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영상 매체의 종류와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국에서 수입되는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고, 아리랑 TV로 대표되는 해외 위성 방송들이 외국에 소개하는 국내 프로그램도 점점 늘고있다. 외국 프로그램들은 3개 공중파 방송 뿐 아니라 30개가 넘는 케이블 방송, KBS의 2개 위성방송, 그리고 지역 민방에서까지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다. 외국 프로그램과 뉴스들을 선진국과 큰 시차없이 접하게 된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급증하는 외국 프로그램을 제대로 처리할 인력과 방법이 없어 외국 프로그램의 전달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본 논문은 외국 프로그램 중에서 시의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는 보도 프로그램의 통번역 방법을 논하고자한다.
한국의 공중파 방송은 70년대 말부터 위성을 통해 각국에 파견된 특파원들을 연결시켜 각국관련 뉴스를 보도함과 동시에 주요 국가 주요 공중파 방송의 주요 뉴스를 국내 시청자들에 소개하면서 일부는 통역이라는 전달 수단을 사용하였다. 일본의 NHK 방송 뉴스를 전달할 때는 일본어로, 미국의 ABC, NBC, CBS 방송에는 영어로 통역되었으며 80년대 초부터는 중국과 소련의 주요 방송 뉴스도 소개하면서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통역하였다.
80년대 초에 벌어진 랭군 폭파사건과 KAL 기 추격 사건이 세계의 뉴스가 되면서 위성을 통한 보도 프로그램은 점점 더 증가하였다. 또 79년 9월에 설립된 외대 통역대학원이 동시 통역사들을 배출하자 각 공중파 방송은 유행처럼 그들을 불러 위성 수신된 외국 보도물들을 통역시켰다.
그러나 방송사에서는 처음 해보는 보도물 통역에 대한 조예가 없어 그 질을 판단할 기준도, 전문가도 없었다. 해외에서 큰 사건이 터지면 무조건 위성으로 화면을 받기로 결정한 후 전화로 통역사를 불러 통역을 시켰기에 통역의 질은 다음 문제였다.
이런 경향을 조금 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된 것이 90년 11월 발발한 걸프전과 이를 실시 중계한 미국 CNN 방송의 활약이었다. 걸프전이 장기화되자 방송사들은 사방에서 CNN을 동시 통역할 통역사를 찾았고, 급기야 사설 영어 학원의 영어 강사들까지 동원되어 불을 끄려 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걸프전이 끝나자 방송사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무분별한 외국 보도의 위성 중계와 그에 따른 저급 통역에 대한 자성이 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95년 3월 1일 24시간 뉴스 방송을 시작한 유선 방송 YTN이 CNN 뉴스를 정규 프로그램 으로 채택하자 뉴스 통역을 보는 방송사와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다. 우선 편집된 뉴스 프로그램이지만 시차가 줄고 잘 정리되고 소화된 통역의 맛을 알게 되었고 YTN의 준비된 통역사들이 전달한 실제 동시 통역도 공중파 방송들의 경종을 울렸다.
필자는 1994년 3월부터 1999년 2월까지 YTN에 국제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해외 보도 통번역 업무를 총괄하였다. 그리고 외대 통역대학원 교수로 임용된 지 몇 달 만에 교육부로부터 두뇌한국 사업(BK21)을 받아 2000년 1-2월에 2학년 진급 예정자 10여명에게 CNN 보도 통역을 특별 강의하였다. 밀고 당기는 CNN과의 방영권 협상, 방송 관련법 등 국내 방송계의 대비 미흡으로 CNN의 실시간 동시통역은 2001년으로 넘어갔지만 그 작업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할 시간을 벌어 본 논문을 쓰게 되었다.
외국 프로그램도 다른 모든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구성과 표현이 우수해야 시청자에 소구력을 가진다. 보도 방송 프로그램 또한 표현 면에서 영상과 대사(기사)가 주축을 이룬다고 본다면, 해외 보도물의 가치는 대사의 전달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사로 인해 보도 내용의 이미지도 달라질 수 있으며 영상의 해석과 가치도 변화할 수 있다. 처리 방법에 따라 대사 자체가 가지는 정보성도 다양하게 변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하여 수입 TV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 방법이 인쇄물의 번역 방법과 어떻게 달라야 하며, 특히 뉴스의 통역과 번역이 다른 프로그램 쟝르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또 이번 논문에서는 통역사의 능력과 경륜에 크게 좌우되는 실시간 동시통역보다는 일단 위성으로 수신된 뉴스를 검토, 제작해 만드는 자막치기 혹은 사후 통역(더빙 혹은 voice-over)에 주안점을 두었다.
2. 연구문제
위의 연구를 위해 두 가지 문제, 즉 방송이라는 매체적 특성 문제와 외국어 번역이라는 표현적 문제에 중점을 두었다.
1) 매체적 특성
외국 프로그램의 통번역 문제는 인쇄물의 통번역과 다르다. 이는 언어가 전달되는 매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첫째, 방송은 순간적 매체이고 인쇄물은 고정된 매체이다. 방송은 다시 한번 읽는다든지 시간을 두고 생각한다든지 하는 매체 접촉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방송의 언어 표현은 순간적으로 이해되기 쉬워야 한다.
