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세계는 매우 넓고 다양하지만 이 세계를 종교의 관점에서 분류한다면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
- 음악은 크게 "종교음악"과 "비종교(세속)음악"으로 나눌 수 있고, - 종교음악은 다시 "그리스도교 교회음악"과 "타종교 음악"으로 나눌 수 있으며, - 그리스도교 교회음악은 다시 "전례용 음악"과 "비전례용 음악"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종교음악과 교회음악의 큰 틀을 살펴보고, 이 틀 안에서 미사전례에 따르는 전례성가의 정의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기로 한다.
1) 종교음악
넓은 의미로 종교심을 붇돋우기 위한 음악이다. 따라서 종교의 대상인 신에 대한 모든 제사 음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속음악과 대비되는 용어이다. 따라서 성악곡이든 기악곡이든 간에 절대자에 대한 흠숭과 찬미을 드리는 음악은 종교음악이며 그렇지 않은 음악은 세속음악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음악은 범패(梵唄) 또는 어산(魚山)이라고 하며, 재를 올릴 때나 예불 때 한다. 흔히 보고 듣는 염불도 이에 속하는데, 불교에서도 범패를 으뜸 공양으로 친다. 유교에서는 제례악이라고 하는 아악이 있으나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슬람교에서는 음악을 금하고 있다.
종교음악이 가장 활발한 종교는 그리스도교이다. 특히, 가톨릭 교회에서 뜻하는 종교음악은 교회 내에서 행하는 전례의식에 국한되지 않고 종교적 감정(혹은 영감)의 표현에 의한 모든 음악을 나타낸다.
2) 성음악(聖音樂 ㉱ Musica Sacra)
인간의 마음을 성화시킬 수 있는 거룩한 음악을 말한다. 일찍이 가톨릭 교회의 교부인 성 아우구스티노(㉱ St. Augustinus, 354-430)가 성음악을 정의하면서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음악을 받을 대상이 하느님(㉱ Deus)이어야 하고, 수단은 입으로 하는 노래(㉱ Cantus)이어야 하며, 내용은 찬미(㉱ Laus)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성음악은 거룩한 선율과 리듬으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꼭 전례의식과 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드리는 노래이므로 성스러워야 하고, 예술성과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3) 교회음악(敎會音樂 ㉱ Musica Sacra)
성음악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넓은 의미로는 모든 종교의 음악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좁은 의미로 그리스도교 음악을 나타내고 있다. 교회에서 미사 또는 예배 때 하느님을 찬미하는 음악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선포된 "거룩한 전례 안에서의 성음악에 관한 훈령"(1967) 서문에는 교회음악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교회음악이란 하느님께 예배를 올리는 식전을 위하여 작곡되고 신성과 우량성을 지닌 양식의 음악을 말한다."
교회음악은 가톨릭이든 개신교이든 히브리음악에서 기원하여 그리스 로마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 발전되었다. 다만, 개신교음악은 16세기 이래 독일을 중심으로 회중제창을 중요시하여 가사부터 종래의 라틴어에서 독일어로 바꾸고 쉽고도 경쾌한 찬송가 위주로 전개되어 왔다. (이런 노래를 "코랄"이라고 한다.) 가톨릭 교회음악은 성가대 위주의 전례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년) 이후 전례쇄신의 일환으로 회중제창을 과감히 도입하였고, 나라별로 토착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4) 전례음악(典禮音樂 ㉱ Musica Liturgia)
교회가 법적으로, 공적으로 전례의식 안에 사용하도록 허용하였거나 또는 실제 사용되었던 음악으로서 전례의식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며 공동체의 전례의식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는 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전례음악의 멜로디는 그 성격상 전례의식 속의 말씀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노래 불리는 말씀"이라 할 수 있다. 즉 전례 말씀에 멜로디의 옷을 입히는 것이며 순수한 음악적 가치보다는 말씀(여기서는 노래말)이 중요시된다. 구체적으로는 미사전례 를 거행하거나 성무일도를 드릴 때에 부르는 노래로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신자들의 마음을 성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음악이다. 전례음악은 옷으로 비유하자면 정장이라 할 수 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품격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성가(聖歌, ㉱ Cantus Sacrus)의 정의
종교의 구분 없이 거룩한 노래를 뜻하나 좁은 의미로 사용할 경우에는 가톨릭 전례에 사용하는 노래, 즉 가톨릭 전례음악을 뜻한다. "찬송가(讚頌歌)"라고 부르기도 하며, 구약의 시편 150곡을 가리키는 "성시(성시, Psalms ㉱ Psalmus)"나, 구약성서에 나오는 시편 이외의 노래나 신약의 시 형태의 노래를 가리키는 "찬가(찬가, ㉱ Canticum)"와 구별한다.
"성가"란 말 뜻 그대로 거룩한 노래이다. 우리 교회의 교부이신 성 아우구스티노께서는 성가를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로 정의한 바 있고, 또한 "성가를 한 번 잘 부르는 것이 기도를 두번 하는 것과 같다."고 성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성가의 정의를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1) 대상과 내용 성가의 대상은 하느님, 또는 하느님과 같은 위격이신 성부, 성자, 성령과 예수님, 성체이시며, 내용은 찬미와 감사이다. 성모님이나 성인을 찬미하는 노래도 성가로 분류된다.
2) 방법과 수단 하느님을 찬미하는 방법과 수단은 악기, 무용, 미술, 건축, 문학작품, 영상매체 등 다양할 수 있으나, 교회의 전통은 성악으로 노래하는 것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악이 도입되고 있지만, 찬미의 기본 방법과 수단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좋은 악기인 인간의 목소리이다.
