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학교는 지난해 봄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학교의 이름이다. 흑두루미학교의 학생은 흑두루미를 사랑하는 어린이들 4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학교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흑두루미의 국내 유일 서식처인 순천만에 위치한 대대교회의 역할이 있었다.
교회란 사람들의 영혼만을 돌보는 기관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목표는 만물을 새롭게 하는 것이며(계21:5), 또 “모든 피조물이 썩어짐의 종노릇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롬8:21)고 했다. 순천만에 날아오는 철새 흑두루미도 역시 주님의 구속의 대상이다. 교회란 영적인 문제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까지도 관심을 품어야 한다. 대대교회가 위치한 순천만 지역의 최대의 관심은 갈대와 흑두루미에 있다. 그러므로 교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민의 관심사에 같은 뜻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흑두루미학교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다. 학생들이 1년 과정의 흑두루미학교를 마칠 무렵엔 학교 친구들에게 흑두루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순천만을 찾아온 친척이나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자 역할도 해낼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간단한 안내를 할 수 있는 영어회화도 배우고 있다. 또 불법으로 바다의 동식물을 포획하거나 채취하지 못하도록 지킴이 역할도 해낸다.
흑두루미학교는 토요일을 이용해 이론교육과 현장교육을 한다. 흑두루미에 관한 여러 지식 곧 생김새, 크기, 먹이, 산란, 생활방식 등에 대해서 배운다. 또한 흑두루미 모형을 만들고 창작활동을 하면서 특징과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하는 기회를 갖는다. 탐사선을 타고 순천만에서 흑두루미 실물을 관찰하는가 하면, 망원경을 통해서 개체수를 헤아려 보는 시간도 갖는다.
금년 들어 흑두루미학교에는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교회 자체적으로 운영하기엔 한계를 느끼던 차, 순천시에서 공모한 생태프로그램에 응모하여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사업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유능한 조류학자를 초청해 강좌도 열고, 환경단체과 연계하여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봄엔 들풀여행을 다녀왔고, 여름방학 때는 람사르총회가 열릴 창녕 우포늪 견학도 다녀왔다. 오는 10월 말 순천만 갈대축제 기간에는 그 동안 모아둔 작품들을 전시하고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흑두루미학교는 일회성의 사업이 아니다. 단순한 환경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앙적인 일이다.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는 신앙고백의 한 부분이다. 흑두루미학교는 흑두루미를 만드신 하나님을 드러내며 찬양함을 목표하고 있다. 이것이 흑두루미학교의 존재목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 동안 축적해 온 생태프로그램들을 이웃학교 아동들과 나누고, 교회학교 아동들에게도 나누려 한다. 또 타 지역의 모든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발전시켜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공학섭 목사(순천 대대교회)