둘째, 인쇄물의 독자는 취향에 의해 스스로 독자가 된 경우인 반면 방송의 시청자는 불특정 다수이다. 인쇄물의 독자는 방송의 시청자보다 특수 소집단이며 동질성을 가진다. 반면 방송의 시청자는 천차만별이며 인구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분포를 가진다. 따라서 방송의 번역은 폭넓은 시청자에게 그들의 지적 수준에 상관없이 고루 이해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세째, 방송은 영상을 수반하는 매체이다. 인쇄물은 글로써 표현하는 매체이며 독자는 글을 매개로 각자의 창의력과 상상력, 문법 지식과 경험 등을 총동원하여 이해에 도달한다. 따라서 독자의 머릿속에 만들어지는 개념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달라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은 영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제약을 받는다.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은 영상과 합치하여 일관성 있게 통일된 의미를 전달하여야 한다. 또한 시청자는 주어진 시간 내에 영상파악과 언어이해를 동시에 실행해야 하므로 영상과 동반되는 언어는 이해가 빠르고 쉽도록 표현해야 하는 제약도 있다.
2. 번역의 표현 문제
한편 방송 번역은 위와 같은 매체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번역의 방법은 번역 결과물의 표현 방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쇄물은 문자로만 표현되는 시각 매체이지만, 번역 방송물은 더빙과 자막이 영상을 동반하는 시청각 매체이다.
따라서 본 논문의 연구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첫째, 해외 보도 방송 프로그램의 매체적 특성이 번역에 주는 영향
둘째, 보도 방송 프로그램 번역의 방법론은?
3.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위에서 명시된 목적에 따라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기 위하여 실제 뉴스 번역을 해보면서 문제점을 인식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프로그램 분석을 위하여 뉴스물로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인 CNN의 뉴스(1997-2000년)를 사용하였다. CNN은 24시간 뉴스채널이기 때문에 뉴스의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으며 ABC, NBC, CBS 등 대형 네트워크 방송의 비교적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정리된 문장과는 다른 생생한 일상어를 사용해, 그것도 많은 경우 위성으로 연결해 실시간(real time) 생방송(live)으로 사건을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통,번역에 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번역의 매체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차이점을 알기 위해 우선 뉴스영상물의 원어를 인쇄물 식으로 직역을 한 후 수정하는 과정을 택했다. 번역문의 문장을 수정할 경우 그 원인을 추적하고 종류별로 일반화하였다.
우리말 번역상의 문제점 추적이 본 연구의 목적이므로 번역은 한국어에서 외국어로의 번역보다는 외국어로부터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만을 고려하였다.
Ⅱ. 영상물 번역의 이론적 배경
영상물 번역은 번역의 특수한 경우이다. 보통 번역이라 함은 지면에 고정된 활자 매체로 된 언어 표현을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한편 음성으로 된 언어 표현을 다른 언어로 된 음성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은 통역이라고 한다. 인쇄물을 보고 음성으로 통역하는 것은 통번역계에서는 "문장구역sight translation"라고 한다. 영상물 번역은 영상과 언어가 함께 등장하는 경우인데 영상에 동반되는 언어를 문자로 옮기는 것을 자막 넣기라 하고 동일한 음성 언어로 바꾸어 원래 음성 언어 대신 삽재하는 것을 voice-over, 혹은 더빙이라고 한다.
이처럼 영상물 번역은 번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번역문을 화면에 표시하거나 음성으로 다시 바꾸어 오디오 트랙에 싣는 작업이므로 이에 관련되는 이론적 배경은 실로 다양하다. 안구의 움직임이나 시신경의 인식 속도 등 의학적인 것부터 주제언어/주어언어 등 언어학 이론, 글자체가 주는 의미를 다루는 광고 레터링 이론 등 수많은 규칙과 원리가 번역이라는 작업에 개입한다. 번역자는 이 많은 이론에 모두 정통하지는 않지만 오랜 경험으로 감각을 익힌다. 본 논문에서 이 이론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으므로 가장 기본적인 번역의 이론만 간단히 언급하려 한다.
1. 일반 번역의 과정
번역은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의 변형적 형태이다. 발화자가 생산한 메시지가 어떤 경로를 통해 수신자에 도달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구조다.
번역은 이 구조가 이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즉 번역자가 1차 수신자가 되어 메시지를 전달받으면 수신자가 해독 가능한 언어로 변환하여 동일한 내용의 번역된 메시지를 수신자에게 보낸다. 따라서 번역자는 1차 수신자이면서 동시에 2차 발화자가 되는 것이다.
위 과정은 물론 극히 단순화된 것이다. 번역 과정을 보다 자세히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설명을 명확히하기 위해 원래 언어를 출발어라고 하고 번역된 언어를 도착어라고 하자.
위의 (1)의 단계에서 발화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즉 개념 I을 자신이 가진 적합한 언어 지식을 이용하여 출발어로 표현한다. 여기서 개념이라 함은 의미가 머리 속에 있는 불명확한 형태로서, 구체적일 수도 있고 추상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며 같은 언어 집단에 속할 지라도 동일한 개념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개념은 그 개인이 가진 모든 경험에 비추어 정리, 형성되기 때문이다. 개념은 단어 차원에서도 형성되며 문장 차원에서도 구성된다. 문장 차원의 개념은 복합체이지만 단어 차원의 개념을 단순히 연결시킨 것은 아니다.
(2)의 단계에서는 출발어로 된 표현을 번역자가 해독한다. 이 해독의 과정에는 문법, 어휘, 맥락 상 지식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지식, 즉 언어외적인 지식도 요구된다. 제대로 해독된 표현은 해독자에게 개념 II라는 심상을 만들게 된다(과정 (3)). 이해한 듯 해도 이 개념이 형성되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개념을 형성, 발전,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쳐 사고하고 추리하며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순이나 형태가 비슷한 언어끼리는 낱말 대 낱말의 번역이 가능하나 이것은 단순 대치에 불과할 뿐이다. 즉 그런 번역은 번역되었는데도 의미가 통하지 않는 현상을 낳는다.
