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사용기를 꼬박 1년 만에 또 한편 쓰게 되었습니다. 사용기라기 보단 그냥 자신의 생활을 적은 수필에 가까운 글이며 졸필이지만, 무엇인지 또 말을 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첨단화 되어 지고 좋아지는 내노라 하는 카메라가 너무나도 많이 나와 있는 현시점에서 출시 된지 30년이 넘은 기종을 리뷰라 말하기엔 좀 웃긴 느낌이 들지만, 이 글은 제가 처음 수동기를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적은 글 입니다.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주는 기종을 제 나름대로 편안하게 적은 글이니 만큼 부담감 없이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경어체를 쓰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 글이 또 다른 뽐뿌로 이어질 공산이 아닌가 스스로 반성해 보기도 합니다.
사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초보의 글이라 생각하고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조금 더 기쁜 사진 생활을 기대하며 저의 글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사진이 시작 되는 곳.
수년전 나에게 처음 수동 카메라를 처음 보게 된건 국민 카메라 '니콘 FM2' 라는 기종 이었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공식 처럼 들고 다녔던 그 기종. 그리고 카메라 앞뒤도 모르는던 시절 그 카메라는 전문가의 소유가 전부가 아닐까 생각을 한채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뷰파인터 안이 뿌옇게 되었다가 렌즈의 포커스링을 돌리면 뚜렷해 지는 스프릿 스크릿을 처음 보는 신기함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조작하지도 못하고 거기에 아무거나 누르지 말라는 말에 수동기에 대한 두려움에 있던 나는 무거운 망치 같은 녀석을 자리에 그냥 내려 놓아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몇년 후 2001년 나의 첫 DSLR 카메라의 D30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 당시 DSLR을 쓰는 사람은 소수 몇명 이었고 기종에 대단히 뻔한 그 기종이기에 모르는 사람은 동경의 대상이요, 쓰는 사람은 내것이 최고려니 하는 자부심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그 후 해가 거듭할 수록 가격하락과 디지털의 화려한 발전으로 나의 D30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1Ds나 1D로 사진을 찍으면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았고, L렌즈를 쓰면 남들이 찍는 그런 멋진 사진을 담아 낼 것 같았다. 그리고 장터에서 우연히 저렴한 수동기가 눈에 띄었다.
근래 수동기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터라 여의치 않으면 팔을 심상으로 구매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들여다본 뷰파인더.. 헉~! 소리와 함께 나를 조금씩 변화 시켜 주었다.
나의 감성 카메라 AE-1
AE-1 1976년에 발표 된 카메라로 20년을 훌쩍 뛰어 넘는 역사를 가진 카메라 이다. 그 당시 일본 돈으로 81000엔 이라는 고가(?)의 가격에 발표가 되었지만. 지금은 운이 좋으면 50미리 1.8 정품 신형가격에 바디와 렌즈를 구할 수 있는 초 경제적인 카메라 이다. EF 50미리 1.8이 싸지만 무척 훌륭한 화질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튼튼한 바디에 충실한 기본기 그리고 매우 좋은 사진을 나에게 주는 카메라 이다.
니콘 FM2만 망치로 대용으로 쓰는 줄 알았으나 캐논 AE-1도 치로써도 될 정도로 우직하며 튼튼한 카메라 이다.
EOS에 새겨진 세련된 Canon이라는 글자 보다는 클래식 한 멋을 풍기는 MF의 캐논 이라는 글자가 더 좋다.
카메라의 외형적인 이미지도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만져보고 싶고 관리하고 싶고 그것으로 하여금 찍는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AE-1은 예쁘다. 어깨에 매면 악세사리 대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예쁘다.
셔터스피드가 1/1000초 밖에 안되어서 매우 불만 이었지만, 이것을 불만거리가 될 수 없음을 알았다. 이 시대를 풍미 했던 수동기들은 대부분 1/1000 초를 지원했으며 고급형에 속하는 F-1 같은 기종이 조금 더 많은 셔터스피드를 지원했다. 높은 셔터스피드는 없는 것보다 분명 훌륭하지만, 사진을 못 찍을 만큼 불편하지 않다. 캐논 AE-1은 A모드를 지원해 준다. 렌즈는 A 상태로 놓고 반셔터를 잡으면 뷰파인더 안을 들여다 보면 정말 수동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여기서 A모드라 함은 EOS 쓰리즈에서 말하는 Av(Aperture Value) 조리개 우선 모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A는 Auto모드라 하며 카메라 바디에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렌즈에서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즉 렌즈에서 A로 설정하면 셔터스피드에 맞추어 조리개가 조정되는 EOS 쓰리즈의 Tv(Time Value)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정하고 뷰파인더 안에 들여다 보면 조리개 값이 바늘침으로 왔다 갔다 하며 적정 조리개 값을 알려 준다. 셔터 스피드는 이미 사용자가 다이얼을 통하여 미리 지정하고 그게 적절한 조리개값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보여준다.. 디지털화 되어 숫자로만 보여줬던 EOS 쓰리즈와는 다른 새로운 아날로그 감성으로 내게 다가왔다. 노출 오버나 언더가 되면 바늘침이 위로 가거나 아래로 향하여 빨간불이 깜빡인다. 또한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말고 왔다 갔다하면 내장 노출계와 연동하여 바늘도 따라 왔다 갔다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아날로그 느낌을 좋아한다.
