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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항목 |
주출입구 접근로와 주출입구 높이차 제거, 승강기 설치, 장애인 화장실 대변기 설치 |
선택 항목 |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출입 자동문 설치, 복도 유효폭 확보, 대변기 관련 사항 설치, 세면대, 유도 및 안내 설비, 기타설비 |
*밑줄은 충족 항목
이곳이 ‘무장애건물’로 인증 받은 것도 어느새 거의 1년, 과연 지금도 변함없이 인증 받은 그대로 서비스 시행중인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지하철역부터 휠체어를 타고 출입구를 지나 마트까지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내리는 일 없이 어려움이 없었다. 주출입구에는 휠체어를 막히게 하는 턱이나 볼라드도 없었다. 출입문 또한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어 편리했다. 휠체어 시설뿐만 아니라, 출입구로 들어서는 길에는 점자보도블럭이 설치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매장에 들어서기 위해 탑승했던 엘리베이터에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우선 엘리베이터에는 장애인 전용 마크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고, 앞에 설치된 점자보도블럭 역시 규정에 맞게 설치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진입하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천장에 설치된 작은 반사경은 휠체어를 타고 내릴 때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매장 곳곳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데에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진열대 사이 폭은 휠체어가 양쪽에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휠체어를 막는 턱은 없었다. 다만 휠체어를 탄 채 직접 상품을 고르고 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휠체어를 탄 채 뻗는 손은 상품과는 너무 멀었기 때문. 하지만 이는 진열대 자체가 휠체어와는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였다. 물건 몇 개를 고르고 계산을 하기 위해 찾은 장애인전용 계산대는 닫혀있었다. 사람이 적어서인지 계산대의 절반 정도가 닫혀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중 장애인전용 계산대 역시 포함되어 있었던 것.
“장애인전용 계산대는 장애인분들을 우선적으로 우대하기 위한 계산대에요.” 한 직원은 평소 이용하는 사람이 없을 때는 닫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장애인전용 계산대 외에 다른 계산대도 휠체어가 지나기에 문제없이 폭이 넓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계산대는 휠체어가 다니기에 문제가 없었다. 이 대형마트의 또 하나의 장애인 서비스는 바로 쇼핑도우미가 있다는 것. 쇼핑 도우미가 항상 상주하며 장애인들의 마트 이용을 돕고 있었다. 쇼핑도우미를 요청하자 직원이 나서 휠체어를 탄 기자를 도왔다. 물건을 고르고 살펴보는데 많은 시간을 걸렸지만 쇼핑도우미 직원은 전혀 불편하거나 귀찮아하는 내색이 없었다.
“이 물건은 상품에 비싸요.” “이 물건은 제가 써보니까 좋더라고요” 쇼핑도우미는 휠체어를 탄 기자에게 어머니 같이 친절하게 상품 설명을 해주며 꼼꼼하게 쇼핑 노하우까지 들려주었다. 이 외에도 대형마트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민원 창구 등에 화상전화기를 설치해서 필요할 경우 연결하는 형태. 하지만 평소 이용하는 사람은 잘 없다고 했다. 마트의 장애인 화장실 역시 형식적인 겉치레용 시설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들이 돋보였다. 남녀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음은 물론, 비데와 등받이가 설치된 대변기, 휠체어 눈높이에 맞게 제작된 세면대와 거울, 그리고 영유아 거치대까지 하나하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매장이 있는 지하 1, 2층이 아닌 1층에만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주차장 편의 시설 또한 인상적이었다. 주차장 입구에는 전광판을 통해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하 3, 4층을 포함해 20대 가량의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각 자리마다 장애인 LED주차 안내 간판을 통해 주차 가능 구역을 표시해주고 있었다. 또한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다른 주차자리 보다 더욱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무장애 건물’ 1호점인 이 대형마트를 점검해 본 결과는 ‘편리하다’였다. 현재 많은 곳에서 장애인편의시설 혹은 무장애시설임을 밝히고 있지만, 막상 장애인 당사자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무장애 건물’의 경우 인증 단계부터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서인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현재 ‘무장애 건물’은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공연장 ‘홍익몰’이 2호점으로 인증 받은 상황.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대안언론 ‘비마이너’에서는 “실제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항'이 왜 선택항목이 되고, 선택항목 중 일부만을 충족시켜도 어떻게 '무장애 건물'이라는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인증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활성화 되지 못한 제도 역시 걸림돌이다. 지난 1월 “앞으로 이른 시일 내에 모든 자치구에서 무장애 민간시설 인증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던 서울시의 인터뷰가 무색하게 ‘무장애 건물’ 3호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무장애 건물’을 통해 장애인들이 민간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반대로 그 많은 민간시설 중에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가능한 시설이 별로 없음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무장애 건물’을 인증하는 것이 아닌 모든 건물들이 비장애인,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보건복지부 대학생기자 김정현
wjdgus41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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