과정 (2)과 (3)를 거쳐 충분히 해독된 출발어는 도착어의 단어로 바꾸어 재구성(과정 (4))된다. 이 단어 찾기는 이미 지적한 대로 낱말 대 낱말의 교체가 아니다. 의미가 동일한, 또는 적어도 의미가 등가인 단어로의 대치이다.
즉 단어I이 불어의 "demonstration"이라고 하자. 그것의 의미는 '사용 시제품'이다. 이를 단어의 형태만 같다고 해서 영어로 "demonstration"이라고 번역한다면 오류가 발생한다. 영어로 "demonstration"은 '데모, 시위'라는 전혀 다른 뜻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옳은 단어 II는 "sample"이 된다. 즉 번역은 동등한 의미를 다른 언어로 생산하는 작업이며 두 개의 언어를 잇는 축은 형태나 발음이나 어순이 아니라 의미이다. 위의 단어 차원의 예를 보아도 의미I과 의미I'가 등가로 연결되고 있다. 여기서 의미 I과 의미I'는 정확히 동일한 관계는 아니다. 언어가 다르면 문화와 사고 방식 등이 다르므로 언어가 다른 사람끼리는 아무리 단순한 단어라고 해도 동일한 개념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의미 II라고 표시하지 않고 의미 I'라고 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알맞은 어휘와 어순으로 재구성된 표현은 발성되거나 문자로 표기됨(과정 (5))으로써 도착어의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도착어는 최종 수신자에게 전달되고 수신자는 또한 수신된 메시지를 해독하여 나름대로의 개념 III을 만들고 이해에 성공하게 된다.
가장 이상적인 의사 전달의 목표는 원래 출발어로 발화한 사람이 가졌던 개념I과 번역자가 수신 형성한 개념 II, 그리고 최종 수신자가 형성한 개념 III가 거의 동일하거나 등가인 경우다. 언어 간 차이와 각 개인 간 차이와 상황의 개입으로 완전한 합일(identity)은 불가능하며 등가(equivalence)의 의미만 성립되어도 성공한 의사전달이라 할 수 있다.
2. 번역의 의미
그렇다면 동일한 의미, 더욱 정확히 말해 등가의 의미란 무엇인가? 의미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흔히 의미를 말할 때 소쉬르의 기표와 기의 이론을 언급한다. 단어의 소리 값이자 형식인 기표signifiant와 그 속에 담긴 의미인 기의signifie의 결합이 단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기의와 기표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어느 한 쪽이 없는 낱말이란 있을 수 없다. 또한 기의와 기표의 연결은 임의적 약속이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배우는 규칙이다. 예를 들면 '나무'라는 의미와 연결되는 영어의 기표는 "tree [tri:]"이고 한국어의 기표는 "나무[namu]"이다. 영어권 사람은 [tri:]를 배우며 한국어권 사람은 [namu]를 배운다. 머리 속으로 떠오르는 의미는 비슷해도 그것을 표기하는 기표는 언어 집단마다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의미의 이론은 이처럼 간단한 이원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맥(context)없는 의미란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무"라고 했지만 무슨 나무인지, 어떤 나무인지, 몇 그루의 나무인지, 아니면 나무 조각인지 이 표현만으로는 분명하지 않다. 의미를 알려면 해당 표현이 등장하는 문맥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무하러 산으로 갔다"에서는 "나무"가 '장작'의 뜻이며, "그 나무는 심은 지 몇 년이나 될까"에서 "나무"는 '자라는 나무'가 된다. "나무라서 곧 썩을 겁니다."에서는 '재료로서의 나무'를 말한다. 이처럼 상황과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다 다르다. 따라서 번역을 할 때도 문맥적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영상물 번역에서는 대본이라는 문맥과 동반 영상이라는 문맥을 모두 알아야 일관성있는 옳은 번역을 할 수 있다.
한편 문맥 의미 중에는 현동적(actualized) 의미도 있다. "돈이 돈이 아니야"에서 첫 번째 "돈"은 "화폐"로서의 "돈"이다. 두 번째 "돈"은 "구매력이 있는 대용물"이란 뜻이다. 즉 "돈"이 품고있는 여러 잠재(potential) 의미 중에서 문맥에 따라 하나를 골라 현동시킨 것이다. 현동적 의미는 문맥적 의미에 포함되는 의미인데 다만 같은 소리 값을 갖는 단어가 연속해서 등장한다는 점에서 여느 문맥적 의미와 달리 구분된다.
그러나 명시적 문맥이 아닌 의미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본다"라고 할 때 "나무"란 "숲"보다 작은 요소로 '숲을 이루는 구성 요소'라는 뜻이다. 즉 '지엽적인 것'은 보면서 '전체적인 것'은 못 본다는 뜻이다. 이 때의 '지엽적인 것'이라는 "나무"의 의미를 내포적 의미(connotation)라고 한다. 즉 기표와 기의의 관계인 지명관계(denotation)이 아니라 그 속에 같이(con) 포함된 의미라는 뜻에서의 의미이다. 번역을 할 때는 그 문맥에서 드러나는 것이 지시적 의미(denotation)인지 내포 의미(connotation)인지 잘 구분해야 한다. 간혹 중의적인 의미로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의미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이중 효과를 내도록 번역해야 한다. 즉 "칼국수만 먹고 사는 사람"은 '청렴결백한 사람'이란 의미도 되지만 정말 '칼국수만 먹고 사는 사람'이란 뜻도 동시에 의미할 수 있다.
