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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별 이야기] 황다은
[1화] 여자, 가슴과 마음 사이
성엽 컴퓨터 공학과 3학년.
연우와의 사랑이 정점에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고 힘들어 한다.
연우 조소과 3학년. 자신의 삶에 열정적인 여자.
어느 날 성엽에게 이별의 통보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경호 성엽의 친구. 여자에 대해서라면 걸어 다니는 지식in으로 통한다.
실전에도 강한 지는 확인된 바 없다. 전혀 도움 안되는 어드바이스만 남발한다.
#1. 프롤로그(낮)
여름날, 여러 풍경 위로 메인타이틀 뜬다. 여름, 이별 이야기
#2. 까페(낮)
(인서트) 핸드폰 액정의 문구 전화번호가 삭제되었습니다
성엽 (E)뭐 하는 거야?
연우 (핸드폰을 닫고 성엽에게 건네며) 내 번호 삭제했어.
성엽 ?
연우 우리 헤어져.
#3. 까페 앞 거리(낮)
까페 혼자 나와 빠른 걸음으로 걷는 연우. 뒤따라 나오는 성엽.
성엽, 연우를 붙잡아 세우고. 두 사람 마주선다.
성엽 (아직까지 상황 파악 못하고) 지금 장난해?
연우 장난 아냐... 우리 헤어져.
성엽 지난 번 만날 때도 아무 문제 없었잖아.
계속 바쁘고 아프다고 연락도 않다가 일주일만에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헤어지자고...
연우 긴 말 하고 싶지 않아. 헤어져.
성엽 도대체 왜 이러는데? 이유가 뭔데.
연우 니가 싫어졌어.
성엽 왜 싫어졌는데?
연우 싫어진데에도 이유가 있니... 그냥 싫어... 너의 모든게... 됐니?
연우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망연히 서 있는 성엽.
#4. 호프(낮)
대낮부터 소주를 마시고 있는 성엽과 경호.
경호 (성엽의 잔에 술을 따르며) 그러니까 일주일 만에 나타나서 무작정 헤어지자고
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그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문제네...
혹시... (경호와 성엽이 같은 생각을 한듯 눈이 마주치고) 딴 남자가 생긴 거 아닐까?
성엽 (심각히 생각하다) 그 짧은 시기에?
경호 아니지 그 전부터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거지... 그러다가 지난 주에 딱 그 남자로
결정을 본 거지... (성엽 표정이 않좋다. 말 돌리는) 아니 그니까 내말은...
아니 막말로 남녀 관계라는 것이 하룻밤 사이에도 잠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거고...
성엽 야! 연우 그런 애 아냐!
경호 야! 그런 애, 저런 애가 따로 있는 줄 아냐? 얘가 이렇게 여자를 몰라요. 아님 말구...
성엽 (머리 쥐어뜯으며 계속 고민하는, 아무래도 딴 남자가 생긴 듯하다)
경호 아니면...,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게 아닐까. 이를테면...
성엽 (약간 기대에 차서) 이를테면...
경호 (잠깐 뜸을 들인 뒤, 너무나 진지하게)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거나...
성엽 (앞에 있는 팝콘 던지며) 너 가라! 가!... 넌 자식아 내가 여자랑 헤어진게 그렇게 재밌냐
경호 아 자식 성질은... (뭔가 생각난 듯) 그래! 니 그 놈의 성질 때문에 떠난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뭣 때문에 싸웠냐?
성엽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든다) 최근에?
#5. 과거/ 강의실/ 낮
여교수가 출석을 부르고 있다.
여교수 유성엽!
성엽 네.
몇 차례 다른 이름이 불려지고.
성엽은 자꾸 강의실 뒷문을 살핀다.
여교수 이연우!
성엽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성을 낸다) 네-
또 다른 이름들을 불러 가는 여교수.
여교수 수업 시간 전에 한가지... 레포트 다음 주까진 거 다들 알고 있죠...
전 하루하도 늦으면 안 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죠
학생들 (떨떠름 하다)
여교수 자 그럼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근대 미학의 성립 과정에 대하여 강의를 하겠습니다.
그 때 뒷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연우가 보인다.
여교수 (연우에게) 자넨 이름이 뭐지?
성엽 (연우를 보며 초조한)
연우 이연웁니다.
여교수 (출석부를 보다가 표정 굳는) 이름은 하난데, 목소리는 두 갠가?
아까 대답한 사람 누구야? 내가 말했을텐데, 대리 출석은 못 봐준다고.
연우 (영문을 모르고)
성엽 (안절부절)
여교수 대답한 사람 안나오면, 이연우 학생한테 피해가 다 갈 수 밖에.
성엽 (벌떡 일어난다) 전데요!
다른 학생들, 웃고 환호 지른다.
#6. 과거/ 캠퍼스/ 낮
강의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 사이로 연우와 성엽 보인다
성엽 내가 너 때문에 온 학교에 얼굴은 다 팔고 다닌다
연우 그러길래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래... 내가 언제 대출해 달랬어?
성엽 너 오늘까지 결석했으면 어차피 F였다는 거 알아? 이 강의 너가 듣자고 한 강의 아냐?
공대생인 내가 미학은 들어서 얻다 써 먹냐?
연우 내가 언제 너 보고 같이 들어 달랬니? 너가 굳이 같이 듣겠다고 신청한 거 아냐?
그리고 공대생은 미에 관심을 가지면 안 돼? 그래 맨날 컴퓨터하고만 놀아라...
앞서가는 연우 쫓아가는 성엽
성엽 레포트는 다 썼니?
연우 지금 쓰러 가잖아
성엽 내 것도 써주면 안 될까? 그래도 넌 명색이 미대생이잖아... 응?
연우 뭘 나보고 써 달래...너 잘 하는 거 있잖아... 인터넷에 있는 글 짜깁기!
성엽 야 걸리면 무조건 F란다.
티격 태격 걷는 연우와 성엽. 그래도 정겨워 보인다
#7. 과거/도서관 열람실/낮
미술사와 미학 관련 책들 가운데 쌓여 있고, 양쪽에 앉아 레포트 쓰고 있는 성엽과 연우.
연우 연신 뭔가를 적고 있고, 성엽 팔에 머리 괴고 앉아 한가하게 도록 넘긴다
책을 넘기며, 여성들의 그림이 있는 페이지마다 집중해서 들여다 보는 성엽.
보티첼리의 <봄>에서 '미의 세 여신' 부분이 확대된 그림이다.
성엽 (그러다가 문득 어느 그림을 계속 보다가 연우에게) 야 미대생!
연우 (처다보는)
성엽 나 궁금한게 있어
성엽 보티첼리와 루벤스의 '미의 세 여신' 가리키며
성엽 근데 왜 이 그림의 제목이 '미의 세 여신'이냐. 세 명의 아줌마 아냐?
이 시대는 이렇게 생겨야 미인이었나? 도대체 왜 이게 명화야? 니가 설명 좀 해봐라
연우 (그런 성엽이 귀찮은 듯 하던 일 계속하며) 나도 잘 모르겠다
성엽 야! 미대생이 그것도 모르냐?
연우 (별로 신경 안 쓰고 하던 일 계속한다) 모르니까 배우러 왔지
성엽 (또 머리 괴고 도록 넘기는)
연우 (여전히 자기 일만 하며) 그걸 주제로 레포트 쓰면 되겠네...
성엽 뭐?
연우 (책 접은 부분 성엽에게 전부 넘기며) 이거 복사 좀 해 와라
성엽 (짜증스럽게 연우 쳐다보면)
연우 하나 가르쳐 줬잖아
#8. 과거/잔디밭/낮
연우 벤치에 앉아 있고, 미술사 도록과 복사물 챙겨 책을 연우 옆에 앉는 성엽.
성엽 (신나 있다) 레포트 주제 찾았다.
연우 뭔데?