한장씩 한장씩
레버와인딩.. DSLR을 쓰면서 얼마나 셔터에 대한 감각이 내게 없었는지 시 한번 알려준다. 아무런 생각 없이 눌러 대었던 셔터. 나의 내공보다는 렌즈와 바디성능에 의존하려 했던 나.. 이 필름 감는 레버는 한장 한장 찍을 때 마다 내가 무엇을 찍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때론 친구들과 이 카메라로 사진 찍을 때
"자~ 하나, 둘, 셋!"
하고 셔터를 누르자 마자..
"에고~! 필름 안 감았다.6^^"
이런 자신을 보며 셔터에 대한 감각들이 얼마나 없었는지 그리고 자동이라는 물건에 얼마나 내게 길들여 졌는지 나 자신을 돌아 보게 되었다.
셔터스피트 1/1000초.. 해가 반짝 뜬 날에는 1.8 개방을 쓸 수 없다. 렌즈가 A 모드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바늘침은 5.6 정도에서 왔다갔다하며 적정노출을 알려준다. 난 그때서 깨달았다. 렌즈가 무조건 밝을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렌즈가 어둡다고 사진인 안 나온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접어 버리게 만들었다. 물론 밝은 것이 나쁜건 아니다. 밝은 곳을 쓸 상황이 꼭 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낮에 충분한 셔터 스피드로 인해 개방해서 찍는 장점과 렌즈가 많이 개방 될 수록 아웃포커싱이 잘되는 상황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셔터를 보면 구멍이 뚫려 있다. 수동 릴리즈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수동 릴리즈의 장점은 무엇보다 싸다는 것이다. 다만 몇천원으로 벌브 및 셔터를 완벽하게 커버해 낼 수 있다. 캐논에 EOS 쓰리즈로 넘어 오면서 이 릴리즈 구멍을 막아 버렸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서운하며 캐논의 상술이 얄밉기도 하다. 니콘의 또 하나 부러운 점은 DSLR로 넘어 와도 이 수동 릴리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nFD 렌즈
밝은 렌즈만 찾아 왔다.
최대 개방에서 소프트 하지 않은 렌즈를 찾아왔다.
그리고 사진이 잘못 나오면 카메라와 렌즈를 탓했다.
L렌즈였다면.. 또는 전설이라 불리우는 칼짜이즈 렌즈였다면 그리고 남들이 쓰는 그런 렌즈였다면 남들이 찍는 그런 멋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며 늘 장터를 기웃거리고 날 만족 시켜줄 렌즈들을 찾아왔다. AE-1에 붙어 있는 50미리 렌즈를 쓰면서 나의 이런 생각을 버리도록 도와주었다.
캐논 AE-1에 달려있는 50미리 1.8렌즈는 EF 50미리 1.8 처럼 두동강이 날 염려는 없어 보인다. 아니 어떤 캐논의 EF렌즈군 보다 듬직하고 튼튼해 보인다. 거리계도 없는 플라스틱 마운트 보다는 음각으로 글씨가 파여져 알록달록 이쁜 색깔로 칠해질 렌즈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아나로그 감성을 또 한번 자극한다.
EF 렌즈 처럼 AF를 지원하지 않으며. USM 처럼 빠르고 조용한 포커싱은 지원하지 않치만 세상에서 제일 정확하고 세상에서 제일 빠른 인간 메뉴얼 포커싱을 지원한다.^^ 스프릿 스크린이 장착된 뷰파인터를 보며 메뉴얼 포커싱을 하는 맛이란 SLR 카메라가 이런 것이다. 라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
가격을 따져보자. 캐논렌즈 중 가장 저렴하다는 50미리 1.8 가격으로 2~3개를 살수 있다. EF 50미리 1.4 정품 가격으로 무려 9~10개나 살 수 있다. 물론 50미리 nFD렌즈를 10개나 사서 모을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외관, 그리고 렌즈이 성능을 따지자면 거저인 셈이다.