한편 의미는 더욱 더 차원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다. 그리하여 가장 큰 의미는 최종 의미 효과(ultimate meaning effect)가 된다. "넌 왜 아침부터 전화를 하느냐?"라는 문장은 여러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고유의 의미인 '네 전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뜻도 있지만, 말하는 사람이 전하고 싶은 긍극적 의미, 최종 의미는 '불쾌, 불만'이다. 그러므로 번역자는 이 최종 의미 효과가 동일하도록 제대로 의미 전달을 해야 한다. 이 "최종 의미 효과"의 개념은 영상물 번역의 가장 중추적 기준이며 압축 요약 번역이나 요점 번역에서 특히 중요하다. 비중이 적은 요소들을 삭제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번역자는 단순히 외국어 지식만 아니라 위와 같은 여러 종류의 의미와 의미작용의 원리를 숙지하고 있어야 융통성있는 번역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영상물의 번역은 인쇄물의 번역과 달라서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의미를 구성하는 여러 다른 요소들 간의 관계를 알면 단조로운 직역이 아닌 감칠 맛 나는 번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자막과 더빙
외국어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방송하려면 번역판을 제작하여야 한다. 번역판에 사용되는 방법은 크게 자막넣기(subtitling)와 더빙( dubbing)으로 구분된다. 자막은 원작의 음성대사를 그대로 두고 번역을 화면의 일부에 글자로 표기하는 것이고, 더빙은 음향효과는 그대로 두고 음성 대사만 성우나 통역사가 새로 번역된 우리말로 녹음해 믹싱하는 것이다.
자막과 더빙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최근 방송량이 늘고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자 활용도를 높이고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자막처리를 우선으로 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성우들의 반발을 산 예도 있지만, 자막과 더빙의 선택은 프로그램의 성격과 주시청자의 정체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하겠다. 다음은 자막과 더빙의 성격을 비교해 본 것이다.
1. 작업의 과정
우선 자막 넣기의 작업도를 보자. 자막은 번역 대본을 놓고 동일한 타임코드 화면부터 자막을 쳐서 넣는 재래식 방법이 있고, 컴퓨터와 문자발생기와 타임코드로 연결되는 자동 자막처리기를 사용하는 컴퓨터식 자막넣기가 있다. 재래식은 수작업이므로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컴퓨터 식은 인력과 시간은 크게 절약할 수 있으나 장비 구입비가 상당한 점에서 일시적으로 부담을 준다. 그러나 처리 물량이 증대될 수록 기자재 사용료가 절감되는 반면, 인건비는 날로 오르고 있어 최근에는 컴퓨터 자막기가 필수가 되었다.
2. 자막과 더빙의 비용
위의 표들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자막이나 더빙이나 표현 방법만 다르지 제작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막은 글자로 처리되느니 만큼 성우비나 녹음실 사용료, 믹싱료 등 비용 면에서 더빙보다 훨씬 저렴하다.
3. 더빙과 자막의 선호도
결국 소비자인 시청자가 어떤 형태의 언어 재표현 방식을 선호하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 되겠다. 만화나 어린이용 프로그램은 시청 대상자의 문자 가독률이 낮다는 특성으로 인해 더빙을 필수적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원음의 묘미를 즐기기를 원하는 시청자가 많은 쟝르에서는 자막이 선호된다. 예를 들면 배우의 원래 음성을 듣기 원하는 영화와 드라마 쟝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거나 원래 외국어 표현을 알고 싶어하는 뉴스 쟝르 등에서는 자막이 선호된다.
그러나 장르 만이 자막/더빙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외국 문화 선호도 또는 외국어 인지도도 큰 선택의 기준이 된다.
4. 자막과 더빙에 따른 번역상의 차이
자막/더빙의 선택에 따라 번역의 방법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는 자막은 화면의 일부를 사용하고 더빙은 음성트랙을 사용하는 점에 기인한다.
우선 자막의 경우 문자 수의 제한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인 규칙은 없으나 번역가들 사이에서는 한 줄에 (띄어쓰기 제외) 13자, 한 화면에 두 줄 이상은 금지라는 불문율이 지켜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13자 규칙보다는 "6초 규칙"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번역가는 자막처리의 자수 제약을 염두에 두고 번역을 해야 한다. 번역 작업을 하기 전에 화면과 대사를 비교해 보며 화면에 따른 문장 분할과 문장 번호 매기기 등을 통해 동일 화면에 삽재될 번역문을 표시해두면 좋다. 그리고 대사의 출처가 다른 등장 인물일 경우, 줄을 바꿈으로써 발화 인물이 바뀜을 표시하므로 하나의 등장 인물의 대사를 압축하여 한 줄로 표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더빙의 경우 엄격한 길이의 제약은 없다. 성우나 통역사가 발음으로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제약이 여기서도 존재한다. 더빙은 마치 등장 인물이 발음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하므로, 처음 시작하는 모음이 번역판과 원판이 동일하면 좋다. 같은 입모양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외에 더빙에서 주의해야 하는 점은 말하는 속도이다. 인도 유럽어는 다의성(polysemy)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몇 개의 단어로도 함축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이런 외국어를 번역하면 우리말이 더 길어지게 된다. 또한 영어는 강세어이므로 강세를 받는 모음만 충분한 길이로 발음되며 강조되고 나머지 발음은 짧게 발음되므로 단어의 발음이 소요하는 시간상의 길이가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면 "introduction인트러닥션"을 우리말 식으로 읽을 때와 영어로 발음할 때의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말 번역은 더빙으로 해도 서구어보다 더 길어지게 된다. 따라서 되도록 압축적인 말을 사용하고 생략할 수 있는 한 생략하여 문장의 절대 길이를 줄여 성우의 입모습이 끝날 때 말을 끝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 길이를 조절하지 않고 성우에게 빨리 읽도록 하면 입의 여닫는 모습은 맞을 수 있으나 이해에 적합치 못한 속도가 되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반대의 경우, 즉 우리말 번역이 더 짧게 처리되었을 경우에는 단어를 동일의미의 긴 단어로 바꾼다든지 하여 길이를 조절한다. 길이 외에도 더빙 시에는 여러가지 인물적 특징이 언어에서 드러나도록 용어 선택, 표현 방식, 어미 구사, 존대어 사용 유무 등에 주의하여야 한다.