성엽 시대별로 여성 누드를 어떻게 그렸는지, 각 시대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여체의 아름다움이란
뭔지를 조사하는 거야... 괜찮지?
연우 왜 하필 여성의 누든데?
성엽 보는 재미가 있잖니...
연우 니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성엽 내가 아까 누드화를 열심히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건데... 서양 화가들은 실제보다
가슴을 작게 그렸던 것 같아... 아니면 작은 가슴의 여자를 선호했던가...
연우 내가 3년 미대 다니면서 듣다 듣다 그런 얘긴 첨 듣는다.
성엽 (도록 펼쳐보이면서) 진짜라니까 한 번 봐봐
연우 됐어! 남자들은 왜 그렇게 여자의 가슴에 집착하는지 몰라... 너도 그러지?
성엽 집착 하는게 아니라 그냥 본능이야...본능. 그 쪽으로 눈이 가는 걸 어떡하냐고
(그러다 연우의 가슴으로 시선이 가는)
연우 (성엽의 시선 의식하고) 너 그런 느끼한 시선으로 여자 가슴 훑는 것도 성추행인거 알아?
(복사물 챙겨 일어서는)
성엽 야... 그럼 눈 감고 다니냐
#9. 호프집(밤)
경호와 성엽 이미 어지간히 취해 있다
경호 성추행이라니... 남녀가 좋으면 서로의 육체에 관심갖는 건 당연하지 그걸 가지고 성추행이라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 별로 너 안 좋아했던 것 같다
성엽 아냐! 넌 좋아하지 않는 애랑 둘만 만나고, 영화보고, 손잡고 다니냐 그럴 수 있어?
경호 그럴 수... (생각하다) 없지. 그럼 정말 게 말대로 니가 싫어졌나 보나
성엽 아니 하루 아침에 왜 싫어지냐고...여자 마음이란게 그런거냐?
#10. 과거/조소과 작업실(밤)
머리 질끈 묶고 작업을 하고 있는 연우가 보인다. 추상 작품을 만드는 듯하다
성엽 그 옆에서 연우 일하는 모습 보고 있다.
성엽 근데 궁금한 게 있어. 예술가들은 왜 사람들이 뭔지도 모르는 작품을 만드는 거야?
연우 (이야기하면 길다... 계속 작업만)
성엽 (계속 옆에서 궁시렁 댄다) 하다못해 그릇을 만들면 나가서 팔기라도 할 거 아냐...
근데 넌 지금 뭐 만드는 거니?
연우 여자의 마음이라고 해두자
성엽 여자의 마음은 꼭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야 되니?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좀 만들어봐...
연우 (슬슬 짜증난다) 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니?
성엽 알았어 미안... 아무말 안 할게...너 바쁘다고 며칠간 못 봤잖아 그냥 너 얼굴만 보고 있을게
연우 (손을 닦으며) 자꾸 신경이 쓰여서 그래. 사실 나 이런 모습 너한테 보이기 싫어
어제부터 머리도 못 감았고, 화장도 못 했어...
성엽 아냐... 너 오늘 모습이 최고로 섹시해. 앞으로 너 화장도 하지 말고 머리도 감지마.
손이랑 옷에는 진흙 좀 기본으로 묻히고 다니고.
연우 (피식 웃는다)
성엽 (연우 계속 보다가 서서히 연우 쪽으로 키스하려는 듯 얼굴 가까이 가고)
연우 (피하지만 싫지 않은) 야 뭐하는 거야
둘 사이에 뭔가 분위기 좀 잡히려 하는데, 다른 여학생이 들어선다.
성엽 (과장되게) 근데, 조각이랑 소조랑 뭐가 다른 거냐? 조소과는 둘 다 하는 건가?
연우 (웃는)
#11. 과거/미대 캠퍼스/밤
나란히 걸어 내려오는 연우와 성엽. 성엽 연우의 손을 잡는다.
성엽 이렇게 밤에 손잡고 걸으니까 좋다... 너도 좋지?
연우 응
성엽 근데 궁금한 게 있어. 넌 내가 예술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데 그래도 내가 좋아?
연우 응
성엽 왜 좋은데?
연우 그냥 좋아
성엽 그런 대답이 어딨어?
연우 그냥 좋은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돼?
성엽 그럼 좋아하는 이유가 왜 없어...난 너 좋아하는 이유 100가지는 댈 수 있다.
연우 어디 대 봐...
성엽 얼굴 예쁘지, 몸매도 예쁘지, 가슴도 딱 내가 좋아하는 사이즈지...
연우 아 진짜...
성엽 알았어... 다시할게... 성격 도도하지, 사람 말 맨날 무시하지, 맨날 약속 시간에 늦죠,
서울 지리는 집하고 학교 밖에 모르죠....
연우 야!
티격 태격하는 둘의 모습에서
#12. 과거/ 미대 캠퍼스 / 조각상 앞(밤)
성엽 잠깐만 이리 와봐
연우 왜
성엽 조각 좀 감상하게
조각상 뒤, 성엽 연우를 조각상 벽에 세워 놓고
성엽, 연우의 입술을 향해 다가간다.
눈을 감는 연우. 두 사람의 입술이 닿고...
연우의 등에 놓여있던 성엽의 손이 멈칫멈칫하면서 가슴 쪽으로 다가온다.
연우의 손이 성엽의 손을 제지한다.
연우 아직 사람들 있단 말야
경호 (E)자식, 그 쯤에선 여자를 존중했어야지.
#13. 호프집(밤)
경호 여자는 철저하게 스텝 바이 스텝이거든.
늘 남자들이 한 번에 끝내려고 하다가 일을 망치잖아
연애 관계에서 중요한게 뭐냐? 밀고 당기기... 응 쳤다 빠지기 이렇게 연애를 몰라요
성엽 자식 연애도 한 번 제대로 못해본 놈이... 너나 잘해 임마
경호 (말 더듬으며) 야 누가..한 번도 못했다는 거야...니가 날 알어
성엽 (경호 신경 안 쓰고 머리 쥐어뜯으며) 아 도대체 이유가 뭐냔 말야
경호 그렇게 궁금하면 전화해서 알아보면 될 거 아냐... 내가 해줘?
성엽 (결심한 듯, 전화걸고) 받을지 모르겠다
유니 (F) 여보세요
성엽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다) 연우야, 나야. 제발 끊지마. 내 말 좀 들어.
우리가 왜 이래야 하니. 나 너랑 못 헤어져. 안 헤어져.
유니 (F)전화 잘못 거신것 같네요...
성엽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내가 몇 번으로 한 거야? 3814? 3824? 8314?, 8324?
(그러다 멍하니) 경호야 큰 일 났다. 전화번호 뒷 자리가 헷갈려
경호 야 저장 안 돼 있어?
#14. 과거/까페/낮
연우와 성엽이 마주 앉아 있다. 연우의 얼굴이 까칠하다.
성엽 몸은 좀 괜찮아? 여름 감기는 오래 가는데.
연우 응 괜찮아
성엽 우리 날도 더운데 수영장이나 갈까?
연우 ......
성엽 아직 수영장 가면 안 되나?
연우 ......
성엽 왜? 뭐 안 좋은 일 있어?
연우 (어렵게) 내 핸드폰에서 너 번호 삭제했다
성엽 (상황 파악 못하고) 왜?
연우 너 핸드폰 좀 줘 볼래
성엽 (연우의 행동이 이상하지만 핸드폰 건넨다)
연우 (성엽의 핸드폰을 열고 뭔가를 한다)
성엽 뭐 하는 거야?
연우 (핸드폰을 닫고 성엽에게 건네며) 내 번호 삭제했어.
성엽 ?
연우 우리 헤어져.
#15. 호프집 앞(밤)
간판 불이 꺼지고, 셔터가 내려간 호프집 앞에 비틀비틀 서 있는 성엽과 경호.
경호 아무리 그래도 전화번호를 까먹냐? 그러구도 니네가 애인이냐?
