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교회 갈 준비를 했다. 당분간은 나도 목사가 아닌 성도로서 주일을 맞게 될 것이다. 모처럼 여유 있는 주일 아침이다. 아침부터 정화는 속옷과 양말 등을 빨고 있다. 코인 라운더리가 있지만 아직 사용방법도 모르고 세제와 동전도 없다. 차를 사기전까지는 당분간 집안에서 다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목사인데 교회 가는 복장이 마음에 걸려서 챙겨온 양복을 꺼내보았다. 다행히 걸어 두었더니 심한 구김은 거의 펴졌다.
10시에 정집사님이 오셨다. 우리와 하소령네 가족과 공군 대위 한 사람의 가정이 함께 타고 교회로 갔다. 차로 약 15분 거리에 교회가 있다. 텍사스 남부한인침례교회다. 아담한 교회는 한국에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장의자가 아닌 소파식 의자와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고 전면 중앙에 스크린이 있다.
준비하는 찬양을 하더니 시간이 되자(10:30) 백인 집사님 한 분이 나오셔서 예배를 인도한다. 기도와 봉헌이 끝나자 목사님이 나와서 광고를 하고 새로 온 사람들 인사를 시키신다. 역시 군인들이 많다. 모두가 정 집사님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이다. 우리 가정을 소개하시면서 한국군 채플린이 오셨다고 반겨주셨다. 다음 주에 교육을 마치고 이동하는 형제에 대한 소개와 인사도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때 다같이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데 자유롭게 일어나서 돌아다니며 모두가 함께 인사를 나눈다. 목사님도 단에서 내려와 함께 인사를 다니신다.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다. 우리도 적용해 보고 싶은 순서라고 생각했다.
성가대 찬양이 있은 후, '예수님의 자상하신 사랑'에 관한 설교가 이어졌다. 목사님의 차분한 설교가 재미도 있으면서 깊이가 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보여주신 사랑은 친밀하고도 세심한 배려였다는 것이다. 세 번 부인했던 상황을 상기하도록 숯불로 연출을 하신 후 세 번 사랑을 재확인하심으로 베드로의 죄책감과 상처를 치유해 주셨다는 요지의 말씀이었다. 목사님이 유머가 있고 편안한 스타일이다.
예배 후에는 모두가 애찬실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한인교회라고 음식은 모두 한국식이다. 닭강정이 나왔는데 양념에 된장을 발랐다. 김치찌개와 된장국, 오이무침 등이 있었다. 목사님과 함께 식사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27세에 결혼하고 첫아이를 안고 바로 미국에 오셔서 30년이 됐다고... 큰아들은 지금 주한 미군 캠프 험프리(평택)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한다고 했다. 내가 평택에서 목회를 했다고 하니 더 반가워하셨다. 둘째는 회계사라고 한다. 자녀들에게 복을 주신 것 같다고, 하나님의 일을 하시니 하나님이 자녀들을 키워주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다고 하셨다.
규모가 별로 크지 않은 교회에서 반 정도는 DLI 군인들인 것 같다. 예산의 약 1/3을 군선교를 위해 지원하고 계신다고... 그래도 교인들이 열심히 해서 지금 약 6천평의 땅을 사고 건축을 준비하고 있단다. 지금 건물은 멕시칸 교회에 팔려서 오후에는 그 사람들이 예배를 드린다. 건축이 끝나면 이주하는 조건인가 보다. 이민자들의 생활이 그렇게 넉넉하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있다. 나를 비롯한 군인들은 모두 신병교육대의 훈련병들처럼 이 교회를 통해서 위로를 받는다.
밥을 먹고 나와보니 집사님 한 분이 군인들 머리를 깎아주고 계신다. 이곳은 이발비가 비싸서 1분짜리 대충 깎는 머리가 20불이고 보통 말이 잘 안통해서 우리 맘에 들게 깎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제대로 깎으려면 50불에 팁을 포함해서 약 70불이라니 이발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기술 좋은 집사님이 진공 청소기가 달린 이발기(머리카락이 모두 다 빨려들어가서 깨끗하다)를 가지고 와서 주일마다 이발을 해주시는 것이다. 잠시 후면 모두들 멀끔해진다. 이 교회는 군 선교를 위해 존재하는 교회 같다. 한 20년 전에 지금은 목사님이 되신 가수 이종용씨가 군인들을 위해 세운 교회가 이 교회의 시초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밥 먹고 밖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후 예배가 시작되었다.(1:15) 오후에는 자유롭게 찬양하다가 목사님의 강해설교가 이어진다. 오늘은 어린이 주일(사실 미국에는 어린이 날이 없고 365일이 어린이 날이라고, 한인 교회니까 어린이 주일로 지킨다)이어서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에 관해 설교하셨다. 어린이는 1.모든 것에 경이로워하고 2.잘 신뢰하고 3.잘 용서하고 4. 잘 순종하는 특징이 있다고... 우리의 믿음도 그런 믿음어야 한다는 요지였다.