Ⅳ. 보도 영상물 번역의 실제
영상물 번역은 쟝르마다 그 방법이 달라야 할 것인 바 쟝르마다 시청자와 시청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TV 방송의 쟝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고에서는 뉴스에 국한시켜 연구의 초점을 명확히 하려한다.
1. 뉴스물 번역
뉴스물의 번역은 악조건에서 행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번역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동시통역해 처리해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전에 입수해 참고해 볼 수 있는 대본은 기대할 수 없다. 세계 각국에서 들어오는 기사는 같은 영어라 해도 나라와 지방에 따라 액센트와 발음이 다르다. 청취력이 뛰어나야 완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더구나 뉴스를 전달해주는 외국 방송사의 앵커도 시간에 따라 바뀌고 리포터도 사건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발음에 익숙해지는 것도 힘들다. 배경 화면은 이미 외국 리포터의 이름과 소속, 취재 장소나 인터뷰 인물 소개 자막으로 차 우리말 자막을 올릴 공간조차 충분치 않다. 오디오 트랙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자나 취재원(取材源 interviewee)의 목소리에다 현장음의 사운드 트랙을 어느 정도 살리고 우리말 통역사의 목소리를 실을 것인가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다. 시청자는 외국 기자의 리포트나 현장음을 크게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완전히 죽이고 통역만 듣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어 방송사 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 뉴스 번역의 주의점
A. 기술상의 문제
(1) 앵커의 기자 소개와 기자의 마지막 자기 소개는 생략한다.
앵커가 뉴스의 제목과 개략적인 내용을 소개한 후 "어디에서 누구 기자가 보도합니다"라고 말할 때 기자 이름은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이는 기자 얼굴이 나오는 스탠드 업(stand-up) 순간에 기자의 이름과 보도 장소가 자막으로 삽입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를 생략해줌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자보다는 기사의 내용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하여 전달력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2) 완전한 문장이 아닌 단어 몇 개로 이루어지는 기사 첫 부분은 생략해도 좋다. 예를 들면 기사의 다음과 같은 첫 부분이다.
Smoking! ('흡연'이라는 화두를 던진 후 흡연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기사)
Raiders of the lost art. (영화 제목을 딴 기사의 첫 마디)
Let them day trade. (주식 단기 매매를 소개하는 기사)
Anchors away! (사이버 앵커의 등장에 '실존 앵커들이여 물렀거라'고 시작하는 기사)
Well, watch what you say. ('말조심합시다'라는 경고성 서두)
이들 첫 부분은 무리하게 번역을 하려다가 시간을 뺏기고 굳이 번역함으로써 전체 의미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과감히 생략하고 다음 문장부터 더욱 충실히 번역하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된다.
(3) we/you의 번역
예) If you have ever gone to the doctor and been put on antibiotics, you probably didn't give the whole process much thought. But when you do, the discovery of antibiotics has made a huge difference.(CNN, 2000. 4. 5)
위 기사에서 you는 '여러분'이나 '우리'로 모두 번역 가능하므로 you를 '우리'나 '여러분' 중 하나로 통일해 자신감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Today we want to talk about what you do while you are driving. Now, we know there's lots going on when you're behind the wheel. Sometimes you may be paying attention to everything but the wheel.(CNN, 2000. 5.15)
위 기사처럼 we와 you가 함께 나오는 경우에는 we를 이 기사를 쓴 방송국 측의 '우리'로, you는 시청자 '여러분'으로 확실히 구분해 번역해 주어야한다.
(4) 인터넷 용어 번역
닷 컴(.Com)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용어들이 뉴스 보도에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당분간 닷 컴은 우리 언론에서 쓰는 대로 점(쩜) 컴으로 통역할 지, 닷 컴으로 통역할 지는 문맥을 보고 결정해야할 것이다.
*Take a look at .com management and you might think women are moving on up in the wired world. (CNN, 2000. 3.20)
*In tonight's Moneyline Movers, Hotjobs.com up nearly one and half, or more than 14 percent on an upgrade from PaineWebber and a new price target at 15 dollars a share. (CNN, 2000. 3.23)
첫 예문의 .com은 '닷 캄'으로, 두 번째 예문의 Hotjobs.com은 핫잡즈 쩜 캄으로 통역해주는 것이 시청자의 이해가 빠를 것이다.
B. 문법상의 문제
(1) 주어의 중복에 주의한다.
뉴스 전달은 대부분 간접 화법이다. 따라서 주어가 중복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예1)
Some experts in the west and South Korea are fearful that despite its assurances North Korea will break its promises once it secures enough food aid to feed its population. (CNN, 1998. 6. 10. )
이 문장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은 간접 화법 문장이 된다.
(예2) 서방과 남한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한의 인구를 먹일 만큼 충분한 식량원조를 얻고 나면 북한의 이런 확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약속을 깨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위 번역문에서 주어가 "전문가들은"와 "북한이"라는 문장 주어의 형태나 "북한의"라는 소유격으로 된 명사 주어 형태로 연이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주어가 중첩해 등장하면 첫 번째 주어(여기서는 "전문가들은")와 술어(여기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간의 거리가 멀어질 뿐 아니라, 주어와 술어 사이에 다른 주어들이 끼어 들어 의미를 교란시킨다. 이런 문장은 억양을 강하게 넣고 알맞게 띄어읽기를 해야 의미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더 바람직한 방법은 주어와 술어를 맞는 짝끼리 가까이 두어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다.