성엽 그러게... (약간 울먹)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까 난 연우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경호 (성엽이 우는 게 황당하다. 위로하는 투로) 야 왜 그래... 그러지 말고 게 집에 가자.
너 게 집은 알잖아... 직접 찾아가서 물어 보는 거야 도대체 헤어진 이유가 뭐냐고
성엽 (눈물 닦으며 애처럼) 이 시간에? 12시가 넘었는데?
#16. 연우의 집 앞(밤)
경호가 등을 최대한 높이 세우고 엎드려 있고, 성엽이 경호의 등을 밟고 올라서 있다.
불꺼진 연우의 방 창문을 나뭇가지로 두드리고 있는 성엽.
등을 받히고 있는 경호, 헛구역질이 나온다.
경호 오... 토할 것 같어.
성엽 야, 가만히 있어. (발을 옮긴다)
경호 오오... 거기, 거기만은 제발. (강한 헛구역질)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호. 성엽도 무너진다.
비명도 못 지르고 구르고 있는데, 연우의 방에 불이 들어온다.
성엽 야 숨어!
경호 (구석으로 기어가서 숨는다)
성엽,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며 기다린다. 멀쩡하게 서 있으려고 하나 몸이 흔들린다.
대문이 열리고 연우가 나타난다.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성엽을 보고만 있다.
성엽 (기다리다 먼저 입을 연다) 미안해. 놀랬지?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으니까... 이 방법 밖에... (발음이 샌다)
연우 (차가운) 술 마셨니?
성엽 어? 어어... 쪼금.
연우 이게 마지막이야. 다시는 찾아오지마. 창문을 부수고 대문을 부숴도 안 나올 거야.
성엽 (잠시 머뭇거리다가) 딴 남자... 생겼냐?
연우 (싸늘해지는)
성엽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농담을 던져본다) 그럼... 여..자?
연우 지금 장난해? (싸늘하게 돌아서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성엽 잠깐만. 마지막으로 궁금한게 있어...너 전화번호... 그거.. 뒷자리가 3814냐, 3824냐...?
연우 (문 닫고 들어가는)
성엽 (혼자 망연자실 서 있는)
경호, 성엽에게 다가가서는,
경호 거기서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어떡하냐?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성엽에서, F.O
#17. 조소과 과사무실(낮)
눈에 보이게 피폐해진 성엽이 서 있다.
조교 연우, 휴학기 냈어요.
성엽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조교 요즘 뭐, 휴학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성엽, 힘없이 돌아서는데 과사로 들어서던 희진과 마주친다.
#18. 캠퍼스 벤치(낮)
나란히 앉아 있는 성엽과 희진.
성엽 연락도 안되고, 집에 찾아가도 없고... (힘들다)
희진 (난처한) 미안해요. 저도 잘 몰라요.
성엽 그냥, 어디 있는지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잘 지내고 있긴 한 건지...
희진 (가슴이 아프다)
성엽 (힘없이 일어나며) 그럼, 가보겠습니다. 혹시 연락되시면 저한테도...
희진 그거 아세요? 여자는 눈썹 하나만 잘 안 그려져도,
그날 데이트를 취소하고 싶어한데요.
성엽 네?
희진 미안해요. 더는 말씀 못 드려요. (일어나 간다)
성엽 저 잠깐만요... 그러면 연우 전화번호라도 알려 주시겠어요.
희진 (잠시 생각하다) 저도 연락 안 되거든요... 만나면 전화하라고 할게요. 그럼...(인사하고 간다)
성엽 (답답하다)
#19. 호프(낮)
다시 낮술 마시는 성엽과 경호
경호 이제 고마해라.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해버려.
성엽 (말없이 술잔을 비운다)
경호 (술잔을 채워준다)
성엽 경호야.
경호 (본다)
성엽 여자는 눈썹 하나만 잘못 그려져도 약속을 취소할 수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
경호 눈썹 하나만 잘못 그려도...?
#20. 병원(낮)
희진과 연우가 앉아 있다.
희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니? 성엽씨 정말 안되어 보이더라.
연우 ...
희진 나 같으면 이유라도 말해 줬을 거야.
연우 (자조적으로) 가슴 한쪽이 없어질 지도 모르니까 헤어지자고?
희진 왜 그래, 너. 초기 발견이라 거기까진 아닐 수 있다고 했잖아.
연우 이번엔 다행히 아니라고 해도, 다음엔 잘라내야 할지도 몰라.
이번엔 내가 먼저 놓아줄 수 있을지 몰라도, 다음엔 나, 자신 없어.
그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어
끝까지 담담하게 말하는 연우를 바라보는 일이 가슴 아픈 희진.
#21. 호프(낮)
경호, 화장실에서 나와 보면 성엽이 앉아 있던 자리가 비어있다.
경호 여기 있던 친구 어디 갔어요?
알바생 글세요
#22. 거리(낮)
대낮에 취해서 비틀비틀 걸어가는 성엽.
여름날의 경쾌한 사람들 속에서 홀로 힘들게 힘들게 걸어간다.
#23. 병원-연우의 집앞 교차(몽타주)
병원. 병실에서 혼자 수술복을 갈아입고 있는 연우.
가슴 부분의 단추를 잠그다가 문득, 설움이 복받친다.
연우의 집 앞
전화거는 성엽 잘못걸어 아저씨가 받는다... 성엽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네요'
다시 다른 번호로 전화거는...'핸드폰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멘트 나오고
음성 입력하는 성엽.
성엽 나 성엽인데 집 앞이다. 너 올 때까지 기다릴 게
병원 복도. 수술실로 들어가는 연우.
연우의 집 앞. 연우의 방 창문에 돌을 던지고 있는 성엽.
병원. 수술실. 불이 켜진다. 눈을 감는 연우.
연우의 집 앞. 불이 켜진다.
웅크리고 잠이 들어 있는 성엽을 깨우는 경찰.
경찰 학생! 여기서 이러고 자면 어떡해... 집이 어디야?
성엽 (아직 취한 채) 아저씨, 잠깐만요. 전화 한통만 하구요.
제 여자친구가 올 거거든요?
전화를 건다. ***-****-3824
[2화] 노르웨이 숲의 공주
윤주 희준이가 늘 쫓아다닐 때는 그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다가 막상 다른 여자를 사귀게 되자
은근히 질투를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희준을 다시 자기의 남자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희준이 떠나고 본격적으로 소개팅을 하기도 하지만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오히려 다른 남자를 만나면서 희준과 함께 했던 과거가 생각나기도 하고 더욱 더 희준이가
남자로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선미에게서 희준을 뺏기로 결심하고 다시 희준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희준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고 윤주는 더욱 더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
'널 만날 때면 늘 마음이 아팠어... 넌 너가 얼마나 냉정하고 까다로운 여자인지 모르지?
난 더 이상 너로 인해 상처받고 싶지 않아.' 희준의 마지막 말에 윤주는 멍해지고 생전 처음
실연의 아픔을 겪는다... 다시 소개팅을 나간 윤주 여전히 희준이가 생각나고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는 상대방 남자에게 다른 번호를 가르쳐 주는데...
희준 윤주만 쫓아다니다가 결국 윤주가 마음을 안 받아주자 윤주에게 그만 만나겠다고 말한다.
냉담하게 대하자, 오히려 다가오는 윤주를 바라보는 일이 마음 편하지 않다. 윤주가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지만, 변함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윤주를 확인하고
다시 마음을 접는다.
선미 윤주가 유일하게 경쟁의식을 느끼는 과 동기. 착하고 귀엽게 생겼다.
소정 윤주의 단짝 여자 친구. 맹한 소리를 하면서 윤주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1. 극장 앞(밤)
핸드폰 메시지를 듣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
성엽 (F)집 앞이야.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돌아서며 핸드폰을 닫는 여자는 화려한 외모의 윤주이다.
