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서비스 마케팅의 춘추전국시대
<이동통신 5개 사업자의 본격 경쟁>
1996년 6월,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 3개 컨소시엄이 PCS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1년 2개월 후인 1997년 8월 1일, LG텔레콤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10월 1일에는 PCS 3사가 일제히 상용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로써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PCS 3사의 5개사가 경쟁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초기 PCS 3사는 연합 전선을 형성하여 당시 이동통신 선발 사업자였던 SK텔레콤과 경쟁을 펼쳤다. 이들 3사는 고성능, 저가, 초소?초경량 단말기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며, 서비스 시작 이전부터 가입자를 받았다. PCS 3사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며 예약 가입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100만 명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PCS 3사는 차세대 이동통신, 2.5세대 이동통신 등으로 PCS를 묘사하면서 기존 브랜드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 수준의 이동통신임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했다.
PCS 서비스는 신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심리와 다양한 마케팅, 발 빠른 기지국 구축 등에 힘입어 초기에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였다. 특히 작고 가볍고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단말기와 저렴한 요금 들이 인기를 끌면서 20, 30대를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셀룰러와 PCS의 표준 요금 체계(1997년 9월)
출처 : 경향신문, 1997. 9. 12.
PCS 3사는 상용화 개시 3개월 만인 1997년 12월에 총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후에도 가입자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면서 셀룰러 사업자와 함께 이동전화 대중화의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이동전화 5개사의 경쟁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1998년 6월 10일 이동전화 가입자 수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 이동전화 가입자 보유국이 되었다. 그리고 불과 14개월 만인 1999년 8월에는 이동전화 가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과도한 마케팅 경쟁의 부작용>
이동전화 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을 부추겨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출혈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말기 구입 보조금 지급과 각종 특별 판매 행사가 남발되어 10만 원 미만의 단말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매출액 대비 단말기 보조금 내역(1998년 상반기)
출처 : 월간 『셀룰러』, 1999년 1월호
PCS 사업자들이 사업 개시 초기 단말기 보조금으로 쏟아 부은 자금 규모는 회사마다 총 매출액을 상회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CS 사업자들은 3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고도 적자를 기록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동전화 사업자 간의 가입자 수 확대라는 외형적인 성장 경쟁이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자 정부에서는 1999년 2월, 5개 이동전화 사업자 간에 이동전화 공정 경쟁 지침에 합의하도록 했다.
무료 단말기 판촉 기간 연간 30일내 제한, 4월부터 가입자의 이동전화 의무 가입 기간 폐지, 15만 원 수준의 보조금 지급 상한선 규정 및 2000년 보조금 완전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겨진 이동전화 공정 경쟁 지침은 합의 초기에는 사업자들이 새로운 요금제와 공짜에 가까운 각종 부가 서비스 출시를 유도하면서 질적 경쟁 체제 정착에 기여했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지급 및 의무 가입제 폐지를 변칙으로 운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퇴색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이동전화 5개사 간의 치열한 경쟁은 1999년 하반기부터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 간의 M&A가 가시화되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신세기통신이 투자 부담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1999년 12월 대주주인 포스코와 SK그룹이 상호 보유 주식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2000년 6월에는 한솔PCS가 역시 무리한 경쟁으로 인한 투자 부담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국통신프리텔에 인수되었다. 이로써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 그리고 LG텔레콤 3자 구도로 재편되었다.
2. 이동통신 서비스 마케팅의 신기원
<이동통신 서비스의 브랜드화>
PCS사업자의 등장으로 사업자 간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각 통신사별로 브랜드 컨셉이 도입되었다. 특히 티저 광고를 유행시키며 등장했던 SK텔레콤의 TTL을 비롯, KTF의 Na, LGT의 카이와 카이홀맨 등은 소비자로 하여금 이동통신 사업자와 브랜드들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다.
티저 광고 형식을 도입한 모 통신사의 광고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