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지질학을 좋아한 다윈
‘종의 기원’9장, 10장은 지질학 이야기
글 | 장순근 _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
우리가 흔히 생물학자로 알고 있는 찰스 다윈(1809~82)은 지질학에 조예가 대단히 깊었고 지질학을 좋아했다. 그가 남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여행기인 ‘비글호 항해기’ 내용의 상당부분이 지질학과 화석에 관련된
내용이다. 또 그의 저서 ‘종의 기원’ 도 잘 알다시피 지질학에 대한 조예가 없으면 쓰기 힘든 내용이다.
나아가 ‘비글호 항해기’ 초판의
제목을 ‘지질학과 박물학’ 이라고 한 것을 보아서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터는‘박물학과 지질학’으로 순서를 바꾸었다. 아마도
박물학이 지질학보다 더 넓은 분야를 포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다윈은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지질학강의를 듣고 실망해 지질학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바위의 성인을 제대로
몰라 화강암이 물 속에서 생긴다고 강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임브리지 대학교 졸업시험을 친 다음 당대 최고의 지질학자인 애덤 세지윅 교수와
함께 웨일스지방의 지질을 조
사하면서 지질을 조사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고 흥미를 붙였다.
Geological map.
H.M.S Beagle: South America : Geological Observations on South America. Being the Third Part of the Geology of the Voyage of the Beagle, under the Command of Capt. Fitzroy, R.N. during the Years 1832 to 1836. London: Smith, Elder, 1846.
Shown here in this hand-colored plate in the third volume of Darwin's Geological Observations is a cross section of the Valley of Copiapó on the Chilean coast, looking towards the base of the main cordillera.
/ LEHIGH UNIVERSITY
산호초 형성과정 올바르게 설명
그는 비글호를 타고 가장 먼저 상륙한 케이프 베르데군도의 산자고 섬의 지질을 해석하면서 지질학에 대한 재능을 보였다. 오래된 화산암 위에 있는 하얀 지층과 그 지층이 현무암으로 덮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다윈은 그 형성과정을 설명했다. 바다 밑에서 쌓인 하얀 지층을 현무암이 흘러서 덮었던 것이다.
현무암의 열기로 조개가 박힌 하얀 지층의 일부는 대리석과 치밀하고 반점이 찍힌 바위로 바뀌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후 다윈은 가는 곳마다
바위와 지층에 관심을 갖고 화석들을 채집했으며 해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질학과 관련된 위대한 업적들을 이루었다.
첫째 업적은 그가 산호초 형성과정을 올바르게 설명했다는 점이다.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지층이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그는 태평양에서 본 산호초들의 형성과정을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한 마디로 산호초는 산호라는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사는 동물과 바다 밑바닥의 운동이 복합되어 생긴 결과이다. 곧 섬이 가라앉으면 산호는 생태에 따라 위로 성장하면서 산호초를 만든다.섬이 아직 다 가라앉지 않으면 산호초 가운데 섬이 있는 보초가 되고 섬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반지 같은 환초가 된다. 반면 섬이 솟아 오르면 산호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 성장하면서 거초가 된다.
다윈은 산호초형성과정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보초 하나하나에서 육지가 침강했다는 증거를 보고 있고 환초 하나하나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섬의 기념물을 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1만 년을 살면서 지나간 변화를 기록하는 지질학자처럼, 지구표면이 갈라지고 땅과 육지가 뒤바뀐 거대한 체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얻는다”고 그의 심정을 항해기에서 말했다.
다윈이 세상을 떠난 뒤, 산호초형성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었다. 곧 산호초가 다윈이 설명한 대로 ‘가라앉는섬’ 에생기는게아니라,‘ 이미가라앉은’ 섬에 생긴다는 설명이었다. 곧 바다 속에 이미 가라앉은 섬 위에 해양생물들의 유해가 쌓여 산호가 살기 좋은 깊이가 되면 산호가 살아 산호초를 만든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1872~76년 전 세계를 항해했던 영국해군 챌린저호를 탔던 당대의 최고과학자인 존 머리 경의 주장이었다. 두 주장에 따라 영국과학계가 갈라질 위기에 처하자 영국학사원이 20세기 초에 산호초를 굴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그렇게 깊이 굴착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미국이 원자탄 실험을 위하여 굴착한 에니웨토크 환초에서는 바닥인 화산암에 닿았던 1천280m까지 산호껍데기만 나와 다윈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비키니환초에서도 770m까지 산호껍데기만 나왔다. 인도양과 대서양에서 굴착한 산호초에서도 기반암에 닿을 때까지 산호껍데기만 나왔다.
