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객의 뒤엔 자객이 있다. 무협지 얘기가 아니다. 민중가요 밴드 '가객'의 팬클럽 모임인 '자객'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가객은 보컬 박창근씨와 이지은, 조성우, 엄기현, 이우영씨 등 각자 꽃다지와 노래를찾는사람들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이들이 지난해 결성한 민중가요 밴드. 철학적 고민이 베어있는 노랫말과 서정적인 음악으로 고정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객'은 가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명이다. 지난해 여름 '7주간의 노래마라톤' 공연 때 무대에 섰던 밴드 '가객'의 노래를 눈여겨보던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객'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사이트(http://cafe.daum.net/jagag)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로 20대 초반의 대학생부터 40대 아줌마까지 가객의 음악을 좋아하는 다양한 이들 7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대중음악에 조용필팬페이지연합, 서태지매체비평클럽, 이승환팬페이지연합 등 팬덤이 있다면 민중음악에는 가객을 사랑하고 민중가요의 발전을 바라는 자객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 2일 영등포 하자센터에서는 '가객'의 첫 콘서트가 열렸다. 하지만 이날 콘서트의 주인공은 가객만이 아니었다. 무대장치부터, 공연 현장의 안내자 역할을 비롯 멤버들의 식사를 챙기는 일까지 팬클럽 자객 멤버들이 콘서트 현장을 발로 뛰고 있었다.
자객은 팬으로서 단지 마음의 든든한 후원자일뿐 아니라 가객이 첫 콘서트를 여는데 직접 참여해, 기획, 홍보, 티케팅, 공연장 안내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콘서트를 여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드럼을 맡고 있는 엄기현씨는 "자객이 없었다면 이번 콘서트를 제대로 열기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민중가요 밴드 '가객'의 뒤에는 '자객'이 든든히 버티고 있던 것.
콘서트를 삼일 앞둔 마지막 회의자리에서 만난 자객멤버들은 다양한 연령층에 하는 일도 모두 달랐지만 모두 자기 일을 하듯이 열성적이었다.
문화기획일을 하는 오성화씨는 직업을 살려 콘서트의 기획과 홍보, 업무담당을 지휘했고, 자객의 막내 멤버인 대학생 유광식씨는 직접 3백여개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온라인 홍보글을 올렸다.
"민중가수들의 음악적인 색깔은 다양해졌는데 오히려 활동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가객도 민중가요계에선 보기 드물게 직접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고 부를 수 있는 밴드를 구성하고 있지만, 그만큼 활동하기는 더욱 벅차죠.
이번 콘서트는 창작자와 수용자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콘서트를 기치로 내걸고 있지요. 하지만 단지 일회적으로 도와주는게 아니라 수용자가 함께 결합해서 이들의 음악활동에 지속적으로 힘을 줄 수 있는 길로 나아갈 겁니다."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가객의 연습현장과 공연현장을 꼼꼼하게 기록하던 자객 멤버 이상현씨의 설명이다. 음악이 좋아 쫓아다니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예전 음악다방 DJ이가 하듯이 소수의 사람에게라도 좋은 음악을 전해주는 DJ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한다.
"철학적인 고민이 녹아있는 가사와 서정적인 노래가 가객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직장인 범효숙씨는 가객의 노래를 통해 다른 민중가수들의 노래도 듣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예쁜 것만 보여주려는 것이 대중가요라면 민중가요는 살면서 아픈 부분들을 과감하게 드러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인천에서 문화패활동을 하며 자객의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는 한난석씨는 "인천지역의 티켓은 나한테 맡겨라"라고 외친다.
"가객의 노래를 처음 듣고, 노랫말과 서정적인 음악에 매료됐죠. 사실 민중가요라고 하면 투쟁가요만 듣게 되니 오히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대중가요로 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기도 했잖아요. 가객의 노래는 일상성을 노래한다는게 매력이에요." 이들의 가객 사랑은 끝이 없다.
'가객'을 연으로 처음 만난 이들이 이렇게 똘똘뭉쳐 자기의 일처럼 콘서트를 돕는 이유는 뭘까. 오성화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여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가객의 노래를 듣고서 굉장한 위안을 받았어요.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이 일이 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에요."
'자객'은 의미심장한 이름답게 "21세기 문화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수용자 운동이 민중음악내에서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해달라"고 당당히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