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Text - The Destiny of Shit, A Typographic Exhibition
포스트 텍스트-똥의 운명, 타이포그래피 전시
속담은 한 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긴 시간에 걸쳐 자연스레 생성된다. 속담은 특별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재와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도 속담은 만들어 지고 있으며 우리 모두는 속담 크리에이터이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솔직한 정서와 문화는 무엇으로 대변될 수 있을까? 이번 삼원페이퍼갤러리는 그 매개체로 ‘똥’이라는 대상을 선택했다. ‘많고 많은 소재 중 왜 하필?’이라며 혀를 내두르자마자, ‘똥개’라는 단어가 순간 머리를 스쳤다. 귀여운 강아지에게 혹은 친한 친구에게 ‘똥개야’하고 우리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불쾌감과 유쾌감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이중성을 지닌 단어임에 틀림없다. ‘더럽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 안에 담긴 문화적 문맥이 꽤 다양하고 심지어 즐겁고 유쾌하기도 하다.
그리고 삼원페이퍼갤러리는 한국의 속담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이 ‘똥’이라는 소재를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이에 생소한 31명의 교포 디자이너들의 개성 있는 표현방법과 새로운 시선을 통해 솔직하고 즐거운 커뮤니케이션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단어의 시각적 분석과 통찰을 보여주는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는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생활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똥’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의미를 불식시킨 31명의 교포 디자이너들의 유쾌한 배설(excretion, 排泄)을 소개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1. 똥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인다, Sunjin Kim
2. 똥 친 막대기, Cynthia Fernandez
3. 똥 주워 먹는 곰 상판데기, Lu Xue Jun
4.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 J. Stephen Lee
똥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인다, Sunjin Kim, USA
디자이너인 Sunjin Kim은 "똥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인다."는 속담을 식견이 좁고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의 관점에서 주로 해석하였다. 다양한 그래픽 표현으로 아무리 모양을 바꾸고 다양성을 주어도 그것은 구별과 구분없이 같은 본질의 것을 계속적으로 양상해 내는 것이라는 속담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똥 친 막대기, Cynthia Fernandez, Mexico
천하게 되어 아무짝에도 못 쓰게 된 물건이나 버림받은 사람을 이르는 "똥 친 막대기"라는 속담을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더렵혀졌을 때의 "쓸모 없음"을 의도적으로 틀린 맞춤범과 타이핑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는 곧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듯한 타이포그래피로 대중과 마주한다. 그의 작품은 겉으로 보았을 때는 매우 화려하고 세련되지만 사실상 디자이너에 의해 생성된 일종의 배설물은 아닐까.
똥 주워 먹는 곰 상판대기, Lu Xue Jun
전시 도록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디자이너인 Lu Xue Jun은 "주어진 한글 속담에 한자의 필체를 활용한, 일종의 타이포그래피 실험"을 진행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타국의 언어를 볼 때의 생소함과 혼동이 어떠한 형태로 인식되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대다수의 사람이 경험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 J. Stephen Lee
본래 위의 포스터는 2번째 버전으로, "똥 누러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속담을 해석한 J. Stephen Lee의 연작 형식의 작품이다. 그 첫번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 뒤에서나 볼법한 가벼운 서체가 주로 쓰인 포스터로써, 3D 형태의 서체로 디자인된 위의 두번째 포스터는 첫번째 마음과는 또 "다른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이트 개설을 통해 소규모의 아카이브를 생성하여 과정을 기록하고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디자이너와 큐레이터 그리고 대중과의 어느 때 보다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돋보인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군자역에 위치한 삼원페이퍼갤러리에서 2013년 1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작품자료 제공: 삼원페이퍼갤러리
사진 및 글: 최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