그 옆에서 걷고 있는 희준도 보인다. 이 둘은 극장에서 나오는 중이다.
희준 누군데?
윤주 몰라. 남잔데 집 앞에서 올 때까지 기다리겠데...
희준 (기분 별로다)
윤주 이래서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 안 된다니까. 나 집까지 데려다 줄거지? (애교) 무서워
희준 그래... 근데 나 너한테 할 말 있다.
윤주 ?
#2. 근사한 술집 혹은 카페(밤)
희준 혼자 맥주 마시고 있고, 윤주 주스 스트로로 홀짝이고 있다.
윤주 할 말이 뭔데?
희준 (혼자 맥주만)
윤주 그렇게 혼자 술만 마실거야? ... (심드렁하게) 재미없다.
희준 (어렵게,약간 취해서) 너에게 난 뭐니?
윤주 또 그 얘기야... 지난 번에 정리 했잖아...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희준 나 너랑 친구하기 싫어...
윤주 (얼굴이 굳어간다)
희준 1번에 저장된 너 번호 지울거야... 근데 너는 잊어도 니 번호는 못 잊을 것 같다. 38은 24.
윤주 (잠시 당황하지만 다시 침착하게) 니 결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도 니 마음 알면서 친구로 지내는 거 불편했어
희준 나 선미랑 사귈거다... 선미가 나 좋대...
윤주 그래 잘 됐네... 니가 좋으면 사귀는 거지 그런 거까지 나한테 보고할 필욘 없잖아
희준 .......
윤주 더 할 말 없지...가자, 이만. (먼저 일어난다)
희준 (같이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집까지 데려다 줄게
윤주 됐어... 나 혼자 갈래
#3. 카페 앞(밤)
혼자 나오는 윤주. 뒤돌아 보지만 희준은 안 나온다
윤주 뭐야? 그런다고 정말 안 따라와? 좋아 그런다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거 같어?
혼자 집으로 가는
#4. 카페 안(밤)
혼자 술 마시는 희준
#5 윤주 방(밤)
혼자 방 안을 왔다갔다 하며 가끔씩 핸드폰을 처다본다.
윤주 다신 전화를 않겠다고? 그래 며칠이나 가나 보자?...(그러다 문득) 선미를 사귄다고?
#6. 학교 강의실, 캠퍼스(낮) - 몽타주
- 윤주와 소정 나란히 앉아 강의 준비하고 있다. 그때 들어오는 희준, 윤주와 눈이 마주친다.
무표정하게 윤주를 지나쳐 뒤에 앉은 선미 곁에 가서 앉는다. 윤주 은근히 신경 쓰인다
-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희준과 선미가 보인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고 얘기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가까워 보인다
윤주 그 앞을 지나칠까 말까 망설인다. 그런 윤주를 뒤에서 치는 소정
소정 뭐해? 여기 서서
그러다 윤주의 시선이 희준과 선미에게 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7. 동 일각
소정 둘이 헤어졌니?
윤주 헤어지긴... 무슨 사귀길 했어야 헤어지지
소정 둘이 사귀는 것 아니었어?
윤주 누가 사귄다고 그래? 희준이가 그냥 쫓아다닌 거지...
소정 그래?...그래서 이젠 너 안 쫓아다니겠대?
윤주 ...
소정 그래도 좀 아깝다... (은근히 떠보듯) 희준이 정도면 괜찮지 않니?
윤주 괜찮긴 뭐가 괜찮니?
소정 아니 성격도 좋고, 은근히 분위기 있어 보이고...
윤주 분위기는 무슨... 어쨌든 내 스타일은 아냐
소정 그럼 너 스타일은 뭔데?
윤주 뭐랄까...좀 여자를 압도하고 리드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갖춘 애라고 할까...
소정 (한참 보다가) 그래, 그럼 너 소개팅 한 번 해볼래?
윤주 (얼굴 밝아지며) 소개팅?
#8. 카페
근육질의 남자(과히 사람을 압도할 만하다, 별로 안 생겼다)와 마주 앉아 있는 윤주.
남자 혼자 떠들고 있고, 윤주는 떨떠름한 표정
남자 윤주씨 취미는 뭐예요? 전 운동은 다 잘하고 좋아해요...
요즘은 테니스를 치는데 언제 우리 한 번 같이 치죠? 테니스 칠 줄 알아요?
윤주 아뇨...
남자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혼자 좋아 웃으며) 윤주씨 짧은 치마 입고,
긴 머리 날리면서 테니스치면 참 섹시하겠요..
윤주 (어색하게 웃는) 예...
남자 (혼자 계속 떠드는) 전 여자친구를 사귀면 제일 먼저 테니스를 가르쳐 줄거예요.....
혼자 떠드는 남자, 까페에서 Beatles의 "Norwegian Wood"이 흘러나온다.
이제 윤주의 귀에는 남자의 말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노래가 들려온다.
#9. 카페(과거)
"Norwegian Wood"이 흘러나오는 까페. 윤주 맞은편에 희준이 앉아 있다.
희준 이 노래 알아?
윤주 글세... 많이 듣긴 했는데...
희준 비틀즈의 노르웨이 숲... 하루끼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구
윤주 (시큰둥) 그래?
희준 노래 가사 내용이 멜로디하곤 다르게 좀 과격해
윤주 (잘난 체 하는 희준이 서서히 재수없어 지려고 한다)
희준 노르웨이 숲에서 그들은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지... 근데 아침이 되자 그녀는
한 마리 새처럼 사라지고 없는 거야... 화가 난 남자는 노르웨이 숲을 불태웠다는 내용이야...
누구는 숲을 가구라고 번역하기도 해
윤주 재미없다!
희준 (윤주 눈치보며) 재미없지... 근데 이 노래 들으면 너가 생각나
윤주 ?
희준 너도 자고 나면 하루 아침에 새처럼 사라질 것 같아
윤주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 못하고) 그럴 일은 없지... 내가 너랑 왜 자니?
희준 (씁쓸한)
#10. 카페(현재)
윤주, 노래 흥얼거리고 있었다.
남자 다음 번엔 우리 테니스 코트에서 보죠
윤주 아뇨... 노르웨이 숲에 가보고 싶어요
남자 예? 아...유럽 여행을 하고 싶으세요?
윤주 죄송해요. 먼저 일어나볼께요.
남자 저... 연락처라도...
윤주 제가 연락할게요
남자 그러시다면 같이 연락처 교환하죠
윤주 (잠시 생각하다가 다른 번호 가르쳐 준다)-****-3834.
#11. 거리- 구두 매장 앞
맥 빠져서 걷고 있는 윤주.
윤주 그 정도 눈치 줬으면 알아차려야지... 소정이 얘는 뭘 보고 저런 앨 소개시켜준거야...
구두 매장 앞을 지나다가 다시 돌아와 멈추선다.
쇼윈도우 안으로 예쁜 구두들을 들여다보는데...
#12. 다른 거리(과거)
예쁜 구두를 신고 경쾌하게 걷고 있는 윤주. 그 옆으로 희준.
잘 걸어가던 윤주가 휘청인다. 희준이 바로 부축을 한다.
보면, 윤주의 구두가 길바닥의 맨홀 틈에 끼어 굽이 어긋났다.
희준이 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윤주의 발과 발목을 살핀다.
희준 괜찮아? 안 삐었어?
윤주 아... 아퍼
희준 안 되겠다는 듯이 윤주에게 엎히라고 등을 내보인다
윤주 뭐 하는 거야? 사람도 많은데...
희준 그럼 혼자 걸을 수 있어?
윤주 (마지못해 그러나 기분 나쁘지 않다...희준 등에 업히는)
#13. 구두 매장(과거-현재)
윤주 언제 발목을 삐었냐는 듯이 새 구두 신고 좋아한다..
윤주 희준아 어때 이 구두 예쁘지?
