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둘레길 4구간 (공산 무태길 )
이원근
♤ 일정: 2025년 3월 29일(토), 흐림
♤ 코스: 파군재~외남동~화담~어부동~무태교 네거리
♤ 거리: 6.24km, ♤ 시간: 2시간 8분
공산전투에서 왕건 군대가 견훤군에 대패한 파군재에서 산속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솔숲은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숲이 내어주는 피톤치드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면 새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곳곳에 놓인 계단과 쉼터가 등산객을 배려한 듯 반갑게 다가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다 보면, 나무 아래 놓인 작은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한껏 반가워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봄 숲의 매력을 음미한다.
숲길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산속은 꽃내음으로 가득하다. 샛노란 생강나무꽃이 산을 물들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이며 땀을 식혀준다. 새들은 신이 나서 지저귀고, 길가의 작은 개울도 조잘대며 흐른다. 따뜻한 햇살 아래 산길을 걷다 보면 봄의 생명력이 온몸에 스며든다. 우리는 이런 맛에 산을 찾는다.
그러나 오늘은 숲속에서 들려온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해 수많은 나무가 며칠째 타고 인명 피해까지 속출했다. 어제만 해도 불길을 거의 잡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다시 불길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불길 속에서 새싹도, 꽃들도, 둥지를 틀고 살던 새들도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 자연이 차곡차곡 쌓아온 생명의 축복 덕분인데, 한순간의 실수나 부주의로 그것이 잿더미가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숲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푼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맑은 공기를 만들어 주고, 비가 올 때 빗물을 품어내며 산사태를 막아준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가을이면 화려한 단풍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며, 겨울이면 바람을 막아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쉼과 위로를 선물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숲을 지켜야 한다. 작은 불씨 하나가 수십 년, 수백 년을 지켜온 생명을 단숨에 앗아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뻔한 얘기지만, 산을 찾을 때는 불씨를 남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인위적인 훼손을 삼가야 한다. 아름다운 숲이 계속해서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자연을 아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의자에 앉아 숲을 바라본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봄바람이 스며든다. 불길에 휩싸인 숲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남아 있는 이 숲을 더욱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한다. 산은 우리에게 쉼을 주지만,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산은 더 이상 우리를 품어줄 수 없다. 이 푸른 숲이 오래도록 우리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 참고
- 무태
왕건이 신라를 구원하기 위하여 경주로 가던 중 이곳에 이르러 군사들이 야외에서 유숙하게 되었는데, 이때 왕건이 '경계를 서는 군사들에게 말하기를 태만하지 말라'라고 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팔공산[1,192m]에서 발원하여 동화사 일대를 거쳐 흐르는 동화천을 중심으로 서쪽은 서변동이고 동쪽은 동변동인데 바로 무태 지역이다.
첫댓글 ㅡ 권수문
성님 우리 아그들 4명이 형님들 나드리에 함께 따라가고 싶어 현재 진행중인 대구둘레길에 대해 여쭤봅니다. 집결지, 교통편, 회비문제 기타 몇가지가 궁금합니다. 조만간 합류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