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SBS배 전국 검도왕 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참가 선수들의 죽도 부딪치는 소리, 기합 소리, 그리고 관중의 환호 소리로 떠들썩하던 장내가 일순간 고요해졌다.
영화배우 최민수씨(42·사진)가 육중한 갑옷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 최씨는 경기장 중앙에서 조선시대 무술교본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검법인‘조선세법’의 동작을 3분 정도 시연했다.
어깨에 멘 칼집에서 칼을 빼어들고 허공에서 휘두르는 동작들로 구성된 이 시연에서 그의 몸놀림은 절제돼 보였고, 느리면서도 힘이 느껴졌다. 최씨의 트레이드마크인 ‘강렬한 카리스마’는 갑옷과 칼을 찬 상태에서 더욱 빛났다. 시연이 끝나자 관중의 박수소리가 장내에 가득 울려 퍼졌다.
최씨는 97년에 처음 검도를 접한 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요즘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3∼4시간씩 수련을 한다고. 그의 실력은 공인 4단.
이날 시연에서 최씨가 입은 갑옷은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의 갑옷을 본뜬 것. 최씨가 아이디어를 고 갑옷도 직접 제작했다.
최씨와 검도는 인연이 깊다. 국내 검도 인구는 현재 약 50만명.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10만명 남짓했던 검도 인구가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최씨가 출연했던 드라마‘모래시계’(95년) 덕분이라는 것이 대한검도회 유점기 사무국장의 설명. 검도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검도 수련이 연기자 생활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기자 생활을 20년 하니까 나 자신이 고갈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검도 수련을 하면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합니다. 검도가 나의 본 모습, 즉 진아(眞我)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삶에 필요한 활력과 열정을 얻을 뿐만 아니라 나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도 깊어지죠.”최씨는 힘닿는 데까지 ‘검도 전도사’ 역할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