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산도 보고 바다도 보고 국수도 먹고!
꼭 맛집은 아니지만^^;;
영화보고 커피 마시고 저녁 함께 먹고, 술도 한 잔 마시고, 그런데 그 밖에 또 뭐가 있을까?
대부분 연애하는 커플들의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트 콘텐츠가 식상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아. 여행을 갈까? 근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액션인가? 게다가 절대정조본능에 촉각을 곤두세운 여친이라면 1박2일 여행은 강호동 프로그램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현실.
이럴 때 하루 나들이로 등산도 즐기고 바다도 볼 수 있다면 이건 님과 뽕을 동시에 딸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시간이 반나절밖에 없다면 그중 하나만 선택해도 되는 것이고.
차가 없어도 문제없으며, 특히 등산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다리에 쥐가 나는 허약 커플도 전혀 노프로블롬이다. 버스 타고 가면 되고, 등산이라 하기에는 쪼까 산책스러운 산행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산은 산이요, 바다는 바다다. 시내에서 만날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과는 절대비교가 불가한, 완전한 도.시.탈.출.
두 시간만 투자해라. 고려산
인천 강화읍과 내가면, 하점면, 송해면 등 4개 읍·면의 경계에 놓인 고려산은 고작 436m의 높이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이 산에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시기는, 매년 4월. 20여만 평의 능선과 비탈에 진달래가 만발하기 때문이다. 일명 진달래 산으로 유명한 산이다.
허나, 꼭 그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비록 진달래 장관은 놓쳤더라도, '아이구 사람 많을 때 가면 그게 산 구경이냐, 인간 구경이지' 라고 위로 한 방 때리면 된다. 진달래가 아니어도 이 산에서는 4km에 이르는 흙길을 밟으며, 저 아래 한강, 임진강, 예성강, 송악산이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길을 걸으며 놀맨놀맨 산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산 정상의 진달래 군락, 정상에서는 혈구산, 석모도, 별립산과 행명산 등 강화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행은 적석사와 청련사에서 시작하는 방법이 있고, 반대쪽인 백련사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적석사 코스가 일반적. 뾰족구두 신고 꽃구경만 하는 아줌마들은 30분 만 걸으면 정상에 닿는 백련사 코스를 즐겨 오른다. 근데 그건 좀 더 나이들어서 하시고.
우리는 적석사 코스로 오르기로 하자.
고천리 마을회관에서 적석사까지는 콘크리트 길이다. 그나마 양쪽으로 나무들이 많아 삭막하지는 않다. 차는 적석사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운전길은 울퉁불퉁 좋지 않다.
적석사는 거대한 돌담이 맞이한다. 돌담을 끼고 좌측으로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적석사는 아담한 절이다. 붉은 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이 절이 생겼다. 앞쪽으로 탁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적석사. 정면이 대웅전이다.
낙조대 관음상은 현재 보수공사중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강화팔경 중 하나라고 하는데, 조금만 더 올라가도 최고의 전망과 일몰을 감상할 수있다. 고려산 산행이 즐거운 이유는, 산이 마치 섬인양하여, 그 섬을 둘러싼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기 때문이다.
해가 있을 때나
해가 질 때나 모두 최고다.
조금 더 걸으면 낙조봉이 나타난다. 낙조봉 부근은 가을이면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봄에도 그 흔적은 아쉽지 않게 남아있다.
중간 중간 고인돌군이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다. 고인돌은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이곳의 고인돌군을 포함한 강화의 고인돌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설마 후진 것을 지정했겠어?
강화 고천리 고인돌군
높게 솟아있는 울창한 소나무 밭 사이를 걷는 맛도 일품이다. 좌우로 탁 트인 공간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피부를 씻어주고 바람소리는 귀로 들어와 걸림이라곤 하나 없이 몸속을 채운다. 힘들다고 징징대던 우리 자기가 아주 좋아하는 포인트다.
그리고 그 유명한 진달래의 밭. 비록 취재시기에 진달래는 대부분 낙화했지만 생명력 강한 놈들은 녹색의 무리 속에서 마지막 분홍을 불태우고 있다. 즈려밟고 가기에는 너무 큰 진달래밭이다.
백련사 쪽 전망대 옆에는 소월의 진달래꽃과 함께 고려산의 유래가 적힌 팻말이 있다.
고려산은 오련산(五蓮山)으로 불렸다고 한다. 고구려 장수왕 4년이었던 416년에 인도의 천축조사가 이 산에 올라 연꽃을 날렸단다. 불심으로 날린 꽃이 땅에 떨어져 연꽃이 떨어진 자리에 흰 연꽃은 백련사, 검은 연꽃은 흑련사, 붉은 연꽃은 적석사, 황색 연꽃은 황련사, 청색 연꽃은 청련사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중 백련사, 적석사, 청련사만 남아있고 오련산은 고려가 강화로 천도하면서 고려산으로 개명했다는 내용. 음감은 오련산이 더 야들야들한데말이지.
이런 것도 미리 알아두면 여친 앞에서 어깨 으쓱할 수 있겠지?
바다도 한 번 봐줘야지? 동막 해수욕장
서울과 가까운 곳 중 강화도만큼 여행자의 기호를 골고루 만족시켜주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 역사 유적지부터 마니산, 고려산 등의 산과 바다와 갯벌들.
고려산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는 외포리다. 석모도를 가기 위해 배를 타는 곳이다. 그러나 좀 더 운치 있는 경치를 즐기고자 한다면 동막해수욕장을 추천한다.
동막해수욕장은 강화도 본섬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세계 5대 갯벌로 인정받을 정도로 드넓은 갯벌을 가진 곳이다. 찰랑거리는 푸른 바다와 파도를 생각했다면, 여기는 실망이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아니냐. 물빠진 갯벌과 200m 백사장이 나름 여행지로서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할 것도 없다. 게다가 5대라잖아!
동막 해수욕장
자동차가 있다면 전등사->함허동천->정수사->분오리 돈대->동막해수욕장->여차 갯벌 체험장->장화리로 이어지는 해안 드라이브의 한 지점으로 생각해도 좋고, 하룻밤 숙박을 원한다면 근처에 예쁜 팬션들이 많이 있다. 물론 조개구이등 각종 해산물을 파는 횟집도 지천이다.
어허, 사람 못먹는 거 새에게 주는 거 아니에요.
맛집 하나 알려줄까?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너기 전 그린힐 호텔 옆에 <산두리 비빔국수 김포마송점>이 있다. 간판이 커서 한눈에 바로 보인다. 강화까지 가서 웬 비빔국수냐고 한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꽃게탕, 간장게장, 조개구이 등 해산물은 해산물대로 즐기면 된다. 그러나 뭔가 가벼운 음식이 먹고 싶다면 오가며 이 집도 괜찮다.
전국적으로 체인망이 있는 국숫집이다. 면발도 쫄깃하고 양념 맛도 근사하다. 매워보이지만 국물을 그대로 마실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다 . 황토와 참숯의 저장고에서 18개월간 숙성시켰다는 유기농 해남 배추 김치와 역시 3개월간 숙성시켰다는 육수가 이집 자랑이다. 그 비법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깊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보통(4,000원), 곱빼기(5,000원),왕곱빼기(6,000)로 분류해놓은 것이 재미있다. 031-982-5076. 오전 10시-오후 9시까지(1,3주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