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의 조화

[강민선]

[부일논술 통합논술 넘어서기] <22> 자유와 평등의 조화
/박경원 양운고 교사
자유와 평등은 우리 사회의 '수레바퀴'

새롭게 달라진 '부일논술'은 통합교과형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다양한 배경지식 쌓기에 도움이 될 만한 주제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필진으로 개금고 서진관,부산남고 이성건,부산사대부고 반태훈,부산진고 김정훈,성일여고 김덕곤,양운고 박경원,해강고 김태진 선생님 등 일선 고교 논술지도 교사와 부산종로논술연구소 수리·과학논술팀이 함께 합니다. 본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자유가 우선인가?

자유는 외부적인 구속이나 그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유에 대한 개념은 19세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인 밀의 저서 '자유론'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그는 "양심의 자유,기호의 자유,직업의 자유,결사의 자유가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는 그 통치 형태가 어떤 것이든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이들 자유가 절대적,무조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사회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는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무조건 존재해야 한다는 자유보장의 절대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을 활용하고 경제활동을 할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보장받았다는 전제하에 개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이를 통해 경제적 욕구를 충족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경제적 자유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 체제이다. 자유시장 경쟁의 원리에 기초하여,개인에게 경제적 활동의 자유와 사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유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일한 만큼 잘살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윤과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고,이는 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싹트기 시작한 근대화 초기에 자본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한한 자유를 추구했고,결국 경제적 자유주의는 자유방임주의로 흘러가게 되었다. 지나친 자유 추구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 간의 극심한 불평등이 초래된 것이다. 자유방임의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개인에게 맡겨지므로,자유가 충돌할 때도 개인들이 해결해야 했는데,이때 힘의 논리가 적용되었다. 결국 힘이 세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승리하고,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패배하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었다.

# 평등이 대안인가?

평등은 모두가 차별 없이 동등한 상태를 의미한다. 평등을 추구하려는 입장인 평등주의는 노예 제도와 신분 차별의 철폐,법 앞에서의 만인 평등을 가져왔다. 오늘날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고,이에 따라 개인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만인에 대한 평등 추구는 불가피하게 사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평등주의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부를 분배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자유 경쟁 체제하에서 개인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조화되기보다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가져왔고,결국 자기만의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주의를 심화시켰다. 따라서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하고 사회를 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이룩된 사회 전체의 부가,권위를 가진 상위 집단인 국가에 의해 공정하게 분배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절대적 평등의 추구는 자유의 침해와 하향 평준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절대적 평등을 추구하는 체제인 사회주의는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와 생산 수단의 국유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노동의욕을 상실하게 되었으며,의욕 상실은 생산 동기의 약화와 생산력 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민중이 얻을 수 있었던 평등은 가난의 평등이었다.


# 자유와 평등의 조화는 가능한가?

1. 실질적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형식적 평등이 아닌 각 개인의 차이를 고려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형식적 평등이란 형식적인 기준에 의해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선거연령제한을 들 수 있다. 선거연령에 달하지 않은 자는 아무리 정치적인 판단능력이 충분해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선거연령에 달한 자는 아무리 정치적인 판단능력이 부족해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실질적인 능력에 대한 판단이 없이 '나이'라는 형식적인 기준에 의해 다르게 취급한다는 점에서 형식적 평등이다.

그러나 선천적,후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평등은 또 다른 의미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개개인의 차이와 능력에 따른 상대적이고 비례적인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실질적 평등이라 한다. 실질적 평등은 실질적인 상황을 반영한다. 실질적 평등을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여성할당제'는 현재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보장하여 남녀 간의 실질적 평등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평등은 무조건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조건을 고려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2. 배분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John Bordley Rawls,1921~2002)는 개인의 자유로운 자기실현과 기본 가치들에 대한 평등한 분배를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평등주의적 요구를 자본주의적 토대에 결합시키기 위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자유와 평등보다 '정의'를 상위 개념으로 두었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이 확립될 때 정의가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롤스의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으로서 각 개인은 기본적 자유에 있어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롤스의 제2원칙은 차등의 원칙과 기회 균등의 원칙이라는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차등의 원칙이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즉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때만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회 균등의 원칙이란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이나 지위와 결부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동일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롤스가 말한 정의로운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그로 인해 생긴 불평등을 상쇄하기 위해 특권층의 자원을 활용하여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는 사회이다. 오늘날 복지 국가들이 높은 누진세율로 재정을 확보하여 학력에 따른 부의 편중이나 교육 기회의 차이를 해소하는 등의 복지정책을 펴는 것은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3. 자유와 평등은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다.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최고 이념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며 상호 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 두 개념은 수레바퀴와 같아서 어느 한쪽만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인정될 경우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게 된다. 지나치게 자유를 추구했던 초기 자본주의나,절대적 평등만을 추구한 사회주의가 좋은 예이다. 즉,자유와 평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조화시키느냐에 그 사회의 존속 여부가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와 평등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견지하고,이를 바탕으로 자유를 통해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평등을 통해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고전 펼치기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1806~73)

①밀의 사상적 근간-자유

'자유론(On Liberty)'에서 밀이 주장하는 기본적인 자유는 양심의 자유 즉,사상과 감정의 자유,취미와 직업의 자유,단결의 자유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러한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그 사회가 어떤 종류의 사회이건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밀은 이와 같은 자유들이 '행복 추구의 자유'로 귀결된다고 보고,자유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유일한 자유를 '우리들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라고 주장한다.

②사상과 토론의 자유

밀은 "만일 다른 사람의 의견이 바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억압한다면 우리는 진리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여 그것을 억압한다면 우리는 그 논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한층 더 명확한 진리를 알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의견 발표를 억압한다는 것은 전 인류에게서 행복을 빼앗는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누구의 의견이 옳든 그르든 토론을 통해 그 진리성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밀의 기본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③개인에 대한 사회의 권위와 한계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리고 어떤 억제든 억제는 그것이 억제라는 점에서 하나의 악이다. 따라서 사회 역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의 이해를 침해하거나 사회의 존립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면 사회 구성원들을 억압하거나 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밀은 주장한다. 즉,정부의 역할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이다.

결국 밀의 '자유론'은 사회와 집단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의 가치,더 나아가 개인이 향유해야 할 자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 생각해 볼 과제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롤스의 정의론은 적합한가?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이전의 소득 수준이나 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정액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당한가? 배분적 정의와 관련지어 논술하라.

정부의 역할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사회는 행복한 사회라고 자유주의자들은 말한다. 이러한 관점이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국가에서는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논술하라.

# 기출문제

　△ 사회적 정의와 효율성 (2007 고려대 수시1)
　△ 우리 사회가 가장 비중 있게 추구해야 할 평등의 개념(2007 중앙대 수시1)
　△ 자유와 평등 관점에서 주어진 문제 해결 방안(2007 건국대 수시2)
　△ 개인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 중 현대인의 바람직한 삶의 방식(2006 경희대 수시2)
　△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2006 서울대 정시)
　△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평등의 원리와 차등의 원리(2005 동국대 수시1)
　△ 평등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2004 고려대 수시1)
　△ 자유와 평등이 상호 충돌할 때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서울대 3회 논리논술경시대회)

/ 입력시간: 2007. 03.02.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