대부분의 nFD렌즈가 그렇게 저렴하다. 잘 구하면 광각에서 부터 표준, 망원까지 30~40만원선에서 모두 장만할 수 있다. 물론 nFD에도 L렌즈가 있다. L렌즈는 nFD라 할지라도 고가이며 구하기도 힘든다.
하지만, 캐논 nFD 렌즈군에 섭섭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EOS 마운트와 호환되지 않는 것이다. 니콘의 경우 수동바디와 AF 바디 마운트가 동일해서 인지 수동렌즈에서 쓰던 렌즈를 그대로 디지털 바디에 쓸 수 있다. 하지만, 니콘에서도 상술이 숨어 있으니 D100에서는 수동렌즈를 끼워도 노출이 떨어지지 않는다. 뇌출계나 별도의 노출계를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하이엔드 바디인 D1 계열의 바디에 끼우면 노출이 떨어진다.(ㅡ.ㅡ) 아무튼, 캐논은 노출이고 뭐고 마운트 조차 안되니 수동바디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려면 EOS 마운트 렌즈군과 nFD 마운트 두벌을 준비 해야 되는데..정말 아쉬운 점이다.(ㅡ.ㅜ)
36방 다시 반대로 감기
사진을 다 촬영하다가 레버와인딩을 돌리려면 더이상 돌아가지 않고 빡빡해 진다. 오닝이 된거다..(ㅡ.ㅡ)
필름 36방, 그리고 DSLR에서 36방이 남았을때.. AE-1은 자 이제부터 시작이야. 열심히 한방 한방 생각하며 열심히 찍자 라고 생각하지만, DSLR이 36이라는 숫자를 표시해 줄때는 "아띠~ 벌써 꽉찰 때 됬네. 메모리 늘려야 하나..(ㅡ.ㅡ)" 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36이다. 한대의 기계를 잡을때는 처음 시작과 같이 설레이고 조심스럽게 생각하지만 또 다른 한대를 잡을 때 36이라는 숫자는 조급함과 압박감으로 다가 온다. 어떤 일이던 처음 시작은 설레이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압박감과 조급함이 다가 온다면 아무리 쉬운일도 그르치지 않을까? 이것 역시 나의 순수 개인적인 느낌이며, 디지털은 이렇게 나를 물들여 왔다. 많이 찍고 적게 건지는 방법으로...
AE-1은 36방을 다 찍고 다시 반대쪽으로 손가락 끝을 이용해서 천천히 감을 때면 필름의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져 오며, 찍었던 한컷 한컷이 머리속에 떠올려 진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과 시간을 담은 36방을 밀폐된 플라스틱 필름케이스에 넣을때는 36방의 이미지는 디지털의 3600방의 의미보다 크다. 난 디지털 회의론자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의 그 편리함과 신속함을 즐기며 즐겨 쓰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기가 많으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너무 많은 것은 그것을 고마움과 소중함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어렵고 힘들게 얻은 것이 값지고 소중한 법이다. 한장 리뷰하고 마음에 안들면 간단히 Delete 키로 지워 버리는, 아니면 초당 몇장씩 습관적으로 연사해 버리는 그런 추억과 시간의 기록은 과연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로 나에게 남을까?
원본 들여다 보기
슬라이드 필름을 라이트 박스위에 올려 놓고 보는 것. 그것은 사진을 찍는 큰 이유 중 하나를 이야기 해준다. 그렇게 정성들여 한장 한장 찍은 사진을 불 끈 방안에서 들여다 보다 보면 사진의 색깔로 빨려 들어 간다는 기분을 이해 할 수 있다. 필름 자체의 원본을 들여다 보는 기분은 현상된 사진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이것을 보고 있노라면 디지털에 익숙해 지면서 찍고 바로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필름을 맡겨 놓고 현상소로 찾아 갈때의 그 설레임 그리고 슬라이드 필름을 라이트박스 위에 놓고 루페로 들여 다 보는 세상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모니터에 이진수로 표현되는 색깔을 감상하는 즐거움과는 차원이 틀린 즐거움을 준다. 혹자들은 루페속으로 빠져들것 같다는 표현을 하는데, 방안에 불을 다 끄고 그 필름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정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시간 가는지 모르고 그것을 쳐다 본다.