희준 (별로 기분 안 좋다) 응 예뻐... 점원에게 얼마에요?
점원 8만 5천원이요
희준 (희준 말 없이 돈 준다)
윤주 (희준에게 다가오며 애교부리며) 별로 기분이 안 좋네? 비싸서 그래? 내가 계산할까?
희준 아냐... 됐어
윤주 (약간 화난듯 지갑 열며) 알았어... 내가 계산할게...
희준 그런 거 아니란 말야! 원래 여자한텐 신발 선물하는 거 아니라잖아... 도망간다구...
윤주 (희준의 말이 웃기고 귀엽다) 누가 도망간다고 그래? 얘는 어디서 옛날 얘기는 듣고 와서...
희준 (시무룩한)
윤주 (E) 아니 그러던 놈이 먼저 도망가
14. 구두 매장 앞 - 거리
씩씩거리며 걷고 있는 윤주.
윤주 (E) 나쁜 자식, 지가 그러고도 남자야? 지조가 있어야지.
가만 안 놔 둘 거야. 내가 사귀어 준 건데, 은혜는 못 갚을망정 배신을 해?
다리를 삐긋한다. 쪽팔리고 아프다.
#15. 캠퍼스(낮)
저만치서 희준이 동기(남자)와 같이 걸어오는 거 보인다. 윤주 기다렸다는 듯 희준 앞으로 걸어간다.
동기 윤주에게 인사하고 윤주도 인사하는 희준과 윤주 눈이 마주친다. 그냥 외면하며 지나치는 희준.
돌아보지는 않지만, '뭐야!' 싶은 표정이 되어 멈추는 윤주.
결심한 듯 돌아서서 희준 부르는... 희준 돌아서는... 희준에게 다가가는
윤주 잠깐 얘기 좀 해...
희준 ?
#16. 동 일각
윤주 (돌아서며) 너 꼭 그렇게 유치하게 행동해야겠니?
희준 뭐?
윤주 너랑 선미랑 사귀는 거 나 상관 안해... 근데 꼭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희준 이렇게라니?
윤주 몰라서 물어?... 그냥 편하게 지낼 수도 있잖아... 꼭 그렇게 티를 내야겠니?
희준 난 이게 편해...이제 그만 나한테 신경 껐으면 좋겠는데...
윤주 (순간, 얼굴 굳어져 할 말 잃고) 뭐...뭐?
희준 난 이미 너 정리했어...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자꾸 헷갈리게 하지 말구
윤주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희준 더 할 말 없으면 갈게... (돌아 가는)
윤주 (그대로 멍하니 서 있는)
#17. 학교 벤치
멍하닌 딴 생각 하고 있는 윤주, 옆에 소정이 앉아 있다.
소정 무슨 일 있었어?
윤주 (여전히 딴 생각) 왜 난 친절한 남자보다 싸가지 없는 남자한테 더 마음이 끌릴까?
소정 이번엔 또 어떤 남잔데?
윤주 (멍하니) 응... 있어...헷갈린다는 말은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얘기겠지?
소정 그게 또 무슨 말이야?
윤주 (결심한 듯)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 나 갈게 (일어나 간다)
소정 어디가는데?
#18. 강의실 앞 복도
강의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 나오는 사람들 중에 희준 보이고 기다린던 윤주 희준이한테 다가간다.
윤주 아까 못 다한 말이 있어...
희준 ?
#19. 와인바
윤주 아까와는 분위기 사뭇 다르다...
윤주 나도 이번 일로 생각 많이 했어. 우리 관계에 대해...
희준 ......
윤주 너한테 받은 게 참 많아. 그래서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희준 (얘가 갑자기 왜 그러지?)
윤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사이) 정말 지웠니?
희준 ?
윤주 핸드폰에 내 번호.
희준 (말 못한다)
윤주 이제 1번에 선미 번호가 있겠네?
희준 (고개 끄덕인다)
윤주 아, 속 쓰리네. (혼자 술 마신다)
희준 (윤주를 보며 이게 지금 무슨 분위기지?)
윤주 (애정을 담아 바라보며) 더 멋있어진 거 같다.
왜 미리 몰랐을까. 이렇게 근사한데. (더 가까이 다가선다)
희준 (약간 경계를 하며) 갑자기 왜 그래?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윤주 (확 깬다) ...원하는 거? ... (차마 좋아한다고 말 못하겠다)
희준 할 말 없으면 나 갈게... 선미 기다리고 있어..(일어나려고 한다)
윤주 잠깐!... 지난 번에 널 어떡해 생각하냐고 물어 봤었지?
(똑바로 못보고) 너 남자로 생각해
희준 (냉정하게) 그래서?
윤주 (당황해서, 이게 아닌데) 뭐?
희준 그래서?. 나 지금 선미 사귀고 있잖아
윤주 (할 말 찾지 못하고) 너 참 무섭다... 그럼 아까 헷갈린다는 말은 무슨 뜻이야?
희준 (말 못하고)
윤주 너도 아직 나 좋아한다는 얘기 아니니?
희준 그래 좋아해...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 선미랑 사귀는 게 더 좋아...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널 만날 때면 늘 마음이 아팠어. 언제 떠날 지 몰라 불안했고....
넌 니가 얼마나 냉정하고 까다로운 여자인지 모르지?
윤주 (멍해진다)
희준 더 이상 너로 인해 상처받고 싶지 않아... 갈게...이건 니가 계산해라
윤주 (멍하닌 앉아 있는)
#20. 거리(밤)
넋 나간듯 거리를 걷는 윤주
#21. 윤주 방(밤)
침대에 앉아 훌쩍이는 윤주 (F.O)
#22. 카페(낮)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윤주. 앞자리에 소개팅 남자가 앉아 있다.
남자 연신 재미도 없는 유럽 배낭여행 이야기를 한다.
남자 저는 이탈리아가 제일 좋았어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되었던 피렌체 아시죠?
정말 환상인 거 있죠... 그런 곳에 있으면 저절로 사랑이 싹트게 되겠더라구요...
윤주 (이 얘기를 계속 들어줘야 하나)
남자 (혼자 신났다) 거기서 글쎄 한국 배낭객 여자를 만났는데...
윤주 (말 끊으며) 전 노르웨이 숲에 가보고 싶어요... 혹시 노르웨이 가 보셨어요?
남자 노르웨이요? 노르웨이는 아직 못 가봤는데...
윤주 아 죄송하네요... 오늘 급한 약속이 있어서... 그만
남자 저 잠깐만요... 아무리 급해도 전화번호는 가르쳐 주셔야죠...
윤주 (잠깐 생각하다) 아? 예 011-9900-38 잠깐 생각하다 34
남자 3834요 네... (핸드폰에 저장하는)
#23. 거리
소정한테 전화하는 윤주...
소정 (E) 여보세요...
윤주 (대뜸) 괜찮긴 뭐가 괜찮다는 거야... 도대체 넌 남자 보는 기준이 뭐냐?
소정 (E) 재밌잖아? 너 재밌는 남자 소개시켜달라고 안 했어?
윤주 재밌긴... 자기 여행 간 얘기 하는데 졸려 죽는 줄 알았다
소정 (E) 그러게 어디 희준이만한 남자가 흔한 줄 아니?
윤주 죽을래? 왜 거기서 희준이 얘기야...
소정 (E) 알았어 앞으로 나한테 소개팅 시켜달란 말 했단봐...
윤주 핸드폰 끊고 문득 핸드폰 저장 목록을 본다. 결심한 듯 단축키 1번을 누른다.
'이희준'이란 이름이 유독 눈에 띄면서 핸드폰 수신음 울린다..
윤주 어쭈... 이제 전화도 안 받겠다?
