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과 장수의 경계인 팔공산 기슭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남으로 남으로 550리를 내 달리다가 조선 명산인 지리산과 백운산을 가르며 맑은 물 남해와 만나는 곳.
건너편 지리산과 아름다운 하동땅의 벚꽃을 마중하며 백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조선 여인의
고운 자태로 다가오는 섬진 마을의 매화들.
그동안 대여섯번의 방문끝에 이번에 드디어 매화축제와 반가운 조우를 하게 되었다.
휴일의 혼잡을 피한 평일의 여행은 호젓함이 있어서 좋다.
▲ 앞의 강쪽으로 돌출된 부분이 蟾津(섬진:두꺼비나루)의 유래를 알려주는 섬진각과 돌두꺼비가 있는 곳이다.
봄뫼는 꽃들의 잔치이다.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냄은 벌과 나비를 유혹하여 그들의 종속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일인대 그들은 그들만의 이기적인 잔치가 아니라 그 화려한 잔치에 우리네 인간들까지 초대하는 여유를 가졌다.
▲청매실 농원 앞쪽 강어귀 둔치를 막아 마련한 매화축제 행사장에 몰려드는 차량과 인파로 평일이 무색하다.
▲행사장에서 청매실 농원을 오르다가 매화숲 사이로 본 섬진강이다.
▼저 멀리 오른쪽에는 지리산 자락이 보이고, 왼쪽에 보이는 산은 광양의 백운산이다.
일행이 없었더라면 한동안 마음풀어 어줍짢은 시심이라도 끌어내어 내 앞에 옷고름 푼 봄을맞아
질펀한 분탕질이라도 해 볼 것을 한사코 재촉하는 발길에 주마간산으로 스치는 꽃닢들이 아쉽다.
▲소복 여인의 무리중에 숨은 색동옷의 여인처럼 화려해서 더욱 수줍은 동백꽃이 바위에 기대었다.
고래로 많은 시인 묵객들이 입을모아 노래한 매화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추운 엄동의 설한을 나목으로 기여내어 맨 처음 봄소식을 알리는 부지런함에서 나오는 것일까?
설중매의 아름다움을 익히 노래로 들었으되 그 자태를 확인하지 못했음이 안타깝다.
산은 매화마을을 품에안고, 매화마을은 매화와 그곳에 기대어 사는 모든 이들을 품에 안고있다.
할머니들이 손수 채취하신 푸성귀가 하도 싱그러워 보여 몇 줌 집어드니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인다.
오후의 봄 햇살이 백운산 능선에 걸리면 춘곤증에 낮잠을 자던 매화꽃닢의 실루엣이 신비롭다.
삼천개의 질 항아리에서 매실들이 익어가고 있다.
섬진강의 맑은 물과 백운산의 깨끗한 바람을 먹고사는 과실이라서 그런지 장아찌와 매실즙을 시
식을 해보니 맛이 좋아서 작은 것으로 한 병 집어 들었다.
산책로에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매화를 배경으로 초상화를 그린다.
이 또한 멋진 풍경 아닌가?
아름다운 꽃길에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어야 서로를 빛내준다.
고옵게 차려입은 상춘객들의 담소도 여유롭다.
홍매화,청매화,백매화로 치장된 꽃길만도 아름다운데
맑은 섬진강과 웅장한 지리산이 배경을 서주니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붕 위에 쌓인 빈 장독들도 매화가 치장을 해 준다.
이 청매실 농원의 주인은 홍쌍리씨이다. 일제시대 일본에서 광부로 돈을 번 홍씨의 시아버지 김오천씨가 농장을 시작해 홍씨가 매화를 더 늘리고 종자도 개량, 매화나무와 매실에 관해 일가를 이루게 된 것. 정부지정 명인 14호로 지정받은 매실박사이기도 하다.
온종일 익살로 호객을 해대던 각설이 엿장수도 제풀에 흥겹다.
2006년 3월 23일 목요일의 나른한 섬진강의 오후.
하얀 청초함으로 나그네를 맞아주는 매화가 반갑고, 흥겨운 상춘객들의 발걸음도 즐겁다.
길가에 핀 이름모를 풀꽃의 깨끗함에서도 자연의 고마움을 느낀다.
(이 풀꽃은 어릴적 나물로 먹던 풀인데도 확실한 이름을 알지 못한다.)
▣교통편▣
* 자동차
서울에서 경부 또는 중부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전주나들목 - 17번국도 - 남원 - 19번국도 - 구례 - 간전교 - 865번 지방도 - 861번지방도 - 섬진마을
* 고속버스편
동서울터미널(02-455-3161)에서 오전6시30분부터 오후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각각 광양과 동광양행 버스가 출발한다.
* 열차편
서울역(02-392-7811)에서 매일 오후 11시 50분 광양 경유 진주행 열차가 뜬다.
철도청은 섬진강 매화꽃 기차여행상품을 내놓았다. 20일부터 31일까지 매일 당일코스로 운행한다. 23, 24, 30일은 무박 2일코스도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