실제 대양의 한 가운데에 있으며 해저가 늘어나는 높은 산맥인 수심 2천500m 정도의 해령에서 솟아난 현무암은 양옆으로 가면서 수축되며, 따라서 대양의 바닥은 점점 가라앉는다는 것이 현대지질학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대양에서 솟아난 섬들도 가라앉는다.
수십년의 세월의 끝에 현재의 꼴을 이룬 장관의 탁상형 산호들이 키리바시 공화국 피닉스 아일랜즈의 얕은 물가 산호초군 일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2002년에 찍은 이 사진은 뉴 잉글랜드 수족관이 제공했다.
태평양 중부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는 세계 최대의 해양 보호구역을 선포했다. 8개의 환상산호도를 포함한 이 보호구역은 태고 적 산호초들과 함께 다양한 물고기와 조류의 삶이 간직된 야생의 해양지역으로, 면적은 미국 캘리포니아만하다.
지질시대와 지질학의 진리 터득
둘째 업적은 그가 지질시대가 길다는 것과 지질학의 진리들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남아메리카
동해안을 오르내리면서 지층이 솟아오를 수도 있고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거대한 파타고니아 평원이 생기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 그는 1833년 말 황막한 파타고니아 평원의 풍경에 감격해, 그 평원이 얼마나 오래 되었고 얼마나 오래 계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나아가 그는 1835년 3월 중순 안데스산맥을 넘어가면서 자갈들이 덜그럭거리면서 흘러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높은
산맥이 침식되어 자갈과 모래가 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정신이 아득해진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구의 역사는 당시 생각했던
6천 년이나 1만 년이 아닌 46억 년이다.
또 그는 바다 밑에서 생긴 바위가 안데스산맥 높이만큼 수 천 m를 솟아올랐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1832년 9월 하순 아르헨티나 바이아 블랑카 포구에서 발견한 화석들을 해석해 생태와 멸종시기와 멸종환경을 해석했다. 또 큰 동물들이 사는 데 숲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파했으며, 환경이 서서히 변하면서 일어나는 생물들의 멸종과정과 멸종시기를 이해했다. 또 가뭄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죽은 사실에서 뼈들이 쌓이는 과정을 파악했다. 규화목을 보고 나무가 화석이 된 과정을 어렵지 않게 설명했다.
이런 현상들이 지금은 일반지질학에서 쉽게 설명되지만 당시 다윈이 옳게 해석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천재성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윈은 지질현상을 보면서 대자연에 감격했다. 예컨대, 위에서 말한 파타고니아의 감격이 그런 경우이고 안데스산맥을 넘어가면서,“ 혼자있다는게기쁘게느껴졌다. 번쩍거리는뇌우를 보거나 한 사람도 빠지지 않은 관현악단에 맞추어 부르는 메시아 합창을 듣는 것 같았다”고 당시의 심정을 말했다.
이런 감격은 그만이 느꼈고 그런 감격 덕분에 어려운 항해도 어렵지 않게 했다고 믿는다. 다윈은 지질현상을 보면서 그의 인간면모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1834년 2월 20일 칠레 발디비아에서 일어난 지진과 그 참상을 보고 인간의 업적이 대자연의 위력 앞에 아주 무력하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과학에 관한 관심을 잃지 않아, 지진에 벽이 쓰러진 방향을 보고 지진파의 전파방향을 추정했다. 또 그는 칠레에서는 광산을 찾아가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동정했다.
셋째 업적은 다윈의 불후의 업적인 진화론에 이바지한 지질학과 관련된 부분이다. 곧 그의 저서 ‘종의 기원’ 초판 9장과 10장은 지질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쓸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9장은 화석으로 산출되는 고생물들에 관한 기록이 불완전하다는 점에서, 10장은 고생물들의 출현과 변화라는 점에서 완전히 지질학에 관련된 내용이다.
다윈은 지질학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그가 알았던 산호초 형성 과정과 지질현상을‘비글호 항해기 지질학’ 1부, 2부, 3부로 발간했다. 그는
1842년 1부인‘산호초의 확산과 그 구조’를 발간했다.
1844년에는 2부인‘화산도의 지질학적 관찰’을 발간했으며, 1846년에는
3부인‘남미의 지질학적 관찰’을 발간했다.
장순근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프랑스 보르도1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남극관측탐험대에 참가해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4차례 월동했다.
⑥ 옥신, 다윈의 호르몬
굴광성∙ 굴중성 실험 통해 호르몬 존재 유추
글 | 조형택 _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아침 6시 45분, 아직 해가 뜨기 전 일어나자마자 파자마 바람으로 창가로 다가가 유리판 위에 잉크로 조그마한 첫 번째 점을 찍는다. 8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가느다란 유리실 위에 매달린 조그만 유리구슬은 이미 한참을 움직인 뒤였다. 두 번째 위치를 유리판 위에 점으로 찍는다.’