다시 전화거는, 수신음 계속 울리고
카메라 천천히 올라간다. 어디선가 '노르웨이 숲'이 들리는 듯 하다(F.O)
[3화] 여름 정원의 원시인
민선 다정하면서도 시원한 성격이다. 친구 유진의 애인(진호)에게서 고백을 받고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마음의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진호 유진의 애인이다. 유진의 친한 친구인 민선과 몇 번 어울려 만났다.
인생의 좌우명 : 마음 가는대로 살자!
유진 솔직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민선의 오랜 친구이고, 진호와 사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친구도 이상해지고, 애인도 이상해짐을 느낀다.
#1. 드레스 집(낮)
얼굴 보이지 않고 핸드폰 받는 손.
민선 (F) 여보세요
남자 (F) 저 김영숩니다. 지난 번 소개팅했던... 테니스...
민선 전화 잘못 거신 거 같은데요?
남자 (F) 이윤주씨 아니세요?
통화를 하며 돌아앉는 여자, 민선이다.
민선 아닌데요.
남자 (F)이상하네. ***-****-3834 아닙니까?
민선 맞는데요. 전화 잘못 거셨어요.
옆에 드레스 입고 앉아 있던 유진도 보인다.
유진 또, 윤주진 뭔지 그 여자 찾는 전화?
민선 (끄덕)
유진 전화번호를 바꾸지 그래? 한두 번도 아니고.
민선 (아무 말 없이 미소 짓는)
유진 (거울에 계속 드레스 보며) 진호 전화... 아직도 기다리니? 진호도 제대했을 것 같은데...
(혼자 재밌다는 듯 웃으며) 나 결혼하는 거 알면 어떤 표정 지을까?
민선 (무심히 핸드폰 보다 회상에 빠지는)
#2. 고기집(밤)(회상, 2년 전)
민선의 핸드폰을 짚는 손, 진호다... 테이블에 민선(앳된 얼굴이다)과 진호가 마주 앉아 있다.
진호 약간 취해 있다.
민선 핸드폰은 왜?
진호 내 핸드폰이 맛이 갔나봐
어딘가에 전화거는 진호, 그때 멀쩡히 울리는 진호의 핸드폰
진호 니 번호 내 핸드폰에 입력됐다...
민선 (그 때야 상황 파악이 된듯) 내 전화 번호는 왜?
진호 (민선이 물끄러미 보다가) 니가 좋다.
민선 (못 알아듣고) 그래, 나도 너 좋아.
진호 (민선을 똑바로 보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니가 유진이 보다 좋다구.
민선 (그래도 못 알아 듣고)
진호 너를 여자로 좋아한다고
민선 (멍해서) 너랑 유진이 사귀는 사이 아니니?
진호 지금은 그렇지... 근데
진호 무슨 말 더 하려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유진
유진 (집게를 들고 고기를 내며) 야, 뭐해. 다 타잖아.
아휴, 아까워. 아까워. 진호야 많이 먹어.
진호의 옆자리에 앉아, 진호 그릇으로 다정하게 고기를 올려놓는 유진.
그렇게 유진 혼자 움직이고 있고, 정지되어 있는 진호와 민선에서 F.O
#3. 민선과 유진의 원룸(밤)
머리 복잡한 민선, 입술을 뜯으며 생각에 빠져있다.
민선 진호 이 자식 또 장난치는 거 아냐?
핸드폰이 울린다. 무의식중에 받는다.
진호 (F)나야.
민선 (그제서야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는)
진호 (F) 내 말...생각해 봤어?
민선 (목소리를 낮추고) 무슨 생각을 해. 이번 장난은 좀 재미없거든?
그 때 머리를 감고 나온 유진을 보고 괜히 뜨끔하는 민선,
민선 (과장되게) 네 잘못 거셨거든요...
다시 울리는 핸드폰.
유진 왜 안 받아?
민선 어? 어.. 잚못 걸었다고 해도 막무가내네
(플립 열었다 다시 닫는다. 그러다 불안한지 아예 전원을 꺼 버리는)
유진 (이상한 듯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민선 (내가 왜 이래야 하나)
#4. 방 안(밤)
유진 침대 전화를 하고 있다. 민선 방으로 들어온다.
유진 어, 잘자.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열어본다)
민선 (유진 눈치보다가) 이번에 꽤 오래 가네.
유진 뭐가? 어.. 진호? (웃으며) 내가 만난 남자 중엔 제일 난거 같아
민선 너 지난 번 명진 오빠 사귈 때도 그러지 않았니?
유진 (웃으며) 내가 그랬나?
명진 오빠 보다 진호가 더 괜찮으니까 진호가 제일 괜찮은 거지
민선 (할 말 없다) 그래 그렇구나....(그러다 문득 생각난듯) 진호 좀 바람둥이 같지 않니?
유진 (책 덮으며) 잘생겼고, 유머감각 있고 여자한테 인기는 많겠지...왜? 바람둥이 같아?
너도 진호 처음 봤을 때 순수해 보인다고 했잖아.
민선 어? 내가 그랬나?
유진 참 모레 무슨 날인지 알지?
민선 (달력을 보며)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네
유진 그때 진호도 오니까 다시 한 번 잘 봐봐
민선 (얼굴 찡그리며 혼잣말) 안와도 되는데...
유진 어?
민선 아니.
#5. 칵테일바(밤)
칵테일 쇼가 한창이다. 바텐더가 완성한 칵테일을 두 개의 잔에 세팅한다.
생일 케익의 촛불을 끄고 있는 유진과 진호.
왁자한 친구들 속에서 어색하게 앉아있는 민선.
바텐더가 칵테일 두 잔을 들고 온다.
바텐더 오늘 생일 맞으신 분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친구들 러브 샷! 러브 샷!!
진호의 손에 칵테일을 잔을 쥐어주고 러브 샷 자세를 잡는다.
하필이면, 진호는 민선과 눈이 마주치는 위치이다.
칵테일 잔을 비우는 동안, 민선과 눈이 마주친다.
차마 고개를 돌려버리는 민선.
(점프)
여전히 진호는 유진과 나란히 앉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다.
민선 혼자서 홀짝 홀짝(한 모금씩) 술을 마신다. 취해간다.
유진 어머, 오늘 술 좀 받나보네?
민선 (말없이 빈잔에 술을)
진호 (진호가 술병을 들고 따라주는)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
민선 (어이없다)
유진 얘가 외로워서 그래. (키득)
진호 (진지하게) 우리 민선이도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데.
민선 헛 (기가 막히다... 술만 한 모금 마신다)
진호 그만 마셔. 술 못 마시잖아.
민선 (진호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한입에 소주를 털어 넣는다)
#6. 화장실 안→밖(밤)
화장실에서 나오는 민선. 화장실 앞에 서 있는 진호
진호 괜찮아?
민선, 그런 진호를 째려보다 그냥 지나친다. 그런 민선을 잡아채는 진호. 민선, 매몰차게 뿌리친다.
민선 뭐하자는 거니, 지금?
진호 나는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나도 연기하기 힘들어...
민선 뭐...연기?
진호 오늘 유진이 생일이다... 오늘은 조용히 보내자...
민선 참 퍽이나 생각한다... 그렇게 유진이를 생각하는 애가...
(뭔가 계속 말하려고 하는데)
유진 (E) 뭐해 안 들어오고
진호 응 민선이가 좀 취한 것 같아서... 좀 쉬었다 들어가게
유진 (민선에게 다가오며) 어째 무리한다 싶더라. (부축하며) 괜찮아?
민선 (유진, 진호를 번갈아 보다가) 나 먼저 갈게...
#7. 택시 안(밤)
민선 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진호의 전화다. 한참 망설이다 받는 민선
민선 (핸드폰을 받으며) 이진호씨, 좋게 봤는데 아니네. 나한테 왜 이러세요?
진호 (F) 오늘은 잘 들어가고 내일 만나자
민선 우리가 왜 만나야 하는데...
진호 (F) 이런 관계 불편하지 않니?
민선 불편하게 만든게 누군데
진호 (F) 그러니까 만나서 정리하자고
민선 ....
