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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01
민요의 '다섯 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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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편제’ 주인공들이 고갯길을 걸으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 /태흥영화
서울 종로구 창덕궁 근처에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어요. 우리나라 최초 민요 전문 박물관인데요. 여기서 지난 5월부터 지역별 민요 특징에 대해 잘 설명한 '오늘 만난 토리' 전시를 열고 있어요.
'토리'는 지역에 따라 구별되는 민요의 유형적 특징을 뜻하는 말이에요. 지역마다 말의 억양과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른 사투리처럼, 민요도 지역별로 달라요. 토리는 일종의 '민요 사투리'인 셈이에요. 지역별로 토리 명칭도 다르답니다.
민요에도 '사투리'가 있어요
민요는 우리 조상들의 일상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노래예요. 특정 작곡가가 있는 게 아니라, 민중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구전됐죠.
민요는 기능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일하면서 부르는 노동요, 놀이할 때 부르는 유희요, 제사나 각종 의식에서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부르는 의식요 등이 있어요. 사랑의 감정을 담은 연정요도 있답니다.
지역별로는 크게 다섯 토리가 있습니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쭉 뻗은 낭림산맥과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눌 수 있어요. 동쪽의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는 산맥의 서쪽 지역과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인지 이 지역들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민요의 특징이 비슷하답니다. 이 지역 민요를 '동부 민요', '메나리토리'라고 불러요.
'메나리'는 이 지역에서 흔한 민요 이름으로, 산이 많은 곳이라 '뫼[山]놀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어요. 메나리토리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토리로 추정됩니다. 대표곡은 가장 오래된 아리랑으로 알려진 정선아리랑이 있어요. 또 한오백년,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밀양아리랑, 신고산타령 등도 있답니다.
메나리토리(동부 민요) 정선아리랑, 경토리(경기 민요) 도라지타령
반면 산맥 서쪽은 지역별로 음악적 특징이 매우 다양해요. 지역마다 사투리, 음식, 기후가 다른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우리나라가 통일신라 시대 전까진 여러 국가로 쪼개져 있었으니 그때부터 문화가 달라졌을 수도 있고요.
오늘날 북한 지역인 평안도와 황해도의 민요는 '서도 민요' 또는 '수심가토리'라고 불러요. 평안도를 대표하는 민요 '수심가'는 '매우 근심하는 마음이 가득 찬 노래'라는 제목 그대로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노래랍니다. 하늘하늘한 소리와 큰 소리로 부르다가 비음을 조금 섞어 잘게 떨어주는 발성이 특징이에요.
참고로 북한은 평안도 출신 김일성의 영향으로 민요를 비롯한 전통음악 등에 수심가토리의 특징이 많이 드러난대요. 수심가토리의 대표곡은 수심가, 엮음수심가,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배따라기, 몽금포타령, 싸름 등이 있습니다.
서울을 포함한 경기도 민요는 '경기 민요' 또는 '경토리'라고 해요. 천안 등 충청도 지역도 대개 경토리에 포함됩니다. 경토리는 맑고 경쾌하며 음색이 분명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에요. 굿거리 장단, 세마치 장단에 맞춰 노래하는데요. 대표적인 경토리 악곡에는 아리랑, 도라지타령, 천안삼거리, 늴리리야, 한강수타령, 경복궁타령 등이 있어요.
우리가 초등학교 때 많이 배운 것들이지요? 경토리 특유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 때문인지, 교육자들에게 익숙해서인지 몰라도 예전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주로 경토리 노래들이 국악을 대표하여 수록되어 있었답니다. 민요로 유명한 송소희도 경기 민요, 경토리 전공이랍니다.
구슬픈 노래 육자배기토리
전라도 민요는 '남도 민요' 또는 '육자배기토리'라고 해요. 대표적인 남도 민요 '육자배기'는 우리 민요 중에서 슬픈 감정의 표현이 가장 절정에 이르는 곡이지 않을까 합니다. 또 매우 느린 6박의 진양조 장단에 맞춰 불러 육자(六字)배기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추측되는 노래인데요. 이 음악이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토리 명칭이 되었지요.
영화 '서편제' 주인공들이 고갯길을 걸으며 불렀던 진도아리랑이 바로 육자배기토리 노래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오정해 배우는 육자배기토리 중심의 장르인 판소리 전공자 출신이지요. 육자배기토리는 떠는 소리, 평으로 내는 소리, 꺾는 소리 등 세 음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정말 구슬프게 들린답니다. 국악을 '한 맺힌 음악'이라 하는 것은 대개 이 지역 음악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 다섯 번째 토리는 제주도에 있어요. '제주토리'에는 제주도 방언이 많이 들어가 있죠. 대표적인 곡으로는 너영나영, 오돌또기, 이야홍타령, 이어도사나, 멸치 후리는 소리 등이 있습니다.
섬 지역이라는 제주도의 특성 때문인지 제주토리의 노랫말은 다른 토리와 매우 이질적입니다. 예를 들면 멸치 후리는 소리에서 '멸치'는 '멜'이라고 불러요. 오돌또기에는 '앞바당(앞바다)' '물질허멍(물질하며)' 등 다양한 방언이 등장하죠. '너영나영'은 '너랑 나랑'이라는 의미입니다. 음악적으로는 경기도의 경토리와 평안도·황해도의 수심가토리 등의 특징이 섞여 있어요. 제주도가 조선 시대에 많은 이가 고통받았던 유배지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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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서창 만드리 풍년제’. 서창 만드리는 7월 백중 무렵에 일하면서 불렀던 노동요예요.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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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꾼들이 경기 민요를 부르는 모습.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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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경인교대 음악교육과 교수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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