(예3) 북한이 이처럼 확언하고 있지만 북한 인구를 먹일만큼 충분한 식량원조를 얻고 나면 북한이 약속을 파기할까봐 서방과 남한의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이런 구조의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장의 호흡이 이처럼 길어지면 시청자의 이해를 방해한다. 주어와 술어 사이에 다른 명사가 간섭하면 오해나 불 이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도 방송 문법에 상당히 가치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2) 지칭어의 변환
모든 사물이나 사람은 이름이 있고 우리는 고유 명사나 보통 명사로 이들을 지칭한다. 그런데, 같은 사물을 여러 가지로 달리 표현하는 언어 행위가 있다. 이를 동일 지칭reference라고 한다. 예를 들면 자녀가 예쁜 짓을 하면 "우리 아들" 하고 부르다가 미운 짓을 하면 갑자기 "당신 아들"로 바꾸어 부른다. 그래도 그 표현이 가리키는, 즉 지칭하는 지칭체referre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변화하는 표현이 드러내는 화자speaker의 느낌이 변화한 것이다.
뉴스에는 이런 지칭어들이 많이 나온다. "미국 대통령 부인(the First Lady)" 대신에 " 백악관의 안주인(The landlady of the White House)"이라든지, "영국 총리 부인(wife of the British Prime Minister)" 대신에 "다우닝 10번가의 힐러리(Hilary of 10 Downing Street)"라고 표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지칭체를 분명히 인식하도록 "미국 대통령 부인(the First Lady)"이라거나 "블레어 여사(Mrs.Blair)"라고 고쳐 번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전하고 싶은 의미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원래 표현을 그대로 써주되, 대중이 이해하기 힘들 때 원문에는 없더라도 시간 여유가 있으면 부연 설명을 해 준다면 좋을 것이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도 the self-exiled Tibetan spiritual leader, 혹은 the Buddhist monk 등 다양하게 부를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3) 핵심어는 먼저 등장한다.
어순도 상당한 정보력을 가지는데 문장에서 등장하는 순서가 중요도를 결정한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보자.
(예4) It has been a visit of reassurances, the Chinese foreign minister Chensichen is doing his best to convince the U.S. that Hong Kong's return to Chinese rule will not only maintain the status quo, but rather increase democracy, freedom and human rights. (CNN, 1997. 5. 1.)
이 문장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고 하자.
(예5) 미국을 방문한 중국의 첸지첸 외교 부장은 홍콩이 반환 후에도 현 상태를 유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신장할 것임을 미국에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번역문에서는 원 문장의 첫 부분("it has been a visit of reassurances")이 전해주는 압축 설명의 힘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주어와 술어는 지나치게 멀어져 의미 전달에 곤란이 따른다. 이런 경우, 문장을 끊어 원래 문장에서 등장한 순서대로 생생하게 전하도록 한다.
(예6) 이번 중국 외교부장 첸지첸의 미국 방문은 미국을 안심시키려는 행차였습니다. 즉 홍콩 반환 후에도 계속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더욱 신장할 것이라고 미국을 안심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미국 문화의 이해도에 따른 번역의 난이도
(예1) Raiders of the lost art. The German government this week launched a website dedicated to returning looted art and artifacts taken during the Nazi regime.(CNN, 2000. 5. 24)
(예2) 잃어버린 예술의 약탈자들. 독일 정부는 이번 주에 나치 정권 시절 가져온 약탈된 예술과 예술 관련 품목들을 돌려주는데 목적이 있는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첫 구절이 문제이다. 후속 문장을 보면 그 뜻을 소급해 유추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첫 구절은 미국 헐리우드 영화의 제목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바로 외국 문화의 이해 여부에 달려있다. 즉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 히트 작품인 [Raiders of the lost ark--우리 말 제목은 레이더즈]를 음률에 맞게 마지막 단어의 마지막 철자만 바꾼 것이다. 이런 구절을 시청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뺏긴 예술품을 찾는 레이더즈] 정도로 하면 되겠다. 그러나 이 기사를 동시통역할 경우는 첫 구절을 무리하게 번역하기 보다는 과감히 생략하고 두 번 째 문장부터 충실히 통역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5)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의 경우
기자들은 영문학자가 아니다. 각양각색의 국적을 가진 CNN 기자들이 언제나 누구나 문법에 맞는 영어를 구사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매시간 마감 시간과 위성 송출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때로는 문법에 맞지않는 기사가 눈에 띤다.
예) But when you give the whole process much thought, the discovery of antibiotic drugs has made a huge difference in our lives. (CNN, 2000. 3.24)
이 문장에는 주절 앞에 you will realize (that) 정도의 구절이 빠져있지만 문맥상 그렇게 이해하고 번역하는 융통성을 살려야한다.
예) More than one hundred passengers and crew members are delighted the captain of their cruise ship ran their vessel aground.(CNN, 2000. 4.20)
이 문장에서도 delighted 뒤에 바로 that가 생략된 절이 연결되어 어리둥절하지만 '그들의 유람선 선장이 배를 좌초시킨 것을 기뻐하고 있다'라고 번역해주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Ⅴ. 보도 영상물 번역의 언어학적 정리
제 4장에서 살펴본 보도 프로그램 번역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의 차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그 결과들을 정리해 보자. 분류는 언어학의 일반 분류인 음성학-의미론-통사론-화용론의 기준을 따르되 의미론은 어휘론과 번역의 의미 생성 과정이란 절로 나누었다. 통사론은 보다 쉬운 표현인 문장론으로 바꾸었다. 화용론은 상황과 문맥에 관련되거나 언어 외적인 지식과 배경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다. 마지막 절에서는 매체적 특성으로 비롯되는 번역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았다.
