을 해야한다는 건 사람이나 지명이나
다 같으리라... 기대에 미치지 못햇을 때의 실망감......
하지만, 서운함을 달래준 건 돌탑이다. 어떤이들의 소원이 쌓여 저렇게 높이
올라갔으리라. 나도 돌을 올려놓고 싶었지만 일행의 꼬리를 놓칠세라 뛰었다.
통신대의 위용이 산 정기를 누르는 것 같아 언잖다 문명의 이기가 차츰 자연을
훼손하니...공존하는 또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지?
넓은 헬기장에서 사진을 찍고 과일을 나누며 긴 휴식을 취한다.
공주는 하산길이 얼마 남았냐고 묻는다. 산사람들의 얼마 안남았다는 것은
하얀 거짓말이다. 길다하면 지루할 것 같아 격려차원에서 조끔 남았다고 늘 한다.
광교헬기장, 한천 약수터를 지나 주말 농장의 흔적들이 풍성한 수학을 거둔 가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하다 수학을 나눠먹는 넉넉함이 도시 농군들에게도 있었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 후리지아(삼순이)는 몇 발자국도 되돌아가는게 아깝다고
항아리 화장실까지 참기로한다. 급하다며 약수터를 지나치지 못하는 천진함이?.....
왕언니가 첫산행이 무리인 듯 싶다. 힘든 모습이지만 꾹 참고 견뎌준 언니의
넉넉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곡차와 감자전에 피로감을 녹이고 묵밥을 나누고, 도토리묵을 먹으며
긴 하루를 산우님들과 잘 지냈다. 왠지 말을 아끼고 싶다
나옹선사의 詩 한 수가 마음을 누른다.
다음 산행 청계산을 기대하며....
2006.1.16일
우림 씀
첫댓글 산중호우임간조 세외청음석상선~~~캬아.............와우 !!!!!!!!
날아라 훨훨~~~성냄도 훨훨~~~ 탐욕도 훨훨~~~오타 발견... 카카카
우림님 산행 후기는 언제나 감탄입니다...광교산을 다시 산행하는 기분~~잘봤어요
우림님! 글은 티브에서 언젠가 본듯한 "그곳에 가보고싶다" 프로그램 해설자 같습니다...빛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산행에 멋진 후기까지...고문님 홧팅임다............근디 읽느라 눈이 넘 아포요..글자가 넘 작잖우...
잘 읽고갑니다.. 왕초보땜시 하산길이 지체되어 조금 미안한감이 사~~알짝 드네요.. 다시한번 모든분들께 감사드려요~~
역시 고문님은 글쟁이! 힘들게 산행만 한줄 알았는데 어느새 시 까지.....
고문님 감탄사가 절로 나오내요 그리고 모든회원님들 심기 불편하게 해서죄송'...............
불편한 맘은 광교산에 내려놓쿠 간거죠? 예쁜 언니 얼굴에 구름이 살짝 지나는 것 같아 염려했음...
햐~~~~진짜 깔끔한 산행후기 잘읽고 갑니다..
감쏴합니다~~~
우리 친구 글잘쓰네....광교산 동참 안하신분도 꼭 갔다온 느낌이 듭니다요~~~~베리베리 굿...
글쓰랴 사진찍으랴 항상 바쁘신 우림님 감사합니다 . 즐감하고 갑니다
역시 시인이라 먼가 틀리네 캬캬캬~~~~~자알~ 읽고 갑니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