디지털로 찍어서 컴퓨터로 보는 화면과 루페로 현상된 필름을 들여다 보는 건 분명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큰 차이를 나에게 알려준다. 전기적 표현으로 표현된 색깔과 화학적 반응에 의한 색깔을 들여다 보는 것은 나처럼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마도 1Ds를 만지는 기분과 라이카를 만지는 기분이랄까?^^
1Ds, 라이카 모두 감성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캐논 AE-1 카메라 자체는 그런 감성적 이미지는 없다. 하지만,현상된 사진의 결과물에 대한 감성적 이미지는 카메라 가격과 비례한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카메라는 기초 원리는 모두 같다.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이 두 가지의 수많은 숫자 조합과 렌즈로 통하여 들어오는 빛을 통하여 사진이 만들어 진다. 방안에서 불을 끄고 그 동안 내가 찍은 사진을 루페로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카메라는 단순히 피사체를 담는 기계에 불과하며 그것이 가진 능력을 이끌어 내는 것은 바로 사진사 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평가측광, 분할측광, 스팟측광 등 여러 측광방법이 없을지라도 멋진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전에 수많은 사진의 선배들과 그들은 이런 측광방법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나의 감성지수를 더해서 시대의 명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요즘은 사진의 대부분을 실력보다는 기계와 렌즈의 성능에 의존을 한다. 어떠한 피사체를 담으려면 어떠한 렌즈가 있어야 하며 어떤 상황에선 어떤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자기 합리화로 기계를 사들여 왔다.
중형이건 RF 이건 모든 카메라의 기본 원리는 같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DSLR 카메라의 가격, 라이카의 가격은 아마 그것이 주는 편리함 혹은 그것이 주는 감성을 사는 돈이라 생각을 하게 한다.
나 자신도 기계를 무척 좋아한다. 라이카를 잡아 보았을 때 그 빈틈없고 꼭 완전체를 잡은듯한 느낌, 셔터를 눌렀을때 그 차르르한 손맛은 라이카를 써본 사람이 아니고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다. 또한 칼짜이즈 빨간 T* 코팅을 보면 나도 가슴이 뛴다.
DSLR을 잡고 있노라면 36이라는 숫자는 이미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진다. 나와 하나된 카메라. 그리고 내가 원하고 의도하는 형상을 잘 담아 내 준다.
캐논 AE-1은 차르르한 손맛도 그리고 내가 의도한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있는 자신감도 들지 않는다. 그렇고 그런 오래된 구형 카메라임에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단순함과 투박함은 내 손으로, 내 감성으로 나의 사진을 찍고 피사체의 마음과 영혼을 담아 내도록 도와준다.
캐논 AE-1의 수동카메라 가격을 보면 잠시 언급했듯이 50미리 렌즈 기본 포함해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매우 비싼 카메라도 아니고, 매우 편리하지도 않는 카메라가 이런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보면 분명 사진은 카메라로 찍은 것이 아닌 사진사의 마음이 찍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사진은 전문가 만이 근접하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어려운 분야도 아니며, 돈이 매우 많은 부르주아들의 유산물은 더더욱 아니다. 라이카, 롤라이, 콘탁스, 펜탁스, 캐논, 니콘, 그리고 T*코팅렌즈, 스타렌즈, AF-S렌즈, L렌즈.. 우리는 수많은 재미를 주는 카메라를 선택할 수 있고 돈에 따라 기계의 메카니즘의 재미, 렌즈의 성능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상속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 객이 주가 되어 버린는 우를 범하고 있다.
라이카, 1Ds를 쓰고 있는 유저를 나무랄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으며 그런말을 할 실력과 자격도 되지 않는다. 나도 라이카와 1Ds를 꿈에 그릴 정도로 쓰고 싶고, 조만간 옮겨갈 유저다. 하지만. 그러한 카메라를 적어도 내가 사용하기 전에 사진이라는 기본기에 충실하여 그 머신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기능을 끌어낼 수 있다면 어떠한 카메라든 시대의 명작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평생 수동 필카에 50미리 하나로 사진 활동을 하는 고결한 사진작가 처럼 이야기 해 놓았지만, 아직도 써보고 싶은 바디, 써보고 싶은 렌즈가 너무 나도 많이 남은 기계 매니아, 장비병 중증 환자 중에 한 명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장비병 이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세계에서 동일한 카메라는 비싼 카메라건, 싼 카메라건 여러 대 많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찍은 사진은 동일한 메이커, 동일한 렌즈로 찍었다고 할지라도 그 사진은 세계에서 단 한 점 밖에 없는 내 사진 이며, 내 작품 이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이 만들어 진다. 먼 훗날 절대 그럴리 없겠지만, 내 사진이 세대의 불후의 명작이 되어서 이 사진을 어떻게 찍었냐고 묻는 다면
"어떤 카메라에 어떤 렌즈로 어떤 셔터스피드와 어떤 조리개로 찍었습니다." 라는 말 보다는 "제 카메라, 제 감성을 조합해서 제가 찍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마지막으로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나의 졸작을 여러분께 보여드리며 길고 지루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더 즐겁고 재미 있는 사진 생활을 위해.. 그리고 멋진 사진사가 되기 위해..
2004년 1월
n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