하소령과 동기생인 박소령이 도착했다. 육본에서 함께 신고했던 이번 과정을 함께 하게 될 사람이다. 박소령은 정보병과의 유망주로 미국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번에 또 전자전 과정으로 공군에 위탁 유학을 왔다. 앞으로 조기 경보기가 들어오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인재다. 일 주일 전에 LA에 도착해서 차를 렌트해 관광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미국통이라 역시 다르다. 박소령네 아파트를 알아보러 함께 갔다. 하소령 부인은 갑자기 앞일이 걱정이 됐는지 잠시 흥분해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하소령은 엊그제 첫 날, 아파트 앞에서 젊은애들이 주말을 시끄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아이 교육 상 안 좋다고 집을 옮길 생각을 해서 계약 문제 등 영 마음이 불편하다. 월요일에 다시 그 집도 알아보기로 했다.
돌아와서는 박소령이 렌트한 차를 함께 타고 월마트에 갔다. 그 동안 임시로 먹는 것이 영 시원치 않았는데 한꺼번에 장을 봤다. 월마트는 한국에서보다 그 규모가 더 큰 것 같다. 생필품, 과일, 고기, 옷 등은 이곳이 정말 싸다. 미국은 기본적인 생활비는 한국보다 훨씬 싸고 질이 좋은데 다만 여행이나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려면 우리 보다 배나 되는 생활비가 든다. 박소령네는 여행하느라 일 주일을 굶다시피 했다하고 하소령네는 아파트 문제로 영 정착을 못하고 있어서 우리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기로 했다. 정화가 바리바리 싸온 주방용품 덕에 그래도 우리 집이 제일 부자(?)다. 고기, 계란, 오징어무침, 단무지무침, 오이무침, 깻잎, 김치에 된장찌개를 차려놓고 먹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박소령 부인은 일주일만에 제대로 된 밥 구경을 한다며 그렇게 맛있게 먹는다. 다들 앞으로 미국 생활 중에 이렇게 잘 먹는 날은 다시없을 거란다. 하소령 내외는 고등부까지, 박소령은 육사 생도시절까지 교회를 다녔다는데 하나님이 이 두 가정을 붙여주신 것에는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섬기고 있다. 식사 후에 오렌지(3불어치, 한 가마)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실컷 먹으면서 대접을 받은 그들의 마음이 열렸는지 우리 내외에게 아주 잘 한다. 기도도 부탁하고 돌아온 탕자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나님, 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언니가 어제 부탁해서 오늘 외삼촌한테 연락드릴려고 했는데, 벌써 들어오셨네요. 오늘 하루종일 생각했는데 할 수 있는한 많이 보고, 다니고, 힘써서 전하고 오세요. 물질걱정은 내려놓고. 내가 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지만 열심히 기도해줄께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시라고(^^)
첫댓글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계속되는군요. 그곳에서도 섬길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인것 같네요. 더욱 열심히 섬기면서 사랑나눌 수 있기를 기도할께요. 보고싶네요.^^
먼곳에서도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진작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나중에 꼭 찾아뵐께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섬김의 지혜로 풀어가는 목사님과 그 가정에 항상 주님의 은총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인천에서 처남이)
언니가 어제 부탁해서 오늘 외삼촌한테 연락드릴려고 했는데, 벌써 들어오셨네요. 오늘 하루종일 생각했는데 할 수 있는한 많이 보고, 다니고, 힘써서 전하고 오세요. 물질걱정은 내려놓고. 내가 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지만 열심히 기도해줄께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시라고(^^)
여전히 목사님 삶의 얘기를 들으면 눈 앞에 그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그 땅의 복의 통로로 사용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목사님~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