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은 까마득한 일이지만 지나고 보면 눈 깜짝할 사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흘러가던 세월이 어느 시점에서부터 곤두박질을 치고 나중에는 번개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올해는 우리학교가 개교한지 50년이 되는 해여서 감회가 남다르다. 6·25동란 중 함경남도 북청에서 피난 온 분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전쟁고아를 가르칠 목적으로 세운 야학이 그 시작이었다. 아무리 전쟁의 폐허 속헤서 헐벗고 굶주리면서도 배워야만 산다는 생각이 불꽃처럼 훨훨 타오른 것이다.
그 후 서울특별시장의 인가를 받아 중학교에 진학 못한 청소년을 지도하는 일성(一醒)고등공민학교(1953∼1988)로 출발하여 병설로 근로여성을 위한 일성일요학교(日曜學校)(1978∼1988)를 만들어 무상교육과 성인여성을 위한 일성주부반(1983∼1987), 사회교육법의 제정으로 고등학교에 진학 못한 청소년들을 위한 일성여자상업학교(1985∼2002)가 운영되었다.
그동안 일성주부반으로 운영해오던 주부반을 사회교육법에 의해 서울시교육청에 등록하면서 학교이름을 양원(陽垣)주부학교(1988∼현재)로 변경하였으며, 2002년 평생교육법의 발효로 성인여성을 위한 서울특별시교육감학력인정 2년 6학기제 일성여자중고등학교(2001∼현재)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우리학교를 졸업한 3만5천여 졸업생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의 몫을 하면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박사가 되어 대학강단에, 은행원으로, 시인으로, 서예가로, 시민단체의 임원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졸업생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졸업생 모두가 소중한 보물로 여겨진다. 하나 없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공부한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활동 할 수 있도록 지난 50년 동안 일성(一醒)과 양원(陽垣)에 근무하면서 정규학교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그들을 지도한 선배 동료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국가사회가 선진화될수록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선든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개혁안도 평생교육사회를 지향하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교육체계의 구현과 활성화는 사회저변의 교육기반이 마련되고, 교육수요자의 인식이 변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적자원개발과 평생학습이 같은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학령자의 학교교육만이 교육의 전부라는 생각은 잘못이며, 학교교육은 평생에 걸친 교육체제의 한 부분으로 그 비중은 20%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사회교육 프로그램은 모든 시민들이 진정으로 학습과 일, 그리고 삶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평생학습의 기반도, 교육 수요자의 인식도,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못하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도래는 사회구조의 계속적인 급속한 변화를 그 본성으로 한다.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순치(馴致)하기 위한 계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 초기 경제발전 단계에서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했던 세대들 가운데에는 자식이나 동생을 가르치고 집안 살림 꾸려가느라 자신들은 배고팠고, 배우지 못했고, 이제 와서는 그때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다.
한때는 개발의 주역이었으면서도 그 개발의 뒷전에 가려진 사람들 말이다.
이제는 그들에게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여 주어야 한다. 앞으로 경제도 계속 발전해야겠지만 챙길 것은 챙겨야할 때가 되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론을 통합하는 길이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반드는 길이 아닐까?
12월은 대통령 선가가 있는 달이다. 교육대통령이 선출되어 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올 때는 이들에게도 희망의 소식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