1. 음성학적 문제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에서는 음성학적 지식이 많이 사용된다. 우선 대사에서 문장을 분할할 때, 발음상의 휴지(pause)가 그 경계선을 알린다. 이 문장 분할은 나중에 싱크로나이징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주므로 영상물 번역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다.
또한 더빙할 목적으로 하는 번역은 시작하는 모음의 모양이 비슷하도록 어휘의 선택을 한다. 또한 말더듬이나 간투사의 반복 등 어조(prosodie)에서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은 그대로 발음상의 형식을 살려 번역을 한다.
원래 등장 인물의 음성이 주는 분위기나 인물적 특성(voice character)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외화 프로듀서는 이 음성의 특징에 따라 성우를 잘 기용하여 원래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음색의 번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2. 어휘론적 문제
어휘의 선택은 많은 의미의 차이를 낳는다. 시청자의 특징에 따라 어휘를 달리 선택해야 하는 영상 프로그램의 번역에서는 특히 어휘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
보도 기사의 번역에서는 가능한 한 언론에서 기자들이 쓰는 어휘를 사용해야한다. 가령 some 이라는 단어를 번역할 때 '어떤' 혹은 '몇몇'이라는 말보다는 '일부'라는 말을 대입해줌으로써 시청자들이 국내 뉴스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도 기사를 번역하는 번역사들은 문학자같은 태도보다는 자신이 기자가 된 듯한 자세로 어휘를 택해야하고, 이를 위해 국내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에 익숙해져야한다.
3. 문장론적 문제
역의 문장 구조는 시청자의 이해도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 뉴스와 같이 간접 화법이 많은 쟝르는 주어의 중복으로 인해 이해에 곤란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문장의 어순에서 정보력이 높은 요소는 먼저 등장한다. 즉 문장으로 썼을 때 왼쪽에 위치할 수록 높은 정보력을 갖는다. 문장이 여러 겹의 복문일 경우 관련 주어와 술어는 지나치게 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장이라고 항상 모든 필수 요소를 다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문이 못갖춘 생략문인 경우, 문맥과 줄거리와 상황, 지문 내용을 참조하여 빠진 요소를 채워 넣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번역문을 생산한다. 반면 원문이 장황할 경우 이해가 되는 범위 내에서는 번역문에서 많이 생략해도 좋다.
4. 의미 전달의 문제
이미 앞의 제 2장에서 번역의 이론적 배경을 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정통적 의미 생산 과정 이외에도 의미 전달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 단어의 명시적(denotative) 의미가 문맥의 도움을 받아 생산하는 의미가 첫 단계이다. 이 의미 생산 과정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전체 구성원의 약속에 그 기본을 두고 있다. 두 번 째 차원은 명시적 의미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문화적 사회적 묵시 하에 확장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이를 내포적(connotative) 의미라고 한다. 내포적 의미는 그 언어 사회의 구성원 전원의 약속을 반드시 전제로 하지 않는다.
5. 화용론적 문제
번역의 주 목적은 시청자의 이해와 프로그램의 목적 달성(오락, 보도, 교양)이다. 그러므로 완역이나 직역이 소기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다른 형태의 번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뉴스물의 번역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뉴스물은 전체 번역과 요점 번역, 번역 요약이라는 세 가지 번역 유형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조합하여 사용한다. 뉴스에는 화면에서 전달되는 요소가 더 많고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중을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지각 체계의 작동 원리상 시각과 청각에 동시 정보 수용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시각이 청각보다 우선 한다.
또한 지칭어의 문제도 발생한다. 전체 쟝르에 고루 등장하는 지칭어와 호칭의 문제는 화면과 전체 맥락을 통해 정확히 지칭체(referred)를 파악한 후 통일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지칭어의 차이가 다른 의미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지칭어의 변화를 뚜렷이 부각시키는 번역을 하도록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정보도 번역자는 유의하여야 한다. 간판이나 편지, 책 제목 등 대본에는 없지만 화면에는 등장하는 언어적 정보는 번역해 주는 것이 좋다.
풍습이나 속담, 전래 ?樗? 등 문화의 차이가 언어로 표현될 때 번역자는 퍽 곤경에 처한다. 그 묘미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번역을 하기 가장 까다로운 것이 전래적 문화가 배경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말에 비슷한 것이 있으면 그대로 옮겨주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변형을 시키든지 약간의 설명을 첨가하여 이해를 도와야 한다.