#8. 민선과 유진의 원룸(아침)
유진, 민선을 위해 아침을 마련하고 있고, 민선 부스스한 얼굴로 식탁 앞에 앉는다.
유진 속 괜찮아? 너 때문에 북어국 끓였다
민선 (억지로 수저드는)
유진 참 오늘 강의 일찍 끝나지... 오랜만에 영화나 같이 볼까?
진호랑 본다고 예매했는데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겼데...
민선 (그제서야 화들짝 정신이 드는) 어?... 어... 나도 약속 있는데
유진 무슨 약속?
민선 (말 더듬으며) 어 아니 급한 약속은 아니고... 뭐 그렇담 내가 취소하지 뭐...
유진 아냐 곤란할 것 같으면 내가 다른 애랑 보지 뭐
민선 (차마 유진의 얼굴을 못 본다) 그럼 그럴래...
#9 커피숍(낮)
마주 앉아 있는 민선과 진호
민선 너 지금 너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
진호 알아
민선 유진이랑 나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어...서울로 대학올 때도 서로 상의해서 같은 대학으로 왔고,
우리 둘은 지금도 같이 사는 동거인이야... 알아?
진호 알아
민선 아는 애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니...
진호 무책임한지 어떤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난 내 감정에 솔직했을 뿐이야
너도 너 감정에 솔직해 봐
민선 뭐? 뭘 솔직하라는 얘기야
진호 너도 나 좋아하잖아... 지난 번 유진이 생일날 너도 힘들어 했잖아?
민선 (말 자르며) 좋아. 솔직하게 말할게.
(진호 외면하며) 나 너 남자로 생각해 본 적 없어.
진호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얘기 할래
민선 (진호의 눈을 보며) 나 너 남자로 생각한 적 없어... 됐니?
진호 이제부터 생각하면 돼.
민선 (말이 안나오는) 여보세요?
진호 유진이한테 말할래
민선 무슨 말을 해?
진호 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달라고
민선 (피식 웃는) 넌 지금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니?
진호 (같이 웃는) 농담 아닌데...
민선 웃지마... 너 진짜 뻔뻔스럽다
진호 (여전히 웃는)
민선 (웃지만 고민스럽다)
#10.공원(낮)
나란히 걷는 진호와 민선. 민선은 고민스러운 표정이고 민선의 안색을 살피는 진호.
그러다 민선의 손을 잡는 진호... 민선, 멍하니 내려다 본다.
자신의 손을 감싸 쥐고 있는 진호의 커다란 손을.
민선 풀어!
진호 싫어!
민선 (손을 빼려는데 힘이 모자라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걷는)
이때, 진호의 전화벨 울리는... 유진이다... 진호 머뭇거린다...
민선 받어!
진호 (전화 받는. 자연스럽게 손이 풀린다.) 응 ... 지금 전화 받기가 뭐 하거든.
내가 금방 다시 전화할게... (전화 끊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 흐르고. 민선, 자신의 손을 보며
민선 (결심한듯) 너가 유진이랑 헤어지는 건 난 상관 안해... 그런데 그렇다고 너와 내가 사귈 수는 없어
진호 생각해보면 방법이 있을거야
민선 아니, 방법 없어...
진호 그럼 생각을 다르게 해봐... 내가 유진이 전에 먼저 너를 알았다고 생각해봐... 그럼
우리 둘은 아무 문제없이 사귈 수 있는 거잖아...
민선 그게 말이 되는 얘기야
진호 왜 안 되는데? 간단히 생각해... 마음 가는 데로 살고... 뭐 인생 대단한 거 있어...
민선 너랑 무슨 얘길 하겠니...(결심한듯) 어쨌든 더 이상 전화하지마... 전화해도 안 받을 거야...
유진이 전화해 줘라... 기다리겠다.
민선 가고 진호 따라가는
민선 (돌아보며) 따라오지 마!
그렇게 민선 떠나고, 진호 떠나는 민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문득 핸드폰 보는...
#11. 민선-유진의 원룸(저녁)
민선 침대에 앉아 고민하는... 핸드폰 벨... 진호 전화다... 받지 않는 민선... 문자 메시지 뜬다.
확인하는 민선. '나 유진이 한테 헤어지자고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진호에게 전화걸려는 민선.
그때 나는 문소리, 유진 들어 온다. 민선 재빨리 핸드폰 감추는
유진 (들어 오며) 어디 아프니?
민선 (유진 외면하며 눕는다) 아니 피곤해서...
유진 나 술 마시고 싶어... 우리 술 마시자
민선 (외면한 채로 한숨 쉬는)
#12 작은 술집(밤)
잔 부딪히고 원샷하는 유진,
유진 진호 군대 가겠데
민선 (다소 의외다) 군대를? 갑자기?
유진 응 갑자기... 그것도 나랑 사전에 상의도 없이...
민선 상의하자고 말 꺼낸거 아닐까 (이렇게 말해 놓고도 사실은 찔린다)
남자들 전부 군대 가야되잖아... 진호도 3학년이니까 어떻게 보면 좀 늦은 거고...
유진 그렇지? 근데... 그게 왜 난 헤어지자는 소리로 들렸을까?
민선 다른 이야기는 없고?
유진 응... (다시 술 마시는)
민선 ....
#13 술집 밖(밤)
진호에게 전화 거는
민선 너 정말 애가 못 됐구나
진호 유진이랑 나의 문제야...넌 신경 쓰지 마
민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진호 어차피 나 군대 가야해
민선 누가 가지 말래! 꼭 그렇게 일방적으로 말 하지 않아도 됐잖아
진호 뭐가 일방적이야? 헤어지자는 말 보다는 나은 거 아냐?
민선 그래 군대 잘 갔다 와라! 가서 사람 좀 돼 와라! (전화 끊는)
다시 울리는 핸드폰, 전원 스위치 끄는 민선
#14. 민선- 유진의 원룸(밤)
민선 유진을 부축해 들어 와 침대에 누인다... 겨우 한 시름 돌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민선,
그 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인터폰을 확인하니, 진호다. 깜짝 놀라는 민선.
민선 (목소리를 낮춰서) 여기가 어디라고 와. 미친 거야, 아주.
#15.. 민선과 유진의 원룸 밖(밤)
민선이 화가 단단히 났다.
민선 너야, 고백하고 나서 혼자 주워 담고 말면 그만이지만, 우린 뭐니? 유진이랑 나는?
진호 이미 내 마음은 너에게로 갔어... 그리고 지금부터는 유진이보다 너를 먼저 만난거야
민선 지금 말 장난해?
진호 (민선 한참 보다가) 여름은 매년 다시 오지만, 청춘은, (자신의 심장 가리키며)
이 감정은 다시 오지 않아...
민선 (잠시 흔들리지만 다시 차갑게)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빨리 가... 유진이 깨기 전에...
분명히 말하지만 난 유진이 저렇게 두고 너랑 못 사귀어!
진호 (한참 보다가 체념한 듯)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 봐도 될까...?
민선 안돼.
진호 (안는다)
민선 ...!
민선 잠시 그대로 있다가 포옹 풀고 먼저 들어간다...
민선 뒷모습 한참 보다가 돌아서는 진호.
#16. 민선과 유진 원룸 안(밤)
불 키고 들어오는 민선 화들짝 놀란다. 창가에 귀신처럼 서 있는 유진.
유진 왜 그렇게 놀라?
민선 왜 불도 안 키고 그래?
유진 누가 왔다 갔니?
민선 어? 어...
유진 (창 밖을 내려다 보며) 뒷모습이 비슷하네.
민선 진.. 진호가 왔었어.
유진 왜 나 안 깨웠니?
민선 자는 것 같아서
유진 (민선을 싸늘히 쳐다보다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17 방 안(밤)
어색하게 앉아 있는 유진과 민선.
유진 요즘 너 많이 이뻐졌다, 아니?