이런 일을 다윈은 하루 종일 또는 며칠에 걸쳐 수도 없이 반복한다. 이것은 1~2㎝밖에 안 되는 조그만 어린 식물의 줄기 끝에 꽂힌 가느다란 유리실 끝의 위치를, 즉 식물 줄기의 움직임을 시간에 따라 추적하는 다윈의 실험 장면이다(그림 1 참조).
1. 어린식물 줄기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다윈의 실험 방법(왼쪽)과 실제 다윈의 추적 기록(오른쪽)
다윈, 식물생장 호르몬 ‘옥신’ 유추
다윈이 진화학자로서‘종의 기원’저작에 실패했더라도 그는 여전히 가장 뛰어난 실험 식물생리학자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것이다. 열일곱살(1826년) 다윈이 신학 공부를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왔을 때 식물학자인 헨슬로우 교수와 친해지는데 아마도 이것이 다윈에게 식물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한 계기일 것으로 보인다. 식물과 밀접한 다윈의 최초의 저서는 ‘종의 기원’ 이 발표된 몇 년 뒤(1862년)에 나온 ‘난과 식물들의 다양한 충매(곤충에 의한 가루받이) 방법’이다. 이후로 병마에 시달리던 생애의 마지막 20여년을 다윈은 다양한 식물의 행동에 대한 관찰과 실험에 헌신하였다.
끈끈이주걱같은 식충식물의 잎이 곤충뿐 아니라 고깃 덩어리, 심지어는 다양한 화학물질의 자극에 의해서도 움직인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이 같은 덩굴식물 덩굴손의 운동에 대한 연구결과를 1864년에 발표하고, 1870년대를 거쳐 다양한 식물 종들과 다양한 식물 부위들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과 실험을 수행하여 생을 마치기 2년 전인 1880년에 ‘식물 운동의 원동력’ 이라는 저서를 아들 프란시스와 함께 내놓는다.
다윈의 생애 거의 마지막 역작인 식물행동에 대한 이 연구에서 다윈은 여러 가지 실험기구와 장치들을 고안해서 진화적으로 매우 다양한 식물들을 대상으로 줄기, 잎, 꽃, 뿌리 등 여러 식물 부위의 자체적인 움직임, 그리고 빛, 중력과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움직임(굴광성, 굴중성)을 실험, 관찰하였는데, 이 연구에서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것은 굴광성,굴중성 실험을 통해 현대 식물생리학 연구의 핵심 요소인 호르몬의 존재와 영향에 대해 처음으로 유추해내는 통찰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가 유추해낸 호르몬을 우리는 지금‘옥신'이라고 부른다.
어린 식물의 줄기(하배축)나 뿌리는 각각 빛과 중력을 향해 민감하게 굽는 행동을 보인다. 이것은 각각 광합성을 위해, 그리고 수분과 영양분을 찾기 위한 식물의 기본 생존 행위이다. 다윈은 빛과 중력을 감지하는 부위는 각각 줄기와 뿌리의 끝 부분이며, 실제로 굽음이 일어나는 부위는 그 끝에서 일정거리가 떨어진 부분이라는 것을 관찰하고 줄기와 뿌리의 끝에서 자극에 반응하여 형성된 어떤 ‘영향력’ 이 굽는 부위까지 이동해서 그 부분의 세포가 더 자라게(또는 덜 자라게) 함으로써 굽게 만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다윈이 지적한‘영향력’은 바로 대표적인 식물생장 호르몬인 옥신이다. 옥신은 네덜란드의 프리츠 벤트가 1928년 처음으로 화학물질로서 밝혀내고 이름이 지어진다. 다윈은 단순히 옥신이 굴중성과 굴광성 운동을 일으키는 주요 호르몬(영향력)일 뿐 아니라 옥신이 줄기와 뿌리 끝에서 각각 아랫부분으로 ‘이동’ 한다는 결론을 유추했다는 점에서 매우 통찰력 있는 실험 과학자라 할 수 있다. 옥신이 특정 방향으로 어떻게 이동하는 지는 다윈이 그것을 예측한지 100년이 훨씬 지난 21세기 들어 밝혀지기 시작했다.
옥신이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옥신의 극성수송’이라고 하며, 이는 옥신이 세포와 세포 사이를 이동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생체 내의 대표적인 옥신인 인돌아세트산은 친수성을 띠기 때문에 주로 지질로 구성된 세포막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막에 있는 수송체 단백질의 도움이 필요하다.
