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 일동면에 자리잡은 일동고등학교. 이 학교의 1. 2학년 전교 1등 자리는 축구부 학생의 몫이다. 2학년 임성열과 1학년 정상권은 매일 축구부 훈련에 참가하고 대회까지 나서는 일동고 축구부 선수들로. 항상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도 잘 한다.
한국의 학원축구가 지향점으로 삼기 시작한 ‘공부하는 축구선수 만들기’ 노력은 포천에서 이미 싹을 틔우고 있다. 지난 21일 준공식을 가진 FC KHT(김희태 축구센터) 소속인 둘은 축구선수로는 비교적 늦은 중학생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특별한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영중학교를 다니던 성열이는 중학교 2학년 때 FC KHT에 입단하기 위해 포천으로 전학을 왔다. 축구에 재미를 붙이면서 윙플레이어로서의 실력도 늘었고 경기도·전국 규모의 대회에 꾸준히 출장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찍 축구를 시작한 아이들과의 현실적인 격차를 느낀 성열이는 공부시간을 늘렸다. 학교 정규수업을 모두 들어야 하는 FC KHT에서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은 권장 사항. 은행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3년간 생활했던 것도 전교 1등에 큰 도움이 됐다.
성열이는 “서울에서 공부만 하는 아이들과 경쟁할 자신이 있다. 나는 그 친구들보다 축구를 더 잘 한다. 선수로서는 어렵겠지만 축구 관련 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성열이의 1차 목표는 서울대 체육과 진학이다.
한 살 어린 상권이는 아직 선수에 대한 꿈이 더 크다. “아무래도 공부에 시간을 좀 더 쓰다보니 체력이 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축구를 포기해야 하니 보험삼아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일단은 선수생활에 꿈을 두고 싶다”고 밝히는 상권이는 최전방 공격수다. 상권이 역시 서울 송파구의 신가초등학교를 나와 축구를 위해 중학교를 일동중학교로 입학했다.
학교와 학원에서 입시준비에 찌든 아이들과 달리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축구와 사랑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신선한 느낌마저 안겨줬다. 그만큼 표정도 편안하고 밝았다.
공부하는 선수를 강조하는 김희태 이사장은 “3년 내내 선수로 활동한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축구를 한다고 모든 선수들이 프로가 될 수는 없다. 공부도 병행해서 현장경험을 겸비한 인재들이 많이 나와 축구산업을 살찌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막내아들을 서울대 체교과에 보낸 김 이사장은 성열이 상권이 모두 아들의 후배로 만들겠다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