민선 유진아...
유진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너였는데.
이제 나 어떡하지. 담부턴 누구한테 보여준다지. (말해놓고 혼자 킥킥댄다)
민선 미안해. 유진아. (다가간다)
유진 (거칠게 뿌리친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민선 (아무 말 못하고)
유진 왜 말 못해?
민선 내가 잘못했어, 유진아.
유진 그러니까 뭘 잘못했는데?
민선 ......
유진 너 잘못 없을 거야. 너같은 애가 그럴 리가 없지. 알면서도 기분 드러워.
진짜 패주고 싶은 놈은 군대로 도망을 가고...너랑 나랑만 이게 뭐니...
민선 ...!
유진 나도 도망가고 싶어졌다. 내일 당장 이삿짐 쌀 거야.
#18. 몽타주(낮)
- 이사를 가는 유진. 민선은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한다.
- 민선 집, 유진의 짐들이 놓여있던 공간에 자꾸 시선이 가는 민선.
- 학교 교정, 유진 민선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 유진을 잡지 못하는 민선
- 학교 도서관, 혼자 공부하는 민선 그때 핸드폰 울린다
얼굴이 굳는다. 진호다. 받지 않는 민선. 다시 문자 수신음이 연달아 들어온다 .
열어보면, 진호의 메시지들이다. .
??내일 입대한다.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고 싶다??. ??너희 집 앞 카페에서 7시에 보자.??
- 학교 도서관 시간 밤 7:00를 지나8:00가 가까이 된다
- 카페에서 민선을 기다리는 진호
-민선, 결심한 듯 가방을 싸 들고 나간다
- 카페에서 민선을 기다리는 진호, 마지막으로 문자 메시지 날린다.
- 그리고 나서 진호 핸드폰 번호를 삭제 중이다
핸드폰 액정화면. 유진의 번호가 삭제된다.
다음으로 민선의 번호가 액정에 뜬다. ??삭제하시겠습니까???에서 차마 망설이고 있는 진호.
삭제한다.
-민선 학교를 막 빠져 나가는데 문자 메시지가 수신된다.
열어보면, ??힘들게 해서 미안해. 나 간다??
- 카페에서 힘겹게 나가는 진호
- 민선 핸드폰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리에 주저 앉는다.
왠지 서러워 눈물이 난다
#20. 커피숍(현재)
민선 창 밖을 보고 있고, 유진 커피를 내 온다.
유진 오늘 고마워...
민선 졸업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결혼을 해?
유진 오빠 집에서 서두르잖아... 오빠 나이도 있고
민선 그래도 좀 더 여러 남자 만나고 즐기다가...
유진 (깔깔거리며 웃는다)
민선 ?
유진 너 입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와? 넌 너가 원시인인건 아니?
대학 내내 남자 한 명 못 사귀었지, 기약 없이 군대 간 남자 기다리고 있지?
누가 할 소릴 누가 하는지 모르겠네...
민선 (얼굴 찡그리며) 원시인이라고? 누가 군대 간 남잘 기다린다고 그래?
유진 너한텐 끝까지 숨길려고 했는데 결혼 하는 마당에 내가 비밀 하나 털어 놓을게
민선 비밀?
유진 진호 어떻게 만난는지 알아?
민선 수미 언니가 소개시켜 준 거 아냐?
유진 그랬지... 근데 원래 수미 언니는 너를 진호한테 소개 시켜 주려고 했었어...
근데 그때 너한테 연락이 안 된다고 나한테 전화했더라...
민선 ...!
유진 가끔 그런 생각해 봐...내가 너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냥 진호랑 사귀었을것 같은데...
민선 (혼잣말처럼) 그래... 나 원시인 맞는 것 같다...
#20. 대학, 원무과 사무실
복학 서류 내는 손 진호다. 옆에서 같이 복학 신청하던 동기 진호를 알아보고
동기 어 이게 누구야?
진호 어 현수 아냐...
둘이 반가워 껴 안는다...
#21. 호프집(낮)
낮부터 술이다.
동기 그러니까 번호는 왜 삭제하고 그래?
진호 그 때 마음이랑 지금 마음이랑 같냐?
동기 진짜 하나도 기억 안나?
진호 뒷자리가 가물가물한데 38까진 기억나. 38... 뭐였더라?
동기 좋아... 까짓것 해 보자구... 그래 봤자 10 곱하기 10 100통 걸면 되겠네
진호 아니... 뒤에 두 자리는 달라.. 거기까진 기억 나
동기생 종이와 볼펜을 꺼내 놓고, 숫자들의 조합을 쓰고 있다.
동기 좋아 넌 앞 번호부터 해라, 난 뒤부터 내려갈게
진호 (감격해서) 고맙다 친구야
동기 자식 뭐 이 정도 가지고 감격하긴...
#22. 몽타주(낮)
진호와 동기가 전화 걸어서, 목소리 확인하고 끊고 묻는 장면과
잘못 온 전화를 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상황과 반응들이 빠르게 몽타주된다.
동기 아씨, 이러다 전화번호 바꿨으면 어쩌지?
다시 보여지는,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과, 종이에 ×표 그어지는 숫자들.
그 옆으로 화면분할 되서, 전화 받는 쪽의 상황이 보여진다.
3814 번호를 누르자, 남자(성엽)가 받는다. ??죄송합니다. 잘 못 걸었습니다.??전화 끊는 진호
#23. 병실(낮)
연우 성엽을 외면한 채 창밖만 보고 있다
성엽 잘 못 걸린 전화 (핸드폰을 도로 탁자 위에 놓는다)
연우 (그대로 외면한 채 있다)
성엽 왜 말 안했어?
연우 ...
성엽 (더듬 거리며) 넌 가슴보다 마음이 더 예쁘다는 거 알아?
(말해놓고도 쑥스러운지) 아 나 낯 뜨거워서 이런 말 진짜 못하겠다
연우 (여전히 외면한 채로 혼자 피식 웃는)
#24. 호프집(낮)
진호 3824번을 누르고...
윤주 (F) 여보세요
#25. 까페(낮)
윤주가 전화를 하고 있고 희준이가 앞에 앉아 있다.
윤주 전화 잘 못 거셨어요
희준 또 어떤 남자냐?
윤주 진짜 잘 못 걸린 전화야...
희준 그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윤주 노르웨이 숲을 들으면 내 생각난다고 했지?
희준 그런데?
윤주 하루아침에 떠난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는 거 알아?
희준 그래서?
윤주 ... 나 그 동안 반성 많이 했어... 앞으로 너 상처 주는 일 없을 거야
희준 (웃다가 핸드폰 꺼내서 윤주 보는 앞에서 1번을 누른다...윤주의 핸드폰 울리고)
윤주 (뭐야? 하는 표정) 뭐야 그럼 여태까지 나 가지고 장난친거야?
웃으며 도망가는 희준
#26. 몽타주(낮)
진호와 동기 많이 지쳐 있다
진호 얼마나 남았냐?
동기 이제 반 했나...좀 쉬었다 하자...(맥주 마시고)
진호 한 통화만 더 하고
진호의 종이 3833까지 지워져 있다...
마침내, 3834 전화번호를 누른다.
#26. 거리(낮)
유진, 신랑될 사람의 차에 올라 타 있다. 유진과 민선 작별 인사하는데 계속 울리는 핸드폰
민선 여보세요?
진호(F) 여보세요? 혹시 박민선씨 핸드폰인가요?
민선 예 그런데요?
진호 (잠시 말을 못 하다가) 나 이진호라고 하는데
민선 (표정 굳는다...아무 말 못한다)
진호 여보세요.... 잘 있었어?
민선 응...
비로소 민선의 얼굴에 미소가 천천히 번져간다.
스크롤 올라가면서 대학 캠퍼스(혹은 잘 가꿔진 공원 또는 정원)에서 재회하는 진호와 민선(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