옥신이 세포 사이를 이동하려면 세포 안에서 밖으로 옥신을 내보내는 옥신방출수송체와 세포 밖에서 안으로 들여보내는 옥신유입수송체의 두 가지 수송체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런 수송체 단백질이 세포막의 모든 부위가 아닌 세포막의 특정 방향에만 위치함으로써 옥신이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그림 2 참조).
2. 옥신의 극성수송. IAA=옥신, E=옥신방출수송체, I=옥신유입수송체
옥신의 불균등 공급으로 뿌리 굽어서 자라
다윈이 관찰한 뿌리의 굴중성 반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보자.
옥신은 주로 줄기 끝에서 만들어져 줄기와 뿌리의 중심부에 위치한 관다발
유조직 세포들을 따라 뿌리 끝(뿌리골무)까지 이동한다. 이는 옥신방출수송체가 관다발 유조직 세포들의 아랫부분에, 옥신유입수송체가 세포의 윗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뿌리 끝인 뿌리골무까지 수송된 옥신은 뿌리 표피세포들을 따라 다시 윗부분으로 이동한다. 즉, 뿌리 표피세포에서는
관다발 세포와는 반대로 옥신방출수송체가 세포의 윗부분에, 유입수송체가 세포의 아랫부분에 위치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줄기, 뿌리와 같은 원통형의 기관이 굽는다는 것은 굽음이 일어나는 안과 밖의 부위가 서로 다른 비율로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윈이
관찰했듯이 뿌리의 굽음이 일어나는 생장 부위는 뿌리 끝에서 약간 떨어진 윗부분으로서, 옥신이 이 뿌리 부분의 양쪽 부위에 균등하게 공급되면
뿌리는 곧게 자라지만 옥신이 양쪽 부위에 불균등하게 공급될 경우 많이 공급된 부위에서는 억제, 적게 공급된 부위에서는 생장의 촉진이 일어나 결국
뿌리가 굽어서 자라게 된다.
이렇게 뿌리의 생장부위에 옥신을 어떻게 공급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뿌리골무의 세포막에 위치한 특정 옥신방출수송체이다. 새로운 중력의 자극이 없이 뿌리가 곧게 중력방향으로 자라고 있을 때 이
수송체는 뿌리골무세포막의 모든 방향에 위치한다. 즉, 옥신을 모든 방향으로 골고루 공급해준다.
그러나 뿌리가 수평으로 눕게 될 때, 즉 중력 자극을 받게 될 때 모든 방향에 있던 이 옥신방출수송체는 다른 방향의 세포막에서는 사라지고 중력방향에 있는 세포막에만 위치하게 된다. 이는 곧 수평으로 놓인 뿌리의 아랫부위로만 옥신이 방출되어 뿌리 생장부위의 아랫부분에 더 많은 옥신이 공급된다는 것을 말한다.
더 많은 옥신에 노출된 아랫부분은 낮은 농도를 유지하는 윗부분보다 생장이 억제되어 결국 뿌리는 아래(중력) 방향으로 굽게 된다(그림 3 참조).
3. 중력방향의 변화에 따른 옥신방출수송체의 위치변화와 옥신의 분포변화 그리고 뿌리의 굽음 운동.
사각형의 세포는 뿌리골무세포를 과장해서 그린 것으로 그 안의 빨간색은 옥신방출수송체의 세포막 상 위치를 나타낸다. 뿌리에 표시한 화살표는 옥신 흐름의 방향과 양을 표시한다.
옥신은 가장 중요한 식물생장 호르몬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옥신수송의 결함은 곧바로 식물 발달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옥신수송체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체는 옥신이 관여하는 굴광성, 굴중성, 뿌리생장, 새로운 뿌리와 잎 나기, 배 발생 등 식물 발달의 핵심적인 과정에 이상을 보인다.
식물의 운동에 대한 다윈의 관찰과 실험은 항상 여러 가지 식물 종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진화적인 관계 또는 보존성을 밝히고자 하였으며, 많은 반복실험과 항상 적절한 대조구 실험을 통해 실험의 신뢰도를 크게 높였다. 다윈의 학문적 결론과 이론은, 몇 가지 사례만으로 안락의자에 앉아서 유추해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수많은 ‘사실들’을 수집하고 분석, 실험한 뒤 도출해낸 것들이기에 더욱 진리에 다가가는 것들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데 있어 이러한 다윈의 진지한 자세가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모든 이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조형택
글쓴이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시간주립대학교 MSU-DOE 식물연구소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생물학과에서 박사후 연구원, 충남대학교에서 생물학과교수를 지냈다.
THE SCIENCE & TECHNOLOGY
2009 .과학과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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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uxin causes positive phototropism. They're produced in the tips of shoots and effects the growth and elongation of cells in plants.
Movement of Auxins in a Seed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