6. 매체적 특성의 문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번역은 다음과 같은 매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 방송의 일과성 : 글자로 종이에 고정되어 반복 접촉이 가능한 매체가 아니라는 점
2. 불특정 다수 시청자 : 일정 지식의 기초를 가진 집단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불특정 다수라는 대중에게 무차별 방영된다는 점
3. 영상 동반성 : 영상과 동반되므로 영상과 일관성(coherence)이 있으며 응집력(cohesion)이 있는 음성 정보가 되어야 한다는 점
4. 영상예술의 종합성 : 영상과 동시에 전달되므로 정보 전달 하중을 줄여 영상을 수신할 시간적 여유를 시청자가 가져야 한다는 점
5. 수신상태의 불안성 : 송신 과정에서 전파의 교란이나 질 저하로 인해, 그리고 수상기의 성능 저하로 인해 시그널이 일정 수준이 못 될 수도 있다는 점
6. 전달 수단의 제약 : 자막으로 번역을 전달할 때 글자 수의 제약이 있으며 더빙으로 전달할 때는 대사 길이와 입모양이 가능한 한 일치해야 한다는 점
각 프로그램은 주목표 시청자의 정체를 분명히 파악하여 그들의 기호와 특성에 적합한 전달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시청자의 정체는 뉴스번역의 충실도의 결정, 더빙과 자막의 선택, 사용용어의 선택등에 영향을 미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번역은 타임 코드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임 코드의 근사치에서 문장이 시작하고 끝나야 한다. 너무 길거나 짧은 문장은 좋은 번역이 아니다. 방송의 기본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텔레비전은 전문인을 위한 것이거나 학문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열의 여지가 있다. 사상적으로 불온하다거나 한국적 정서에 거부감을 일으킬 부분이 번역 도중 발견되면 번역은 하되 책임자에게 알려서 자체 심의로 처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사실 외국 프로그램의 내용을 제일 잘 파악하는 사람은 역시 외국어를 다루는 번역자이기 때문이다.
Ⅵ. 결 론
1. 결 론
이상과 같이 외국 보도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의 원래 가정은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이 인쇄물 번역과 다르다는 것이고 그것이 보도 쟝르 번역에서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 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연구를 통해 발견된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은 방송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방송은 일과성, 시간적 제한, 영상 동반성, 전파 매개로 인한 화질 및 음질 저하, 불특정 다수 대상 등 그 매체적 특성으로 인하여 번역에 제약을 준다. 특히 해외 보도물이 위성으로 수신된다면 동시통역 도중에 화면이 흔들리거나 수신이 중단될 수도 있고 더빙이나 자막처리를 위해 녹화된 테이프의 화질이 방송에 적합할 정도로 깨끗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방송 프로그램의 번역은 재 표현의 조건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방송물의 번역은 자막 또는 더빙에 의해 재표현 된다. 그런데 자막은 글자수의 제약이 있으며 더빙은 발음 길이의 시간적 범위가 정해져 있다. 번역자는 이런 방송 제작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주어진 조건에 맞는 번역 결과를 산출해야 한다.
(3) 방송의 의미 전달은 명시 의미보다 총괄적 의미 효과를 중시한다.
방송 프로그램은 시청 후 총괄적인 느낌이 긍정적이 되도록 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시청 후 "재미있었다", 또는 "유익했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방송물의 번역은 세부적인 직역보다는 전체적인 의미 효과가 긍정적으로 산출되도록 의역을 하거나 부분 번역, 요약 번역, 키워드 번역 등 여러 가지 번역의 변형을 통하여 시청자의 이해와 만족을 추구하여야 한다.
(4) 방송물 번역은 특히 양국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번역은 언어 실력만 가지고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보도 방송물은 전공 내용이 아닌 전 세계의 시사 문제를 폭넓게 다루기 때문에 세계사와 지리, 그리고 국제문제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여러 문화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5) 우리 말 구사력이 뛰어나야 한다.
정형적인 "합니다" 체를 사용하는 전문 서적 번역과는 달리 보도 방송물은 기자들이 쓰는 현 시대의 시사용어로 모든 국제적인 상황을 표현한다. 따라서 번역 출발어와 도착어에 대한 미세한 어감의 차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으며, 차이가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번역이 필요하다. 쉬운 것 같지만 왜곡되고 오염된 외국식 우리말을 사용하는 이중언어 사용자는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가 접촉이 가능한 매체이므로 국민 언어 생활에 주는 영향이 지대하다. 우리 말다운 우리 말로 번역하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보도 번역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점은 '자연스러움(spontaneity)'으로서, 번역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방송 매체의 다양화와 채널의 확대로 인해 외국 프로그램의 방영이 점점 늘고 있는 이 때, 수입하는 외국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벨기에나 스위스, 캐나다, 네덜란드 등 다언어 사용국가의 경우 자국 내에서 여러 어족에게 고루 정보 전달을 하기 위해서 다개 언어 번역과 재표현 방식의 문제가 일찍부터 많은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단순한 언어 변환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매체의 특성과 시청자의 수용 행태 및 능력을 연관시켜 방송물 번역을 연구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2. 연구의 한계
해외 방송물 번역에 대한 국내 연구와 조사가 아직 초기 상태이기 때문에 본 연구 또한 전반적인 개괄에 그쳤다. 그러나 시청자의 이해도와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번역 방법이나 재 표현 방식을 보다 과학적이고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막의 위치와 글자 크기, 글자체, 글자 색에 대한 이상적인 선택, 2줄 자막에서 1줄씩 변환할 때와 2줄 동시 변환할 때의 인지도의 차이, 더빙 시 이해가 곤란한 원인 조사 등 앞으로 연구,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는 산적해있다.
방송의 본질이 종합 예술인 만큼 이 분야의 연구는 어느 한 전공 분야에 국한될 수 없다. 텔레비전 오디오 트랙의 구성과 제작, 자막의 제작 과정과 화면의 제약, 인식 체계와 경로, 지각 기관의 특징, 언어의 차이, 시청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징에 따른 시청 행태 등 번역물의 시청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연구는 실로 다방면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학자들의 긴밀한 유대와 협동을 바탕으로 실증적이며 과학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또한 특히 보도 프로그램의 통번역을 국제 커뮤니케이션이나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분야에서 깊이 연구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2001년 상반기에 CSTV 코리아가 CNN 국제판 방송의 일부를 동시통역하게 되고 이 작업에 우리 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의 졸업생들이 투입되면 해외보도 방송의 동시통역에 대한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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