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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베트남 새댁들이 펼친 삼겹살 파티 |
주말을 맞았으나
태풍 '나리'가 올라온다는 일기예보에
목포로 나가지도 못하고
낙도오지에서 꼬박 주말을 보낸 등대지기와 우렁각시/
그렇다고
낙도오지의 퀘퀘한 방구석에 틀여박혀
지루한 염불만 외고 있을 한가한 위인들이 아님을
단골손님들은 이미 다 아는 상식이다.
뭔가 특별한 깜짝이벤트라도 펼쳐서
육지땅을 밟지못한 억울한 한을 풀 뿐만아니라
모처럼만에
낙도에서 갖는 황금의 여유시간을
보다 알차고
보다 의미있는 추억거리를 엮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등대지기가 아니던가!
낙도오지 서편
해안가로 통하는 길목에
오도카니 서 있는 정겨운 이정표 하나/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져
아로새겨진 지명들이 정겹고 앙증스럽다.
앤두선착장 건너편
막금도라는 섬마을에는 누가
어떤 기구한 사연을 안고서 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의문과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상상력으로 승화시켜 이어나가다 보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어디선가
상상력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궁시렁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말소리가 들려오는 진원지를 찾아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보자.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니다 다를까
역시 예상대로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먼발치로 보아하니
남정네가 아닌 여인네들이 분명하렷다.
그렇다면
저 여인네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무슨일로 모여서
또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인가?
다가오는 여인네들 뒷배경으로
갯마을 특유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여인들의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 보자.
다시말해
스토킹을 실행해 보자는 이야기인데
겁많은 뜨내기 손님들은
여기서 당장 돌아가셔도 좋다.
용감한 단골들만
이 등대지기를 뒤따라 오시든지.......//
어쭈구리.......///
등대지기의 앞을 지나서
방향을 틀더니만
어느새 오르막길을 어슬렁 어슬렁 올라가는 여인의 무리들...///
무슨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도 아닐테고.......?
추측컨대
왼편으로 자리한 기와집으로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
텔레파시를 앞세워 전해져오는데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의 텔레파시는
전파교란작전으로 엉뚱한 것도 많다는데.........///
그럼, 그렇지
등대지기의 텔레파시는 아직도 녹슬지 않았었다.
예상대로 여인네들이
이 기와집으로 들어간 것이 포착되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창가로 새어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는 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중고 디카의 줌기능을 쭈욱 한번 당겨보자.
혹시 뭐가 보이거나
중요한 단서가 잡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상에....! 세상에.....!
렌즈속에 뭔가 어렴풋한 물체가 잡힌다.
앉아있는 모양새가 여인네의 뒷모습이 분명하고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서 추측컨대
아까번의 여인중에 한명이 아닐까 하는 짐작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저 여인네들이 몰려다니는 이유가 뭣이단 말인가?
그리고 저 안쪽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투명인간이 되어
구경하러 쳐들어 가보자.
아따마-
여인네들이 동작 한번 빠르셔라.
등대지기가
바깥에서 머뭇거리며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장면이 바뀌었네.
자리의 순서배치도 좀 틀린 것 같고.........///
그런데 이게 뭐야?
지난번 살짝 언급했던 무화과가 아닌가?
이제는 척하면 삼척이요.
툭하면 단감 떨어지는 소리인 줄 다 단골들은 다 안다.
그런데 말이다
여인네들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거의 동남아 여인의 모습들이다.
그래 생각난다.
낙도로 시집온 베트남 여인들.....///
게중에 몇몇은 낯익은 얼굴도 더러 보이는데.....???
맨 왼편의 여인은 보아하니 한국사람인 것 같고....../
두번째 검정색 티셔스 여인은 여객선에 만난 소녀같은 새댁/
그 다음
노란색 티셔스 여인은 언젠가 한번 얼핏 소개된 적이 있고
세번째 여인은 수줍음이 많은 갓시집온 새내기로서
지난번에 등대지기 부부에게 삶은 옥수수를 건내준 여인으로
신랑을 따라 읍내로 나온 주인공이고
맨오른편의 여인은 오늘에서야 비로서 첨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낙도오지로 시집 온
베트남 새댁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상회라도 한다는이야기인가?