가톨릭교회와 전례 및 성가에서 상당부분 일치되던 성공회는 성가를 개신교 풍으로 전환했다가 약 10년간 써본 후에 다시 원래의 성가로 되돌아왔다. 동방정교회는 가톨릭보다 전통의 전례와 성가를 아직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성가의 분류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 ㉱ Cantus Gregorianus) 그레고리오 성가는 “가톨릭 교회 음악의 꽃”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만큼 훌륭한 성가이며 가톨릭 교회의 재보로 여겨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음악사에 있어서도 그 뿌리라고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이전까지의 흩어진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최초의 성가집 「리베르 안티포나리움」(㉱ Liber Antiphonarium)을 편찬한 성 그레고리오 1세 대교황 (㉱ St. Gregorius I Magnus, 540-604, 재위 590-604, 제64대 교황) 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가톨릭 교회의 전례용 음악으로 단선율로 이루어져 있고 장식적인 멜로디와 유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 성가이다. 무반주로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교회에서 성가 중에 으뜸이 되는 노래로서 공식 인정되었고 적극 장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도원이나 신학교, 그리고 일부 교구에서는 특별한 시간을 정하여 그레고리오 성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그리고 교구차원의 성음악연구소에서도 그레고리오 성가는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다성음악(Polyphony, ㉱ Polyphonia) 다성음악(多聲音樂) 은 복음악(複音樂)이라고도 하며, 두 개 이상의 성부(聲部)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어우러지는 음악을 말한다. 다성음악 중에 종교적 내용의 라틴어 가사를 가진 합창곡을 일반적으로 "모텟(Motet)"이라 일컫기도 한다. 서기 9세기경 까지는 단선율인 그레고리오 성가가 보편화되어 있었으나 차츰 복수의 음정간에 어울림이 좋은 화성 개념이 도입되어 한 주제에 여러 개의 선율과 가사가 독립된 성부로 진행되는 다성음악이 9세기경부터 시작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성가집을 보고 부르는 성가는 한가지 가사를 소프라노가 노래하고 다른 성부는 수직화음으로 받쳐주는 단성음악이다. 이에 비하여 다성음악은 소프라노, 앨토, 테너, 베이스 ( 또는 더 많은 동성) 성부간에 각 성부가 얽히고 설키듯이 엮어가며 절묘한 화성을 이뤄나가는 음악이다. 박자 맞추기가 쉽지 않으므로 신자들의 제창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성음악은 15세기 문예부흥시대를 맞이하여 그 절정을 이룬다. 특히, 로마악파의 팔레스트리나와 빅토리아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전례 목적으로 작곡된 다성음악의 높은 예술성은 종교와 시공을 뛰어 넘어 고전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도시의 성가대에서는 대축일미사나 큰 전례때에 특송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원래는 무반주(아까펠라)로 연주한다. 무반주 합창을 잘 부르면 하늘나라의 천사들의 소리 같다.
국악 성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각국에서는 성가 토착화 운동이 일어났다. 우리 나라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이같은 시도들이 생겼는데, 대표적인 곡으로는 범패풍의 "이문근의 미사", 가곡풍의 "강수근의 미사" 등을 비롯하여 이종철의 "순교자현양 칸타타", 최병철의 "천주공경가"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시도와 국악합주단의 출현은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국악자체가 우리민족 고유의 무속이나 궁중의식, 유교 음악 등으로 혼재되어 왔기 때문에 어느 것을 교회음악에 접목시킬지가 어려운 과제이다. 또한 오르간과 같이 성가대와 교중들의 개창을 함께 이끌어줄 악기가 있는지, 거의 매주 바뀌는 전례 분위기와 어울릴지, 가톨릭에서 강조하는 보편 타당성이 있는 음악일지 등에 대한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연주용 교회음악 바로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회음악으로 작곡된 곡들이 복잡해지면서 결국 교회의 전례 속에서 소화하기는 힘들고 단지 연주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음악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곡으로 바흐의 "나단조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연주용 교회음악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전례 속에서 쓰이는 곡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하이든의 "넬슨미사", 모차르트의 "대관식미사", 구노의 "체칠리아미사" 등을 들 수 있다.
복음성가 (Gospel Song) "생활성가"라고도 하며 특수한 목적 - 예를 들면 전교, 집회, 여흥 등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다. 이 형식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19세기 미국에서 발전된 장르로서, 신앙부흥집회 때에 비신자들을 인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절대자인 하느님을 찬미하기보다는 하느님께 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불려지는 경우가 많다. 즉, 듣는 대상이 하느님이 아니라 보통 인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래의 선율이나 리듬도 성가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 많고, 형식면에서도 자연스러운 음의 진행이나 가사 붙임이 아니라 당김음이나 엇박자를 많이 써서 정형화된 틀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되어 있다.
복음성가는 단체활동이난 소모임, 그리고 가정에서 쉽게 배우고 부를 수 있어서 생활의 신앙화나 신앙의 생활화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노래를 거룩한 전례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타 교회 내의 활동과 관련하여 명명되는 성가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젠성가"와 "떼제성가"이다. "젠"은 훠꼴라레라는 국제 마리아의 사업회에서 벌이는 활동으로서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활동에서 널리 불리는 성가를 "젠성가"라 부른다. 또한 떼제공동체 활동에서 부르는 성가를 "떼제성가"라 하는데, 이 성가는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하여 곱씹는 형식의 음악이다. 이런 되풀이 과정을 통해 가사의 의미를 화두로 하여 묵상이 가능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 명칭들은 성가의 유형이라기 보다는 교회활동에 관련하여 편의상 명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