진상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시간을 쬐끔만 더 거슬려 올라가 보자.
어라,
주방에 쪼르르 몰려있는 베트남 새댁들
보기만해도 저네들끼리
간드러지는 베트남 언어로 잡다한 수다가 오고감을 짐작할 수 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너무 궁금해 하지말자 머리가 복잡해지니까.
두명의 베트남 새댁이
우렁각시라 불리우는 맨오른쪽의 한국여인이 작업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무슨 기막힌 한국요리를 시범이라도 보이는 것인가?
뒤편에서 보니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이왕지사 투명인간이라고 선전을 했으면
앞쪽으로 후다닥 날아갈 수 도 있는 법이 아닌가........???
휘리릭 날아가보자...../
에개개..........///
부침가루반죽이 준비되어 있다.
반죽속의 내용물은 보아하니 부추(전구지)가 틀림없는 것 같고...........///
그렇다면 정답은 부추 부침개가 아닌가?
우습다. 정말로.........///
베트남 새댁들에게
부추로 만든 한국식 부침개를 시범보이고 있는 저 기막힌 발상이......///
반죽한 내용물을 이제 후라이판에 올려놓았구나.
가스불에 달구어진 후라이판위에서
찌직 찌직 익어가는 부추-전구지 부침개...............////
찌직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저 부침개를 지켜보면서
베트남 새댁들은 또 어떤 생각에 잠길까.......???
완성된 부침개가
접시에 담겨진 채 상위에 덩그라니 올려져 있는데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그런데 옆에 풍겨오는 분위기나 정황으로 미루어
아무래도 부침개가 주 메뉴는 아닌 것 같다.
뭔가 더 큰 메뉴가 있을 것 같은데..........???
투명인간이 그것도 못 알아낸다면
투명인간이라는 신분을 당장이라도 사표내는 수 밖에........///
그럼 그렇지.......///
역시 고기냄새가 솔솔 풍기더라니까.
보시다시피
울긋불긋한 돼지고기 삼겸살이다.
얼핏보니
남정네들의 모습도 드문 드문 보이는 것 같고.....///
그럼
돼지고기 삼겹살이 주메뉴이고
부추 부침개가 보조메뉴라고 서둘러 결론을 지어버리자.
이 바쁜 세상에
시시콜콜한 것을 갖고서 옥신각신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한국땅의 서남해안 낙도오지로 시집을 와서
비슷한 운명을 안고서 살아가는 까닭에
모처럼만에 동포를 만나 자기나라 언어로 수다를 떨며
회포를 푸는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물끄러미 지켜나 보자.
낙도오지로 시집온 베트남새댁이 총 예닐곱 명이 되는데
그 중에 네명이 모였으니
결국 절반정도가 한자리에 모인셈이다.
베트남 새댁들 역시
따따부따 수다떨기는 한국 여인네들에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각자
자기 신랑과 시댁의 자랑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흉을 보는 것인지?
저네들끼리 마주보고 마음껏 웃고 떠들고..........///
마지막으로
방 안 전체의 광경을 보자.
앞자리에 등을 보이고 앉은 남정네가
신랑들인데
두명의 신랑들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단다.
맨 뒤쪽에 앉아서 분위기를 관찰하는 남정네가
이 낙도오지 블로그의 주인장인 그 유명한 등대지기가 맞을려나?
우렁각시는 카메라를 잡고 있기에 피사체에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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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벤트 장소는 어부를 남편으로 두었다는
소녀같은 새댁의 집이었으나
사실
이번 이벤트를 주최한 쪽은 이 등대지기이다.
등대지기가
돼지고기 삼겹살을 준비했었고
우렁각시는
부추부침개 재료와 함께 직접 시연을 해 보였었고
거기다가
베트남 새댁들을 인솔하여
이웃집 무화과서리를 주도했었고..................///
자칫 따분해지기 쉬운 낙도오지의 주말/
그 놈의 태풍 '나리' 때문에
육지땅을 밟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등대지기가
베트남 새댁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다.
그리고
타국에서의 시집살이에서 찾아오는 고국에 대한 향수를
저네들끼리 수다떨기로라도 해소하라고
작은 멍석을 깔아 준 것이다.
뭐가 잘못되었나요?
2007/ 9/18 등대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